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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쓰면 참신하고, 한글 쓰면 구식?

200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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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윤지 janeglay@naver.com

“요정 같은 미니 드레스에 샤넬 체인백을 매치하고 발레리나 플랫 슈즈로 마무리하는 사랑스럽고 퓨어한 루킹은 미샤 버튼의 시그너처 스타일링!”

패션잡지에 절반을 차지하는 영어들.
알쏭달쏭한 영어로 가득한 패션잡지.

패션잡지를 읽다보면 알쏭달쏭할 경우가 종종 있다. ‘모던한’, ‘드래스업’, ‘베스트룩’, ‘믹스 매치’, ‘볼륨감’ 등 외국어가 지면에 가득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자국내에서 추락하는 한글의 위상
세계에서 과학성을 인정받고 찌아찌아족이 공식문자로 한글을 사용하기로 하면서 높아진 한글의 위상. 그러나 국내에선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불필요한 외국어, 외래어 등을 우리의 언어생활에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필’, ‘S라인 몸매, V라인 얼굴’, ‘그룹’, ‘아이돌’, ‘아이템’, ‘엣지’ 등 수많은 외래어, 이들 없이는 이제 일상생활에서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다. ‘버스’나 ‘아이스크림’ 등 한국어로 대체하기 쉽지 않은 외래어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훌륭한 우리말이 있는데도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쓰는 외래어 중엔 영어 말고도 일본에서 온 말도 많다. ‘노가다’, ‘기스’, ‘앤꼬’, ‘무데뽀’, '간지' 등이 대표적이다.

국립국어원이 2007년 '외래어, 외국어 사용 및 순화어 수용 실태조사'에서 전국의 성인남녀 2039명의 외래어 사용 횟수를 조사한 결과, ‘매우 자주 사용한다’가 11.9%, ‘보통이다’ 27.6%, ‘가끔 사용한다’ 42.3%였다. 그에 반해 전혀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2.2%로 매우 낮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외래어를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국립국어원이 ‘팀’, ‘프로그램’, ‘아이디어’, ‘이미지’ 등의 일상적인 외래어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느낌을 조사해본 결과 ‘별 느낌이 없다’는 응답이 60.1%에 달했다. ‘세련된 느낌이 든다’라고 답한 사람은 18.5%나 됐다.

거리를 가득 메운 영어간판들. 간혹 보이는 한글 간판들도 있지만 매우 작다. 영어 간판들이 훨씬 눈에 잘 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영어간판들. 영어로밖에 표기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특정 요일에만 문여는 가게인가요?”
3년 전 처음 한국에 온 한 원어민 강사는 거리에서 한 음식점의 이름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동료에게 “특정 요일에만 여는 가게냐”고 물었더니, “그냥 가게 이름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에 오기 전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했지만 한국어는 온데 간데없었다.

이처럼 무분별하게 쓰이는 외국어 간판은 심각한 문제다. 명동이나 종로 일대의 거리를 가득 매운 간판 중 한글로 쓰인 간판은 찾아보기 어렵다. 온통 영어 천지다.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최재환군(19)은 명동의 간판을 보고 “한글로 바꿔쓸 수도 있을 텐데 왜 다들 영어만 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답은 사람들의 의식에 있었다. 국립국어원이 2005년과 2007년에 ‘외국어 간판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성인 2039명 중 50% 이상이 외국어 간판 사용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했다. 2007년 설문에선 ‘참신하고 세련된 느낌’이라고 답한 이는 16.9%였다.

상품 이름도 영어가 그야말로 ‘대세’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류, 사탕류, 장난감류는 일찌감치 외국어 세상이다. 대형 가게에서 과자를 고르던 주부 권모씨(50)는 과자이름이 거의 영어로 돼 있어 깜짝 놀랐다. ‘에너지○○’, ‘라이스○’, ‘썬○’ 등 한글 과자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해 한 일간지 조사에 따르면 생산 중인 과자 제품 449개 가운데 54.6%가 영어 등 외국어를 포함한 제품명을 사용하고 있었다. 외국어와 외래어를 전혀 포함하지 않은 한글로만 된 과자 이름은 31.2%에 불과했다.

KBS 인터넷 홈페이지 캡쳐화면. 2TV 편성표 대부분의 방송작의 이름은 외국어다.
KBS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 2TV 편성표 대부분은 외국어가 차지하고 있다.

신문 의견란은 ‘오피니언’, 방송은 온통 ‘토크쇼’
외래어 남용은 TV 방송과 신문, 잡지, 인터넷 등도 예외는 아니다. ‘패밀리’, ‘콘서트’, ‘해피’, ‘선데이’, ‘투게더’ 등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의 제목에 영어는 빠지지 않는다.

