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이 시작된 지 어느덧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새 학기는 아이들만 바쁜 기간이 아니다. 그동안 학교 설명회와 학부모 총회가 있었고, 참관 수업과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이 있는 등 하루하루 챙길 것 많은 시간들을 보냈다. 이제 한숨 돌리려나 했더니만 ‘2023 학생정서·행동특성 검사’라는 안내문을 가지고 왔다. 학교에서 받아온 안내문에서 알려주길,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라고 한다.
학생정서·행동특성 검사는 사이트(http://mom.eduro.go.kr)에 접속해서 온라인 설문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해에 초등학교에 입학해서일까? 그해 1학년 때는 했던 기억이 나질 않는다. 5월에야 입학식을 하게 돼 여러모로 걱정스러웠는데 벌써 4학년이 되었다니! 여러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번 기회에 검사를 통해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학생정서·행동특성 검사는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성격 특성을 파악하고 인지·행동·정서의 어려움이 있는지 알아보는 검사를 말한다. 쉽게 말해 건강검진과 같다. 성인이라면 2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게 되는데 학생은 3년 주기로 받게 되는 셈이다. 검사 대상은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다. 학교생활이나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 부모가 다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동·청소년기는 나 자신의 감정을 알기에도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 혹여나 엄마 아빠가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도 하지만 이런 오해가 더 위험한 법이다.
자녀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대화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도 있다. 이럴 때 건강검진을 받듯 검사를 통해 우리 아이의 행동을 돌아보고 연령에 맞게 잘 자라고 있는지 또한 체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터. 정서·행동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미리 발견하고 예방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온라인 설문에 응답하기에 앞서, 교육부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가 제작한 ‘초등학교 학부모용 동영상 설명자료’를 보고 난 뒤 검사에 참여했다. 약 13분 정도 되는 영상을 보면서 느낀 점은 솔직하고 성실하게 답변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는 것.
우리 아이에 대한 검사이다 보니 주관적으로 판단하거나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답변할 수 있는데, 이런 행동은 아이에게 도움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영상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솔직한 답변을 해야겠다, 다짐하게 되었다.
검사 방법은 온라인으로 하는 검사와 지필 검사 두 가지가 있다. 각 학교마다 권장하는 것이 다르다고 하는데 학교 안내문에 따라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주 양육자가 검사하길 권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많이 지켜본 사람이 진단을 해야 정확한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이의 감정이나 행동에 대해 잘 파악하는 사람이 검사를 해야 한다기에 아빠보다는 엄마인 내가 하게 되었다.
초등학생용 검사지를 살펴보면 총 65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검사’라는 이름 때문인지 문제를 읽고 푸는 방식으로 임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런 경우에 아이가 어떻게 행동했었는지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최근 3개월 동안의 상태를 기준으로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 딱 올해를 기준으로 해서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한 아이의 행동을 체크하게 된다.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하면서 하면 안 된다는 주의사항이 있었다.
모든 문항이 3개월간의 이야기를 묻는 것은 아니다. 문항에 따라 지난 3개월간 또는 지난 한 달간으로 나눠 기간에 유의하면서 선택해야 했다. 질문의 내용은 주로 아이의 성격, 기분, 행동, 생활, 적응 상태에 대한 것으로 주 양육자인 나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자녀 또는 본인에게 해당되는 경우를 묻고 있기에 아이뿐만 아니라 양육자로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학생정서·행동특성 검사는 점수가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의학적 진단 평가가 아니라 성격의 특성이나 행동 발달 경향에 대해서 평가하는 검사이기 때문. 검사 결과는 학교를 통해 받는 것이 아니라 입력한 집 주소로 곧바로 받아볼 수 있다. 검사 결과는 비밀이 보장되며 학교생활기록부나 건강기록부에 기재되지 않는다.
결과에 따라 관심군과 정상군, 두 가지로 나뉘게 되는데 높은 점수가 관심군에 속한다. 점수가 높다는 것은 어떤 경우를 말할까 궁금해졌는데 또래 친구에 비해서 집중력이 낮거나 사회성 부진, 불안, 우울 등 정서적 상태가 부정적인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관심군으로 나왔다고 해서 학교생활을 잘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어떤 문제가 있다고 확정하는 진단 검사가 아니기에 이 결과만으로는 문제를 파악하기 어렵다.
총점이 기준 점수 이상이 될 경우 학교에서는 관리를 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 전문기관의 2차 조치가 필요한 학생으로 나뉘게 된다. 이 경우에는 학부모의 동의하에 위(Wee)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의료기관 등에서 심층 평가를 할 수도 있다. 결과에 따라 상담, 치유, 지원 등의 체계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모두 무료로 진행이 가능하다. 다만 의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기관을 방문하게 되고 개인이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교육청이나 다른 기관에서 치료비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기에 학교 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확인해야겠다.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새 학기가 될 때마다 키, 몸무게, 시력 등 신체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학생정서·행동특성 검사를 했던 기억은 없다. 요즘은 성장 발달을 확인하면서 마음의 건강까지 체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부모로서 안심이 되는 대목이었달까. 갑작스러운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는지 걱정스러울 때가 많았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난 뒤 한 달 정도 후에 검사를 한다는 점에서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시기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검사를 통해 ‘자녀의 마음건강에 대해 집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이 검사의 요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뭘 할 때 재미있고 무언가 힘든 점은 없는지, 그래서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는지 등등 가족 간에 대화가 필요하다. 양육자의 힘으로 온전히 해결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경우, 가정 및 지역사회 전문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우리 가족의 건강과 성장을 돕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