오랜만에 미술품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동네 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 입구 앞, 화단에 핀 꽃들 사이로 오늘 볼 전시인 ‘예술입은 한복’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포스터 하단에는 ‘2023 박물관·미술관 주간’이라고 쓰여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박물관·미술관 주간’(이하 박미주간)을 5월 3일부터 28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박미주간은 박물관·미술관의 중요성과 사회 문화적 역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우리나라는 국제박물관협의회가 정한 ‘세계 박물관의 날’(5월 18일)을 기념하여, 이날 전후로 박미주간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주제는 ‘박물관, 지속 가능성과 웰빙’이다. 지속할 수 있는 경영(ESG), 기후행동, 사회 구성원의 정신건강과 사회적 고립 방지 등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새로운 사회 발전 패러다임에 대한 박물관과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한다.
특별전시는 ‘5월 박미주(박물관·미술관 주간)’란 문구를 앞세워 전국 17개 관에서 ‘함께 만드는 뮤지엄’으로 진행한다. ‘함께 만드는 뮤지엄’은 실험적 방식의 전시를 기획했다. 공모를 통해 선정한 참여관들은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는 무장애(배리어 프리) 전시를 포함해 환경오염과 폐기물, 기후변화, 웰빙 등 ‘지속 가능성과 웰빙’에 대한 고민과 해석을 담은 다양한 전시를 선보인다.
1층 매표소에서 전시 표를 구매한 후 입장했다. 표를 끊고 시간을 보니 오후 2시. 마침 시작된 도슨트 해설에 참여했다. 내가 볼 전시인 ‘예술입은 한복’은 박미주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세계인이 주목하는 K-컬처의 확산과 더불어 K-아트를 통해 한국의 미술 작가와 한국 문화의 경쟁력을 알리고자 마련됐다고 한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 고유의 특성과 스타일을 가진 시각 언어로 한복에 나타난 전통문화의 상징성과 조형미를 현대미술로 구현했다고 한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이런 흥미로운 주제의 전시가 열리는 것이 뿌듯하면서도 그 내용이 무척 궁금했다.
전시 해설사와 함께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11명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았다. “여러분들은 이 그림에서 뭐가 보여요?” 도슨트가 차분한 목소리로 질문하자, 여기저기서 발랄한 답변이 들려왔다. “시계가 보여요! 집이 보여요! 사람이 보여요!” 도슨트는 관람객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었다.
전시 관람이 끝나고, 나만의 ‘배자’를 자유롭게 꾸며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있었다. 배자는 오늘날 조끼와 같이 한복 저고리 위에 덧입는 소매가 없는 옷으로, 이번 전시 참여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배자처럼 나만의 개성이 담긴 우리 옷을 디자인해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시간이었다.
전국 19개관에서 ‘나만의 배자 만들기’와 같은 ‘키워드로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 박물관·미술관 주간 주제를 해석한 3가지 키워드 ‘웰빙’과 ‘그린뮤지엄’, ‘커뮤니케이션’를 활용한 체험형 교육 행사다. 전국 19개 박물관·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은 쓰레기 없는(제로웨이스트) 미술활동 프로그램부터 악기 만들기, 강연·워크숍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공식 누리집(www.museumweek.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슨트 해설이 끝나고 조용한 미술관 안에서 오래도록 머물렀다. 시끌벅적한 전시가 아닌, ‘나만의 아지트’ 같은 분위기에서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일상에 지칠 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좋은 전시가 있을 때마다 자주 동네 미술관에 들를 예정이다. 박미주간을 맞아 나만의 미술관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예상치 못한 곳에서, 팍팍한 삶에 영감과 감성을 마구 채워주는, 나만의 인생 미술관을 찾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