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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성·효능 확보 ‘국산 1호’ 백신…자체적 백신후보 발굴 주도해야 성백린 연세대 의대 특임교수/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 우리나라가 드디어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 개발에 성공해 지난 5일부터 전면적인 접종을 시작했다. 지난 1년여간 세계적으로 10여개의 백신이 개발되었는데 그 중 특히 신속생산이 가능한 mRNA핵산형과 벡터형 신형백신이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에 긴급히 대응하기 위해 접종되어 왔다. 이에 비해 국내 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가 주도한 코로나 백신 스카이코비원은 합성항원 백신이다. 이는 비교적 전통적 방식에 의해 생산된 것으로, mRNA백신에 비해 생산속도가 느려 초기대응을 선도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안전성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로 접종에 돌입한 mRNA백신과는 달리 합성항원 방식은 오랜 경험상 안전성과 효능이 모두 확보된 기술이다. 때문에비교적 안전성 논란을 피하면서 미접종군에 대한 신규접종과 기 접종군에 대한 추가접종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초저온(영하 20~80도)이 요구되는 mRNA 백신과는 달리 이번 국내개발 백신은 냉장조건(2~8도)에서 보관과 유통이 가능하다. 그동안 다양한 국제기구의 노력과 협력에도 불구하고 중저개발국 국민 10명 중 8명은 한 차례의 접종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국내개발 백신은 신규시장 개척뿐 아니라 향후 글로벌 승인확대를 통해 중저개발국 백신 공급 불균형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국산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 접종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번 코로나19 백신의 국내생산을 통한 백신자주권 확보에는 지난 2년여간의 기업과 정부연구소, 국제기관 및 규제기관과의 협력이 필수적이었다. 무엇보다도 국내기업의 고도화 된 백신생산시설의 구축과 운용능력이 큰 역할을 했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생산시설이 포화되고 선진 각국은 자국내 공급을 우선시하는 수요와 공급사이에 커다란 불균형이 야기되었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국제 GMP 규격에 부합하는 백신생산능력은 해외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러브콜을 집중적으로 받게되었다. 우리나라는 2020년도 중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사의 요청으로 벡터형백신을 생산공급하고 국내 최초의 코로나백신 접종을 견인했다. 추가적인 미국 노바백스사의 요청으로 세계 최초의 합성항원 백신을 위탁생산해 2022년도 국내외 접종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이는 해외에서 개발이 완료된 후 국내에서 위탁생산한 것으로서 국산화라고 말하기에는 미흡했다. 이에 비해 이번 백신은 국내회사가 개발과 생산을 공동으로 참여해 진행한 것으로 명실공히 국산 1호로 칭하게 됐다. 기업중심의 생산은 정부연구소와 국제기관 협력, 그리고 규제기관과의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선 정부는 개발되기 전부터 선구매 1000만회분 계약을 약속해 기업이 안심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장기간과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대규모 임상대신 비교적 소규모의 임상을 통해 인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비교임상 3상 가이드라인을 조기에 제공했다. 이러한 비교임상 평가에는 대조백신의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는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통해 가능해졌다.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와 국내 유치 1호 UN 산하기관인 국제백신연구소를 통해 신속한 임상검체 분석이 가능했다. 아울러 임상참여자들에게 예방접종증명서 발급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비교임상연구를 원활히 진행하도록 했다. 향후 접종 수요가 충분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 이미 코로나19는 정점을 넘어섰고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에 접종이 이루어져 있다. 고무적인 것은 국내개발백신이 대조백신 대비 중화항체 치수가 더 높을 뿐 아니라 임상 연장연구를 통해 다양한 코로나 변이주에 대해 높은 면역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변이주와 이로 인한 중증으로의 이행을 억제하는 추가접종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자. 과연 우리가 백신 자급화를 실현했는가? 이번 백신은 미국 워싱턴대학의 기술에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의 막대한 임상연구지원인 2500억 원에 힘입어 진행된 것이다. 이와는 별도의 방안으로 진행되는 새로운 변이주의 대응백신도 해외 노바백스의 제품을 위탁형태의 생산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좀더 효과적인 변이주 대응을 위한 다가백신이 가시화 되고 있으나 이를 순수한 국내개발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더 나아가 인류와 이미 상주하고 있는 독감과 코로나19를 동시에 대응하는 콤보(Combo) 백신과 다가백신의 한계점을 넘어선 범용(universal)백신도 해외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 동안의 백신 국산화 전략은 우리의 강점인 생산시설에 해외개발 제품을 접목한 것이다.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가 해외 바이오 생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바이오분야 미국 내 생산 강조 행정명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생명공학 생산시설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탈피하는 미국의 미래전략으로 이해된다. 또한 생산시설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 개발 파라다임에 대대적인 보완을 요구할 것이다. 바야흐로자체적으로 백신후보 발굴을 주도하는 중장기 기술패권 확립전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시점에 도래한 것이다. 2022.09.15 성백린 연세대 의대 특임교수/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
- 오미크론 변이 대응, 달라진 코로나19 방역체계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감염내과 전문의) ◆ 기존의 코로나19 방역 체계의 특징 코로나19 유행이 2년 넘어가면서 우리는 많은 도전들에 직면했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왔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던 시절에는 국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더해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를 통한 빠른 진단(Test), 빠른 추적 및 격리(Trace), 빠른 치료(Treatment)의 3T 방역 체계를 활용해 코로나19 유행을 효율적으로 통제했다. 백신 도입 이후에는 알파변이와 베타변이에 의한 전파력 높고 치명률도 높았던 코로나19의 유행을 국민들의 높은 백신 접종률과 기존의 방역 체계를 통해서 큰 피해 없이 잘 극복해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다시 오미크론변이에 의한 전례 없는 대규모 유행에 직면하게 되었다.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의 델타 변이에 비해서 치명률은 1/3정도로 낮지만 전파력이 델타 변이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높아 확진자수가 급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오미크론 유행을 1~2달 정도 먼저 경험했던 북미와 유럽의 경우 유행이 급속하게 확산하던 시기에 2~3일마다 확진자가 두 배로 증가하고 하루 10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1월부터 시작된 오미크론 유행이 지금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으며 아직 위중증환자의 급격한 증가는 없지만 무증상 경증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일일 확진자수가 5만 명을 넘어서고 있고, 3월 중으로 유행의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 오미크론 변이 대응 코로나19 방역 체계의 특징 과거 변이와는 크게 특징이 다른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 코로나19 방역 정책도 오미크론 맞춤형으로 대응 체계가 개편되었다. 핵심적인 특징은 기존에는 모든 코로나19 확진자를 방역 당국 관리 하에서 진단 역학조사 격리 치료 과정이 진행되었지만, 오미크론 변이 유행 하에서는 위중증과 사망으로 진행할 수 있는 고위험군에 방역 당국의 관리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위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 외의 경증이나 무증상 코로나19 환자의 진단과 치료는 주로 일선 병의원에서 담당하는 체계로 바뀌게 되었다. 또한 기존의 3T 방역 체계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중요 사항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빠른 진단(Test)을 위한 PCR 검사는 확진자수 급증 상황에서 PCR 검사 부하에 따른 진단 지연을 막기 위해서 ▲60세 이상 고령자 ▲밀접 접촉자 ▲신속항원검사 양성자 등 역학적 연관성을 가진 사람 ▲요양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종사자에 대해 우선 시행된다. 역학조사를 통한 빠른 추적 및 격리(Trace)는 자기기입식 역학조사를 적극 활용해 확진자 수 증가에 따른 역학조사 지연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확보해 조기에 환자를 위험도와 중증도에 따라 분류해 효율적으로 대응하도록 했다. 