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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우연한 대박? 진솔함과 새로움이 비결이죠

[청년희망 펀드 지상강좌] 나영석 CJ E&M PD

2015.12.22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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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되겠어?”

인적 드문 시골집에서 연예인 두 명이 하루 종일 ‘삼시 세 끼’를 해먹는다는 지극히 단순하고 심심한 기획에 대한 반응은 일단 의심이었다. 이전에도 그랬다. 평균 연령 76세 ‘할배’ 네 명이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그래도 되게’ 만들었다. 시청률이 1%만 나와도 대박이라는 케이블 채널에서 ‘꽃보다 할배’는 평균 시청률 6.2%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얼마 전 시즌의 막을 내린 ‘삼시세끼 어촌편2’는 최고 시청률 17%를 찍으며 ‘쿡방(요리하는 방송)’ 열풍의 한가운데 섰다. 새롭지만 위험한 기획, 그는 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성공해냈다. 그렇게 그는 TV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서를 넘어 꿈 있는 청년들의 희망이 됐다.

나영석 PD가 12월 10일 청년희망재단에서 청년 멘토 특강의 강연자로 나서 200여 명의 청년들과 마주했다. 이날의 주제는
나영석 PD가 12월 10일 청년희망재단에서 청년 멘토 특강의 강연자로 나서 200여 명의 청년들과 마주했다. 이날의 주제는 ‘‘삼시세끼’처럼 진솔함으로 승부하라’였다.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히트 프로그램제작
5~10년 자신만의 무기 갈고닦아야

나영석 CJ E&M PD가 강연자로 나선 12월 10일 청년희망아카데미 멘토 특강에는 200여 명의 참석자가 몰렸다. 기존 예능 프로그램의 공식을 깨고 늘 새로움에 도전하는 그에게 “반대 의견은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나니까 가능하다.” 그게 답변이었다.

“저는 KBS ‘1박2일’을 5년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tvN의 ‘꽃보다 할배’ 등 ‘꽃보다…’ 시리즈 세 편과 ‘삼시세끼’ 네 편을 매번 화제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었죠. 위험한 기획에 대해 실제 제작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건 그동안의 성공 덕분이에요. 그래서 저는 한 번이라도 미끄러질 수 없어요. 제가 정말 말하고 싶은 건 원하는 걸 하려면 5~10년 동안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1박2일’ 한 게 입사 7년 때예요. 여러분 모두 가슴속에 자신만의 무기를 갖고 있고, ‘왜 사람들은 나를 몰라봐줄까’ 생각하겠지만 그것을 보여줄 수 있으려면 오랜 시간을 거치며 성공의 경험을 쌓아야 하는 거죠.”

‘위험한’ 기획을 실제 제작까지 가져가는 것은 그간 쌓은 커리어 덕에 가능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는 준비되지 않은 의외의 상황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대박 예능 ‘삼시세끼’가 탄생한 순간도 그랬다. 과중한 업무로 지친 회사 동료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회사에 불이 나면 뭘 할지’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그때 이우정 작가의 한마디는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난 이제 여행도 지겨워. 그냥 조용한 시골 마을 가서 비가 오는 날 처마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부침개를 부쳐 먹고 싶어. 다 먹으면 차가운 마루에 배를 깔고 누워 낮잠도 자고. 그것만 할 수 있으면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어.”

그때부터 나영석 PD는 동료들과 함께 아지트로 쓸 시골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시골 땅값은 생각과는 달리 너무 비쌌다. 이유를 찾기 위해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를 드나들며 자신처럼 휴식처로 시골집을 열망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순간, 그는 사람들의 꿈을 TV로 옮겨오기로 했다. ‘깔깔거리며 웃진 못해도 지친 직장인들이 맥주 한잔 마시며 편안히 시청하다 잠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하나쯤은 있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나영석 PD는 “책상에 앉아 어떤 기획을 하자고 작정하면 뻔한 기획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우정 작가의 욕망을 그냥 흘려듣지 않고 거기에 공감하고, 호기심 어린 의문을 가지고, 거기서 열 발짝 더 생각을 진척시킨 것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낳은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삼시세끼 어촌편2’의 한 장면.(사진=tvN)

