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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빌리티’를 아십니까?

우리말 ‘있다’+영어 ‘어빌리티’ 합성어…소소함에서 위안 얻고 공유 통해 자아 만족

2016.01.07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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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 같지만 ‘있다’와 ‘있어 보인다’ 사이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요즘 ‘금수저, 흙수저’로 대변되는 ‘있는 집 자식, 없는 집 자식’에서의 ‘있는’과 실제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일단은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있어 보인다’는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르다.

‘있다’와 ‘있어 보인다’의 교집합은 돈이다(경제력이라고 둘러말할 수 있지만, 동네 주유소 아르바이트도 명명백백 돈 얘기로 매듭지어야 하는 시대니 돈이라고 밝히자). 그런데 ‘실제 있기도 하고 있어 보이기도 하는’ 교집합 영역을 제외한 ‘있다’의 여집합은 ‘있는 데 겉으로 티가 안 난다’이고, ‘있어 보인다’의 여집합은 ‘있어 보이는 데 사실은 없다’라는 데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이렇게 ‘있다’와 ‘있어 보인다’의 개념을 정리해본 것은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펴낸 책 〈트렌드 코리아 2016〉 때문이다.

이 책은 2016년 유행할 10대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 트렌드들의 영문 앞 글자를 따 2016년을 관통할 키워드로 몽키바(Monkey Bars : 팔로 건너가는 놀이기구이지만 여기선 원숭이의 재치와 날렵함으로 침체의 수렁을 건너뛰다라는 의미)를 제시했는데, 이 트렌드 중 하나가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All’s Well That Trends Well)’다. ‘있어 보이게’의 예로 든 것이 2015년 트렌드로 나타난 ‘있어빌리티’ 현상과 누리소통망(SNS) 인스타그램의 부상으로, 2016년 역시 2015년과 비슷하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며 평범한 일상이나 소소한 것을 통해 위안을 얻고 공유하는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복 차림으로 전주한옥마을을 둘러보고 있는 20대 여성들. 올해 SNS 등 온라인을 통해 한복 입기 놀이가 퍼지며 국내는 물로 해외에서도 한복 입고 찍은 기념사진을 올리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사진=한국관광공사)
한복 차림으로 전주한옥마을을 둘러보고 있는 20대 여성들. 올해 SNS 등 온라인을 통해 한복 입기 놀이가 퍼지며 국내는 물로 해외에서도 한복 입고 찍은 기념사진을 올리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사진=한국관광공사)

소소한 일상 보여주기 과시뿐 아니라 긍정 효과도

우리 말 ‘있다’와 영어 ‘어빌리티(Ability : 능력)’의 합성어인 있어빌리티는 진짜 있고 없고를 떠나 타인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뭔가 있어 보이도록 만드는 능력이다. 있어빌리티에 대해 ‘허세’로 정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허세는 있어빌리티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

세계적인 저성장과 경기침체 지속으로 취업난, 주택난, 양극화의 어려움이 이어지며 온라인 콘텐츠의 주요 생산계층인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일상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그 과정이나 결과물을 온라인을 통해 공유하는 생활은 일상이 됐다.

그 과정에서 값비싼 명품이나 자동차, 멋진 여행지 사진을 SNS에 올리며(트리밍 혹은 합성의 트릭을 발휘한 사진들도 있다) ‘나 이거 가졌어’, ‘거기 가봤어’ 하는 식으로 과시하는 심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골목골목에서 찾아낸 싸고 맛있는 집들, 비싼 새집보다 싼 집 고쳐 살자며 시도하는 리모델링, 차라리 내가 하고 만다는 셀프 인테리어, 쓰던 물건 버리지 않고 되살리는 업사이클링 등이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고 활성화되면서 관련 산업에까지 활기를 불어넣는 긍정적 효과도 적지 않다.

이러한 소소한 일상 보여주기 트렌드를 반영해 방송에서는 ‘먹방’이 뜨고 농촌, 어촌 촌동네에서 하루 세 끼 해먹는 일상도 tvN의 ‘삼시세끼’란 이름으로 방송 콘텐츠가 됐다. 연예인 아빠들에 이어 엄마들의 일상도 방송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먹방에 이어 저렴하게 집 고치는 ‘꿀팁’을 선보이는 ‘집방’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2월 10일 첫 방송된 JTBC의 새 예능 프로그램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는 기존의 이웃돕기 차원의 훈훈한 집 리모델링 콘텐츠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집 고치기에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가 하는 ‘가성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2월 23일 첫 방송된 tvN의 ‘내 방의 품격’ 역시 손쉬운 집 단장 정보를 제공하는 인테리어 토크쇼다.

농촌, 어촌마을에서 한끼 한끼 해결하는 일상을 보여주는 tvN의
농촌, 어촌마을에서 한끼 한끼 해결하는 일상을 보여주는 tvN의 ‘삼시세끼’.(사진=tvN)

브랜드의 몰락과 가성비의 ‘약진’

주머니 얇은 시대를 맞이해 가성비는 먹고사는 일상생활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됐다. 〈트렌드 코리아 2016〉에서도 10대 트렌드의 하나로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을 꼽았다.

이 트렌드 분석서가 전망한 내년도 10대 트렌드는 대부분 별개 존재가 아니다. ‘플랜 Z, 나만의 구명보트 절약’, ‘미래형 자급자족’, ‘원초적 본능’, ‘취향 공동체’ 등 경기침체를 견디며 살아가는 개인이란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지출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키워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개념 있는 소비, 착한 소비이면서 역설적으로 과시가 된 소비란 의미의 ‘연극적 개념소비’는 허세란 측면에서 있어빌리티와 닮은꼴이자 있어 보임의 기준을 달리 만드는 요소다.

소비의 개념을 따지면서 있어 보임의 기준도 달라졌다. 명품 브랜드로 휘감은 것보다 아예 브랜드 표지가 없는 노브랜드가 더 있어 보이는 패션으로 각광받고, 두 잔 마실 거 한 잔 마시며 조금 더 비싸도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에 대한 호응도도 높아지고 있다.

먹방, 쿡방에 이어 이번엔 집방이다. 2015년 12월 10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의 셀프 인테리어 프로그램
먹방, 쿡방에 이어 이번엔 집방이다. 2015년 12월 10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의 셀프 인테리어 프로그램 ‘헌 집 줄게 새집 다오’.(사진=JTBC)

소수 부자를 위한 명품 브랜드는 아예 보통 사람은 닿지 못하는 고품질, 고비용의 명품군이 선호된다. 과거에는 싸구려로 인식되던 가짜 모피를 입는 것이 진짜 모피를 입는 것보다 더 있어 보이는 것으로 자리바꿈을 했다. 돈이 있더라도 있어 보이려면 돈 이상의 개념이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잠시 놈코어란 패션이 유행한 적 있다. 영어 놈(Norm : 평범)과 코어(Core : 핵심)의 합성어로, 평범함 속에서 개성을 찾는 패션인데 노브랜드와 유행 타지 않는 아이템들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유행 파장이 작고 주기도 짧았다. 유명인사가 걸치면 놈코어(그 인간 그래도 잘난 인간)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걸치면 진짜 ‘놈’ 패션으로 전락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내공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진짜 뭔가 있어 보이게 하는 거, 그리 쉽지만은 않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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