빠른 치료(Treatment)는 입원치료를 받거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치료는 재택 치료로 이루어지며 그 중 경구 치료제 투약 대상이 되는 60세 이상과 50세 이상 기저질환자를 집중관리군으로 지정한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조기에 치료제를 공급하고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이 포함된 키트를 제공해 그 결과를 토대로 하루 두 번 능동 모니터링을 시행해 환자의 상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 국민들의 자율과 책임을 근간으로 한 위드 코로나의 시험대 정부의 방역 역량이 고위험군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위험도가 높지 않은 국민들의 대부분은 격리되어 재택 치료를 받게되고 동거 가족 중 미접종자의 경우 공동 격리되지만 의약품이나 생필품 구입을 위한 외출이 허용된다. 과거와 같이 격리 과정에서 자가 격리앱 등으로 동선 파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기본 격리 지침을 준수하지 않으면 본인은 물론 지역사회가 위험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이번에 개편된 오미크론 변이 대응 체계는 오미크론을 독감과 같이 관리하는 형태로 전환하기 위한 위드 코로나의 시험대로서의 의미가 있다.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나는 동안 국민들이 여러 불편함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이 고비를 잘 넘기면 코로나19 경증 환자의 동네 병의원에서의 진단과 치료 체계가 갖추어진다. 아울러 상급 병원의 위중증환자 치료에 대한 안정적인 역량을 갖추게 되어 위드 코로나를 위한 중요한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이러한 위드코로나의 연착륙을 위해서 자율과 책임을 근간으로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할 때다. 2022.02.14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감염내과 전문의)
- 코로나19가 바꾸는 삶의 우선순위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원장 팬데믹 3년차가 시작되었다. 터널의 끝이 어디일까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팬데믹이 언제 끝나더라도 결코 우리가 팬데믹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기술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넘어 삶의 우선순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개인의 삶, 사회경제 시스템, 문명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다. 이 변화를 잘 관리하고 정착시켜야만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고 고생한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대량 퇴직과 성찰하는 삶 최근 미국과 유럽의 노동시장에서 나타난 놀라운 변화는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복귀하기를 거부하는 소위 대량 퇴직(Great Resignation) 사태다. 이로 인해 아직 고용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는데도 기업들이 일손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하여 복귀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두툼한 실업급여나 지원금 등 때문에 여유 자금이 있어 복귀를 늦추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런 표피적인 요인을 제거해도 노동시장 복귀를 하지 않는 노동자가 매우 많다. 대량 퇴직의 가장 큰 이유는 더 근본적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일과 소비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정말 소중한지 성찰하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위기 상황에서 회사가 자신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아니면 그저 돈벌이를 위한 하나의 부품처럼 취급하는지도 뼈저리게 느꼈다.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이 일손을 귀하게 만들어 농노제를 와해시켰고, 르네상스와 자본주의 맹아를 낳았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기업들이 지금 임금인상과 복지향상 외에도 노동자를 존중하는 직장문화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이윤추구만을 앞세운 신자유주의가 낳은 노동의 소외와 불평등 심화를 해결하는 단초를 보여주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대량 퇴직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추기도 하고 실직을 경험하기도 하면서 삶의 우선순위에 대한 성찰이 일어나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코로나19가 밥벌이를 위해 억지로 하는 노동이 사라지고 자존감과 보람을 느끼는 일자리가 많아지는 계기가 되도록 모두 노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은 직원의 안전과 행복을 중심적인 가치로 추구해야 한다. ◆ 회복탄력성을 우선하는 사회경제 시스템 코로나19 발생 이후 각국이 취한 국경봉쇄와 수출규제 등의 조치로 글로벌가치사슬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물류 시스템의 차질이 끊이지 않고,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의 확산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정이 증가하고 있다. 효율과 이윤극대화만을 추구하던 초세계화 시대는 끝났다.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와 다국적 기업들은 회복탄력성을 고려한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감염병 뿐만 아니라 수많은 위험과 불확실성에 모두 완벽하게 대비할 수는 없다. 언제 어떤 위기가 닥쳐올지 알 수 없기에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 이는 비단 공급망 관리를 넘어 사회경제 시스템 전체에 적용되는 개념이다. 효율과 성장 이상으로 신뢰와 안정을 중시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위기에 닥쳐 재난지원금에 관한 논쟁을 할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 작동하는 안전망이 고통분담과 연대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 금융과 재정의 건전성도 회복탄력성을 위해 중요하다. 자국우선주의가 지나쳐 성곽시대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는 경제적 재앙이고 문명적 퇴행이다. 개방적 경제질서를 유지하면서 각국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공공재를 위한 국제공조를 강화해나가는 새로운 세계화를 지향해야 한다. ◆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문명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 감염병의 근본 원인은 인간에 의한 생태계 파괴다. 팬데믹과 동시에 세계 각지에서 끔찍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호주, 아마존, 시베리아, 캘리포니아 등지의 기록적인 산불이 발생하면서 인류는 자연을 착취하고 환경을 파괴한 결과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지구온난화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과학자들은 인류문명 생존의 위기(existential threat)를 경고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 충족을 위해 자연을 정복하고 착취하는 문명에서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문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변곡점에 다다른 것이다. 경제성장이 우선이고 환경은 뒷전인 시대는 지났다. 탄소국경세, RE100, ESG 투자 등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환경을 무시하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세계경제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설정하고,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면서 본격적인 탈탄소의 길에 나서고 있다. 변화에 대한 저항도 있지만, 가야만 하는 길이다.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공정한 전환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흑사병이 농노제의 해체로 이어졌다는 건 서유럽에 국한된 얘기다. 동유럽에서는 영주들의 가혹한 억압으로 오히려 농노제가 강화되었고, 그러한 반동의 결과 동유럽은 근대화에 뒤처지고 말았다. 코로나 시대의 성찰에 입각해 개인의 삶과 사회경제 시스템, 나아가 문명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해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진취적 가능성은 현실이 될 것이다. 2022.01.04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원장
- 청소년 코로나19 예방접종, 학생들의 1년을 결정합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필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아니지만 감염내과 의사로서, 그리고 중고생인 세 아이의 아빠로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말씀드린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에 하나로 백신은 언제나 꼽힌다. 지금은 사라진 천연두(두창)에서부터 소아마비는 물론 홍역이나 수두, 백일해나 파상풍과 같은 소아청소년에서 문제가 되었던 수많은 감염병에 대한 백신이 개발되었다. 이러한 백신은 현재 소아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예방의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소아에서의 예방접종률은 감염병별로 90~98%에 이른다. 한편 코로나19의 유행과 함께 사회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변화와 피해를 본 곳은 학교다. 지난해는 개학의 연기와 온라인 개학을 통해서 아이들이 학교를 제 때 가보지도 못했고, 올해 같은 경우는 1년 내내 유행이 지속되면서 감염된 아이가 발생한 학교들이 부분적이거나 전면적으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기도 해 학습권의 침해를 보기도 했다. 