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우리나라의 FTA(자유무역협정) 네트워크를 세계 1위 수준인 전 세계 GDP 90%까지 확충하는 밑그림을 내놨다. 현재 우리나라는 싱가포르(87%) 다음으로 넓은 FTA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핵심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아시아·아프리카 등 주요 거점국과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하는 등 경제협력을 강화해 FTA 네트워크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2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한 제44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지난 2년 동안 통상정책 성과 평가와 향후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한 통상정책 방향을 담은 ‘통상정책 로드맵’을 논의해 발표했다.
정부는 그동안 주요국의 입법 및 경제정책 변화에 적극 대응해 기업의 불확실성을 크게 완화하고, 전방위적인 정상 세일즈 외교를 전개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역대 최대 수출(2022년 6836억 달러)과 외투 유치(2023년 327억 2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특히 지난 한 해에만 5건의 통상협정을 타결하고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를 23건까지 확대하는 등 경제운동장 지평을 넓혔고, IPEF 공급망 위기대응 네트워크 의장국 수임 등 공급망·디지털·청정경제와 같은 새로운 통상규범 형성에 있어서도 적극적 역할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다자 통상체제가 현저히 약화하고, 주요국이 경제안보를 명목으로 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을 융합해 자국 우선주의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슈퍼 선거의 해’를 맞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등 글로벌 국제통상질서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우리 통상정책을 체계적이고 중장기 관점에서 추진하기 위해 그동안 산업계 및 학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로드맵을 수립했다.
◆ 우리 기업 경제운동장 확대
정부는 우리의 FTA 네트워크를 세계 1위 수준인 전 세계 GDP 90%까지(현 85% 수준) 확충한다.
핵심광물자원·성장잠재력이 큰 아시아·아프리카 등 주요 거점국과 우선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 후 인근 미개척 국가로 통상 네트워크를 확대한다.
세계 10대 자원부국인 몽골을 비롯해, 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과의 EPA 협상으로 서남아 통상벨트를 구축하는 한편, 탄자니아·모로코 등과의 EPA 협상 추진으로 아프리카와의 협력 기반을 마련한다.
이미 협상이 타결된 GCC·에콰도르 등 중동·중남미 지역 FTA는 조속한 발효를 추진한다.
우리의 주력시장인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서는 다층적 FTA 체결 및 기존 FTA 업그레이드로 더 촘촘한 통상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간다.
한일중 FTA 협상 재개, 말레이시아·태국 양자 FTA 협상을 가속화하고, CPTPP는 다양한 국내 이해관계자 소통 등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주력한다.
전략적 균형추로 부상하고 있는 아세안·인도·중동·중앙아·아프리카·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 협력도 강화해 우리의 수출·생산기지·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한다.
역대 최초로 개최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와 한-중앙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 등 다자플랫폼을 활용한 경제·산업 협력을 강화한다.
우리와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이익이 서로 극대화되는 ‘K-산업 연계형 ODA’(산업인력·공급망·기술·그린)를 추진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상호호혜적 협력기반을 구축한다.
이와 함께 2027년까지 무역금융을 90조 원으로, 해외인증 신속취득을 230 품목으로, 중점 무역관을 113개로 확대하고 카자흐·우즈벡 등 주요 자원보유국과 광물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한다.
◆ 주요국 통상리스크 적극 대비
정부는 미·일·EU·중국 등 주요국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통상 리스크를 집중 관리해 우리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한다.
미국에 대해서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첨단산업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한편, 미 대선에 대비해 기업과 원팀으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우리 기업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대미 아웃리치를 전개한다.
일본과는 유사 입장국으로서 다자통상 무대에서 글로벌 어젠다에 대응하는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산업·통상·에너지 전반에 걸쳐 미래지향적 경제통상 관계를 구축한다.
아울러, 공급망 교란·위기 발생 때 3국 공동 대응을 위한 한미일 재외공관 조기경보시스템(EWS: Early Warning System) 연계 협력도 지속 추진해 나간다.
EU와는 디지털·그린 전환과 연계해 공급망산업정책대화 등 협력 플랫폼을 확장하는 한편, 네덜란드·폴란드·체코 등 개별국과도 반도체 첨단기술 개발, 원전·방산 프로젝트 참여 등 실질적 협력성과 도출을 추진한다.
더불어 EU의 동시다발적 경제입법에 대한 소통채널을 강화하고 우리 기업의 적극적 활용기회 발굴도 지원한다.
중국과는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가속화, 중앙·지방정부 다층적 협력 채널을 통한 상호호혜적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경제공동위, 공급망 핫라인·수출통제대화 등을 통한 공급망 안정에 주력한다.
◆ 공급망·기술보호 등 경제안보 강화
IPEF 공급망 협정 등 다자 차원의 공급망 협력과 병행해 2027년까지 호주·인니 등 핵심 협력대상 5~6개국과 양자 공급망 협력협정(SCPA, Supply Chain Partnership Arrangement)을 체결해 공급망 교란에 신속하게 공조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특히, IPEF 공급망 협정 위기대응네트워크의 초대 의장국으로서 인태지역 내 공급망 교란에 대한 신속 대응체계의 조기 확립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방침이다.
최근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첨단산업 발전과 글로벌 넷제로 달성을 위해 필수적 자원으로 중요성이 떠오르고 있는 핵심광물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국제협력 활동을 펼쳐나간다.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14개국과 EU가 참여하고 있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Critical Minerals Security Partnership)의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화와 다변화를 주도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관련 사업 기회 확대도 적극 추진해 나간다.
국내 첨단기술 확보 및 공급망 확충을 목표로 외국인투자를 전략적으로 유치하고, 첨단전략산업과 공급망 핵심업종의 국내복귀 활성화를 추진한다.
또한, 우리 핵심기술과 역량을 굳건히 수호하기 위해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정해 국가핵심기술 유출을 엄단한다.
아울러, 국가안보 위해 우려가 있는 외국인투자 심사대상에 국가첨단전략기술 보유 국내기업에 대한 M&A를 추가하고, 행정청의 직권심사 제도도 도입하는 등 외투심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 다자무역질서 복원·신통상규범 정립 기여
정부는 글로벌 통상 중추국가로서 WTO 분쟁해결 기능 정상화와 주요 분야 규범 협상 성과 도출을 위한 WTO 개혁 논의에서 구심점 역할을 강화하고, 세계 최대 경제협력체인 APEC 2025년 의장국 수임을 계기로 아태지역 경제통합 촉진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 성과를 낸다.
아울러 연내 민관합동 CFE 글로벌 작업반 출범 등 우리 산업구조에 적합한 기후·환경 분야 통상규범 확산에 노력하고, 글로벌 디지털 통상네트워크 확대를 주도적으로 추진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AI 분야에 대한 범부처 AI 통상 대응체제 구축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추진한다.
앞으로 정부는 로드맵에 따른 정책과제를 포함해 정상 세일즈외교 성과 관리 등 관련 후속조치를 관계부처 간 긴밀한 협업으로 차질 없이 이행해 엄중한 글로벌 통상 환경 하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고 우리 경제와 기업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