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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새 옷 입은 우리 동네 골목길

2017.01.13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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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질 한 번으로 동네가 달라졌다. 담벼락이 캔버스가 됐고, 주민들은 화가가 됐다. 건물 외벽 곳곳이 알록달록해졌고, 어두운 골목에 생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문화 소외지역이 문화 관광지가 됐다. 살맛 나는 동네가 됐다. 공공미술의 힘이다.

‘공공미술’은 영국의 존 윌렛이 1976년 <도시 속의 미술>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 전문가들이 대중의 미술 의식을 대변한다는 것에 물음표를 달고, 일반인들의 정서를 함께 공유하고 개입시킬 수 있는 개념으로 ‘공공미술’이라는 용어를 정의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들어 도시 기획 차원의 공공미술이 활성화됐다. 시작은 벽화였다. 골목길 담벼락을 캔버스로 바꾼 벽화마을은 2006년 소외지역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미술사업 ‘아트인시티(Art in city)’ 프로젝트가 시행된 이래 국내에 약 1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종로 상도동 문래동… 서울의 대표 달동네, 길거리 미술관으로 

서울 혜화역과 동대문역 사이에 있는 이화동. 2000년대 초반만 해도 1970년대 서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었다. 요컨대 대표적인 달동네였다. 그러다 2006년 이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는데, 정부와 예술인들이 함께 ‘낙산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부터다. 소외지역 주민들과 미술을 공유하면서 마을 분위기를 바꾸려는 목적으로 추진된 사업으로, 기존의 낙후된 마을 이미지를 독특하고 정겨움이 담긴 골목길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동네의 기존 모습을 지키면서 지역의 예술인과 대학생들이 마을의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도시재생의 우수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이태원 경리단길 주변에도 손님들의 눈길을 끌 목적으로 외벽을 벽화로 채우는 가게까지 늘어나고 있다. 서울에는 이외에도 상도동 밤골마을, 문래동 예술촌, 성내동 강풀만화거리, 행운동 고백길 등 약 20곳의 벽화마을이 있다. 제각각 톡톡 튀는 이름과 주제로 꾸준하게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문래동 예술촌. (사진=조선DB)
문래동 예술촌. (사진=조선DB)

부산 감천문화마을 피란민 살던 낙후지역, 한국의 맞추픽추로  

부산 사하구 감천2동에 있는 감천문화마을 또한 한때 달동네였다.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이남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이 산 중턱에 둥지를 틀면서 생긴 동네다. 산비탈에 노후 주택이 밀집해 있어 부산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이었다.

그러던 마을이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세 차례의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비롯해 주민, 예술가, 행정이 폐·공가를 예술창작 공간으로 바꾼 ‘미로미로 골목길 프로젝트’, 세계적 건축가들이 참가한 ‘감내풍경 프로젝트’ 등이 이어져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간다. CNN에서는 ‘아시아에서 가장 예술적인 마을’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의 마추픽추’라는 별칭도 얻었다.

감천문화마을. (사진=조선DB)
감천문화마을. (사진=조선DB)

수원 행궁동 벽화골목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바뀐 골목  

마치 나뭇가지처럼 뻗어 있는 골목이다. 수원천변을 걷다가 화서문로로 들어서면 행궁동 벽화골목이 나온다.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은 1970~1980년대 가옥과 골목길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작은 마당과 슬레이트나 기와지붕을 가진 1층짜리 주택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그 전에는 회색빛 마을이었는데,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알록달록한 색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실제로 이 골목은 공공기관의 후원이 아니라 마을 안에서 자발적으로 골목을 꾸며서 특별하다. 주민들은 작가와 집 담벼락에 그릴 그림을 상의하기도 하고 직접 붓을 들고 벽화에 칠을 하기도 하면서 마을을 꾸며나갔다.

수원 행궁동. (사진=조선DB)
수원 행궁동. (사진=조선DB)

안동 신세동 벽화마을, 노인만 남은 휑한 마을이 벽화마을로 변신 

젊은이들이 대부분 도시로 떠나고 어르신이 대부분이던 달동네였다. 경사까지 심한 꼬부랑길이어서 택시까지 운행을 꺼릴 정도였다. 이런 신세동 성진골이 2014년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

도심재생을 위해 ‘마을공동체’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안동시는 시내 구도심 활성화 대책을 위해 성진골에 공동 텃밭을 만들어 주민들이 직접 경작하게 했다. 이후 텃밭은 주민들의 소통 공간으로 변신했다. 이런 행정 지원과 함께 벽화마을을 바꿔보고자 하는 지역의 젊은 청년들이 유입되며 벽화마을은 변화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덕분에 달동네의 낡은 회색빛 담벼락은 캔버스로 변신했고, 300여m 골목길을 따라 마을 전체가 거리 미술관으로 변했다. 마을 입구부터 할머니와 아이들의 대형 초상화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주말과 휴일에는 100여 명이 넘는 나들이객들이 찾아올 정도다.