이에 김현철 홍콩과기대 교수는 지난 2년간 학생들의 수업결손은 우리 사회가 몇 십년 동안 짊어져야 할 사회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코로나19의 유행 속에서도 등교수업은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월 14일 한겨레신문 칼럼 [왜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면등교해야 한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정부는 15일부터 보건소 방문팀이 학교를 방문해 접종하는 찾아가는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최근 델타변이의 유입으로 소아청소년에서의 유행 양상이 바뀌고 있다. 11월 이후 인구 10만명 당 18세 이하 연령층의 감염자는 성인에서의 발병을 넘어서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18세 미만 210명, 19세 이상 167.3명) 또한 델타변이의 병독성이 강화되어 소아청소년에서의 감염자가 늘어나 중증으로 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아이들이 11명이나 발생했고,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던 아이 3명이 사망하는 마음 아픈 일도 일어났다.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상반응 신고는 19세 이상이 10만명 접종 당 365건, 12~17세는 277건으로 오히려 적으며 대부분 접종 부위 통증이나 발열, 근육통과 같은 경증 이상 반응이었다. 아나필락시스는 12명에 발생했으나 모두 회복되었고, 83%는 접종 후 15분 이내 발생해 접종 의료기관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mRNA백신 접종 후 심근염 또는 심낭염은 주로 12~24세의 남성에서 빈도가 높으며 특히 16~17세의 빈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현재 18세에서 23명, 12~17세에서는 27건이 신고되었으며 조사가 끝난 8건 중 5명이 확인되었으나 회복되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소아청소년은 감염에 의한 영향으로 다기관 염증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는데, 주 침범 장기는 심근이다. 백신으로 인한 심근염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심근염보다 발생빈도가 낮고 회복도 빠르며 후유 장애도 거의 남기지 않는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자료를 보더라도 12~15세의 심근염 빈도는 16~19세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우리나라는 지난 12일까지 12~17세에서 37.2%만이 예방접종을 완료했다. 이에 반해 많은 국가에서 12~17세에 대한 접종을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는 5~11세에 대한 예방접종도 활발히 시행 중이다. 또한 지난 7일까지 싱가포르는 12~19세에 대해서 93%, 캐나다는 83.5%, 프랑스 75.9%, 일본 71.9% 접종을 완료했다. 대부분의 국가가 성인에서의 예방접종보다 소아청소년에서의 예방접종률이 비슷하거나 높은 상태로 우리나라만 성인에 비해 소아청소년의 예방접종이 더딘 것은 매우 안타깝다. 코로나19의 유행이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 때문에 한동안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이 델타보다도 빠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년에도 코로나19와 기나긴 동거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델타변이에 의한 유행상황의 안정화를 위해서 성인에서의 3차 예방접종과 소아청소년의 예방접종이 필요한 상황이거니와 오미크론 변이를 대비하는 측면에서도 백신 접종은 반드시 필요하다. 어쩌면 내년 1학기 등교 수업의 성패는 지금 진행 중인 소아청소년의 예방접종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4~17세 세 아들의 아빠인 필자도 자녀들이 동의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맞도록 했다. 아이들이나 필자나 아이들이 예방접종 후 안전하게 생활하고 싶은 소망 때문이었다. 백신은 인간이 만든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과학이다. 이상반응에 대한 걱정으로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학부모가 있다면 세 아들의 아빠인 필자의 아이들 예방접종 경험을 참고해 예방접종에 동참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2022년에는 아이들이 백신이라는 방패를 두르고 코로나19의 유행속에서도 안전하게 학교와 학원을 다닐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21.12.17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 코로나19 현 상황 진단과 대처 방안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감염내과 전문의) ◆ 코로나19 유행의 현상황 감염병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의 거리두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적 거리두기다.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집합 금지, 등교 제한 등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해당하고 백신 접종,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의 개인위생수칙 준수는 개인적 거리두기에 해당한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주로 거리두기를 가지고 유행을 통제해야 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의 유행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일상이 제약받고 불편을 감수해야 했지만, 우리 국민은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 뿐 아니라 전 세계 유래가 없을 정도의 철저한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의 개인적 거리두기 실천을 통해 초기 코로나19 유행에슬기롭게 대처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이 진행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위중증 환자가 줄어들고 치명률이 낮아지면서 장기간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제약받았던 일상을 차근차근 회복하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단계적 일상회복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가 동반되기 때문에 확진자수 증가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너무 급격한 확진자 수 증가나 위중증환자 증가는 의료시스템과 일선 방역 현장의 부하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3단계에 걸쳐 거리두기를 완화하기로 했고 일부 고위험 다중이용 시설에 대해서는 백신 패스를 도입했다. ◆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직면한 여러 도전들 3단계로 이루어진 단계적 일상회복의 1단계 기간 중 4주가 지났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첫째, 전체 확진자수 규모는 예측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지만 위중증환자의 증가가 예측한 범위를 뛰어넘고 있다. 위중증환자의 발생 비율은 접종완료자보다 미접종자에서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접종완료자의 경우도 기본접종완료 4개월이 지나면 백신 효과가 떨어지면서 요양시설 입소자, 고령자, 기저질환자 중심으로 돌파감염자가 늘어나고 위중증환자가 다수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방역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면서 수도권 중심으로 중환자 병상이 포화되고 자택에서 입원을 기다리는 환자들도 생겼다. 이러한 기본접종 완료자의 돌파감염 및 위중증환자 증가를 막기 위해서 정부는 백신 추가접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돌파감염과 위중증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요양병원·시설 입원·입소·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추가접종이 가장 선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의원에서 시민들이 백신 추가접종을 대기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아울러 60세 이상 고령층 및 기저질환자 의료기관 종사자는 기본접종 완료 4개월 이후에, 18~59세 연령은 기본접종 완료 5개월 이후에 추가접종을 진행하고, 얀센백신 접종자와 면역 저하자는 기본접종 완료 2개월 이후에 추가접종을 시행하도록 정부는 안내하고 있다. 둘째, 소아 청소년 확진자가 늘고 있다. 소아 청소년 기본접종 완료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들어 성인보다 소아 청소년 확진자수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전면등교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보다 안전하게 등교 수업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교육 당국은 학교에서 학생들간 밀집도를 최대한 줄이고, 마스크 벗는 상황을 최소화하고, 등하교 길에 코로나19 위험 요인에 노출되지 않도록 잘 지도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들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임해주기를 방역 당국은 당부하고 있다. 셋째, 방역 사각지대 및 다중이용시설을 매개로 한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과거 확진자의 2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던 외국인들의 경우 방역 당국의 관리가 어렵고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있다. 최근 방역 당국의 백신 접종 독려를 통해 확진자수 규모가 많이 감소했지만 아직도 외국인 근로자를 중심으로 산발적인 유행이 지속되고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일부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유행도 지속되고 있다. 현재 백신 패스가 적용되지 않는 다중이용시설이 많으므로 다중이용시설 이용 시 개인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 단계적 일상회복의 성패는 거리두기에 달렸다 단계적 일상회복은 3단계로 구성되며 각각 단계는 4주의 시행기간과 2주의 평가기간을 가지도록 계획되었다. 그런데 1단계 시행 과정에서 정비가 필요한 부분들이 있어 2단계로의 진행을 잠시 유보하고 앞으로 4주간 특별방역대책이 시행된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특별방역대책기간 동안 정부가 제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잘 숙지하고 지켜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백신 접종,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국민 개개인의 적극적인 개인적 거리두기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기본접종을 마치지 못한 분들은 최대한 빨리 기본접종을 받고, 추가접종 시기가 된 분들은 적극적으로 추가접종에 응해야 한다. 추가접종 시 감염 예방효과는 11배, 위중증 예방효과는 20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코로나19로부터 한층 탄탄한 보호막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방역 당국이 제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준수되고 국민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개인적 거리두기를 잘 실천하게 될 때 아직 어느 나라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단계적 일상회복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오게 될 것이다. 2021.11.30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감염내과 전문의)
