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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본부장 |
태양광 기술에 대한 기대는 태양에너지가 가지는 무한한 잠재력에서 시작한다. 지구가 1분 동안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양은 전 세계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게다가 태양에너지는 비용이 들지 않으며 공급이 안정적이다. 태양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폐기물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무엇보다도 태양광기술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을 바로 전기로 바꿔 사용가능하므로 편리하다. 그렇다면 너무 흔해서 중요한지 모르는 태양빛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전기로 만들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반도체’에서 찾을 수 있다.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 상황에 따라 전기가 통하는 ‘반도체’, 이러한 말들은 과학교과서에서나 접하는 생소한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센서 등 반도체가 우리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보면 우리와 떼려야 땔 수 없는 용어이기도 하다.
그 반도체의 원리가 태양광기술에도 적용된다. 반도체 재료에 빛을 쬐어주면 재료 내 전자가 만들어 진다. 보통 만들어진 전자는 매우 빠른 속도로 다시 소멸되는데 서로 다른 전기적 성질의 반도체를 붙이면 내부에 전기장이 만들어져서 전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그냥 태양광만 비춰 주면 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태양광으로부터 생산된 전기에너지는 직류형태이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전제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교류형태로 바꿔주거나, 낮에 변환한 전기에너지를 햇빛 없는 밤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축전지에 저장하여 사용하게 된다.
무한정의 태양에너지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설치비용이 높으면 실생활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태양광 기술 초기에는 기존 발전방식 대비 수백 배나 비용이 높았고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10~20배 정도 비싼 에너지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 그로인한 산업 성장에 힘입어 경제성이 개선되고 있다.
가격이 낮아지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생산량의 증가다. 2000년대 중반이후 독일을 포함한 EU 국가들과 일본을 중심으로 보급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내려가게 됐다. 대량으로 상품을 만들면 단가가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두 번째는 변환효율의 증가다. 태양광으로 얼마나 많은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변환효율이 높아지면 같은 비용이 들더라도 더 많은 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비용이 낮아진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14~16% 대의 효율을 가진 태양광 모듈이 주종이었다면 이제는 18%가 넘는 모듈이 대세며 20% 이상의 효율을 갖는 상품도 다수 출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태양광 산업의 전 가치사슬에서 시장 주도를 위한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가격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4월 불룸버그에서 발표한 세계 태양광 가격 동향을 보면, 2016년 2분기 kWh당 116원에서 2017년 99원으로 15%나 하락했었다. 아랍에미레이트와 같이 일사량이 좋은 국가에 건설되는 발전소의 경우 kWh당 30원대까지 가격이 하락해 원자력 발전 단가보다는 낮은 수준이 됐다. 태양광 발전 단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 기술의 진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 높은 태양광 변환효율을 얻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과 경쟁이 진행 중이다. 전문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2027년까지 현재대비 1.2배 이상의 효율 증가가 예상되므로, 25% 이상의 태양광 모듈의 출현도 시간문제라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나머지 75%를 위한 혁신 기술들도 연구되고 있다.
변환효율이 올라가면 설치면적도 줄어들게 된다. 현재는 태양광 1GW를 설치하는데 10 km2의 면적이 필요하다. 모듈 효율이 25%까지 올라가면 7.2km2로 줄어들게 된다. ‘재생에너지 3020’의 태양광 보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30GW 정도의 신규 설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모듈 효율 증가에 따라 설치면적이 크게 감소된다.
발전단가도 모듈의 변환효율 증가, 부품 제조단가 감소, 내구성 향상 등으로 인해 점차적으로 감소해 2025년까지 현재대비 30%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2030년에는 발전단가가 평균적으로 kWh당 70원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된다. 그 어떤 발전원보다도 저렴한 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특정지역에서 대규모의 전기를 만들어내는 기존의 발전 방식과는 달리 태양광은 빛이 있는 어디서나 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응용영역도 다양하게 확대될 수 있다. 넓은 땅에 설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농사를 지으면서도 발전할 수 있고 물위에도 설치 할 수 있다. 도로변과 도로 위에도 가능하다.
그리고 지금 주변에서 사용되는 태양광 모듈보다 훨씬 더 가볍고 다양한 모양과 색깔을 가진 모듈이 개발되고 있다. 최근 보도된 미국 테슬라사의 ‘Solar Roof(태양광 지붕)’는 진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투명하거나 접을 수 있는 태양광 모듈도 제조 가능하다. 이런 기술을 활용하면 건물의 옥상은 물론이고 창호, 외벽에까지 적용이 가능하다. 자동차, 비행기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빛이 있는 모든 곳에서 예쁘고 가벼운 태양광 모듈로 전기를 만들고 이를 무선전력전송, 배터리 기술 등을 이용해 모으고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오게 된다.
태양광의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아무리 좋은 태양광이라 하더라도 밤에는 전기를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연료비가 없고, 무한정이며, 경제성이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차세대 태양광 기술과 ICT의 결합으로 만들어질 새로운 에너지 공급 패러다임은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우리뿐만 아니라 후대들이 사용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확보를 위해 우리가 선택해야할 길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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