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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되는 수학여행…일본 교토에서 대안을 찾다

천편일률적인 단체 관광 아닌 소규모 테마 여행…수학여행노트 기록하며 살아있는 공부

2014.07.04 정책기자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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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길을 잃어버리는 것도 경험이고 조원들끼리 여행에서 사소한 트러블을 해결하는 과정도 소중한 공부가 된다.”

교육부는 여객선 세월호 사고로 인해 중단했던 수학여행을 지난 1일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교육청에서는 대규모 수학여행의 안전 문제와 교육적 효과를 개선하기 위해 학급 또는 동아리 단위의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수학여행 패턴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6월, 필자는 일본 교토 출장에서 자유 테마형 수학여행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다른 수학여행 문화의 차이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생 몇 명이 조를 이뤄 그들 스스로가 가고 싶은 여행지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지까지 찾아가는 자유여행이었던 것.

여러 명이 한 조가 되어 교토의 후시미이나리 신사를 여행 중인 학생들
여러 명이 한 조가 되어 교토의 후시미이나리 신사를 여행 중인 학생들

그동안 우리의 수학여행은 특정 관광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단순 관광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방식이었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소규모 인원으로 이뤄진 자율 테마형 수학여행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의 수학여행이 소규모의 자유 수학여행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모든 곳이 자유 여행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수학여행으로 어느 곳을 가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다. 예컨대, 휴양이 목적인 오키나와는 교통도 불편하기 때문에 단체로 수학여행을 하게 되며, 역사문화유적이 많은 교토, 나라, 요코하마는 대중교통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관광 인프라 구축이 잘 돼 있어 조별로 인원을 나눠 자율여행을 실시한다.

단체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이동 중인 학생들
단체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이동 중인 학생들

이 중 교토는 수학여행지로 특히 인기가 높은 곳이다. 세계문화유산의 도시인 우리나라의 경주가 수학여행으로 인기가 높은 것처럼 5월 말~6월 초 교토는 일본 전역에서 몰려든 수학여행객들로 붐빈다. 참고로, 교토는 기요미즈데라(淸水寺)를 비롯해 세계문화유산만 무려 17개를 보유하고 있다.

또 한 해 동안 약 5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교토를 찾을 만큼 세계적인 관광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현재의 도쿄가 수도이기 이전 약 1천여 년 동안 일본의 수도였다는 역사성으로 인해 세계문화유산의 도시라는 점과 더불어 학생들에게 테마형 수학여행지로 안성맞춤인 곳이기도 하다.

교토의 대표적인 관광지 긴카쿠지(은각사)(사진위쪽)와 교토타워(사진 아래쪽) 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는 학생들
교토의 대표적인 관광지 긴카쿠지(은각사·사진 위쪽)와 교토타워(사진 아래쪽)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는 학생들

수학여행 동안 학생들은 따로 마련된 수학여행 노트에 수학여행의 모든 과정들을 꼼꼼히 기록하게 된다. 노트 안에는 여행할 지역의 여행정보는 물론이고 자유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이 안내돼 있다.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기에 수학여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유의사항’으로 따로 페이지를 할애해 자세하게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가장 첫 번째로,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유의사항에는 낙서, 나뭇가기 꺾기 등의 예시를 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어떤 학생이 대나무에 무언가를 새겼다가 기물 파손죄로 체포된 경우가 있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주고 있는데,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매우 필요한 설명이었다.

학생들은 수학여행노트에 수학여행의 모든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게 된다.
학생들은 수학여행노트에 수학여행의 모든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게 된다.

또한 트러블에 휘말릴 수 있기에 다른 학교 학생과는 교류를 금지하며 현지인들이 수학여행 온 학생임을 알고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시비를 걸 수 있으므로 복장을 단정히 하고 미리 알아서 조심하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이 밖에도 여행의 각 날짜별로 방문한 곳을 비롯해 이동방법, 교통비용, 입장료, 견학시간, 견학소감 등 수학여행에 관한 한 모든 것을 하나도 빼지 않고 일일이 기록하도록 돼있다.

각종 유의사항이 사례와 함께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각종 유의사항이 사례와 함께 자세히 설명돼 있다.
여행의 각 날짜별로 어느 곳을 방문했으며 이동방법, 교통비용, 입장료, 견학시간, 견학소감 등등 수학여행에 관한한 모든 것을 노트에 기록하게 된다.
여행의 각 날짜별로 방문한 지역과 이동방법, 교통비용, 입장료, 견학시간, 견학 소감 등 수학여행에 관한 한 모든 것을 노트에 기록하게 된다.

자유여행이라고 하더라도 교토까지의 이동은 단체로 움직이며 숙박도 같은 곳에서 묵는다. 단, 조별 명단과 함께 몇 시에는 어떤 곳을 방문하는지 구체적인 이동 동선을 표시한 일정표를 미리 선생님께 제출해 확인받아야 한다. 수학여행지에서는 선생님들이 조별로 따라다니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한 장소에 기다리면서 제출된 계획표대로 학생들이 방문을 하는지 체크를 하게 된다.

또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택시기사들이 수학여행 학생들을 인솔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수학여행 시즌답게 유명 관광지에는 몇 명의 학생들과 동행한 많은 택시기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교토가 관광이 발달한 도시인 만큼  택시 기사들이 수학여행 온 학생들을 안전하게 인솔하며 가이드 역할을 자청하고 있었다. 이처럼 교토에서 만난 학생들의 수학여행은 우리 학생들이 단체 버스를 타고 단체 관광을 하는 천편일률적인 수학여행과는 차원이 달랐다.

세계문화유산 니조조에서 택시 기사가 수학여행 학생들은 인솔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니조조에서 택시기사가 수학여행 학생들은 인솔하고 있다.


나가사와 유즈루(요코하마 관광청) 씨는 자유여행으로 진행되는 일본 수학여행에 대해 “일본에서도 통학 시 불미스러운 사건이 가끔 보도되기도 하지만 그건 혼자서 다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그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수학여행은 조별로 여러 명이 모여서 같이 다니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만큼 불미스러운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단체여행을 하면 버스사고가 날 수도 있다.”며 수학여행 안전에 대해 의문을 품는 필자의 질문을 일축했다. 그는 또 “길을 잃어버리는 것도 경험이고 조원들끼리 여행에서 사소한 트러블을 해결하는 과정도 소중한 공부가 된다.”며 자신의 수학여행 경험을 덧붙였다.

세월호 사고 이후 재개되는 수학여행은 안전 문제를 비롯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여행은 교실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청소년기의 수학여행은 무척 중요하다. 수학여행 운영 관련 문제점들을 시급히 보완해 단지 관광이 아니라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추억과 함께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는 수학여행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정해경(프리랜서)
chnag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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