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오전(현지시간) “자유 통일 한반도가 실현되면 한반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내 호텔에서 싱가포르 정부 산하 동남아시아연구소(ISEAS)가 주최한 ‘싱가포르 렉처’에서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을 위한 한반도 통일비전’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고 국제 비확산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역내 국가 간, 지역 간, 평화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대폭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역내 해상에서의 불법 거래 수요가 대폭 줄어들고 보다 안전하고 자유로운 항행 질서를 보장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인태 지역의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인태 지역이 지속적으로 번영해 나가려면 개방적인 경제환경을 안정적으로 조성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대한민국은 기존의 다자간 자유무역 레짐을 더욱 활성화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과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를 통한 자유무역 증진 노력에 대한민국이 적극 동참할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아울러, “내년에는 대한민국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소개하면서 “경주 APEC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인태 지역의 협력 체계를 가꿔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의 실현은 인태 지역의 경제 발전과 번영에도 강력한 추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개방된 한반도를 연결고리로 태평양-한반도-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거대한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에너지, 물류, 교통, 인프라, 관광에 걸친 활발한 투자와 협력의 수요가 분출할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은 민관이 두루 참여하는 <국제 한반도 포럼>을 활성화시켜서, 국제사회와 함께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의 실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싱가포르 렉처에는 싱가포르 각계의 여론주도층 인사들, 각국 외교단, 우리 동포와 유학생 등이 청중으로 참석했다.
싱가포르 렉처는 동남아연구소가 싱가포르 정부의 후원을 받아 자국을 방문하는 정상급 인사들을 연사로 초청해 진행하는 세계적 권위의 강연 프로그램이다.
■ 싱가포르 렉처 강연 전문
테오 치 힌 선임장관님, 찬 헹 치 대사님, 초이 싱 궉 소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반갑습니다.
세계적인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싱가포르 렉처에서 연설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행사를 준비해 주신 동남아시아 연구소(ISEAS)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싱가포르>라는 국명이 산스크리트어로 ‘사자의 도시’를 뜻하는 <싱가푸라>에서 유래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자라고 하면 보통 커다란 몸집, 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사자의 진정한 힘은 개별 개체의 물리적 능력보다 뛰어난 판단력과 단단한 팀워크에서 나오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싱가포르가 바로 이러한 사자의 특성을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는 지난 1965년 독립한 이후, 민관이 혼연일체가 되어 혁신과 개방을 추진했습니다.
싱가포르에 꼭 필요하고, 싱가포르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서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 냈습니다.
지금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의 연구 역량을 갖춘 아시아의 지식 허브로서, 미래 첨단 분야의 발전과 규범 수립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성공의 역사는, 동시대를 살아온 전 세계인들에게 불굴의 의지와 담대한 도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인들도 전쟁과 가난의 역경을 딛고 일어나서,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성장과 번영을 이루어 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싱가포르에 대해 각별한 유대감을 갖게되는 이유입니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1975년 수교 이래, 서로를 믿고 지지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의 협력을 강화해 왔습니다.
WTO의 자유무역 체제가 한계에 봉착했던 2004년, 우리 두 나라는 역사적인 한-싱가포르 FTA를 타결했습니다.
이는 역내 무역을 활성화하는 촉진제이자, 2년 뒤 한-아세안 FTA 타결을 가능하게 만든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양국은 첨단 기술과 혁신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복합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전략적인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어제 로렌스 웡 총리님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과 싱가포르가 수교 50주년을 맞는 내년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제 한-싱가포르 파트너십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며, 양자 협력을 넘어 한-아세안(ASEAN) 관계도 힘차게 견인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지난 2022년 양국은 <디지털 동반자협정>에 서명함으로써, 디지털 경제 시대에 선제적으로 협력할 준비를 갖췄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아세안도 회원국들 간 <디지털경제 기본협정> 협상을 개시한 바 있습니다.
디지털 강국인 한국과 싱가포르가 아세안의 디지털 생태계 구축 과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저는 2022년 11월 프놈펜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식 발표하기 한 달 전에 아세안 무대에서 먼저 언급한 것으로, 우리 대한민국 정부가 아세안에 부여하는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태 전략 비전은, 역내 평화, 안정, 번영과 규범 기반 질서 수호를 목표로 하는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과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지난 8월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통일 대한민국의 비전과 추진 전략을 담은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자유 가치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북한에 자유 통일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널리 전파하면서, 이러한 통일 한반도를 구현하기 위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이 인태 지역의 자유, 평화,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표방하는 자유 통일 한반도가 인태 지역의 자유, 평화, 번영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자유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되돌아 보면, 자유를 확장해 온 과정, 그 자체였습니다.
