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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의 ‘종전 구상’ 실현되려면

2007.03.12 조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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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

지난 11월 18일 하노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을 체결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하였다. 처음 이 제안이 나왔을 때만 해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을 하나의 팩키지로 생각하여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2·13합의로 주목받는 ‘종전선언’ 제안

하지만 6자회담이 재개되고 미국측의 대북 정책변화가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은 ‘종전선언문’ 서명과 ‘평화조약’ 체결을 구분, 북한이 초기단계 및 다음단계 조치를 이행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선언 서명식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다.

이러한 미국의 변화된 대북정책은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매력적인 것이었다.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담은 ‘2·13합의’가 나오고 제1차 북·미관계정상화 실무그룹의 회의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자 부시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이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되었다.

제1차 북·미 실무회의에서 김계관 부상은 초기단계를 넘어 2단계 조치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핵시설의 불능화는 물론 논란이 됐던 HEU문제도 자진해 수용의사를 밝힘으로써 북·미관계의 조기 정상화와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의 의지를 천명했다.

평화협정 전단계 성격의 ‘종전선언’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종전선언’의 전모는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종전선언’이 평화협정의 전단계 성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1996년 2월 북한 외교부 대변인의 담화에서 밝힌 ‘잠정협정’ 제안으로부터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담화에서 북한은 미국의 대북정책과 북·미관계의 수준을 고려할 때 평화협정에 앞서 ‘잠정협정’의 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잠정협정’은 완전한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정전협정’을 대신한다면서 그 내용에는 군사정전위원회를 대신하는 공동군사기구의 조직, 운영과 안전질서의 유지 임무에 관해서 밝히고 있다.

당시 북측은 남북한간에 이미 ‘불가침 합의서’가 체결되었고 ‘남북 군사공동기구’가 발족되었다는 이유를 들면서 ‘잠정협정’의 주체를 북·미 양자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뒤 북측이 당사자를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한 나라’로 규정했고, 미국도 한국이 배제된 어떠한 협정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선언’의 주체는 남·북·미 3자임에 틀림이 없다.

여기서 ‘정전협정’에 서명했다는 점에서 중국측이 ‘종전선언’에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1958년에 중국은 북한에서 병력을 철수했고 1995년에는 군사정전위 대표단에서도 빠졌으며, 더군다나 ‘정전협정’의 서명주체인 ‘중국인민지원군’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키지도 않고 북한도 반대하는 중국을 ‘종전선언’의 서명자로 참여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역내 힘의 관계를 고려할 때 한반도평화협정의 체결 때까지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최종적인 평화협정에 중국의 보증(endorse) 또는 하기서명(postscript) 참가를 약속해 줌으로써 ‘종전선언’의 배제를 중국정부가 양해하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다.

오랜 숙제 풀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2000년 ‘6·15공동선언’과 같은 정치선언과 달리 ‘종전선언’은 정전체제의 법적 종식을 의미하는 국제법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따라서 남·북·미 3자 정상들이 모여 서명식을 갖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3자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해도 남·북한간, 한·미간에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다. ‘종전선언’에 따르는 과제는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군사분계선의 획정과 관련된 문제이다. ‘정전협정’상 육상 군계선의 획정은 마무리됐지만, 해상 군사분계선 문제는 아직 미해결 상태이다. 둘째, 유엔사의 존폐 문제이다. 1950년 7월7일 유엔안보리 결의로 창설된 유엔사는 정전체제의 관리임무와 전쟁재발시 유엔참전국의 전시증원지원임무를 띠고 있다. 셋째, 남측의 국가보안법과 북측의 노동당 규약 등 쌍방의 적대적인 법률이나 규정의 폐지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종전선언’ 단계에서는 다음과 같이 해결책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해상 군사분계선의 경우는 ‘남북기본합의서’ 제11조(정전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에 따르되,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여 북측에게 일부 경제적 혜택을 나눠주는 타협책이 가능하다.

다음, 유엔사 문제는 현재 전시작통권 전환에 따라 금년 상반기까지 재조정토록 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 정전체제 관리임무를 한국군에게 넘기고 전시 전력제공과 후방 군수지원 기능을 맡도록 조정한다. 물론 평화협정의 체결 때까지 유엔사는 존속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보안법이나 노동당 규약은 완전한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이전이라도 개폐해야 한다. ‘종전선언’이 채택될 경우 상대방을 명시적으로 적대시하는 법률이나 규정을 갖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종전선언’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려고 할 때 부딪치는 문제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 남·북·미 3자 정상회담과 비핵화, 북·미관계 개선과의 관계 뿐 아니라, 정전체제를 대체하는 종전관리기구의 구성 문제, 중국을 설득하는 문제, 그밖에도 앞에 든 해상분계선, 유엔사, 국가보안법·노동당 규약 등의 과제들은 하나같이 만만한 문제들이 아니다.

이런 문제들은 하나씩 풀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서로 얽혀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오랜 논리학의 숙제였던 ‘제논의 패러독스’가 실천을 통해 단번에 극복되었듯이, 이러한 난제들은 현실의 과정에서는 뜻밖에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실무급에서 풀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서로 얽혀 해결 자체가 불가능한 문제도 최고정책결정자의 의지와 결단에 의해 쉽게 풀릴 수 있는 것이다. 한반도평화의 과정에서 가끔 우리가 또다른 결단을 기대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른다.

◎ 조성렬 박사
1958년생. 서울공대 졸, 성균관대 정치학박사. 일본 도쿄대 및 게이오대 객원연구원. 국제문제조사연구소 국제관계연구센터장, 기획실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정치대국 일본’, ‘북한사회, 무엇이 변하고 있는가’, ‘열린세계, 열린 민족’, ‘주한미군’, ‘동북아질서재편과 한민족의 선택’ 등이 있다.

※ 외부 칼럼은 국정브리핑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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