도전은 여전히 무서워…
좋은 동료는 아이디어 현실화하는 힘

우연히 ‘주워 올린’ 아이디어를 상품화할 땐 치밀한 계산과 그것을 밀어붙이는 뚝심이 필요하다. 또한 좋은 프로그램의 요건인 ‘새로움’과 ‘재미’, ‘의미’가 담겨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새로움. 아무리 재미와 의미가 있어도 새로운 포장지에 들어 있지 않으면 사람들은 외면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같은 데 나온 콘셉트카를 보면 진짜 멋있잖아요. 근데 이게 시제품으로 나온 걸 보면 멋있고 혁신적이었던 ‘새로움의 모서리’들이 다 사그라져 있어요. 실제 도로 위를 달릴 자동차를 만들면서 기존 자동차와 똑같아지는 거죠. 아이디어를 실현할 때 중요한 건 새로움의 요소를 현실에 맞춰 타협하지 않는 거예요. ‘삼시세끼’에선 출연자는 두 명만, 장소는 시골집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게 그런 요소였어요.”

이제 누구나 ‘믿고 보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그에게도 여전히 성공에 대한 확신은 없다. 여전히 도전은 무섭다는 그에게 가장 힘을 주는 건 동료들이다. 나영석 PD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동료를 찾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위험이 큰 기획을 할 때 속으로 ‘하지 말까’ 생각하고 있는데 ‘와 그거 재미있겠네요’라며 신나하는 동료들을 보면 힘이 나요. 이명한 PD나 이우정 작가같이 마음에 맞는 동료들을 만난 뒤 결과를 가늠하기보다 순간을 즐기며 일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이뤄낸 성공도 즐겁지만, 그 덕분에 뜻 맞는 사람들과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게 훨씬 행복합니다.”

이날 재능 기부로 청년들 앞에 선 나영석 PD는 “나도 고민 많던 시기가 있었기에 앞서 경험한 사람의 조언이 필요할 것 같아 특강에 참여하게 됐다”며 “오랜만에 젊은 친구들을 만나 즐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나영석 PD가 말하는 PD되는 법

청년희망재단이 마련한 청년희망 멘토 특강은 취업이나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위해 각계 인사들이 관련 정보와 경험을 제공하는 자리다. PD를 희망하는 이들의 궁금증과 나영석 PD의 답변을 담았다.

PD가 된 계기는.
대학 시절 연극반에서 극작, 연출, 연기 등을 두루 경험했다. 특히 몇 달간 준비해 공연을 하며 관객과 하나 되는 느낌을 받았고, 끝난 뒤엔 동료들과 함께 해냈다는 그 느낌이 아주 짜릿했다. 이런 느낌을 갖고 계속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았고, 정극보다 즉각적인 피드백이 오는 코미디가 좋아 예능 PD가 됐다.

PD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
우리는 엄청나게 노력해서 똑같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언론사 지망생들은 같은 자료를 교환해 공부하고, 그 문제가 출제되면 같은 답을 써서 떨어진다. 단순히 튀는 사람이 아니라 나만의 무기를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 형식이 새롭다면 내용은 안정적으로, 내용이 새롭다면 형식은 안정적으로 답해야 한다. 안정감 속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으면 면접관은 안정적인 인재라고 생각한다. 또한 방송계의 공채주의, 순혈주의가 무너져 예전만큼 PD의 학력이 중요하지 않다. 외주 프로덕션에서 시작해 인기 프로그램의 메인 PD가 된 사례도 많다.

PD와 방송작가의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기보다 PD와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하는 사람으로 지금은 둘의 경계가 거의 없다. 재미 유발 가능성을 가늠해 출연자들에게 가마솥을 줄지 냄비를 줄지를 상의하고, 출연자가 스스로 아궁이를 만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벽돌을 가져다놓는 등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모의실험)하고 설정하는 게 둘의 역할이다. 작가는 모두 프리랜서 형태로 근무하지만 그만큼 능력에 따라 자기 가치를 무한대로 키울 수 있다.

가장 힘든 점은.
야외 버라이어티만 10년 이상 하면서 가족 얼굴 볼 시간도 많지 않았다. 방송 제작은 노동의 집약도가 아주 큰 직종이다. 편집은 하루 이틀 밤을 새워야 하고 다른 날도 새벽에 퇴근하기 일쑤다. 사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도 원하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 만큼만 할 수 있는 환경을 원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방송에도 시즌제(프로그램의 설정이나 포맷을 유지하면서 시리즈로 제작해 주기별로 방영하는 방식)가 정착돼야 하는 이유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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