- 단계적 일상회복의 진정한 의미와 우리의 미래 정재훈 가천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분과 민간위원) 지난 2년간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을 거시적으로 비교하면 매우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누적 발생률과 사망률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 2년 간의 경제성장률도 주요 경제대국 중 상위권이다. 이는 전적으로 국민의 수준 높은 방역 참여 때문이다. 언론과의 접촉에서 나는 자주 국민에게 당부할 말을 부탁받는다. 그러나 더 이상 우리 국민들에게 바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전세계적으로 우리국민은 가장 백신 접종율이 높으며,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주요한 방역지표인 사회적 이동량을 보면 우리나라는 독특한 경향을 보인다. 정부가 어떤 조치를 발표하기도 전 우리 국민은 먼저 유행이 심각해지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며, 상황이 좋아지면 접촉을 늘린다. 그만큼 수준 높은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은 너무나 가혹하다. 델타변이의 등장으로 인해 백신 접종만을 통한 위기 종식은 불가능해졌으며,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피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일용직 등 취약계층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백신의 등장과 높은 접종율은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고 일상회복을 위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 물론 백신은 완전하지 않다. 감염을 100% 예방할 수 없으며, 돌파 감염 후에도 중증화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한다. 하지만 백신은 코로나19라는 겪어 보지 못한 재난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얀센 백신 접종자에 대한 추가접종이 시작된 지난 8일 오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접종센터가 접종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성인 인구에 대한 백신 접종 후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단계적 일상회복은 새로운 희망을 가진 미래이기보다 어쩔 수 없는 결말에 가깝다. 단계적 일상회복은 엄청난 방역상의 피해를 미루기 위해 선택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또 다른 심각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불러왔기 때문에 다시 한번 방역 상의 피해를 감수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물론 백신 접종을 통해 피해의 규모는 크게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어마어마한 인명 손실이 예상된다. 델타변이의 등장 후 우리 사회가 필요한 면역 수준은 81~84%로 추정된다. 그러나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평균적으로 80%이기 때문에 80%의 접종율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64% 정도의 면역 수준을 획득하는데 그친다. 이미 감염된 1.5%의 인구를 제외하더라도 남아있는 18.5%에 가까운 면역 수준이 돌파감염이나, 미접종자의 감염과 재감염으로 획득되지 않는 한 이 유행은 끝나지 않는다. 아직 남아있는 피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900만 명에 가까운 새로운 감염과 수만명의 사망자이다. 여기서 방역의 역설이 등장한다. 이미 일상회복에 도달한 영국과 덴마크 등의 국가는 자연 감염을 통해 면역을 획득한 인구가 20%정도로 추정된다. 즉, 이 국가는 지난 2년동안 가혹한 피해를 이미 치러왔던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감염을 통해 면역을 획득한 인구의 비율이 낮아 더욱더 큰 유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긍정적인 전망을 하더라도 내년에 하루 1만명대 감염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유행이 심각해질 경우 수만명의 감염자가 매일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암울한 예측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미룰 수는 없다. 첫째, 유행을 미루기 위해서는 엄청난 사회경제적 피해가 동반된다. 둘째, 유행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방역상의 피해 자체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최대한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유행을 잘 준비해서 치루는 것, 이것이 단계적 일상회복의 본질이다. 따라서 우리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한다. 먼저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중환자가 병상이 부족해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상황이 오지 않게 해야한다. 이를 위해서 중환자의 병상확보, 중환자가 되지않게 만들어주는 치료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행의 규모가 우리가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점진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필요하다. 또 일상회복 중 예상하지 못한 급격한 유행 증가가 있다면 잠시 단계적 일상회복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방역패스나 역학조사 강화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는 완화하지만 방역 태세가 해이해지지 않게 준비해야한다. 지난 2년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의 도움으로 가장 우수한 성과를 거둔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일상회복에서 이는 더 큰 피해가 남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안전한 일상회복을 위해 염치 없지만 한번 더 국민의 동참과 이해가 절실한 시점이다. 2021.11.12 정재훈 가천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분과 민간위원)
- 불평등 바이러스와 포용 백신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원장(일상회복지원위원회 자치안전분과 민간위원) 위드 코로나의 시작과 더불어 부분적으로 대면 강의를 개시하고 대면 행사도 조심스럽게 재개했다. 지난 금요일에 KDI School Plogging Day 행사를 가졌다. 캠퍼스에서 가까운 괴화산과 금강변을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일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너무나 행복해 했다. 특히 유학생들이 신이 났다. 온 국민이 단계적 일상 회복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우리보다 먼저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나라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자칫 잘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재확산을 맞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방역당국과 의료계의 헌신적인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현명한 국민들의 분별있는 행동이 낙관적 전망을 해보는 근거다. ◆ 부위정경(扶危定傾)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백신 접종률 제고와 마스크 착용과 환기 등 일상 속의 방역, 의료적 대응체계의 보완 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둘러 접종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위드 코로나의 터널을 지나 마스크를 벗고 거리두기도 없는 상황에 이르는 것이 성공적인 일상 회복의 모두는 아니다. 코로나19로 삶이 망가진 사람들이 많다. 일자리를 잃거나, 배움이 뒤쳐지거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잃은 이들이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가 추구하는 일상 회복은 이들의 삶이 회복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 이른바 포용적 회복이다. 부위정경(扶危定傾), 위기의 진정한 극복은 과거 그대로의 회복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위기 극복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코로나19는 엑스레이와 같이 사회 골격에 생긴 골절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공의료의 부족, 사회보장체계의 부실 등 여러 가지 과거의 잘못이 드러났다. 이런 잘못을 바로잡는 부위정경의 회복이 되어야 한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오금동 송파쌤 미래교육센터 내에 마련된 키움센터에서 학생들이 케이크 만들기 수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에 맞춰 기존 50% 인원으로 제한해 온 초등학생 돌봄시설인 우리동네키움센터를 이용 인원 제한 없이 정상 운영한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불평등 바이러스 코로나19 이후 기존에 일하던 가정집에서 외부인 출입을 꺼리게 되었습니다. 