안양 숨은 벽화길 지리적으로 외진 곳, 새로운 명소로 

안양시에도 숨은 벽화길이 있다. 박달로를 차로 달리다 보면 호현삼거리가 나오기 전 공장단지 왼쪽으로 자그마한 길이 나 있다. 그 길을 따라 다시 1분 정도 구불구불 올라가면 박달 2동 끝자락에 주민 200여 명 남짓 사는 호현마을이 나온다. 마을에 들어서면 마치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이 든다. 나이 지긋한 중년들에게는 추억을, 젊은이들에게는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 골목길 곳곳에 들어찬 집들의 색 바랜 낡은 대문과 오래된 담장, 창문이 파스텔 톤 컬러로 새 단장됐다. 아기자기한 벽화와 대비되는 녹슨 철대문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광명시와 경계지역에 위치한 이곳은 외진 곳인 데다 노인층 비율이 높아 환경은 점점 열악해지는 실정이었다. 생활환경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마을을 대상으로 진행된 ‘생활환경 복지마을 조성사업’은 호현마을을 새로운 명소로 만들었다. 호현마을 동동길 프로젝트는 지난 2014년 경기도 생활환경 복지마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안양시와 호현마을 주민협의회, 공공미술 프리즘이 힘을 모았다.

대구 방천시장, 우범지대에서 추억 부르는 길로  

대구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인 신천(新川)의 방천 안쪽에 형성된 방천시장. 한때 서문시장, 칠성시장과 함께 대구 3대 시장의 하나로, 점포수가 10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번성했지만, 1970년대 산업화로 하루가 다르게 쇠락해가면서 옹벽 옆 좁은 골목길에는 어른들도 밤에 나다니길 꺼릴 만큼 우범지대로 손꼽히는 동네로 전락해갔다.

이러한 공간이 2009년 우리나라 대표적 골목문화 관광지로 거듭나 ‘김광석 거리’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침체된 상권을 활성화시켜보자는 취지로 기획한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벽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포장마차에서 국수 말아주는 김광석,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김광석, 환하게 웃는 김광석, 노래하는 김광석 등 여러 가지 모습이다. 길 어귀에는 그의 조형물이 있다. 2집 타이틀곡 ‘사랑했지만’의 후렴구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다. 이후엔 ‘음악’이 거리의 빈곳을 메웠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서 그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때때로 젊은이들의 버스킹 공연도 펼쳐진다. 길 중간에 마련된 소규모 야외공연장에서는 깜짝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사람 발길이 뜸하던 방천시장이 대구의 명소로 떠오르면서 시민들은 물론 대구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람이 모이면서 상권도 자연스레 형성되고 있다.

대구 김광석 거리. (사진=조선DB)
대구 김광석 거리. (사진=조선DB)

청주 수암골, 피란민 터전에서 인기 드라마 촬영지로  

청주시 상당구 수암골목 1번지. 일명 ‘수암골’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터를 잡고 생활하면서 만들어졌다. 1970년대 도시 개발과 2000년 초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인근 지역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이곳만은 좁다란 골목길과 갈라진 담벼락, 다닥다닥 붙은 지붕 등 옛 골목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2007년부터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청주의 다양한 예술단체 회원들과 대학생 등이 ‘추억의 골목여행’을 주제로 서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벽화를 그린 뒤 각종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그동안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 등이 촬영됐다. 지난 2015년 말에는 연탄재를 활용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제작돼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청주 수암골. (사진=조선DB)
청주 수암골. (사진=조선DB)

진화하는 공공미술

이처럼 처음에는 ‘보는’ 즐거움이었다. 보통 공공미술이라고 하면 ‘벽화’를 떠올리는 것도 그래서다. 이제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예술을 수단으로 지역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주민들이 좀 더 소통할 수 있는 방향을 찾고 있다. ‘공공미술=벽화마을’이라는 공식에서 탈피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들어 전통 조각이나 회화에서 벗어나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는 조형물부터 초대형 캐릭터, 건물 외벽의 디지털 캔버스, 주민 참여형 작업, 시민 체험형 작품에 이르기까지 대중의 호응을 이끌 수 있는 방식으로 급변하고 있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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