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갈색 가방, 제비 마크. 집배원 아저씨가 가져다주실 친구의 편지를 기다리던 어린아이였던 저는 어느덧 제비 식구가 되어 우체국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빨간 오토바이와 택배 차량이 더 익숙하지만, 국민들에게 행복을 배달한다는 점은 세월이 흘러도 이어져 가겠지요.
여기에 ‘복지등기’ 서비스가 더해졌습니다. 이 사업은 지자체에서 위기 가구로 판단되는 가정에 복지 정보가 담긴 등기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실제 생활 실태 등을 확인하고, 이를 다시 지자체에 전달하여 위기 가구 발굴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2022년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며 혜택을 받았는데요.
그물처럼 얽혀있는 도시는 물론이고 구름이 발 아래 깔리는 높은 산중 마을부터 드넓은 바다에 꿋꿋이 서있는 작은 섬까지, 1개의 면에는 1개의 우체국이 있다는 것 아시나요?
저도 산골 마을의 작은 우체국에 근무하고 있는데요. 하루는 어르신께서 주신 우편물에 주소가 ‘OO군 OO1리 홍길동’이라고만 적혀있어 다시 여쭌 적이 있었습니다. “자세한 주소는 모르시나요?” 그러자 어르신이 씩~ 웃으시며 “처음 왔구먼. 매년 이렇게 보내. 다 요 앞이야. 걱정 말어~” 하시고는 쿨하게 댁으로 돌아가셨죠. 저는 당황했지만 집배실에 물으니 고개를 끄덕하시고 역시 쿨하게 배달을 완료하셨습니다.
물론 할아버지가 보내신 우편물은 인근 주민들에게 보내는 편지였기에 예외적으로 가능한 것이었고요, 정확한 배달을 위해 접수할 때부터 주소, 수취인, 연락처 등 배달에 필요한 정보와 포장 상태 등을 모두 꼼꼼히 확인합니다. 다만, 이 일화는 그만큼 집배원들이 집집 곳곳에 가는 덕에 누구보다 그곳 지리에 밝고 주민들과 친근하게 지내는 것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요? 바로 이런 점 덕분에 ‘복지등기’를 시작할 수 있었을 테지요.
저는 창구에 근무하기 때문에 댁까지 찾아갈 수는 없지만, 매월 25일쯤이 되면 기다리는 분들이 계십니다. 자녀에게 받은 용돈이며 각종 연금과 노인 일자리에서 받는 아르바이트 비용 등을 ‘찍어보기 위해’ 많은 분들이 방문하기 때문이지요.
통장정리기가 띠릭띠릭 되는 동안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기도 하고, 안부도 물으며 안색은 괜찮은지 살피기도 하고요. “이제 우체국에서 은행 통장 정리도 해드릴 수 있어요! 보내실 때 수수료도 안 들어요!(8개 은행 제휴 서비스)”라거나, “연금은 압류방지통장에 안전하게 수급받으실 수 있어요.(행복지킴이 통장) 체크카드도 만들 수 있고요”처럼 도움이 될 만한 정보도 열심히 안내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빨간 벽돌, 네모반듯하게 지어지던 우체국 건물들도 이제 지역의 특색과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용도로 점차 탈바꿈할 예정인데요. 제가 근무하는 곳도 그중 하나로 지정된 만큼 다음에는 새로운 우체국을 소개해 드리는 글도 보여드리고 싶네요. 그동안 우체국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채워질까요? 기쁘고 즐거운 일이 많으시길 바라며 저는 오늘도 부지런히 출근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