모아둔 돈도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모든 일이 끊기며 열한 명의 저희 가족은 굶주림을 피할 수 없게 되었죠. 어느 아프간 노동자의 한탄이다. 코로나19 위기는 불평등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내려진 봉쇄와 거리두기 조치가 가난한 이들의 생계를 위협했다. 아프면 쉬라는, 의심되면 검사받으라는 권고도 빈곤층은 따르기 어려웠다. 지난 40년 동안 세계경제는 엄청난 불평등을 낳았고, 코로나19는 이를 증폭시켰다. 감염병 피해도 경제적 피해도 취약계층에 집중되었다. 작년에만 2억~5억 명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대폭 늘었다. 옥스팜의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고 부자 10명의 자산 총액은 작년 3월부터 연말까지 5400억 달러가 증가했는데, 이는 모든 사람에게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고 지구촌의 빈곤층을 구제하고도 남는 규모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 성장률이 -1.0%였고 금년 성장률은 최소한 4%는 넘을 것이다. 코로나로 고생한 2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이 1.5%를 넘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이유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특정 부문에 피해가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수출산업과 대기업들은 대체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오른 탓에 통계청이 발표한 순자산 5분위 배율이 2017년 100배에서 2020년 166배로 뛰었다. 옥스팜은 이러한 빈부 격차 확대를 불평등 바이러스라고 표현하며 코로나만큼이나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불평등 바이러스는 공동체와 회복탄력성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 포용 백신 불평등 바이러스로부터 사회를 지키고 지속가능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는 포용 백신을 개발하고 접종해야 한다. 최재천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주창한 생태 백신과 더불어 포용 백신은 부위정경의 일상 회복을 위한 필수품이다. 포용 백신에는 세 가지 성분이 들어가야 한다. 첫째, 튼튼한 사회보장이다. 자영업자는 물론 디지털 경제에서 늘어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 등 전통적인 고용관계 밖에 있는 이들을 포괄하는 소득보장제도가 필요하고, 돌봄 서비스 안전망도 구축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화 등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이 변화하는 가운데 누구나 소득활동을 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평생교육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셋째, 독점 규제와 공정거래, 경제적 약자의 교섭력 증진, 나아가 이해관계자자본주의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혁까지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K방역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가 포용성이었다. 소외계층은 물론 심지어 불법체류자까지도 배려하는 방역을 해왔다. 위드 코로나 단계에서도 어느 계층도 소외되지 않고 모든 국민이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포용적 일상 회복을 추구해야 한다. 나아가 코로나19가 부각하고 악화시킨 불평등 구조를 개혁하는 부위정경이 필요하다. 포용 백신으로 불평등 바이러스를 퇴치해야 한다. 2021.11.10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원장(일상회복지원위원회 자치안전분과 민간위원)
- 이제 우리는 무슨 밭에서 구를 준비를 하고 있나 허태균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교수(일상회복지원위원회 사회문화분과 민간위원) ◆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생명의 가치를, 삶의 소중함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일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약간 삐딱한 눈으로 보자면, 어떻게 살던 어떤 모습이건 살아 남기만 하면 된다는 생존 만능주의 처럼 해석될 여지도 있다. 생존을 조금 확대해보면, 매슬로우(Maslow)의 욕구 5단계이론에서 제안하듯이 안전이나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와 관련된 의식주와 같은 물질적 욕구까지 포함할 수 있겠다. 이런 하위의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어야만 소속, 존경, 자아실현과 같은 상위의 욕구가 발현된다는 매슬로우의 위계적 주장에 결코 동의하지 않지만, 그런 일반적인 상대적 경향을 100% 부인할 수도 없다. 우리 사회는 지난 70년 동안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사회경제발전을 이룩하며 드디어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의료기술과 혜택, 평균수명, 국민소득, 소비수준, 의식주 등 생존과 관련된 거의 모든 측면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충족된 수준에 왔다는 사실에 이견이 없다. 이런 생존의 측면에서 한국사회와 한국인의 능력은 이번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다시 여실히 증명되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대응능력, 확진자 관리와 선제적 검사체계, IT기술력 등을 이용한 사회적 모니터링 시스템, 국민 수준의 자발적·비자발적 협조 등에서 우리 사회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성공적으로 통제해왔다. 이런 효율적인 통제는 범국민적인 명시적 또는 암묵적 합의가 없었다면 진행되기 어려운 것이었고, 다른 선진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그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그에 따른 혹독한 대가를 치뤘다. 서울역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에 합의한 것일까? 어찌보면 생존이 그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한다는 것에, 생존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희생될 수 있다는 것에 합의한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든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간단한 진리를 전제로 한다면, 우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룬 모든 것들 딱 그만큼의 무언가를 잃었을 것이다. 산업계의 손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해, 문화예술공연 및 관광업계의 붕괴 등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물질적 피해는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가 잃어버린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인식 속에서 생존에 짓눌려 버린 다른 다양한 가치들일 수 있다. ◆ 일상회복의 기준은? 이제 백신접종이 진행되면서 팬데믹 상황에서 벗어나는 시점이 다가올 것으로 기대되고, 우리는 일상회복을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별생각없는 과거로의 회귀처럼 들릴 때가 많다. 대부분의 얘기가 몇 명까지 허용할 것인가, 몇 시까지 확대할 것이냐, 무엇까지 하게 해줄 것인가 등에 집중되어 있다. 당연히 그 기준점은 코로나 이전 우리의 모습이다. 말은 대부분 더 나은 일상을 외치지만, 일상회복의 방향과 기준은 항상 과거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학습결손이라는 표현이다. 코로나 이전의 우리의 교육이 그렇게 좋아서 반드시 돌아가야만 하는 모습이었나? 우리의 청소년들의 교육량이 너무 많고 지나친 시간을 학업에 보내고 있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OECD 국가들 중에 학업스트레스 1위, 한 조사에서 청소년이 죽고싶다는 생각이 든 가장 큰 이유도 학업부담이었다. 평균 수면시간은 OECD 평균보다 1시간 이상 짧고, 그 첫번째 이유도 학업이었다. 이러니 청소년들의 행복도는 OECD에서 꼴찌일 수 밖에 없다. 어떤 적정수준이 있는데 그것보다 부족하게 되면 결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적정수준을 훨씬 초과해서 모두를 불행하게 하고 있는데, 그것보다 줄어들었다고 결손이라고 평가해서는 안된다. 이런 인식이 바로 아무 생각없이 과거를 기준으로 한 착각인 것이다. 학생이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고 실제로 필요하지도 않은 교육을 모두에게 억지로 시키며, 학교의 책상과 의자에 강제로 잡아두고 70%가 넘는 대학진학률을 만들어내는 것이 비정상이었다. 어찌보면 온라인 수업은 학생들에게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선택권을 준 것이고 그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 선택을 한 것이다. 생존에 최적화되어 있는 부모와 사회는 그들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학습결손이란 얘기를 하는 것이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능실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제 우리는 일부러라도 강하게 선언해야 한다. 과거로의 회귀는 없다고. 우리의 기준점은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의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 그렇게 선언하고 굳게 결심해도 어차피 90% 이상 과거로 돌아갈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그리 창의적이지 않고, 더구나 엄청난 일관성의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범위 내에서 생각이 떠오르고 자연스럽게 그 생각이 옳다고 느껴진다. 어찌보면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인생에 다시 오지않을 기회를 주었을지 모른다. 그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마치 코로나 이전에 대학에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온라인 교육을 권장했는데도 온라인 강의가 1% 남짓 이었지만,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된 것처럼. 과거에 절대 할 수 없다고 느꼈던 것들을 그냥 하게 만들었고, 우리는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이라는 선택권을 가지게 되었다. 각종 혁신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한 순간에 없애줬다. 역설적으로 팬데믹에서 우리를 살아남게 해주었던 한국인의 생존본능을 버릴수 있는 기회를 우리는 활용해야 한다. 이겨야만 살아남는다는 인식 하에, 일과 야근에 치어 살던 삶과 입시와 사교육에 매달려 살던 모습, 먹고 마시고 정신을 잃는 회식과 쾌락 등에서 강제로 벗어나 본 소중한 경험을 했다. 이제는 그 선택권을 소중히 사용해야 한다. 생존을 넘어 우리가 추구할 가치, 문화, 의미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로. 똥밭을 굴러도 좋다는 각오로 살아남았으니, 이제 더 좋은 밭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 개개인, 사회, 국가차원에서의 백신을 넘어 백서가 필요하다. 단순히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했느냐가 아닌, 팬데믹 이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가 가지게 된 미래의 선택에 대한 백서를 모두 각각 진지하게 작성하고 고민봐야 한다. 이제 우리는 무슨 밭에서 구를 준비를 하고 있는지 2021.11.05 허태균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교수(일상회복지원위원회 사회문화분과 민간위원)
