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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육아 9단 남편 만나보니

201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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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편이 34분, 아내는 4시간 3분’ 

200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가사조력자 없는 맞벌이 부부의 가사 분담 시간’이다.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이 남편보다 약 7배 많은 셈이다.

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직장 일에도 충실하고, 아이도 여럿 낳아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려면 진정 ‘슈퍼우먼’이 되어야만 하는 걸까.

맞벌이하는 아내를 위해 살림과 육아를 함께 하는 남편이 있다. 일명 ‘살림하는 남자’ 이상우씨(36)다. 결혼 3년차라는 그는 블로그와 카페에 살림일기, 육아일기 등을 연재해 인기를 끌고 있다. SBS 8시뉴스 연중기획 ‘가족이 희망이다’ 등 여러 언론에 소개된 적도 있다.

살림·육아 9단 이상우씨를 만나 맞벌이 남편이자 아빠로 사는 방식과 생각을 들어봤다.

‘살림하는 남자’ 이상우씨.


그가 살림하는 이유
“원래 살림에 좀 관심이 많았어요. 저희 집이 아들 둘 있는 집인데, 어머니를 도와서 살림을 종종 하다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그런데 결혼 전에는 지금보다 집안일을 많이 안했어요. 결혼하고 나서는 아무래도 제 가정이 생기니까 좀 더 책임감이 생겼는지 사람이 바뀌더라고요.”

이씨는 아내가 임신한 뒤 이씨는 본격적으로 살림을 하기 시작했다. 몸이 무거워진 아내를 도와주고 싶었던 것. 이씨는 아기 배냇저고리를 만들기도 하고, 아내에게 각종 요리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씨가 ‘알콩이’라고 부르는 수빈이(2)가 태어난 후, 이씨는 매주 이유식을 만들고 있다. 일명 '아빠가 만든 이유식'. 이씨의 이유식 만들기 솜씨는 날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엔 고기와 야채, 과일 등을 섞어서 이유식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파는 이유식도 사서 먹일 수 있긴 하지만, 좀 더 깨끗한 재료로 직접 만들어주고 싶더라고요. 직접 만들어주니 의미가 있기도 하고요.”

“아내도 힘들 텐데 당연히 함께 해야죠”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육아와 가사 전반에 걸쳐서 집안일을 하고 있다. 출근 전에 아침 식사를 차리고, 퇴근 뒤에는 청소를 하거나 아기 목욕도 시킨다. 빨래는 한 데 모아뒀다가 금요일 저녁에 세탁하고, 음식을 만드는 짬짬이 설거지도 한다.

물론 이씨 혼자 가사를 맡는 것은 아니다. 이씨의 아내 역시 이씨와 비슷한 정도로 육아와 가사를 맡는다.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청소를 하고 아기 목욕을 시키고, 아침에 시간이 되는 사람이 식사를 준비하는 식이다. 이씨가 야근을 할 때는 주로 아내가 집안일을 하지만, 아내가 바쁠 때는 이씨가 한다.

각종 집안일과 회사 일을 병행하는 이씨에게 “힘들 때도 있지 않냐”고 물었더니 “습관이 되니까 괜찮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회사 다니며 집안일을 하는 아내도 힘들 텐데, 당연히 가사를 함께 하며 서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본의 아니게 주변에 ‘피해’를 끼칠 때도 있다.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만나 결혼한 사이다보니 주변엔 두 사람을 잘 아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여자 동기나 선·후배들이 자신의 남편들에게 “상우씨 좀 보고 배워라”고 하면 남편들이 상우씨를 우스갯소리로 ‘공공의 적’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이상우씨가 딸 수빈이 목욕을 시켜주고 있다. (사진제공=이상우씨)

이상우씨가 딸 수빈이 목욕을 시켜주고 있다. <사진=이상우씨>

  
살림, 육아 9단에게도 ‘육아’가 쉽지 않은 이유?
이런 그에게도 육아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이씨는 ‘육아 자체에 대한 부담’을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았다.

“국고 지원이 아직까진 형식적인 것 같아요. 고운맘카드도 20만원 이내로 지원하니까, 금액이 얼마 안 되고요. 사실 아기에게 예방접종을 맞힐 때나, 육아용품을 사려고 했을 때 수십만원씩 돈이 들어요. 더욱이 예방접종은 꼭 맞아야 하고요. 그런 경제적인 부담이 되니까 정부차원에서 좀 더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현재 마트에 가서 아기 젖병과 아기띠를 사는 데도 1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물가가 비싼 데다 부가가치세까지 포함돼 있어 부모들의 부담이 크다고 한다. 현재 정부는 육아용품 중 기저귀와 분유에 대해서만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있다.

필수 예방접종의 경우, 아이는 만 12세 때까지 모두 22번을 맞아야 한다. 필수 예방접종 1회당 비용은 종류별로 2만~3만원 선. 보건소에서는 필수예방접종을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지만,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은 평일에 보건소에 가서 예방접종을 맞히기가 어렵다.

이에 몇몇 보건소에서는 격주 토요일 오전마다 ‘직장맘’을 대상으로 영유아 예방접종을 실시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부담은 여전하다. 이씨는 “필수예방뿐만 아니라 선택예방접종도 거의 맞혀야 한다고 하니까 안 맞힐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됐으면”
그렇지만 단지 경제적인 부담만의 문제일까. 이씨는 아이를 마음 편히 기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가 육아휴직이다. 그는 “현재 정부에서 법적으로 육아휴직을 지정해놨지만, 아직 활발하게 이용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법적으로 정해봤자 직장에 육아 휴직을 하는 분위기가 없다면 못 쓰는 거예요. 현재 육아 휴직을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죠.”

이씨의 경우 근처에 살고 있는 장모님이 아이를 돌봐주고 있어 육아휴직을 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아이를 돌봐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 때문에 육아휴직을 생각할 때가 많다고 한다. 이씨는 “아내가 육아 휴직을 생각하고 있다”며 “저도 육아휴직을 생각했었는데, 현실에 부딪혀서 못하는 게 많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아빠들이 많이 있다면 신청하기가 쉽겠지만, 그러지 않기에 서로 눈치만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빠들의 인식 변화와 이를 수용해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딸 수빈이가 태어나던 날, 이상우씨와 수빈이 (사진제공=이상우씨)

딸 수빈이가 태어나던 날, 이상우씨와 수빈이.<사진=이상우씨>

 
아빠들도 육아에 좀 더 관심을”
마지막으로 이씨는 "아빠들이 육아에 좀 더 관심을 갖고 도와주고 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가 남편들이 저처럼 살림과 육아를 하라고 강요를 해야 할 입장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제가 같이 살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차차 바뀌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요. 사실 저도 쉬고 싶을 땐 쉬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이상우씨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기 키우고 집안일 하는 게 힘들더라도 아기 키우는 기쁨은 어떤 것에도 비할 바가 못 되더라고요.”


정책기자 이샘물(대학생) saemmoo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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