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현장에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해 불법행위 단속에 나선다. 이를 통해 사측의 불법하도급, 노측의 노조원 채용강요 등 건설현장에 일어나는 노사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법 질서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11일 국회에서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지난 2월21일 마련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대책’ 후속조치로 ‘건설현장 정상화 5대 법안’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5대 법안은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계관리법, 사법경찰직무법, 채용절차법, 노동조합법이다.
정부는 우선 건설 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는 과도한 월례비 수수, 건설기계를 이용한 공사방해 등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가 미흡해 적발되더라도 실제 처벌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부당행위 유형별 처벌 근거를 신설해 불법행위에 대한 실질적 제재 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달 중으로 불법행위 처벌조항 및 신고포상금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공사방해·금품 요구 및 수수·운송 거부 처벌 근거를 담은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 채용강요 제재 수준을 과태료에서 형벌로 강화하는 채용절차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또 사법경찰직무법을 개정해 건설현장에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도 국토부와 지방국토관리청이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있지만, 수사 권한이 없고 인력이 부족해 한계가 있었다. 전국 건설현장은 연간 17만개지만, 국토부 단속 인력은 10명에 불과하다.
특사경이 도입되면 단속 횟수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채용강요, 부당금품 수수, 공사방해 등 노측 불법행위와 불법하도급, 건설업 등록위반, 시공능력평가 조작 등 사측 불법행위 모두 수사 대상이다.
불법하도급에 대한 단속과 처벌은 강화된다. 일부 건설사의 다단계 하도급과 이에 따른 근로여건 악화가 노조 불법행위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정부는 발주처·원청에 하도급 관리의무를 부여하고 불법하도급 적발 때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불법하도급과 근로자 임금체불을 막기 위한 전자카드제와 대금지급시스템(임금 직접지급 시스템) 적용은 확대한다.
건설현장 근로자의 출입 내역을 관리하는 전자카드제를 의무 도입하는 건설현장은 내년부터 공공의 경우 공사 규모 50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민간은 10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각각 확대한다.
현재 공공 공사에만 의무화된 대금지급시스템은 내년 하반기부터 민간공사 현장에 단계적으로 의무 도입한다. 규모 300억원 이상 공사현장부터 도입을 시작한다.
정부는 대금지급시스템 도입 사업장의 하도급대금지급보증료 감면 폭을 30%에서 50%로 높일 계획이다.
또 근로계약에 따라 하도급사가 개별 근로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사부터 시범적으로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한다.
지금은 건설사와 현장 팀장 간 도급계약만 체결돼 근로계약이 불분명한 팀원(건설근로자)은 저임금·임금체불에 노출돼 있다. 표준근로계약서에 따라 건설사-팀장, 건설사-팀원 간 개별 근로계약이 체결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일부 건설사들이 여전히 ‘수주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 공사는 돈에 맞춰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과 관행에 젖어 있어 불법하도급과 부실시공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여기에 건설노조도 근로자 권익향상과 건설사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보다 건설사 불법행위를 빌미로 부당금품 등을 수수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차 피해자는 저임금, 안전사고에 내몰리는 건설 근로자이며 최대 피해자는 분양가 상승, 부실시공 피해를 떠안는 일반국민”이라며 “이번 민당정 회의를 계기로 건설현장의 법 질서를 확립해 건설현장의 부당이득을 국민과 건설 근로자에게 되돌려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