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이를 키우는 2040세대의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의 의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만혼 추세를 고려해 45세 이상 여성에게도 난임 시술을 지원하고 출생신고 시 혼외자를 구별하지 않는 등 비혼 출산에 대한 차별적 제도를 고치기로 했다.
아울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의 실효성을 높이고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을 20%로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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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로드맵은 2040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남녀 평등한 일터와 가정이 당연한 사회가 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인구변화에 맞게 사회시스템을 개혁하는 등 고령사회로의 이행에 적극 대비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정부는 출산 장려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가능사회’를 비전으로 하는 로드맵은 3대 분야, 12대 과제로 구성돼 있다.
삶의 질 향상과 성평등 구현, 인구변화 대비를 위한 주요 과제는 1단계(2020년까지)와 2단계(2025년까지)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영유아 의료비 제로화…다자녀 기준 변경 ‘2자녀부터’로
높은 출산·양육비 부담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결정을 하는데 주요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1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를 사실상 0원으로 만드는 데 이어 2025년까지 취학 전 모든 아동에게 같은 혜택을 줄 계획이다.
향후에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더 강화하고 지자체 예산 활용을 연계 검토해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에 대한 ‘의료비 제로화’를 추진한다.
조산아와 미숙아, 중증질환에 걸린 아동의 의료비도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의료비 본인부담률을 10%에서 5%로 줄이고 재택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만혼 추세를 고려해 난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난임시술비 본인부담률(현행 30%)을 인하하고 건강보험 적용연령(만 45세 미만)도 높인다.
아동수당도 확대한다. 현재는 상위 10% 고소득층 자녀를 제외하고 지급 중이다. 정부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아동수당의 적정한 수준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자녀의 기준을 3자녀 이상에서 ‘2자녀부터’로 변경하고 자녀 수에 따라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 산입하는 ‘출산크레딧’을 둘째아에서 첫째아부터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육아휴직급여 인상…남성휴직자 비율 20% 목표
내년 하반기부터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은 현행 유급 3일에서 10일로 확대된다. 육아·학업·훈련 등 생애주기별 여건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을 도입한다.
연차휴가 사용 활성화, 정시퇴근 문화 확산, 퇴근 후 업무연락 자제 등 근로자가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는 문화를 확산해 일·생활 균형 확립에도 나선다.
육아휴직 제도를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로 정착시키기 위해 육아휴직 초기에 휴직급여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계단식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육아휴직 기간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방안은 내년에 시행된다. 월 보험료는 직장가입자 최저수준인 9000원이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을 2017년 13%에서 2022년에는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조기에 확충해 공보육 이용아동 40% 목표 달성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1년 단축한다.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 사업장도 확대해 앞으로는 500세대 이상 아파트를 건설하면 국공립 보육시설을 반드시 지어야 하고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도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가정 내 돌봄 지원도 확대된다. 2022년까지 아이돌봄서비스 이용 가구를 현재의 2배 수준인 18만 가구로 늘리고 아이돌봄종사자 국가자격제도를 도입해 서비스 질을 높인다.
비혼 출산·양육에 차별을 야기하는 불합리한 법은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 국회에는 친부 등이 자녀를 인지하더라도 종전 성(姓)사용, 주민등록 등·초본의 ‘계모, 계부, 배우자의 자녀’ 등 표기 개선, 혼중·혼외자 구별 폐지 등의 원칙을 담은 법률이 발의돼 있다.
장기적으로는 출생 여부가 누락되는 아동이 없도록 의료기관 등에서 출생 사실을 통보해주는 ‘출생통보(등록)제’와 함께 실명 출생신고가 어려운 경우 익명신고를 허용하는 ‘보호출산제’ 도입도 추진한다.
2040세대의 안정적인 삶의 기반(일·주거·교육) 조성
정부는 청년 채용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일자리를 확충하는 동시에 한국형 실업부조를 도입해 청년의 고용안전망을 강화한다.
직장 내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남녀 임금현황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대상기업을 확대하고 여성임원 목표제를 도입한다. 고용평등 전담조직도 마련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육아휴직 후 복귀하면 인건비 세액공제(1년간 중소기업 10%, 중견기업 5%) 혜택을 줄 예정이다.
정부는 집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주거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돌봄 공간을 갖춘 신혼부부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이 수월하도록 저렴한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한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38만 쌍의 신혼부부가 양질의 공공보육서비스가 제공되는 공공주택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연금 30만원으로 인상…신중년 적합직무 지정
고령사회 대책은 다층적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내실화하고 신중년의 새로운 출발을 지원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마련됐다.
국민연금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퇴세대의 소득 공백과 빈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현재 25만원인 기초연금은 2021년까지 30만원으로 인상된다.
퇴직연금 중도인출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중도해지 사유를 엄격하게 규정해서 되도록 연금을 수령하도록 유도한다.
신중년이 연금수급연령까지 일할 수 있도록 정부는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고용 연장 조치를 마련하도록 법제화한다.
또 신중년 적합직무를 지정하고 해당 직무에 신중년을 채용하는 사업주에게는 고용장려금(우선지원대상기업 80만원, 중견기업 4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내년에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를 신설하고 귀농·귀어지원을 강화 하는 등 퇴직 후 일자리 기회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일자리 외 재무·건강·여가 등 노후준비 서비스를 종합 제공하는 ‘(가칭) 신중년 새출발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고 제공기관을 기존 국민연금공단에서 지자체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출산율이 2.0을 넘는 시기에 4인 가구를 기준으로 마련된 각종 사회시스템을 인구구조 변화에 맞게 재편할 계획이다.
국토·도시계획, 노동, 교육, 군 인력, 보건의료 영역에서 필요한 연구를 진행하고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년) 수립 시 공간 전략을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문의: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02-2100-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