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하락으로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27일부터 1년간 전세 보증금 반환 용도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신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총부채상환비율(DTI) 60%가 적용된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역전세 반환 대출 규제 완화를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대책은 전셋값 하락으로 전세금 반환이 지연돼 주거 이동이 제약되거나 전세금 미반환 우려로 불안해 하는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원활히 돌려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전세금 반환이 어려워진 집주인이 전세금 반환용도로 은행권(인터넷 은행 제외) 대출을 이용할 경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대신 DTI(총부채상환비율) 60%를 적용한다. DTI 60%가 적용되면 집주인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가 늘어나게 된다.
집 주인이 임대사업자인 경우에는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을 현행 1.25~1.5배에서 1.0배로 완화된다.
후속 세입자가 당장 구해져서 전세금 차액분(기존 전세금-신규 전세금)을 대출받는 경우뿐만 아니라, 당장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에도 완화된 대출 규제가 적용된다.
우선 완화된 대츌규제(DTI 60%, RTI 1.0배) 범위 내에서 반환 자금을 지원하되, 1년 이내에 후속 세입자를 구해 해당 전세금으로 대출금액을 상환하도록 할 예정이다.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 퇴거 후 본인이 직접 거주자로 입주하는 경우에도 자력 반환 능력(현재 거주 주택의 전세 보증금 등)을 확인하는 것을 전제로 반환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집주인은 대출 실행 뒤 한 달 내 입주해야 하며, 최소 2년 이상 실거주 여부 모니터링 등 엄격한 관리조치가 병행된다.
이번 대책은 역전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인 만큼 다른 용도로 대출 자금이 활용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할 예정이다.
지원 대상은 역전세 반환대출 규제 완화가 발표된 7월 3일 이전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 중 내년 7월 31일까지 임대차 계약 만료 등 반환 수요가 발생하는 경우로 한정한다. 지원 과정에서 집주인이 대출 외 다른 방법으로 전세보증금 상환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출금을 현 세입자에게 직접 지급해 집주인이 해당 자금을 전세금 반환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또 반환대출 이용기간 동안은 집주인이 신규 주택을 구입할 수 없다. 주택 구입이 적발되는 경우 대출 전액 회수와 함께 3년간 주택담보대출 취급이 금지되는 등 페널티를 부과할 계획이다.
규제 완화를 적용받기 원하는 집주인은 후속 세입자와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을 특약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집주인은 후속 세입자가 입주한 후 3개월 이내에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하거나 보증료를 납입해야 한다. 이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출금 전액 회수 등 제재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집주인이 후속세입자 보호를 위한 의무사항을 손쉽게 이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보증보험 상품도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전세보증금 한도가 없고 세입자가 가입(보증료는 집주인 대납)하는 상품은 규제 완화 시행일인 27일부터 즉시 이용할 수 있다. 집주인이 직접 가입할 수 있는 상품도 다음 달 출시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가계부채 증가, 후속 세입자 전세금 미반환 위험 증가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집주인의 자력 반환 능력 확인, 세입자 보호조치 강구 등 제도적 보완 장치가 이뤄지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1년 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되, 전세시장 추이 등을 살펴 필요시 연장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