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종합지원센터’라는 기관이 있다는 사실은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몰랐던 일이다. 게다가 그곳 장난감 도서관을 이용하게 되리란 것 또한 생각지 못했다.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된다는 건 그런 일들의 연속이다. 센터의 장난감 도서관은 0세부터 7세까지 영유아가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두 살 때부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까지 무려 6년 가까이 회원으로 드나들었기에 자연스레 단골이 되었다.
예전에는 신청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해서 추첨제로 운영됐다. 1년 이용하고 나면 무조건 3개월을 쉬었다가 다시 신청해야 했다. 그랬던 곳인데 얼마 전에 다시 찾은 장난감 도서관의 기준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린이가 많지 않아 기다림 없이 바로 이용할 수 있게 변경됐단다.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저출산을 실감했달까. 지난 5년 동안 장난감 도서관 이용자로서 체험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장난감 도서관은 책 대신 장난감을 빌려주는 곳이다. 요즘은 어린이를 위한 도서와 부모를 위한 육아 서적도 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연령에 따라 코너가 나뉘어 있으며 카시트, 보드게임, 돌복 대여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이용 기간은 1년, 놀잇감 2점과 책 2권을 2주 동안 빌릴 수 있는데 이 또한 센터마다 조금씩 다르다. 연장 신청을 하면 최대 4주 동안 가지고 놀 수도 있다. 회원이 되면 1년 동안 이용료 1만 원을 내게 된다. 만 원의 행복으로 한 해 동안 갖가지 혜택을 접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 장난감’이라고 불리는 몇몇 놀잇감이 있다. 스스로 앉을 수 있을 때는 쏘서, 그 다음은 점퍼루, 보행기, 이런 순서대로 놀기 좋은 것이 있긴 한데 한 번에 사주기에는 비용 부담이 있다. 이럴 때 장난감 도서관을 이용하는 일이 크게 도움이 된다. 너무 잘 가지고 노는 건 따로 구입해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집의 경우, 가장 좋았던 건 카시트 대여 서비스였다. 아이가 잘 앉아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되었던 시기, 장난감 도서관에 있는 걸로 연습하고 난 뒤에 직접 매장에 가서 골라 보았다. 일정 기간 동안 카시트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면서 우리 아이의 성향이나 습관을 파악해 어떤 제품이 더 좋을지 도움을 받았다.
장난감 도서관은 기간에 맞춰 1년마다 재가입을 해야 됐기에 마지막으로 접수할 때 나이는 7세였다. 7세에 신청하면 그로부터 1년 뒤인 8세까지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7, 8세는 어린아이지만 당시에는 장난감을 계속 가지고 놀아도 될까 고민됐던 것도 사실이다.
직원에게 문의해 봤더니 “장난감은 초등학생이 가지고 놀기도 하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조금 큰 아이들은 설명서에 적힌 대로 노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좋은 효과도 있습니다”라는 우문현답을 해줬던 일이 생각난다.
내가 자랄 때만 해도 장난감은 나쁜 이미지가 더 컸다. 요즘으로 따져 보면 ‘핸드폰 게임’ 정도였달까. 연령에 맞는 놀잇감을 제공해 주면 두뇌 발달과 소근육 발달에 좋다는 건 이제 다들 아는 얘기다. 장난감 도서관도 시대에 맞춰 변화했다. 총 4번을 신청했는데 중간중간 대기했던 시간부터 마지막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회원 기간이 늘어나게 되면서 6년 가까이 이용했기에 그 변화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
미취학 아동이라면 누구나 신청해서 회원이 될 수 있다. 아이가 좀 컸다 하더라도 그에 맞는 장난감이 있다. 처음 이용할 때만 해도 연령이 낮을수록 가짓수가 많았지만 나중에는 5~7세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보드게임 종류도 많아졌다. 어른이 하기에도 재미난 놀이라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장난감이든 책이든, 어린이 성장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무조건 사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게다가 연령에 따라 그때그때 바꿔줘야 하는데… 때마다 구입하는 게 비용을 떠나 꼭 필요한가 생각해 볼 문제이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사줘도 아이가 흥미를 갖는 기간은 정해져 있다. 게다가 인생이란 가지고 싶은 걸 다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하고, 그럴 땐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아이와 함께 엄마도 배운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 어렸을 때 좋은 습관을 길러 주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생활 습관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새로 구입하기보다는 재사용하거나 빌려서 쓰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올해 10살이 된 아이를 살펴보면 아이 또한 마찬가지다. 시립도서관과 장난감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다른 이들과 함께 사용하는 일이 익숙하게 되었다.
집 근처에 있는 육아종합지원센터를 찾아보면 어떨까? 코로나19 이후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센터에서 구비하고 있는 장난감을 검색해 볼 수도 있다. 이용 방법은 어떤지, 어떤 종류의 놀잇감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면 좋겠다. 장난감 도서관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함께 살아가는 방법도 배울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