국립국어원 자료에 의하면 1990년대 초반까지 42.2%였던 외국어·외래어 프로그램명은 1990년대 후반 54.2%로 늘어나더니 2000년대 초반에는 60.2%에 이르렀다. 방송 산업의 특성상 외래어와 외국어의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남용 속도가 매우 급격한 편이라고 했다.

드라마와 영화 제목도 영어가 상당했다. 패션 드라마에 등장한 여배우가 자주 내뱉은 ‘엣지 있다’라는 대사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엣지 있다’라는 말의 정확한 뜻을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대학생 딸을 둔 유모씨(53)는 “딸아이가 갑자기 엣지 있는 옷을 사고 싶다고 해서 무슨 옷을 말하는 건지 한참을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남녀 가수 이름도 알 수 없는 영어이름이 많다. 중학생인 임성미양(14)은 “한글로만 쓰면 좀 센스 없고 구식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외국어로 이름을 짓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래어 남용 뒤를 잇는 공공기관
‘aT’, ‘EX’, ‘코레일(KORAIL)’, ‘K-Water’, ‘코가스(KOGAS)’, ‘캠코(KAMCO)’, ‘SH공사’, ‘kepco’ 등은 모두 외국계 기업의 이름 같지만 모두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이름들이다.

이밖에도 축제를 ‘페스티발’로, 정책을 ‘프로젝트’로, 상징물을 ‘아이콘’로 표기하는 등 외국어를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공공기관 홈페이지나 문서에 외래어나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익광고 중 ‘매니페스토’라는 외국어를 본 뒤의 반응을 살펴봤더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아 당혹스럽다”고 답했다고 한다. “잘 모르는 말이어서 답답하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공식적인 자리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물에서 생소한 외래어나 외국어를 사용하면 거부감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국립국어원측은 설명했다.
 
일부 외래어 사용 불가피, 그러나 남용은 금물”
그렇다면 왜 일상생활 속에선 거부감 없이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일까. 국립국어원의 2007년 ‘외래어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제화 시대에 걸맞기 때문이라는 답의 비율이 제일 높았다. 또 새로운 감각이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으며 미묘한 의미의 구분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답한 비율도 높았다.

그러나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상품명이나 TV에서 외국어, 외래어를 자주 사용할 경우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며 “이는 우리말을 경시하고 외래어를 중시하는 고정 관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한 나라의 언어는 나라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한글의 소중함을 잊는 것은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잊는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세계 각 국이 국가간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는데 한국만 단절 상태를 고수할 수는 없기에, 외래어 사용 자체를 부정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사용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국민 모두가 올바른 한글의 사용 의식을 키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글지킴이’, 국립국어원
이를 위해 국립국어원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글 맞춤법과 외래어 및 외국어 남용 방지를 위한 의식 개선과 국어 순화, 공문서 바로쓰기 등과 같은 온라인 강의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학습.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학습. ‘외래어, 외국어 남용 방지를 위한 의식 개선’ 강좌 중 하나로 화면 속 문서에서 외래어와 외국어를 찾아 고쳐보는 수업이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의 정보마당에선 표준국어대사전과 규범 표기, 어휘, 용례 등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해놨다. 또 ‘우리말 다듬기’라는 코너를 만들어 무분별하게 쓰이는 외국어나 외래어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적절하게 우리나라 말로 바꾸도록 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해서 한글 표기를 제시해 줄 필요가 있기에  1991년 정부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주로 언론에 나오는 시사성 있는 말을 중심으로 외국어와 외래어의 표기를 심의해 한글 표기를 결정해 왔다”며 “또 현재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외래어 종류와 빈도 등을 조사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자세한 결과는 추후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 기관이 먼저 한글의 적극적인 사용의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의 알파벳, 바로 한글입니다.”
10월 6일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 코러스하우스에서 열린 한글날 563돌 기념 특별강연에서 미국의 언어학자 로버트 램지 메릴랜드대 교수가 한글예찬론을 폈다.

그는 “한글은 소리와 글이 서로 체계적인 연계성을 지닌 과학적인 문자”라면서 “한글은 어느 문자에서도 찾을 수 없는 위대한 성취이자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인을 더욱 한국인답게 만들어주는 우리만의 글, 한글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 늘었으면 한다. 또 하루 빨리 지면, 전파 등 우리의 주변을 가득 메운 외국어 대신 아름다운 한글이 자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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