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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바쳐 지킨 연평 바다…가슴 뜨거운 감동 물결

이문원 문화평론가의 <연평해전> 영화평

2015.07.07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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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평해전>은 제2연평해전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주인공들의 사적 일화 등은 픽션으로 그려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과 포스터.(사진=로제타시네마)
영화 <연평해전>은 제2연평해전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주인공들의 사적 일화 등은 픽션으로 그려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과 포스터.(사진=로제타시네마)

영화 <연평해전>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봉 8일째인 7월 1일 19만5336명을 동원해 누적관객 206만8395명을 기록했다. 이 정도라면 400만 이상의 대박 흥행작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서해 연평도 북방한계선(NLL)인근에서 발생한 제2연평해전을 다룬 영화다. 당시 한·일월드컵 기간 중이어서 이 사건에 대한 조명이 극단적으로 부족했다는 비판이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다.

<연평해전>은 당시 북한 경비정 2척에 선제 기습당했던 대한민국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호에 탑승한 정장 윤영하 대위, 조타장 한상국 하사, 의무병 박동혁 상병 등 3명의 대원 중심으로 전개된다. 박동혁 상병은 청각장애인 어머니를 둔 외아들이고, 한상국 하사는 군인아파트를 얻기 위해 여자 친구와 식도 못 올린 채 혼인신고부터한 생활인이다.

잦은 손 떨림으로 해병을 관두려 하는 갈등도 겪고있다. 그리고 윤영하 대위는 해군 출신 아버지를 둔 엄격한 ‘천상 군인’이다. 영화는 이들 3인의 개별 사연과 참수리 357호의 훈련 과정, 그 과정에서 점차 단단해지는 유대관계를 묘사하는 데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할애한다. 그런 뒤 비극적인 제2연평해전이 발발한다.

사건 자체는 사실적으로
에피소드에는 픽션 가미

<연평해전>은 <국가대표> 등 실화에 기초한 여름용 블록버스터의 극작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핵심이 되는 사건 자체는 사실적으로 다루되, 그 외 인물 설정이나 에피소드들엔 픽션을 가미했다. 예컨대 박동혁 상병 어머니가 청각장애인이고, 윤영하 정장 가정이 편부가정이란 설정은 픽션이다. 웃음코드 등 유대관계 에피소드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평범한’ 상업영화가 그토록 대중으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낸 원인은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 영화가 대중의 호응을 받는 이유는 기계적으로 보면 무려 1000여 개 이상 스크린을 잡은 배급 쾌거,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을 때 공개된 시기적 이점, 미디어 이슈화가 쉬운 실화사건 소재란 점 등이 거론될 것이다. 그러나 그와 유사한 조건을 다 갖추고도 이 정도 반향을 얻어낸 사례는 많지 않다. <연평해전>만의 매력도 분명 존재할 것이란 얘기다.

왼쪽부터 제2연평해전으로 전사한 고 윤영하 소령, 고 한상국 중사, 고 조천형 중사, 고 황도현 중사, 고 서후원 중사, 고 박동혁 병장(사후 일계급 특진).
왼쪽부터 제2연평해전으로 전사한 고 윤영하 소령, 고 한상국 중사, 고 조천형 중사, 고 황도현 중사, 고 서후원 중사, 고 박동혁 병장(사후 일계급 특진).(사진=해군)

‘레드 콤플렉스’ 없는 세대
 호응도 높아

궁극적으론 영화가 취하고 있는 정치사회적 스탠스 부분이 공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연평해전>이 지니고 있는 정치사회관, 특히 대북관은 지극히 보수적이다. 북한에 대한 안보·경계태세가 무시당하는 안일한 대북관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보는 개념을 다시금 명확히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사고일 수도 있는데, 근래 한국 대중문화계에선 이 같은 사고가 꾸준히 무시당하고 폄훼돼온 측면이 있다.

원인은 간명하다. 6·25전쟁 이후 1980년대까지 대한민국은 꾸준히 북한에 대한 주적 개념을 명확히 해왔고, 이런 태도가 사회 전체에 일종의 레드 콤플렉스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민주화가 정착되고 각종 사회문화적 자유가 보장되는 시점에 이르니 이젠 그 반대의 역(逆)색깔론, 즉 ‘레드 콤플렉스’에 대한 콤플렉스가 밀어닥치게 된 것이다. 무엇이건 북한과의 긴장 국면을 야기할 수 있는 접근은 구태적이고 위험한 것이며, 이젠 무조건 평화주의적이고 인본주의적인 접근으로 북한을 대해야 사회문화적으로 옳은 것이라는 도그마가 생성됐다.

당연히 이런 방식의 도그마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런 사고를 지닌 대중이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이를 보상받은 일은 그간 거의 없었다. 영화 장르에서도 1999년 <간첩 리철진>부터 <공동경비구역 JSA>, <웰컴 투 동막골> 등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콘텐츠만 그득했다. 남북 정상회담 등 유화적 입장이 두드러진 사건들도 있었지만, 상당 부분 대중 문화계 종사자들 본인의 사고가 고집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젠 ‘레드 콤플렉스’에 대한 콤플렉스도 점차 사라져가는 상황이다. 레드 콤플렉스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대가 대중문화 주 소비층으로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북한에대해 비판적 시각을 담은 독립영화 <신이 보낸 사나이>가 깜짝 흥행을 거두고, 6·25전쟁부터 시작해 대한민국 고도성장기의 애환을 담 은 <국제시장>도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젠 <연평해전>이다.

인간과 사회, 역사, 국가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중 어느 한 가지만 정답이라는 식의 사고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우리는 그동안 어느 한 가지 입장으로만 북한을 바라보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무수히 지켜봐야만 했다. 이제 그 정반대 시각을 담은 콘텐츠가 등장했다고 해서 놀랄 일도 아니고, 핏대 세우며 반대해야 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선택은 결국 콘텐츠의 본질을 보는 관객의 몫이다.

글 · 이문원 (문화평론가)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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