자유가 꽃 핀 곳에는 늘 창의와 혁신이 샘솟았습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께서도, 강압으로부터의 자유, 일방적 현상 변경으로부터의 자유, 민의를 왜곡하는 가짜뉴스와 허위 조작 정보로부터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공감하실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6.25 전쟁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을 때,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자유를 지켜냈던 생생한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지켜주는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해 각별한 믿음과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지에 따라, 한국 정부는 올해부터 인태지역 국가들을 대상으로, 민주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개발협력 사업을 적극 지원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가 실현된다면, 이는 자유의 가치를 크게 확장하는 역사적 쾌거가 될 것입니다.
통일 한반도는 가난과 폭정에 고통받는 2천 6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에게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자유를 선사하는 축복이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큰 자유를 얻게 된 한국은 역내와 국제사회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더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
둘째는, 역내 평화를 위한 한국의 노력입니다.
어떠한 분쟁이라 하더라도, 무력 공격이 아닌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이 국제사회의 합의이자 국제질서의 근간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보듯, 무력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이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내일 인태지역에서, 인태지역 어딘가에서 벌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하기도 어렵습니다.
인태지역의 긴장과 갈등은 주로 해양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인태지역의 해양 평화를 지키기 위한 ‘협력의 힘’을 키우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아세안 국가에서 개최하는 연합훈련에 적극 참여하면서, 해군을 비롯한 해양 치안 기관들과의 교류를 늘리고, 초청 연수 사업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필리핀에서 해양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우리 해경 역사상 처음으로 긴급대응팀을 파견한 바 있습니다.
또한 역내 국가들에게 우리 해군과 해경의 퇴역함정을 양도하여, 해양안보 역량 강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불법 어업 행위에 대한 역내 도서국들의 실시간 원격 감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할 것입니다.
아울러, 해양 감시와 정보공유를 위한 국제 협력도 촉진해 나갈 것입니다.
이에 더해, 자유 통일 한반도가 실현된다면, 한반도는 물론, 인태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고, 국제 비확산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역내 국가 간, 지역 간, 평화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대폭 활성화될 것입니다.
또한, 역내 해상에서의 불법 거래 수요가 대폭 줄어들고, 보다 안전하고 자유로운 항행 질서를 보장할 수 있게 됩니다.
셋째는, 인태 지역의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입니다.
한국과 싱가포르가 자유무역 국제질서를 토대로 성장해 온 것처럼, 인태 지역이 지속적으로 번영해 나가려면 개방적인 경제환경을 안정적으로 조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은 기존의 다자간 자유무역 레짐을 더욱 활성화하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과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를 통한 자유무역 증진 노력에 대한민국이 적극 동참할 것입니다.
내년에는 대한민국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경주 APEC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인태 지역의 협력 체계를 가꿔 나갈 것입니다.
특히, 인태 지역의 중심부에 위치한 아세안 국가들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디지털, 교육, 기후 대응, 스마트시티, 교통 인프라에 대한 ODA 지원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캐나다 등 역내 국가는 물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역외 가치 공유국들 함께 인태 지역의 발전에 함께 기여하기 위한 협력사업을 꾸준히 발굴할 것입니다.
또한, 올해 12월에 아세안, 태도국, 인도양 지역국, 유럽국 다수가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고위급 포럼>을 개최하여, 인태 지역 협력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의 실현은 인태 지역의 경제 발전과 번영에도 강력한 추동력을 제공할 것입니다.
개방된 한반도를 연결고리로, 태평양-한반도-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거대한 시장이 열릴 것입니다.
에너지, 물류, 교통, 인프라, 관광에 걸친 활발한 투자와 협력의 수요가 분출할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은 민관이 두루 참여하는 <국제 한반도 포럼>을 활성화시켜서, 국제사회와 함께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의 실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8.15 통일 독트린>을 지지해 주신 싱가포르와 여러 아세안 국가들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1967년 채택된 아세안 창설 선언 제5항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것은 바로 “평화, 자유, 그리고 번영의 축복을 동남아 국민들과 후손에게 보장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희생한다”는 것입니다.
57년 전 아세안을 창설한 선대의 숭고한 정신이 오늘날의 아세안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듯이,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을 비롯한 모든 아세안 공동체의 땀과 노력이 모여, 미래 세대에 더욱 밝고 희망찬 유산을 물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도 아세안의 가까운 친구로서, 그 길에 늘 함께 동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