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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쏭달쏭 저작권 상식…“이것만은 꼭!”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작고 큰 저작권 논란이나 분쟁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저작권 이야기’가 이번 8회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저작권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 ‘저작권 이야기’ 시리즈 전체 보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저작권 문제도 막상 자세히 들어가면 대답이 궁할 때가 많다.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반면, 사람들의 지식은 그만큼 보폭이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면서 평소 궁금해 했던 저작권 상식의 지평을 넓혀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 ‘ⓒ’ 표시를 해야만 저작권 보호를 받는다? ⓒ 표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하지만 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신문에서 저작권 기사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우리가 세계저작권협약(UCC)에 가입하고 저작권법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1987년을 전후한 시기였다. 이후 발행된 출판물이나 신문·잡지들은 빠짐없이 ⓒ 표시를 해 왔고 지금은 홈페이지 하단에도 등장할 정도로 보편적인 표시가 되었다. 이 표시는 세계저작권협약 체결 당시인 19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0년대 미국을 포함한 미주 국가들 대부분은 저작권 등록을 저작권 발생 요건으로 하였다(방식주의). 미주 국가 저작물이 다른 국가에서 보호를 받고 후자 국가 저작물이 전자 국가에서 보호를 받기 위해 양자간에 절충한 것이 바로 ⓒ 표시이다. 즉, 방식주의 국가들은 외국인의 저작물에 대해 등록과 같은 방식은 아니더라도 ⓒ 표시가 해당 저작물에 표시돼 있다면 그것으로 저작권 보호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협약에서는 저작권자 성명과 발행년도도 함께 넣도록 하였다. 1980년대 후반 이후 미국을 위시한 대부분의 미주국가들이 베른협약에 가입하면서 방식주의를 포기한 이후 ⓒ 표시는 법적으로 그 의미를 상실했다. 그러나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그리고 언제 발행되고 공표되었는지 확인하는 데 여전히 유용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표시 방법은 관행적으로 세계저작권협약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다음과 같이 하는 것이 보통이다. ‘Copyright ⓒ 2008 저작권위원회. All rights reserved.’ ‘ⓒ 2008 저작권위원회. All rights reserved.’ ‘ⓒ 2005-2008 저작권위원회. All rights reserved.’ ‘ⓒ 2008 저작권위원회. 판권 본사 소유’ # 내 블로그에 올린 다른 사람의 그림은 친구들하고 같이 보기 위한 것이고, 나는 블로그를 통해 아무런 수입을 거두지 않으므로 저작권 침해가 생기지 않는다? 미니홈피나 블로그도 홈페이지의 하나이다. 홈페이지는 저작권법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이름이 암시하는 것과는 달리, 홈페이지는 사적 공간이 아니다. 공중이 언제, 어디서든 찾아와 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공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용제공 행위는 저작권법상 전송이다. 홈페이지를 자신의 것으로만 꾸며지지 않을 경우 결국 다른 사람의 것으로 채울 수밖에 없는데 이 때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 홈페이지 운영자가 남의 것을 가져다 올려놓는다면 본인이 직접 저작권 침해를 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 게시판에 올린다면 홈페이지 운영자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서 방조책임을 질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직접 침해자의 침해행위를 알고서 이를 도와주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게시판에 올라온 것을 일일이 모니터링 해야 할 의무는 없으나 침해물이 올라왔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내리지 않는다면 방조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영리성 여부는 저작권 침해 판단의 일반적 기준이 아니다. 일부 예외적인 경우 저작권 침해에 대한 면책 요건의 ‘하나’로 비영리 목적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개인 홈페이지가 비영리 목적이라는 이유로 면책되는 경우는 없다. #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해 영화를 다운받았으므로 적법하다? 최근 저작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크게 개선되었다. 인터넷 콘텐트가 공짜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이런저런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해서 콘텐트를 제공받는 일도 흔해졌다. 그런데 인터넷 서비스가 모두 저작권법상 합법적인 것은 아니다. 