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28일 오송 침수사고와 관련해 “호우경보와 홍수경보가 발령된 재난대응 비상상황에서 신고 등 수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궁평2지하차도와 주변 미호강과 관련된 여러 기관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이러한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날 국무조정실의 감찰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방 실장은 “먼저, 이번 사고로 안타깝게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미호천교 아래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제방을 쌓은 것과 이를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고의 선행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조실은 지난 21일과 24일에 수사의뢰한 18명 외에도 기존 제방의 철거 및 임시제방 설치 관련 공사 관계자와 사고 당일 재난상황 대응조치가 미흡했던 충북·청주·행복청·충북소방본부 관계자 18명을 추가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또한 별도로 과실을 확인한 5개 기관, 63명의 공직자의 비위행위를 소속기관에 통보해 비위행위에 상응하는 징계 등의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국조실은 침수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사고 발생 이틀 후인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충청북도,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등에 대해 강도 높은 감찰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사고는 충북 청주지역에 지난 13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14일 낮 12시 10분에 호우경보가 발령되는 등 사고발생 40분 전인 오전 8시경까지 모두 372mm가량의 강수량을 기록하며 시작됐다.
사고 발생지점인 미호천교 지점은 사고 전날인 14일 오후 5시 20분에 이미 홍수주의보를 발령했으며 사고 당일인 15일 새벽 4시 10분에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미호강의 수위도 높아져 사고 당일 오전 6시 40분에 미호천교 지점의 계획홍수위인 해발수위 29.02m에 도달해 궁평2지하차도 통제 요건을 충족했다.
같은 날 오전 7시 50분경에는 미호천교 부근에 쌓여있던 임시제방 쪽으로 월류가 시작됐고, 이후 오전 8시 9분경 임시제방이 붕괴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부터 18분 뒤인 오전 8시 27분경부터 궁평2지하차도에 강물이 유입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CCTV 확인에 따르면 세종쪽 출입구가 먼저 침수되기 시작해 오전 8시 35분에 이미 지하차도 내부는 주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침수가 진행됐고 5분 뒤인 8시 40분 경에는 궁평2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됐다.
국조실은 이처럼 임시제방이 붕괴하고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되는 과정에서 경찰과 소방에 총 세 차례 신고가 들어온 사실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사고 당일 오전 7시 4분과 7시 58분 두 차례 112 신고가 접수됐고, 오전 7시 51분에 119 신고가 한 차례 더 접수됐다.
한편, 감찰조사 결과 사고 원인은 미호천교 아래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제방을 쌓은 것과 이를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호우경보와 홍수경보가 발령된 비상상황에서 신고 등 수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궁평2지하차도와 주변 미호강과 관련된 여러 기관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이러한 결과가 발생했다.
기관별 주요 적발사항으로 먼저 행복청은 오송∼청주(2구간) 도로확장공사를 발주한 기관으로, 해당공사를 시행하는 시공사와 감리사가 하천점용허가를 위반해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한 후 하천법 등에 따른 규격에 미달되는 부실한 임시제방을 설치한 것을 관리·감독하지 못했다.
또한 제방 붕괴 상황 인지 후, 재난 관련 유관기관에 신속하게 상황을 전파하는 등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충청북도는 궁평2지하차도 관리주체이자 교통통제 권한을 가진 기관으로서, 사고 당일 홍수경보가 발령됐고 미호천교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며 사고발생 이전 궁평2지하차도 통제기준이 충족됐음에도 이를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고 교통통제를 실시하지 않았다.
아울러 사고 당일 미호천 범람 위험 신고를 받았음에도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충북경찰청은 사고 당일 두 차례의 미호천교 범람 및 궁평지하차도 통제 관련 112 신고를 접수했으나 실제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 출동한 것으로 112신고 시스템에 입력하고 종결처리했다.
청주시는 유관기관으로부터 미호강 범람 관련 위기 상황 통보를 받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충북소방본부는 119신고에 따라 범람현장에 출동한 유일한 기관이나 현장요원의 상황보고에도 불구하고 119종합상황실에서 가용 인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투입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사고 전일인 지난 14일 오후 5시 21분 미호천교 공사현장 임시제방 관련 신고를 접수하고도 유관기관에 전파하지 않았다.
이에 국조실은 이번 감찰을 통해 대검 수사의뢰를 결정한 인원은 5개 기관 공직자 34명과 공사현장 관계자 2명 등 모두 36명이다.
이중 이미 수사의뢰한 충북경찰청·충청북도·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 18명을 제외한 나머지 대상자에 대해 오는 28일 중으로 추가 수사의뢰를 마칠 예정이다.
이번에 수사를 의뢰한 36명의 대상자에는 민간인 2명과 책임자인 간부급 공무원 12명도 포함돼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5일 집중호우로 인해 발생한 침수와 산사태 등 인명피해 재난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난대응체계의 전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성한 범부처 TF에서는 재난대응 거버넌스 강화, 지하차도 인명피해 근절을 위한 통제기준 개선, 진입 차단시설 설치 확대 및 의무화, 안전중심 물관리를 위한 준설 등 하천정비 확대, 산사태 취약지구 관리제도 전면 재검토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향후 태풍 발생 등에 대비해 관계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의 재난대응체계 및 대비상황에 대한 전면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국조실은 이번 감찰조사 결과에 따른 수사의뢰 및 징계요구와는 별도로 관련 기관별로 직접적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관리자에 대한 인사조치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이번 사고의 심각성을 감안해 해당기관에 직접적인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직위해제 등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감찰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되는 기관별로 직위해제 등 책임에 상응하는 후속 인사조치를 인사권자에게 건의하거나 해당 지자체장에게 요청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