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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은 불편한 일이 아니라 행복한 경험, 사회 인식부터 바꿔야”

[아이가 행복입니다] 전종관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2024.07.19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K-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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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관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을 믿는다. 사진 C영상미디어
전종관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을 믿는다. 사진 C영상미디어

전종관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정부가 6월 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저출생 문제 해결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민이 필요한 때, 저출생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다양한 현장과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다둥이 전문 산부인과 의사’. 전종관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소개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전 교수는 서울대병원 산부인과에서 20년 넘는 기간에 1만 명 이상 다둥이를 탄생시켰다. 1만 명 다둥이 중에는 네쌍둥이 열두쌍, 다섯쌍둥이 한 쌍도 포함돼 있다. 다둥이가 아닌 아이들까지 포함하면 전 교수는 지금까지 2만 5000여 명의 아이를 받았다.

서울대병원에서 명예퇴임한 후에도 전 교수는 여전히 임산부를 만나고 있다. 3월부터 이대목동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다둥이 임신부의 분만을 돕고 있다. 단태아보다 더 어렵고 위험한 다둥이 분만을 전문으로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 교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대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둥이 임신은 늘어나는데 자연분만을 권유하는 의사는 거의 없었다”며 “의학적인 이유가 없으면 자연분만을 하다 보니 자연분만을 하고 싶은 산모들이 멀리서도 찾아오면서 분만 건수가 늘어난 것 같다”고 대답했다.

요즘에도 전 교수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분만실을 들락거린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에서 아이 낳는 사람들을 매일 만나는 전 교수는 저출생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임신과 출산이 행복한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전 교수에게 저출생 문제의 해법을 들어봤다.

저출생 기조가 만연해진 이유가 무엇일까?

매우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한몫하고 있다고 본다.

어떤 인식인가?

우리는 임신과 출산을 매우 불편하게 생각한다.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과정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불편한 과정은 아니다. 한 예로 ‘임신부는 왼쪽으로 누워 자야 한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는 사람들이 꽤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이유가 심장이 있는 위치와 관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전혀 의학적인 근거가 없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임신부는 약을 먹어서는 안된다’는 말도 일정 부분 맞는 이야기지만 임신부가 먹을 수 있는 약도 충분히 있다. 임신부는 무조건 모든 것에 주의해야 한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그런 인식이 임신과 출산을 꺼리는 분위기로 이어진다는 말인가?

그렇다. 임신과 출산이 스트레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내가 만난 산모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삼둥이 엄마가 46세였다. 35주를 채워 세 명을 자연분만했는데 분만할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다가 건강한 아이를 낳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봤더니 이 산모는 임신 초기부터 30주 차까지 일주일에 몇 번씩 수영을 했다고 한다.

보통 임신 중 과도한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괜찮다. 임신부도 충분히 자유롭게 활동해도 된다. 임신·출산에 대한 인식과 관련해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태교는 임신 중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태교를 한다고 뱃속 아이에게 말을 건네는 태담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태아는 그걸 듣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리는 듣지만 그게 소음인지, 언어인지, 노래인지 구분할 수 없다. 자궁 안은 굉장히 조용하다. 시끄럽지 않다. 거기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는 엄마가 말하는 소리인데 이건 진동처럼 ‘웅웅’ 하고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배에 대고 얘기를 해도 ‘웅웅’ 소리 이상으로 전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태교를 해야 한다고 할까?

각자의 목적, 예를 들어 상업적인 목적 등 때문에 퍼지기 시작한 믿음이 임신부들의 자유를 제한하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불편함들이 임신과 출산을 즐겁고 행복한 시기, 하고 싶은 경험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문제는 그러면서 엄마의 책임을 강조한다. 아이가 건강하지 않으면 ‘엄마가 임신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렇다’는 식으로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임신·출산이 조심스럽고 어려워지고 안 그래도 힘든 과정이 더 힘들게 된다. 이건 모두를 위해 좋지 않은 일이다.

또 바꿔야 할 인식이 있나?

엄마는 단지 캐리어(운반도구)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말이 있다. 엄마가 아이에게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는 거다. 굳이 말하자면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낳아준 엄마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쉬운 임신은 없다. 어려운 과정을 감내하는 임신부들에 대한 존경이 필요하다. 엄마가 뭘 못해줘서 미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모유수유, 못해도 된다. 태교, 못해도 된다. 생명을 줬는데 모유수유 못해준들 어떤가. 임신과 출산·양육에 대한 부담을 조금만 덜자.

태아만큼 임산부도 편안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말이 많은 산모에게 힘이 될 것 같다.

나를 찾아오는 이유 중 하나가 평소에 내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다둥이라도 별일 없다면 자연분만을 하는데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종종 자연분만을 하면 아이가 더 건강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런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다. 산모에게 덜 위험하기 때문에 자연분만을 한다.

제왕절개는 엄마 몸에 좋지 않다. 인체는 자연분만을 하도록 만들어졌는데 제왕절개는 피부뿐 아니라 복강, 자궁을 째고 분만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당연히 합병증의 위험이 크다. 아이보다 엄마 입장에서 자연분만이 덜 위험하고 합병증 위험이 적기 때문에 권하는 것이다.

분만이 힘들지 않나?

한 번도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 생명의 탄생을 도울 수 있는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의 바로 앞에 서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사실 산과를 선택할 때는 이렇게 좋은 과목인지 몰랐다. 점점 아이를 받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깨닫게 됐다. 개인적인 취미도 없다. 레저활동을 하는 것보다 아이를 받는 게 더 의미 있는 일 같다.

2만 명 넘는 아이를 받으면서 다둥이를 상징하는 의사가 됐다.

그동안 ‘의사는 진료를 하면 되지 사회적 발언을 할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산부인과 의사가 의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정확한 이야기를 해줘야겠더라. ‘엄마는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이다. 임신·출산에 대한 불편한 인식이 퍼진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임신·출산 과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한다면 인식이 바뀌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저출생 기조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미래는 알 수 없다. 난 그저 의학적인 이야기를 하고 아이를 받는 일에 몰두할 뿐이다. 다만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내 일이 아니다’라고 물러서 있지 말고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도 한때 ‘의사는 정책을 모르니까’라는 이유로 물러서 있었던 것처럼 많은 사람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저출생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 그러나 임신부를 편안하게 해주고 임산부에게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노력들이 모여서 저출생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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