동영상 UCC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유튜브는 영업을 개시한 이래 지금까지 법적 분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서비스도 합법적인 서비스에서부터 불법적인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소비자가 어느 서비스가 합법인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없고, 더욱이 자칫 불법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인터넷 기술 발달로 인해 겪는 불편이 아닐 수 없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각각의 서비스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는데, 크게 2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로는 소비자가 단순히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이나 다운로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경우이다.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가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에 소비자가 저작권 침해 문제로 곤란을 겪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소비자가 스트리밍을 통해 파일을 재생하는 것은 사업자가 송신행위를 하므로 소비자에게 침해행위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또한 다운로드 받는 것은 저작권법상 복제에 해당하지만 그 복제는 소비자가 개인적으로 파일을 재생하기 위한 것이므로 사적 복제에 해당하여 침해행위가 되지 않는다. 둘째로는 일부 P2P 파일공유 방식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이다. P2P 서비스 이용자 컴퓨터는 서버 컴퓨터도 되고 클라이언트 컴퓨터도 된다. 통상의 인터넷 서비스는 서버와 클라이언트가 엄격히 구분된다. 서버가 송신하고 클라이언트는 수신하는 구조로 돼 있다. 반면, P2P 방식의 서비스는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구분이 없고, 따라서 개인 컴퓨터가 서버이자 클라이언트이다. P2P 서비스 이용자는 저작권법상 복제행위를 할 뿐만 아니라 전송행위도 한다. 게다가 복제행위(다운로드) 도중에도 전송행위(업로드)가 일어나기도 한다. P2P 서비스 이용자 자신의 폴더나 파일이 다른 사람에게 공유된다는 것은 이러한 의미이다. 이용자가 가지고 있는 파일은 전송을 위한 허락을 받지 않은 것이 보통이므로 이 때 전송권 침해가 발생한다. 불법 서비스에 가입하여 가입비 등 금전적 대가를 치른다고 해도 그것은 시설 이용료 내지 서비스 이용료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정상적으로 저작권 처리에 대한 대가를 낸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인터넷 기술 때문에 저작권 침해의 덫에 걸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법률 상식을 대비하면 궁금한 점이 발견된다. 법에서 말하는 과실책임의 원칙을 따르면 가해자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인식하고 있거나(고의)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식하지 못했다면(과실)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고의나 과실이 책임의 요건인 것인데, P2P 서비스 이용자가 업로드에 대한 인식이 없다면 그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일부 이용자는 본인이 업로드에 대해 전연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법적으로 다툰 사례는 아직 없기 때문에 궁금증으로만 남아 있다. 2008.12.24 저작권위원회 최경수 저작권연구원장
- 인터넷포털, 저작권침해 논란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작고 큰 저작권 논란이나 분쟁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저작권 이야기’가 매주 수요일 여러분을 찾아뵙니다. ☞ ‘저작권 이야기’ 시리즈 전체 보기 인터넷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나 다음을 떠올리고 미국에서는 구글이나 야후를 떠올린다. 우리는 이들을 인터넷 포털 또는 웹 포털이라고 부른다. 포털은 인터넷에 산재해 있는 정보를 찾아주는 검색 엔진을 기본으로 하여, 이메일이나 메신저, 뉴스, 커뮤니티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활동하고 있다. 외국의 포털은 전문분야별로 특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검색엔진에 주안을 두는 구글이나 동영상 공유 서비스에 특화한 유튜브가 대표적이다. 포털이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하든 법적 책임 문제를 피할 수는 없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음란물 유통, 명예훼손, 청소년 보호, 사행행위 등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그 교사나 방조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포털은 외국과는 달리, 백과사전식 서비스를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법적 책임 전선이 더욱 넓다. 포털의 모든 서비스 형태가 저작권법상 ‘논란’ 대상 포털은 최근 저작권 문제로 더욱 고민하고 있다. 저작권법상 모든 권리자가 포털의 모든 서비스 형태에 대해 시비를 걸고 있는 양상이다. 