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전자정부 누리집 로고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국민께 드리는 윤석열정부 국정운영보고 민생·경제first퍼스트

콘텐츠 영역

‘2023 봄 궁중문화축전’, 오늘 궁을 만났다

2023.05.02 정책기자단 이선미
글자크기 설정
인쇄 목록

올해는 ‘창경궁’이라는 이름이 복원된 지 40년이 되는 해다. ‘창경궁 명칭 환원 40주년’을 맞아 ‘2023 봄 궁중문화축전’이 창경궁 양화당 앞에서 시작됐다. ‘다시 찾는, 궁’이라는 제목의 기념행진으로 또 한 번의 봄 축제가 문을 열었다.

‘2023 봄 궁중문화축전’이 창경궁 퍼레이드로 문을 열었다.
‘2023 봄 궁중문화축전’이 창경궁 퍼레이드로 문을 열었다.

창경궁 곳곳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날이 가물어서 흙먼지가 일었다. 봄이 무르익어 초록초록해지는 창경궁에 각양각색의 공연팀이 이동하는 모습이 무척 낯설었다. 아직 어릿한 소년소녀들부터 청년들까지 공연팀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환경전 앞에서 ‘점핑엔젤스’가 리허설을 하고 있다.
환경전 앞에서 ‘점핑엔젤스’가 리허설을 하고 있다.

시간이 되자 양화당 앞마당에 관람객들이 자리를 잡았다. 젊은 공연자들이 신선한 창의력으로 탄생시킨 창작무용과 연희공연이 내외국인 관람객들을 신명나게 만들었다. 12지신을 형상화해 뭔가 신비로운 공연에 이어 젊은 감각으로 부활시킨 처용 이야기도 상큼했다. 

구중궁궐 한복판에서 ‘2023 봄 궁중문화축전’ 창경궁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구중궁궐 한복판에서 ‘2023 봄 궁중문화축전’ 창경궁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청년들의 질풍노도를 춤으로 묘사한 공연을 보면서 그들의 표정에 깊이 공감했다. 눈부신 청춘의 고독한 고통에 축복을 보내는 심정이 됐다. 사람들의 일생이 그렇듯이 우리 궁궐들의 역사도 예사롭지 않았다. 특히 신산했던 창경궁에서 청년들의 고뇌 어린 동작들이 제대로 어우러지는 분위기였다.

신산한 세월을 겪은 창경궁에 젊은이들의 고뇌어린 시선과 동작들이 어우러졌다.
신산한 세월을 겪은 창경궁에 젊은이들의 고뇌 어린 시선과 동작들이 어우러졌다.

공연이 이어질수록 양화당 앞마당에 흙먼지가 풀썩였다. 비단신발을 신고 융단 위를 노니는 공연이 아니라 햇살 아래 맨땅에서 펼쳐지는 한마당이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불편이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최선을 다하는 공연자들에게 쏟아지는 박수가 뜨거웠다. 구중궁궐 한복판에서 벌어진 한바탕 공연은 창경궁의 지난 역사를 상기시켰다.

많은 내외국인 관람객이 ‘2023 봄 궁중문화축전’을 여는 창경궁 퍼레이드에 함께하고 있다.
많은 내외국인 관람객이 ‘2023 봄 궁중문화축전’을 여는 창경궁 퍼레이드에 함께하고 있다.

알려진 것처럼 창경궁은 1484년 성종이 세 분 대비를 모시기 위해 세워진 곳으로 처음에는 왕실 여성들의 처소 역할을 하였다. 이후 조금씩 성격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여러 차례 화재 등으로 전각이 소실되고 중건되면서 옛 모습이 달라져 왔다. 가장 심각한 일은 일제강점기에 유원지로 조성하면서 겪은 변화일 것이다. 특히 동궁이 있었던 권역은 동물원이 되어 지금은 단 하나의 전각도 남아 있지 않다. 