- 보다 나은 단계적 일상회복을 향한 이정표 김동현 한림대학교 보건과학대학원 원장(일상회복지원위원회 경제민생분과 민간위원) 단계적 일상회복시기에는 사회경제 정책 중요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백신 접종완료율이 높은 나라들을 중심으로 일상 회복을 위한 거리두기 이완조치가 앞다투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1일부터 이러한 방향으로의 국면 전환이 신중하게 시도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보다 앞선 일부 국가들에서 코로나 확진자의 폭발적 재증가 양상과 호흡기 바이러스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 그리고 백신의 접종효과가 떨어지는 시점이라는 제반 여건을 고려해보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그래도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제적 고통을 받아 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그리고 일상의 권리와 자유를 빼앗긴 일반 국민 피로도가 임계치에 달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정책적 선택은 피할 수 없는 길임은 분명하다. 한 사회의 의료대응역량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정의될 수 있는 공중보건위기(Public health crisis)는 예방(Prevention), 대비(Preparedness), 대응(Response), 그리고 회복(Resilience)의 4단계를 거치게 된다. 다만지진, 홍수, 폭염과 같은 대부분의 위기는 대비·대응 단계가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종료되고, 이후 피해의 복구와 상처의 치유라는 회복을 위한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이번 코로나 팬데믹 위기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 우리 사회는 대비·대응의 지속과 안정적 회복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헤쳐나가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렇지만 건강과 생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대비·대응 단계에서는 방역과 의료정책이 위기 해소의 중심에 있다고 하면, 회복 단계에서는 사회경제적 정책이 그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치명률, 사망자수, 중증화율과 같은 방역지표 외에 사회회복성지표(Social resilience indicators)를 개발해 국가와 지역사회 차원에서 회복의 방향과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사회경제정책의 효과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다시말해 이제는 보다 나은 일상회복을 향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치열한 숙의가 필요한 시기로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1일 단계적 일상회복 개시와 함께 외식·숙박·여행·체육·영화·전시·공연·프로스포츠 관람·농축수산물 등 소비쿠폰 9종 사용을 전면 재개한다. 사진은 지난 10월 26일 오후 한 시민이 서울 대학로에 설치된 연극 정보 게시판 앞을 지나는 모습.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건강과 사회경제적 피해는 무차별적이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위기로부터 보다 나은 일상으로의 회복은 우리 사회가 받은 피해의 내용과 성격에 대한 냉철한 복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모든 공중보건학적 위기로 인한 건강과 사회경제적 피해는 무차별적이지 않다. 코로나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한 사회에 내재된 기존의 불평등한 구조에 꽈리를 틀고, 일부 취약집단에 그 피해를 극대화시켰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다. 영국 국가통계자료원(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의 자료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의 돌봄시설 종사자와 일용직 노동자에서의 인구 십만명당 연령표준화 사망률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2~3배 가까이 더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2~3월 청도대남병원에서 시작된 요양시설에서의 비극이 그 대표적 사례다. 입소자의 98%가 감염되고, 치명률이 7%에 달한 이 정신질환자 폐쇄병동은 이윤과 효율 중심의 우리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후 올해 2월 10일 기준으로, 1여년 가까이 코로나로 인한 전체 사망자의 52%가 요양병원, 요양원, 그리고 기타 복지시설에서 일어났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돌봄이 불가능한 사회적 여건으로 인해 시설에 수용된 병든 노인들이 동일집단(코호트) 격리라는 차별적, 비과학적방역조치로 속절없이 감염되고, 또 생명을 잃었다. 관련 전문가들에게는 지난 10여년 급증한 요양시설과 병상은 관리 부실로 인해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 의료기관으로 익히 알려져 있었다. 또한 물류센터와 콜센터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에서 대규모 집단 발병의 반복은 물리적 거리를 둘 수 없는 열악한 작업환경과 아프면 3~4일 쉬라는 방역지침을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제도적 환경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으로의 복귀가 일상회복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여져서는 곤란하다. 한편 우리나라의 방역 성과는 보건의료인들의 헌신 외에도 경제적 취약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희생으로 유지되어 왔다. 이번 팬데믹 위기 시 모든 사회적 록다운을 시행한 국가에 비해 GDP 감소율 등 일부 경제 지표에서 확인되는 우리나라의 성과가 실제적인 영업중지와 제한이 초래한 일부 업종의 막대한 차별적 손실을 덮을 수는 없다. 봉급 생활자가 겪은 불편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고통과 같은 어려움으로 볼 수 없다. 이들에겐 삶과 죽음의 문제일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어서고 있어, 우리 사회의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완충하는 순기능을 해 왔다. 이들 계층의 무너짐은 우리 사회 경제 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새겨야 한다. 위드 코로나에로의 안정적, 점진적 전환을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 코로나와의 싸움에 이기기 위해서는 방역이라는 전선과 민생이라는 후방이 같이 가야한다. 보다 나은 일상회복을 위한 사회경제 정책의 핵심은 포용성 전 세계를 덮친 팬데믹 위기에서 이제는 우리도 벗어나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출범한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서는 단계적, 포용적, 그리고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아주 적절한 방향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불확실성이 여전한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상회복을 위한 규제완화는 최대한 시간을 갖고, 건강 피해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서서히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자칫하면 다른 국가와 같이 무고한 생명의 대량 손상이 발생할 수 있기에, 안전장치를 마련하면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방역과 치료 일선 보건의료인의 호소는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따라서 일상이 회복되어야 하는 이 시기, 지역사회 역학조사 역량과 치료대응역량 강화가 다시금 절실히 필요하다. 관련 정부부처와 전문가 그룹 모두 머리를 맞대고 신속히 지원 방안을 도출해 내야 한다. 가드를 모두 내리고, 코로나와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링위로 올라가게 해서는 안된다. 공중보건위기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회복이라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포용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보다 나은 일상을 회복해야 하는 시기의 사회경제정책은 포용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담아낼 수 있었으면 한다. 건강피해로 시작된 감염병 팬데믹위기가 극심한 사회경제적 피해와 차별과 혐오라는 우리 공동체에 대한 위협으로 진전되었다. 포용성이라는 원칙은 우리 사회 어느 누구도 팬데믹으로 인한 피해와 고통의 나락에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적극적 정책의지가 있어야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전제는 정부 정책당국이 국민의,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고통에 대해 열린 공감을 가져줄 것을 필요로 한다. 이런 공감을 바탕으로 전대미문의 팬데믹 위기에 조응하는 전대미문의 정책적 시도가 필요하다. 국가에 대한 신뢰는 일상회복의 이정표 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가용한 자원을 총 동원해 어려움에 처한 국민에 손을 내밀 때 국민은 국가가 바로 옆에서 자신들을 지켜주고 있음을 알고, 국가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회적 신뢰가 포용적 사회경제적 정책의 산물이 되어, 우리 공동체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다져나가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2021.11.03 김동현 한림대학교 보건과학대학원 원장(일상회복지원위원회 경제민생분과 민간위원)
