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 저녁, 서울 장충체육관은 축제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2023 대한민국 해군 호국음악회’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와 군악대의 연주, 군대 공연을 좋아하는 나는 일찌감치 음악회 티켓을 예매했다. 관람료는 무료였다. 공연 며칠 전, 예매 누리집을 살펴보니 티켓이 매진됐다.
‘남자의 자격’으로 유명한 박칼린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번 공연은 한미동맹 70주년, 충무공 이순신 제독 탄신 478주년을 기념하며 개최됐다.
한미연합군악대의 힘찬 등장으로 음악회의 막이 올랐다. 음악회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종섭 국방부 장관,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음악회 구성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공연 시작 전에는 군대에서 주최하는 음악회라 다소 경직되거나 딱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영화 ‘한산’의 영상과 음악을 활용하여 충무공 29대 후손인 이수현 대위의 묵직한 내레이션이 환상의 조화를 보여줬으며, 1950년대 한국으로 온 미군들이 들었던 재즈, 컨트리 음악과 한국을 찾아 전쟁으로 지친 군인들을 위로해줬던 당대 최고의 팝스타 마릴린 먼로의 노래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성공 확률이 5000분의 1에 불과했던 ‘인천상륙작전’ 또한 무대에 올라왔다.
한국 대표로 미국에 가서 투어 공연을 펼쳤던 해군정훈음악대 어린이 합창단 이야기를 연극배우 두 분이 합창단 단원 역할을 맡아 담담하게 읊조려주었다. 당시 한국에서 아이들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렸던, 다리 한 쪽을 다친 미군과 미국 현지에서 아이들의 밝은 노래에 눈시울을 붉혔던 한 여인의 이야기에 나 또한 마음 한 편이 무척이나 아렸다.
1950년의 우리나라는 약하기 그지없었다. 전쟁터였던 우리나라의 피해가 가장 컸지만, 이번 공연을 보며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이역만리에 와서 생사를 알 수 없는 전투를 벌이던 미군과 유엔군, 하루하루 마음을 졸였던 가족들의 한숨과 피눈물까지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한편, 한미동맹은 지금의 강력한 국력과 경제력을 가진 나라, 대한민국의 안위를 철통같이 지켜준 소중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중심에 한미동맹이 있고, 대한민국 자유를 위해 함께 싸운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주한미군 장병들의 헌신과 우정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흔히 한미동맹을 ‘혈맹’이라고 한다. 피로 맺어진 동맹이란 뜻이다. 한미동맹이 맺어지기까지 지난한 역경이 있었고, 수많은 젊은이들의 희생이 있었다. 풍요로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지금의 번영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해준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동맹 70주년을 맞이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나 또한 이번 호국음악회 공연으로 지금도 나라를 지키는 데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군인들에게 깊은 경의의 마음을 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