음반사나 작사·작곡자, 영화사, 신문사 등은 하루가 멀다 하고 포털을 상대로 형사 고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이들은 포털의 저작권 침해 내지 방조가 도를 넘었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포털을 포함하는 이른바 온라인서비스제공자(online service provider:OSP)에 대한 법적 공방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1993년 미국 플로리다 연방지방법원이 가입자가 올려놓은 플레이보이 잡지 사진에 대해 전자게시판 운영자에게 저작권 침해 판단을 내린 이래, 다수의 판결을 통해 OSP의 저작권 침해 법리를 축적해 왔다. 미국 판례에 따르면, OSP의 책임은 제3자의 행위에 대한 2차적 책임이고 그것은 기여책임(contributory liability) 또는 대위책임(vicarious liability)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 서울민사지방법원이 중앙대학교 홈페이지 자료실에 올라 있는 멀티미디어 저작도구(소프트웨어)에 대한 저작권 침해 여부를 다룬 이후 여러 사건 판결을 통해 OSP 책임 이론을 다듬어 왔다. 우리 법에서는 OSP의 법적 책임은 제3자의 행위에 의한 2차적 책임(secondary liability)이라고 한다. 이 점에서는 미국 이론과 동일하다. 그러나 책임의 본질은 다르다. 우리 법에 따르면, OSP는 제3자의 침해를 유인·야기하거나 조력한 데 고의나 과실이 존재한다면 민법상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를 하는 것이고, 방조한 데 고의가 있다면 형법상 종범 내지 방조범이 된다고 한다. OSP가 운영하는 사이트는 제3자가 제작하거나 가져다놓은 콘텐츠로 채워져 있으므로 방조행위의 존재 여부가 OSP에 대한 책임 판단의 근간을 이룰 것이다. 대법원 ‘복제권 침해 용이케하는 모든 행위, 방조에 해당’ 2007년 12월 14일 소리바다 판결 상고심에서 우리 대법원은 방조행위에 관해 주목할 만한 견해를 피력하였다. “방조행위란 정범의 복제권 침해를 용이하게 해주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로서, 정범의 복제권 침해행위 중에 이를 방조하는 경우는 물론, 복제권 침해행위에 착수하기 전에 장래의 복제권 침해행위를 예상하고 이를 용이하게 해주는 경우도 포함하며…, 정범에 의해 실행되는 복제권 침해행위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것으로 충분하고…, 정범의 복제권 침해행위가 실행되는 일시, 장소, 객체 등을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없으며, 나아가 정범이 누구인지 확정적으로 인식할 필요도 없다.”(대법원) 대법원은 이어서, 소리바다 운영자가 공유 음악 파일이 대부분 불법 복제물이라는 것을 예견하면서도 해당 P2P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였고, 소리바다 서버가 이용자의 접속정보(이용자의 IP 주소 등)를 보관하고 다른 이용자들에게 해당 정보를 제공하여 파일을 검색하고 최적 다운로드 위치를 찾게 해주는 한편, 소리바다 운영자가 직접 운영상태를 점검했다는 점 등을 들어 운영자에게 방조책임을 인정하였다. 저 유명한 미국의 1998년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DMCA)은 OSP에 대한 통지와 삭제(Notice and Takedown; NTD) 절차를 성문화했다. 이 절차는 권리자가 자신의 저작물이 인터넷에 올려 있으면 그 사실을 OSP에게 통지하고 OSP는 해당 저작물을 인터넷에서 제거함으로써 법적 책임을 벗어나는 구조로 돼 있다. DMCA는 OSP의 법적 책임 이론을 여전히 판례에 맡겨두면서 절차적인 방법에 의한 면책 규정(safe harbor)을 두어 한편으로는 저작권도 보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OSP의 사업적 이익도 확보해주려 하였다. 이 절차 규정은 각국의 저작권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유럽연합 27개국이 유럽연합 지침을 수용하면서 이 규정을 도입하였고, 우리나라와 중국도 법개정을 통해 유사한 조항을 마련한 바 있다. 저작권법 역사에서 이 절차 규정은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것이었으나 권리자들은 여전히 인터넷 저작권 침해로 괴로워하고 있다. 인터넷사업자-권리자 상생 ‘대화창구’ 필요 순경 열 명이 도둑 하나 잡지 못한다고 한다. 인터넷 저작권 침해에 꼭 맞는 말이다. 신분도 인상착의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국경을 넘나들면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터넷 침해는 ‘다품종 소량침해’가 일반적이다. ‘대량침해’ 방식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과 상당수의 국가들이 채택한 통지와 삭제 절차 규정은 권리자와 OSP간에 1대1 관계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하나를 요구하면 하나를 들어주는 식이다. 이래서는 저작권 침해가 말끔히 사라지기 어렵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우리 저작권법 제104조이다. 이것은 ‘다품종 소량침해’에 효과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P2P 서비스제공자에게 불법 복제물 전송을 차단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필터링)를 강제하고 있다. 이 규정은 필터링 기술이 실제로 용이하게 적용될 수 있다면 저작권 침해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확인해주었다. 포털의 저작권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지금, 이제까지의 공방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포털은 인터넷의 대문이고 소통의 창문이다. 포털을 통하지 않는 지식이나 정보, 콘텐츠는 없다. 인터넷이 진화하면 할수록 포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이에 비례하여 포털의 책임 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포털이 불법 복제물 유통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면 문제는 간단하지만 이 또한 쉬운 것은 아니다. 