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주민센터에 가야 뗄 수 있었던 여러가지 서류를 무인민원발급기에서도 손쉽게 발급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편한 장치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은 아니었다. 나이듦은 얼굴뿐만 아니라 손끝 또한 피해갈 수 없나 보다. 언제부턴가 지문이 인식되지 않는다면서 본인 확인 오류가 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예전에는 쓸 일이 없어서 미처 몰랐던 일이기도 하다.
아이가 자라면서 병원이나 기관에 서류를 제출할 곳이 생기는데 발급기 앞에만 서면 걱정이 됐다. 수십 번이나 오류가 나서 내 뒤로 서는 줄이 길어지기 때문. 결국 주민센터에 직접 가서 직원에게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었다. 그러기를 몇 년 째… 이번에도 역시 등본을 뗄 일이 있어 주민센터에 갔다가 새로운 정보를 발견하게 되었다. 신분증을 반납하면서 지문을 재등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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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발급기에서 지문 인식 오류가 난다면?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무료로 재발급받을 수 있다. |
대한민국 국민임을 공증하는 증명서, 주민등록증은 주로 학생 때 만들게 된다. 학창시절 추억을 되살려 보면 고등학교에 입학함과 동시에 열일곱 살 생일이 되기만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9월생이라 기다림은 또래 친구들보다 길었고, 이윽고 네모난 확인증을 받았을 땐 한순간 어른이라도 된 것처럼 들떴던 기분이 선명하다. 물론 대학에 간 뒤에야 제대로 쓸 일이 생기긴 했지만.
신분증을 분실하진 않았지만 사회초년생이 되자마자, 또 한 번 마음의 변화가 피어났달까. 사진을 바꿔 새로 발급받았던 기억도 난다. 학생 티를 벗어내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스물여섯에 다시 만든 신분증에는 신입사원의 얼굴이 들어있다. 그후로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흘러 지나가버렸다. 어느새 빛이 바랜 사진처럼 지문도 옅어졌다. 정확한 신분 확인을 위하여 바꿔도 될만한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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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신분증을 반납하고 간단한 서류를 작성했다. |
지문 재등록은 거주지에 관계 없이 가까운 주민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6개월 이내에 찍은 사진 한 장만 있으면 되는데 여권 사진도 가능하다. 규격은 가로 3.5cm X 세로 4.5cm, 정면의 모습이며 귀와 눈썹이 보이는 상반신 사진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대리 신청은 불가! 본인이 직접 가야 한다. 지문을 다시 등록해야 하니 말이다.
처음 알게 된 날은 사진이 없어 신청할 수가 없었다. 집에 있던 여권 사진으로 한 번 더 주민센터를 찾았다. 전국 어느 곳이든 가능하기에 집, 학교, 직장 등 3주 뒤에 찾으러 오기 쉬운 장소를 선택하면 된다. 먼저 가지고 있던 신분증을 제출하고 재발급 신청서를 작성했다. 이름, 전화번호, 주소만 적으면 된다. 재발급 사유는 ‘지문 재등록’에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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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지문을 재등록하기만 하면 신청 끝!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
다음 차례는 지문을 다시 찍는 일!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검은 인주를 골고루 발라 오른쪽부터 왼쪽까지 확실하게 눌러 찍었다. 혹시 몰라 두 번을 채취한다고 했다. 뭘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손가락 무늬가 조금 다른 듯하다. 중간중간 줄이 많이 간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기존에 있던 지문과 비교해 보니 두 사람이라고 해도 될만큼 달랐다. 그동안 기계가 인식하지 못한 까닭을 이해할 수 있었다.
주민등록증을 다시 발급받는데 드는 비용은 5000원이다. 무료로 가능한 대상자는 ▲ 사진이나 글씨가 마모된 경우 ▲ 2006년 이전 발급자 ▲ 사고로 인한 외과적 수술을 한 경우인데 여기에 ▲ 지문 마모 및 변형으로 인한 지문 재등록이 추가된 것이다. 가지고 있던 신분증은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 반납하지 않는 경우, 재발급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새로운 신분증을 받기 전까지 임시 신분증을 발급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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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24 홈페이지 또는 앱에서도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다. |
‘정부24’ 홈페이지에 사진을 등록하면 온라인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다. 메뉴 버튼이 많아 헷갈릴 수 있는데 검색창에 ‘주민등록증 재발급’을 검색하면 바로 가기가 된다. 재발급 사유는 ‘지문 재등록’을 클릭해야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신청은 비대면으로 가능하지만 찾을 때 지문을 등록하기 때문에 직접 가야만 한다. 사전에 방문하는 기관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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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지문 인식 오류가 날 일은 없을 테니 언제 어디서든 문제 없겠다. |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무인발급기는 편리하긴 했지만 지문 인식 실패라는 문제가 있기도 했다. 그동안 돈을 내고 신분증을 재발급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무료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5분 여의 시간을 들여 지문을 다시 등록했다. 드디어 내년에는 새로운 주민등록증을 받게 되어 후련한 마음이 들었달까. 신분증을 반납하려니 어쩐지 서운한 마음이 들어 사진을 찍어두었다. 빛바랜 사진은 이제 추억 속으로 보내고 확실한 신분증으로 편의를 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