당시 일본은 창경궁을 유원지로 만들고, 왕과 왕비의 사당인 종묘로 가는 길을 끊었다. 원래 건양현이라는 이름의 고개였던 곳에 길을 내 ‘종묘관통도로’(율곡로)를 만들고 전차가 다니게 했다. 지난해에야 동궐과 종묘를 연결하는 언덕길을 나름대로 복원해 개방했지만 정작 창경궁과 종묘를 오갈 수 없어서 절반의 복원인 길이 되었다. 

율곡로에 터널을 만들고 그 위에 숲을 조성해 동궐과 종묘가 90년 만에 이어졌다. 창경궁에서 종묘로 이어지는 북신문이 복원됐지만 현재 출입은 가능하지 않다.
율곡로에 터널을 만들고 그 위에 숲을 조성해 동궐과 종묘가 90년 만에 이어졌다. 창경궁에서 종묘로 이어지는 북신문이 복원됐지만 현재 출입은 가능하지 않다.

창경궁에서 바로 이어졌던 종묘에서는 ‘2023 봄 궁중문화축전’ 동안 ‘묘현례’를 모티프로 한 창작극을 공연하고 있다. 왕비나 세자빈이 혼례를 마친 후 역대 왕과 왕비가 모셔진 종묘를 찾아 예를 갖추는 묘현례는 조선시대에 왕실 여성이 참여한 유일한 의례라고 한다. 

종묘에서는 ‘묘현례’를 모티프로 창작극을 공연하고 있다.
종묘에서는 ‘묘현례’를 모티프로 창작극을 공연하고 있다.

사극에 늘 등장하는 ‘종묘사직’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워볼 수 있는 공연이기도 했다.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종묘가 조금은 생생하게 다가오는 시간이었다. 

공연을 마치고 배우들이 시민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공연을 마치고 배우들이 시민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1983년 창경궁의 동식물을 서울대공원으로 옮기고 그해 12월 ‘창경궁’이라는 이름을 다시 찾게 되었다. 이후 정전인 문정전 등을 복원하면서 궁궐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았다. 워낙 훼손이 심했지만 ‘동궐도’ 덕분에 복원이 가능했다고 한다. 동궐도는 경복궁 동쪽에 있는 두 궁궐, 즉 창덕궁과 창경궁을 아주 세밀하게 그린 그림으로 전각들은 물론 크고 작은 문과 행각, 수목까지 그려진 기록물이다. 

지금은 ‘창경원’ 시절의 자취가 거의 없다. 다만 춘당지 쪽에서는 살짝 그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건물도 있다. 순종 때에 지어진 대온실은 근대 건축으로서 지닌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창경원 시절의 건물인 대온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창경원 시절의 건물인 대온실.

창경궁의 퍼레이드로 시작된 ‘2023 봄 궁중문화축전’은 다섯 곳의 궁(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과 종묘, 사직단에서 7일(일요일)까지 이어진다. ‘오늘, 궁을 만나다’라는 슬로건으로 각각의 장소에서 저마다 독특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말 그대로 골라서 즐기는 맛이 있다. 

궁중문화축전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므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사진은 경복궁 입구에 마련된 어린이들을 위한 포토존이다.
궁중문화축전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므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사진은 경복궁 입구에 마련된 어린이들을 위한 포토존이다.

궁중문화축전은 2015년부터 정식으로 개최돼 왔다. 일제강점기를 지나고 혼란 속에 전쟁을 겪고 폐허에서 다시 일어서야 했던 절박한 상황에서 미처 찾아볼 여유를 갖지 못했던 우리 역사의 곳곳을 알아가고 이해하고 즐기는 축제다. 

이제 우리도 우리 문화와 역사를 다정하게 바라볼 여유를 얻었다. 모든 것이 피땀 흘려 나라를 지키고 자유를 얻어준 선현들의 덕분이다. ‘종묘와 사직’을 지키던 옛 왕실, 이 땅에서 살았던 조상들의 문화와 일상을 공감하고 상상하며 즐겨보는 궁중문화축전, 시간 내서 함께해보는 것도 좋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이선미 rosie823@hanmail.net


이전다음기사 영역

하단 배너 영역

지금 이 뉴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