불법 침해물을 잠재적으로 언제나 안고 살아야 하는 숙명에 있는 포털이 지금보다 안정적인 모범 영업 모델을 정착시키고 싶다면 저작권자들과 끊임없는 대화 창구를 열어놓고 그들에게 자신의 영업 모델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수익의 배분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 같다. 과거의 경험이 오늘의 숙제를 푸는 데 가르침을 준다. 2000년 전후하여 PC통신을 통한 MP3 파일 유통에 많은 사업자들이 뛰어들었다. 이들은 저작권 처리의 중요성을 망각한 채 섣불리 사업을 벌이다가 1~2년 안에 조용히 사업을 접었다. 그 후 여러 음악 유통 모델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편, 미국 P2P 서비스 냅스터가 인터넷에서 자취를 감춘 직후인 2001년 등장한 새로운 영업 모델 ‘i-Tunes’는 지금껏 전세계 음악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사이트로 남아 있다. 이 모델은 인터넷 사업자와 권리자간의 상생 모델로 여전히 인구에 회자하고 있다. 2008.12.17 저작권위원회 최경수 저작권연구원장
- 생각은 베껴도 말과 글은 베끼지 말라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작고 큰 저작권 논란이나 분쟁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저작권 이야기’가 매주 수요일 여러분을 찾아뵙니다. ☞ ‘저작권 이야기’ 시리즈 전체 보기 표절은 문인이나 문화예술인이 넘어야 할 벽이다. ‘우리읍내’라는 희곡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미국 작가 와일더(Thornton Wilder)는 “나는 아무 부끄럼 없이 다른 작가의 것을 빌린다”고 고백했다. 미국 변호사이자 작가인 린디(Alexander Lindey)는 표절과 독창성(plagiarism and originality)이라는 책에서 세익스피어의 폭풍이 표절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하였다. 세익스피어 희곡 헨리6세는 무려 6,033행이 홀린세드(Holinshed)의 연대기(Chronicles of England, Scotland and Ireland)와 같고 2,373행은 표현을 바꾼 것이라고 힐난하였다. ‘아이디어는 베껴도 되지만 표절은 절대 안돼!’ 18세기 이후 저작권 사상이 유럽에 보급되면서 표절을 바라보는 시각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 사람의 생각(아이디어)을 담은 표현은 저작권 보호대상이므로 표현 수단인 글이나 그림을 베껴서는 안 된다고 파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들은 저작권의 등장을 반겼다. 이제 남들이 자신의 글이나 그림을 베끼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다른 사람의 것을 베끼지 않는 한 법적으로 비난받을 일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은 아이디어는 베껴도 되지만 그 표현은 표절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제공했다. 아이디어란 소설의 주제와 같은 것이라고 보면 쉽다. 예를 들어, 남녀 주인공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사랑하고 번민하는 과정을 다룬 소설은 동서고금을 통해 흔한 주제이다. 이러한 주제는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작권법이 예정하고 있는 아이디어와 표현의 분리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백년 이상 무수한 판례를 축적한 미국 법원조차 이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판례는 아이디어와 표현을 분리하기 위하여 이른바 아이디어와 표현의 융합 이론, 필수장면 이론 등을 동원하였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저작권법이 아이디어를 보호영역에서 배제한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따라하고 학교에서는 선현의 지혜와 지식을 배운다. 따라하고 배우는 과정이 부모님과 선현의 생각과 의식을 베끼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저작권법의 눈으로 보면 아이디어 베끼기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 사상이 널리 보급된 지금 이러한 경우를 표절이라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몰래 따라 쓰는 것은 표절…원작 접근여부로 판단 많은 사람들이 표절하면 저작권 침해를 떠올린다. 저작권 침해 판단은 두 가지 요소로 확정된다. 하나는 표현을 베끼는 것(copying)이고 다른 하나는 무단으로 이용하는 것(misappropriation)이다. 우연인지 몰라도 표절의 사전적 정의는 저작권 침해 판단 요소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표절을 풀이하기를 “시나 글, 노래 따위를 지을 때에 남의 작품의 일부를 몰래 따다” 쓰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따다 쓴다는 것은 베낀다는 것이고, 몰래 한다는 것은 원작자의 동의가 없이 무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베꼈는지 여부는 저작권 침해(표절) 의심자가 다른 사람의 것에 접근한 적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다른 사람의 저작물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저작권 침해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저작권법은 동일한 두 개의 저작물을 인정한다. 분명 나중에 나온 것이 종전 것과 같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침해 문제가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저작권 보호를 해준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실제로 다른 사람의 것을 본 적도 없는 데 동일한 저작물을 창작했다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접근에 대해 법원의 태도는 매우 엄격한 듯하다. 