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도착한 이후 아마 가장 설레는 순간일 것 같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직접 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은 정치외교를 공부하는 나에게도 쉬운 경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과 미국 정부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오는 26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 일정을 진행한다고 발표했었다. 정부는 이번 방미를 통해 최대한의 경제 성과와 더불어 불확실한 안보 환경에 도움이 되고, 혈맹으로 맺어진 한미동맹을 궁극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복수 학위 제도를 이용하고 있어 미국 대학 졸업 과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미국에 방문한 나 역시 이번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맞춰 내가 공부하는 뉴욕에서 가까운 워싱턴을 직접 방문하고자 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대중교통 요금과 숙박료가 상당한 수준으로 올랐기에 직접 현장을 방문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아쉬움을 삭히고 있던 순간 워싱턴DC에 있는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거리에 걸리고, 의장대가 훈련하는 모습도 속속 목격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현재 국회의사당에서 미디어 인턴을 하고 있는 친구는 “오늘의 핫 키워드가 한미 정상회담이었다”며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서에서 일한 것은 아니었지만 직장 동료들과 하루 종일 관련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소식을 전했다.
이어서 친구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과 함께 논의되는 한미 문화동맹(이하 문화동맹)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문화동맹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진행되는 양국의 문화 교류 및 협력사업이다. 이를 위한 다양한 공연 및 콘텐츠도 예정되어 있는데, 그 중 내달 10일 개최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뉴욕 필하모닉의 협연을 보러 가기로 친구들과 약속했단다. 함께 가는 친구 중 한 명은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리사이틀을 뉴욕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다”면서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뉴욕 필하모닉과 협연을 한다니 한국인으로서 굉장히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했단다.
비록 워싱턴 현장에는 방문하지 못했지만, 내가 머물고 있는 뉴욕에서도 한미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BBC와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주요 언론에서는 실시간 속보로 관련 내용을 알려줬고, 특히 외교안보와 관련된 내용은 보다 상세한 정보를 전해줬다.
뉴욕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맨해튼의 타임스퀘어에서는 뉴욕 시민은 물론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영상이 계속 송출되고 있었다. 해당 영상은 ‘한국전쟁 10대 영웅’이라는 제목으로 타임스퀘어의 삼성 전광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현지시간 지난 20일부터 송출되고 있는 이 영상은 정전협정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와 한미연합군사령부가 공동으로 한미 참전용사 10대 영웅을 선정, 이를 영상으로 제작한 것이다.
지나가던 관광객은 해당 영상을 카메라에 담으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 뉴욕 시민인 엘레나(Ellena, 31) 씨는 “저 국기가 대한민국 국기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한국과의 동맹이 70년이나 됐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라며 “해당 영상을 통해 양국의 굳건한 동맹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참전용사들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학부생 마틴(Martin) 씨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던 교수님은 “불확실한 오늘날 굳건한 자유민주주의의 확립을 위해 두 국가의 관계가 발전해 나가도록 긍정적인 회담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지시간 26일 12시 35분,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14326)이 채택되며 정상회담이 마무리되었다. 대통령은 향후 의회 연설 등 추가적인 일정을 마무리하고 대한민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70년 혈맹을 넘어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며 서로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