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비헹분섞’이 무슨 뜻인지 알아요?” “티셔츠 한 벌을 만들기 위해 페트병 몇 개가 필요한지도 알아요?”
방과 후 독후활동을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아이는 내게 이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이날 탄소중립과 관련한 독후활동을 통해 아이는 티셔츠 한 벌을 위해 500㎖ 페트병 12병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심코 버려지는 투명 페트병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분리배출에 동참해 탄소중립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의 힘이란 이런 걸까. 이날부터 아이는 생수 등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에 적극 동참하기 시작했다. 처음 들어보는 ‘비헹분섞’ 뜻도 알려줬다. 비헹분섞은 ‘비우고, 헹구고 라벨 등을 분리해 섞이지 않게’ 배출하라는 앞 글자를 딴 말이었다. 올바른 분리배출을 위해 잘 버리면 자원이지만 잘못 버리면 쓰레기가 된다고도 설명해줬다.
먼저 투명 페트병 안에 든 내용물을 깨끗이 비운 후 라벨을 떼고, 발로 밟아 최대한 압축한 후 뚜껑을 닫아 배출 바구니에 야무지게 넣었다. 아이도 알고 우리 가족 모두가 실천하고 있는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제도는 2020년 12월부터 시행됐다.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제도는 이물질 함량이 낮아 고품질로 재활용이 가능한 원료인 투명 페트병을 별도의 전용 분리수거함에 배출하는 것을 말한다.
전국 아파트와 공동주택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모든 주택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이를 어기면 최대 3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되는데, 2022년 12월 25일까지 계도기간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계도기간에 끝남에 따라 새해부터는 제대로 분리배출을 하지 않는다면 과태료를 물 수 있다.
며칠 전,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경비아저씨들이 과태료를 물게 생겼다며 투명 페트병을 일일이 분리하고 있었다.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는 기사님도 아직도 원룸이나 단독주택에서는 혼합 배출이 많아 골칫거리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가 시행된 지 2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제대로 분리수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에 속상한 마음도 들었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가 환경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재활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게 된다면 실천하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을까. 그래서 분리배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해보려고 한다.
나는 몇 년 전 탄소중립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투명 페트병으로 만든 스카프를 보고 참신한 아이디어에 한동안 신기함을 감출 수 없었다. 티셔츠 한 벌을 위해 500㎖ 페트병 12병이 필요하며, 긴 소매 기능성 재킷은 32병의 페트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때부터 페트병을 재활용한 티셔츠를 구매하는 계기가 됐다. 전 세계로 뻗어가는 환경사랑에 작지만 동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분리배출이 중요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간 7.8톤의 폐페트병과 재생원료를 수입하고 있다고 하는데, 분리배출만 잘 이루어진다면 10만 톤 정도의 국내 재활용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지속적으로 재활용을 위한 분리배출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1인당 연간 이산화탄소 감축량이 88㎏으로 연간 9.6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재생원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주의할 점도 있다. 바로 유색과 투명 페트병(생수병, 콜라, 사이다, 쥬스 등의 음료수병)을 잘 분리해 배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페트병 겉면 상표 등의 비닐 라벨은 깨끗이 떼어내서 비닐류로 분리배출하고 페트병은 최대한 압축해서 뚜껑을 닫은 후 폐페트병 전용 수거함에 분리배출한다. 페트병 뚜껑과 병 입구에 남아있는 링은 따로 제거하지 않아도 파쇄 후 선별 과정에서 자동으로 분리가 된다고 한다.
오늘도 아이와 분리배출을 하고 돌아서는 길에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새해를 맞아 지구를 위한 첫 번째 비움으로 올바른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