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오늘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다. 작년 이맘때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하 임정기념관)이 개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벌써 1년이 지났다. 이번에 임정기념관 1주년 개관을 기념해서 4회에 걸쳐 토크콘서트를 개최한다는 소식이다.
지난 3월 말 열린 첫 번째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역사를 사진·책·영화를 활용한 토크콘서트로 만나는 자리였다.
첫 번째 공연은 ‘사진으로 보는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주제로 임정기념관(서울 서대문구) 1층 의정원 홀에서 열렸다. 임정기념관은 안산자락길에 있어서 인근에 봄꽃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건만,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임정기념관을 방문한 분들도 많았다. 그동안 학습했던 한국사 교과서에 나오지 않았던 내용이라고 하니 흥미로웠다.
총 3가지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었다. 첫 번째, 이준형 마술사가 등장해서 1919년 3.1운동에서 임시정부 수립까지의 역사를 보여주었다. 마술사의 설명과 퍼포먼스에 이어 홀로그램 영상이 재생되니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 만했다. 특히 홀로그램 영상은 실감미디어 영상으로 마치 역사 속 인물들이 되살아나서 우리 앞에서 대화하는 것 같았다. 무대에서 보여준 홀로그램 영상은 임정기념관 2층 상설1관 ‘군주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라는 주제로 전시된 공간에서도 다시 시청할 수 있다.
1919년 3월 1일, 전국적으로 울려 퍼진 3.1독립만세운동을 계기로 민족 지도자들은 독립운동을 효과적으로 이끌 임시정부가 필요하리라는 것을 인지했다. 그해 4월 11일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회의에서 임시헌장을 제정했다. 국호도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대한민국 원년임을 알렸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식민지 치하에서 자주독립을 갈망했던 우리 선조들의 염원이 모여서 탄생한 정부다. 당시 일제의 삼엄한 감시를 피해서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수립해야만 했다.
두 번째, 김동우 사진작가가 ‘뭉우리돌을 찾아서-사진으로 보는 국외 독립운동’을 주제로 발표했다. 뭉우리돌은 순우리말로 모난 데가 없이 둥글둥글하게 생긴 큼지막한 돌을 뜻한다. 김구 선생은 ‘평생 뭉우리돌 정신을 품고 살겠어’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김 작가가 다녀온 10개 국가의 현장에는 뭉우리돌처럼 우리의 저항정신과 독립운동을 품고 있었다. 그는 이번에 미국·멕시코·쿠바 등 독립운동 사적지와 독립운동가 후손을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는 한 장의 사진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김 작가는 우리 선조들이 중국, 미국 등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펼쳤음에도 국외 독립운동사를 사진으로 기록한 작가가 없어서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올해 미국 하와이 이민 120주년을 맞이했다. 1902년부터 5년까지 7300명가량 제물포에서 배를 타고 하와이로 이주했다. 그분들이 국내로 되돌아오지 못했고 미국 등지에서 남아 독립운동을 했다. 지금 하와이에 묻힌 독립운동가 중에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도 많다. 김 작가는 그런 분들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멕시코, 쿠바에서도 독립운동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고 한다.
김 작가는 해외 곳곳의 독립운동가 흔적이 남아 있는 현장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등장했던 실존 인물이자 미국 뉴욕 퀸스 마운트 올리벳 공동묘지에 안치되어 있던 독립운동가 황기환 선생의 묘 사진도 찍었다. 묘비에 ‘황기환 진요’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황기환 선생은 파리강화회의에서 김규식 선생과 함께 외교 활동을 펼쳤던 인물이다. 정부의 노력으로 지난 4월 10일 유해가 순국 100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마지막으로 박경목 서대문형무소역사관장이 ‘철창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독립의 꿈’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관장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던 임시정부 요인 사진을 보여주면서 독립운동가의 옥중 삶과 일제의 탄압상을 알려주었다. 박 관장은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 연구’라는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대문형무소에 갇힌 독립운동가 중 대한민국임시정부와 연관된 분들을 모아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중 우리가 알고 있는 안창호 선생도 있다. 조선총독부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들을 은밀히 감시했다. 안창호 선생의 사진을 입수해서 범죄자 카드에 붙이고 뿌려 그의 얼굴을 알리게 하였다. 안창호 선생은 1932년 4월에 체포되어 서대문형무소에 갇혔고 수감 생활 중 옥사했다. 수감된 후 안창호 선생의 사진을 보면 그분이 얼마나 심하게 옥고를 치렀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1945년 8월 15일 일제에 의해 해방된 이후에도 서대문형무소는 1987년까지 운영되었다. “독립운동가가 옥고를 치렀던 곳이 해방 이후 죄수들을 가두는 곳이 되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박 관장의 말이 있었다.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김동우 작가는 “사비를 들여서 해외의 독립운동가 흔적을 찾고 있습니다”라는 말에 참석자들의 우렁찬 박수를 받았다. 진작에 누군가는 당연히 해야 했던 일인데 감사하게도 김동우 작가가 그 작업을 하고 있다.
김희곤 임정기념관장은 “군주국가인 대한제국에서 국민이 주권을 가진 대한민국으로 넘어왔습니다. 그 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이 이 임정기념관입니다. 임정기념관은 국가 역사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려드리는 곳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토크콘서트가 끝난 뒤 군복 차림으로 참석한 장병에게 소감을 물었다. 그는 “이번 토크콘서트를 통해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또 사진을 보면서 해외 곳곳에 남아 있는 역사적인 현장을 알게 되었어요”라고 말한다.
초등학생 두 자녀와 함께 참석했던 김민준 씨는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아이들과 참석했어요. 그동안 책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우리의 역사를 사진과 기록으로 알게 되어서 유익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아주 힘들게 지켜온 우리나라가 지난 100년에 걸쳐서 서서히 완성되어온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더 아름답고 강한 나라로 만들어서 후세에 물러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초등학교 5학년 김태은 양은 “시작할 적에 마술사가 나와서 보여주는 홀로그램이 재미있었어요. 저는 아직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토크콘서트 내용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우리 조상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라고 말한다.
앞으로 3번의 토크콘서트가 더 남아 있다. 두 번째 토크콘서트는 4월 13일 ‘대한민국임시정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를 주제로 열린다. 세 번째 토크콘서트는 제77주년 광복절을 맞아 8월 10일에 열린다. 임시정부 요원 양우조(독립장, 1963), 최선화(애국장, 1991) 부부의 육아일기 책인 ‘제시 이야기’를 통해 본 삶과 독립운동을 살펴볼 예정이다. 올해의 마지막 토크콘서트는 제84회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11월 14일에 영화 속 순국선열의 활동과 의의를 살펴볼 예정이다. 첫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던 나로선 나머지 토크콘서트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주제라서 기대가 된다.
토크콘서트 참여 희망자는 네이버(https://naver.me/FNla6b0h)에서 사전 신청(선착순 100명)하면 된다. 선착순에 들지 않았다면 임정기념관 누리소통망(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실시간 참여할 수 있다.
토크콘서트가 끝난 뒤 상설전시관을 둘러보았다. 특히 1관에서 ‘군주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를 주제로 한 전시물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앞서 토크콘서트의 마지막에서 김희곤 관장이 당부했던 말을 상기해봤다.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바뀐 국호가 주는 의미가 단순히 글자 하나를 바꾼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민주공화국의 탄생이었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아래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독립문이 자리하고 있다. 모처럼 자녀들과 함께 독립문에 이어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을 둘러보면서 우리의 역사를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