- 단계적 일상회복, 뉴 업노멀과 호모 심비우스 최재천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나는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와 함께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는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 그리고 행정안전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질병관리청장 등 8명의 정부위원들과 경제·사회·방역·의료 등 각 분야의 전문가 30명이 민간위원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이곳은 경제민생, 사회문화, 자치안전, 방역의료의 4개의 분과위원회로 나뉘어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일상회복 방안을 논의해 중앙대책본부에 전달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 뉴 애브노멀(New abnormal)이 아니라 뉴 업노멀(New upnormal)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 20일부터 어언 1년 9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든 코로나바이러스를 박멸 혹은 퇴치해 사태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박멸, 퇴치, 종식 등은 우리가 농경을 하며 해충 구제를 할 때 늘상 쓰던 용어들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들은 모두 우리가 전장에서 사용하던 말들이다. 그러나 해충이나 바이러스를 상대할 때에는 군대가 아니라 경찰처럼 행동해야 한다. 적을 섬멸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시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 역사를 통틀어 우리 인류가 완벽하게 제거하는 데 성공한 바이러스는 천연두바이러스 하나 뿐이다. 바이러스와 인간은 자연의 다른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서로 영향을 끼치며 공진화(co-evolution)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는 언젠가는 맞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우리 국민은 그동안 참으로 성실하게 정부의 방역 지침을 따르며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 백신접종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다다르며 조심스레 일상으로 되돌아갈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시점에 일상회복지원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내가 만일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더라면 나는 위원회 명칭을 일상 복원 지원위원회라고 불렀을 것 같다. 대놓고 일상 회귀라 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회복이라는 단어에는 예전으로 되돌아가겠다는 희망과 의도가 담겨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되더라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일상(New normal)을 얘기하지만 이 표현에는 예전의 일상이 정상적(normal)이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예전의 우리 일상이 정상적이었으면 우리가 이런 끔찍한 재앙을 겪을 까닭이 없었을 것이다. 나는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우리의 구호가 은연중에 새로운 비정상 즉 뉴 애브노멀(New abnormal)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두렵다. 엄청나게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팬데믹을 겪은 후 우리가 만들어낼 새로운 일상은 예전보다 훨씬 더 나은 일상이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뉴 업노멀(New upnormal)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행동 백신과 생태 백신 이번에 우리는 엄청나게 운이 좋았다. 거의 500만명이 사망했고 경제가 파탄 났는데 운이 좋다니 무슨 실없는 소리인가 하겠지만, 예전에 이런 유행병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백신을 제조해 보급하는 데에는 적어도 10~15년씩 걸렸다. 그런데 우리는 이번에 1년도 안 된 기간에 훌륭한 백신들을 만들어냈다. 물론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 덕택에 가능했던 일이다. 과학의 힘으로 인류가 재앙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에도 우리가 여전히 운이 좋을 수 있을까? 운 좋게 또 1년만에 백신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기간 동안 또 다시 적어도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고 세계 경제는 다시 한번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앞으로 이런 사태를 반복적으로 겪어야 한다면 이걸 두고 운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그래서 나는 일찌감치 작년 초에 백신 두 개를 제조했다. 바로 행동 백신(behavior vaccine)과 생태 백신(eco-vaccine)이다. 이번에 우리 국민은 손 씻기,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매우 잘 수행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게 살고 있다. 전국민이 행동 백신 접종을 훌륭하게 이행했기 때문이다. 행동 백신보다 더 근원적이고 효율적인 백신이 생태 백신이다. 우리 인류에게 해로운 병원체를 자연계에서 인간계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막아주는 백신이다. 그런데 생태 백신은 내가 인류 최초로 제안한 개념이 아니다. 그동안 모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자연 보호라는 구호를 내가 생태 백신으로 바꾼 것뿐이다. 그동안 모두 자연을 보호합시다라는 호소를 건성으로 듣다가 이런 엄청난 재앙을 겪게 된 것이다. 이제 내가 자연 보호를 생태 백신이라 바꿔 부르는 순간 모두 동참해야 한다. 왜냐하면 백신은 사회 구성원의 적어도 70~80%가 함께 접종해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그동안 우리가 자연을 너무 막 대하다가 이런 사달을 자초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이제 모두 생태 백신 접종에 동참해야 한다. ◆ 대한민국의 집단적 현명함과 역동성 일상회복지원위원회는 그동안 힘겹게 지켜온 방역 기준을 완화해 시민 여러분으로 하여금 하루아침에 훨씬 편안한 삶을 영위하게 해드리고 곧바로 해체되는 위원회가 아니다. 코로나19를 겪고 난 우리 사회가 이전보다 훨씬 업그레이드(upgrade)된 사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적어도 1년 동안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바쁘다고 바늘 허리 꿸 일은 결코 아니다. 우리보다 먼저 일상 회복을 시도하고 있는 영국이나 싱가폴 같은 나라들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는 위원회 첫 회의 모두발언에서 촘촘하게와 꼼꼼하게를 강조했다. 우리는 지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얘기만 하고 있는데 그들 뒤에는 조직화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더 많은 국민이 있다. 그들의 사정까지 꼼꼼하게 살피며 촘촘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위원회가 가야 할 길은 우리 사회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어쩔 수 없이 시행착오도 저지를 것이다. 모름지기 모든 위원회의 최고 덕목은 소통이다. 그러기 위해 여럿이 모여 앉은 것이다. 서로의 얘기에 귀 기울이며 꼼꼼하고 촘촘하게 조율해 갈 것이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나는 몰라보게 향상된 우리 국민의 민도에 스스로 감탄하고 있다. 국내 많은 언론들과 일부 정치인들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에 비해 효율도 낮고 혈전 등 부작용도 심한, 말하자면 이류라는 근거 없는 백신 불안을 조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5세 이상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5월 27일 1차와 2차 접종자가 무려 71만 1194명에 달했고, 이 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사람은 57만 5176명으로 전체의 80%가 넘었다. 6074세 등 상반기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1차 접종한 사람을 대상으로 2차 접종이 시작된 지난 8월 1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접종 대상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두뇌에서 가슴까지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실제로 이 거리는 성인의 경우 약 36센티미터밖에 안 되지만, 아는 것을 실행에 옮기는 데 뜻밖에 많은 시간이 걸림을 지적하는 속담이다. 내 개인적인 관찰에 따르면 우리 국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속담이다. 우리는 일단 머리에서 이해되면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실행에 옮긴다. 물론 머리가 이해하는 과정은 치열하다. 온갖 상반된 의견이 난무하고 차분히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숙고하기보다 다짜고짜 공격부터 퍼붓는다. 합리적 비판보다 고성을 동반한 흠집내기식 비난이 판친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이런 와중에도 사실에 입각한 전문가들의 설명이 쉼 없이 이어지고 우리 국민은 끝내 옥석을 가려내어 현명하게 행동한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역동성이다. 