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암 환자의 아내다. 정확히 말하면 암 환자의 아내가 된 지 햇수로 5년째 되었다. 36살, 남들은 한창 일하며 경력을 쌓는 나이에 내 남편은 암 환자가 되었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견디고 이제 완치 판정까지 1년을 앞둔 시점이었다. 정기적으로 추적 검사를 하고 이상 없다는 결과를 듣는 게 익숙해질 즈음에 외면하고 싶었던 재발 판정을 받았다. 암 판정 당시 3기였던 병기는 4년 뒤 4기가 되었다.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암 생존율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알약 하나만 먹고 병이 나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치료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환자를 힘들게 하는 건 경제적인 부담이다. 흔히 암은 돈과의 싸움이라고 하지 않던가? 암 환자를 대상으로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을 묻는 설문에서 ‘경제적인 부담’이 늘 상위에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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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판정을 받은 후 정기적으로 병원 검진을 받는 일은 일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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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건, 지난 치료 기간 동안 중증질환 산정특례를 신청해 병원비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증질환 산정특례란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에 관한 기준’에 의거 중증질환에 대하여 환자가 부담하는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낮춰 주는 제도로 산정특례제도에 등록되면 등록일로부터 해당 질병 치료에 대한 의료비 총 내역의 5%만 부담하게 된다. 덕분에 병원비에 대한 부담이 확 줄었고 온전히 치료에 전념할 수 있었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 질병에는 암, 희귀질환, 중증난치질환,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결핵, 중증화상, 중증외상, 중증치매가 해당하는데, 암의 경우 한번 신청으로 5년 동안 산정특례제도를 지원받을 수 있다. 5년이 길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 암을 경험해 보니 치료와 회복을 반복하느라 그 시간이 절대 길지만은 않았다. 암은 5년 동안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완치 판정을 받게 되는데, 산정특례 혜택도 함께 종료된다. 만약 기간 내 완치가 되지 않았거나 질환이 재발하였다면 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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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장애연금 수급요건 안내.(출처=국민연금) |
문제는 재발 판정을 받고 난 뒤였다. 이미 직장은 관둔 지 꽤 되었던 남편은 단순히 일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항암 부작용으로 한 달에 2주는 누워만 지냈다. 이때 생각난 것이 바로 국민연금 장애연금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 4대 보험을 내게 된다. 여기에는 국민연금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데, 흔히 나이가 들어 받게 되는 노령연금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국민연금에는 가입자가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얻었을 때 지급하는 ‘장애연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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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기록지를 발급받을 때 초진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 |
국민연금에서 제공하는 장애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나 가입자였던 이가 치료 후에도 장애가 남았을 때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장애 상태(1급~4급)에 따라 지급되는 연금을 말한다. 신청한다고 모두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초진일 요건과 국민연금보험료 납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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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연금 신청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 양이 상당하다. |
국민연금 장애 심사를 위한 필수구비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 서류 양이 상당하다. 필수서류에는 국민연금 장애심사용 진단서 1부, 국민연금 장애유형별 소견서 1부,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서, 초진일 및 장애결정기준일의 진료기록지, 검사자료 등이 있다.
장애 정도 심사에 대하여 궁금한 사항은 보건복지상담센터(국번없이 129) 또는 국민연금공단 콜센터(국번없이 1355)로 문의하면 자세히 안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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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장애연금 신청 후 2달 만에 지급 안내 문자를 받았다. |
신청자가 많아 길게는 4개월도 걸릴 수 있다고 했는데, 신청한 지 2개월만에 국민연금이 지급된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후 매달 일정 금액이 입금되고 있다. 매달 월급에서 국민연금이 빠져나갈 때 묵히는 돈이라는 생각에 솔직히 좀 아깝다는 생각도 했었다.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고 했던가? 그때 그렇게 부지런히 낸 덕분에 지금 이렇게 장애연금으로 돌려 받는 것이다.
국민연금 장애연금은 중증질환 산정특례와 달리 1년 단위로 재심사를 통해 지급한다. 첫 장애연금이 들어왔을 때, 남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1년 뒤 이 돈을 받지 않아도 좋으니 꼭 완치됐으면 좋겠다고. 정부 지원 정책 덕분에 암이 두렵게만 느껴지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