나는 우리 국민의 집단적 현명함과 역동성을 믿는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야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나는 그동안 우리가 이 속담의 깊은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는 이 속담이 무엇을 말하는지 또렷이 알게 됐다. 예전에 우리가 백신을 제조한 다음 누가 먼저 맞을 것인가에 대해 이번처럼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있었을까? 이번에 우리는 좁은 요양원 공간에 함께 모여 있는 어르신들과 코로나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간호사 선생님들을 먼저 접종하자는 데 합의했다. 나는 우리 사회가 이런 논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진보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모든 계층이 함께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으면 절대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확실하게 경험했다. 함께 사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우리 스스로 터득했다. 이런 연대 의식으로 무장하고 이 팬데믹 재앙으로부터 함께 빠져나가야 한다. 우리 일상회복지원위원회가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국민 여러분도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해주시리라 믿는다. 2021.10.26 최재천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방역과 일상의 공존을 위하여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장기간 공존해야 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지난 1월부터 단체 줄넘기를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9월 11일, 이제는 청으로 승격한 당시 질병관리본부의 마지막 브리핑에서 정은경 현 질병관리청장이 한 말입니다(올해 9월 아닙니다). 요새는 위드 코로나가 언젠가 해야 할 남겨진 숙제처럼 인식되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함께 산지 1년 9개월이 넘었습니다. 코로나19가 무섭다지만 언제까지고 집에만 있을 순 없습니다. 어느 정도 활동은 하되 3T(검사·추적·치료)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사람 간 접촉 빈도를 줄이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유행은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제로를 추구하는 대신 방역과 일상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균형은 쉽게 깨어지기도 합니다. 마치 한 사람이 점프에 실패하면 모두가 시합에서 지게 되는 단체줄넘기와 같이, 방역 수칙을 소홀히 여기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면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감염이 퍼집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 폭발적인 감염확산으로 인한 의료체계 붕괴의 위기를 겪으며 생명도, 일상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을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그런 상황은 비껴갔습니다. 유행이 심각했던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누적 확진자 수와 누적 사망자 수 모두 매우 적습니다. 경제도 선방했습니다. 그림 1의 빨간 점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2021년 경제 회복 전망입니다. 주요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물론 이는 평균적으로잘했다는 뜻이지 고통이 전혀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다수 시민들이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할 동안 뒤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장기간 집합금지 중인 고위험시설 업주 및 종사자, 심야 영업제한의 영향을 받는 자영업자들,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진, 방역담당 공무원, 보건소 직원들,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은 대면 서비스업 종사자,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한 취약계층 학생들이 있습니다. 삶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사교모임, 종교행사, 여행 등 소위 고위험 활동에 놓여있던 사람들의 인내도 길어졌습니다. 불운한 감염자들은 필요 이상의 사회적, 심리적 비용을 치러야 했습니다. 해외와 비교하여 평균적으로 잘한 것은 어떤 사람에겐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한 사람이 실패하면 모두 실패하는 단체줄넘기처럼, 누군가를 쓰러지게 남겨둔 채 이 팬데믹과의 전쟁에서 오래 승리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방역체계 질적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마침 백신 접종률이 오르면서 확진자 수가 증가해도 의료체계에 부담이 덜 가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4차 유행은 지난 겨울유행에 비해 감염 규모도 더 크고 지속기간도 더 길지만, 중환자 수는 그때와 비슷하거나 더 적은 수준이며 사망자 수는 그때의 1/3~1/2 수준입니다(그림 2·3 참고). 아직 남아있는 고령층 미접종자 약 100만여 명 중에서 접종률을 더 끌어올리면 중환자와 사망자 수는 많이 늘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백신 접종으로 인해 의료체계 부담이 줄었지만 싱가포르나 이스라엘처럼 방역 완화 후 확진자가 급증하면 우리나라의 지금 시스템으로 감당해내기 어렵습니다. 접종자 위주로 역학조사 및 검사 범위를 조정하고, 재택치료를 확대하고, 중환자 병상을 확충하는 등 감당할 여력을 늘리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감염의 사회적, 심리적 비용을 줄여가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합니다. 시스템을 갖추기 전까지는 여전히 조심성이 요구됩니다. 영업시간 제한 등 비용 대비 효과가 적은 영역은 지금이라도 풀되 너무 갑자기 감염이 늘지 않도록 마스크나 모임 인원 제한 같이 비용이 적은 조치는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합니다. 유행 상황에 따라 서서히 예전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만 너무 서두르면 독이 됩니다. 대신 모두를 위한 조치로 인해 손실을 입는 소수에게 신속하고 넉넉한 보상을 반드시 제공해야 합니다. 단체줄넘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쳐 쓰러진 사람들을 그냥 둔 채로 시합을 계속할 수는 없습니다. 힘이 남은 사람이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부축하듯, 위드 코로나는 모두가 공평한 짐을 지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거리두기 단계 조정은 이 과정 안에 한 요소로 포함되지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준비된 만큼만 완화해야 급격한 감염 확산 후 다시 되돌아오는 고통을 피할 수 있습니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위해, 모두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인내가 요구되는 때입니다. 2021.10.19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백혈병과 같은 암은 코로나19 예방접종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특성상,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원인으로 보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지 않아 백혈병의 대부분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국내에서는 매년 약 3,500명 정도, 하루에 약 10명 정도 백혈병 환자가 새롭게 진단되고 있습니다.* 백혈병은 진단 약 1개월 전에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건강한 성인이라도 갑작스레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처 : 국립암등록자료, 국립암센터 현재 전 국민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는 상황과 국내 백혈병 발병률을 고려했을 때, 예방접종 후 급성 백혈병이 발생했다고 시간적으로 오인할 소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LI다. 그러나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특성상, 코로나19 예방접종 수일 혹은 수개월 후에 백혈병이 발생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포함해, 기존의 백신들이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는 현재까지 없어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여러 가지 이상반응에 대한 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백혈병을 유발한다는 보고는 없었습LI다. 또한, 인플루엔자와 같은 기존의 백신들도 백혈병과 같은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는 현재까지 없는 상황입니다. 코로나에 대항할 면역을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코로나19 예방접종뿐 코로나 바이러스는 건강한 성인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유발할 수 있습LI다. 예방접종 후 발생하는 대부분의 이상반응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합니다. 특히, 백혈병과 같은 암은 코로나19 예방접종과 연관성이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백혈병과 같은 암 발생을 두려워하지 마시고, 예방접종을 받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_김진석 대한혈액학회 학술이사, 연세의대 교수 예방접종 순서가 오면 건강상태가 좋은 날 접종을 받아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2021.09.07 질병관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