아직 우리나라 판례는 없으나 미국 사례는 이 점을 잘 말해준다. 1976년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비틀즈 멤버인 해리슨(George Harrison)이 작곡한 “My Sweet Lord”가 원고의 음악 “He's So Fine”을 고의로 이용했다고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해리슨이 원고의 음악에 접근한 적이 있고 잠재의식 속에서 그 음악을 알고 있었다고 하여 침해를 인정한 바 있다. ‘표절왕국’ 오명 사라지지 않는 한 선진문화예술은 먼 일 표절이 논란이 되면 일단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전체 사실에 대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도덕적 비난이 쏟아진다. 누구든지 입방아에 오른 것만으로도 마치 ‘확정판결’을 받은 듯 왜소해진다. 표절은 지식인에게는 아킬레스건이다. 학자로서나 공직자로서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 정부에서나 대학교에서 표절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던 것도 이러한 표절의 엄중함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표절은 이제 개인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표절은 그 사회의 의식과 지식의 성숙도를 재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런저런 경로로 우리 사회의 표절 문제를 접해본 사람으로서, 그리고 저작권 법제도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저작권법적 관점에서 표절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정도라고 본다. 표절을 저작권 침해와 동일시하고, 저작권 침해에 대해 엄중하고 매서운 사법적 판단을 내리기만 해도 표절은 우리 사회에서 거의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 아이디어 표절이라는 도덕적 비난은 역사 발전의 궤도에서 볼 때 몇몇 에피소드로 축소될 수 있을 것이다. 숙제는 여전히 계속된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지만 그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절 왕국이라는 오명이 남아 있는 한 선진 문화예술, 선진 학문은 여전히 멀기만 할 것이다.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베껴도 좋다는 저작권법의 관용을 배반하는 표절행위는 사회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가깝고도 쉬운 길이 바른 길이 아니라면 돌아가야 한다. 국가와 사회의 건강한 발전은 학문과 문화를 업신여기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2008.12.10 최경수 저작권위원회 저작권연구원장
- 연예인 패러디 함부로 했다간 큰코 다친다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작고 큰 저작권 논란이나 분쟁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저작권 이야기’가 매주 수요일 여러분을 찾아뵙니다. ☞ ‘저작권 이야기’ 시리즈 전체 보기 우리나라 경제의 무게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서비스업 중 관광이나 문화예술 분야가 갈수록 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람들이 의식주에 쏟던 관심을 여가와 여흥으로 돌리는 것과 무관한 현상이 아니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고 한다. 우리는 여가와 여흥을 채워주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문화 산업, 엔터테인트먼트 산업, 콘텐츠 산업 등으로 부른다. 이 산업의 중심에는 연예인이 있다. 배용준의 경제적 효과가 한일 양국에 걸쳐 3조원에 이른다는 통계도 제시된 적이 있다. 연예인들은 걸어 다니는 산업 역군이다. 그렇다면 우리 법에서 이들은 어떤 대접을 받을까. 이들이 거두는 수입을 통해서 역으로 이들의 법적 지위를 파악해보는 것이 오히려 쉬워 보인다. 이들의 수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출연계약 등으로 얻는 수입이고 다른 하나는 광고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다. 방송·전송·공연 모두 실연자(연예인) 허락 받아야 연예인 출연계약은 저작권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연예인은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를 하거나 또는 연기를 한다. 이러한 행위를 통틀어 저작권법에서는 실연(performance)이라고 한다. 실연은 여러 방법으로 일반인들에게 전달된다. 연예인이 직접 관객 앞에 등장하여 실연하는 경우도 있고 그 실연을 녹음물이나 녹화물에 담아 이를 재생하여 보여주거나 들려주는 경우도 있다. 저작권법에서는 이를 공연이라고 한다. 방송전파를 타고 그 실연이 라이브로 또는 녹음·녹화물 재생의 방법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저작권법에서는 이를 방송이라고 한다. 소비자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원하는 시간에 보고 들을 수 있는 서비스도 있는데 저작권법에서는 이를 전송이라고 한다. 누군가가 공연 기획을 하고 콘서트를 하거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송출하거나 또는 인터넷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모두 실연자의 허락을 받거나 그에게 일정한 대가를 주어야 한다. 저작권법이 실연자에게 이러한 이용행위에 대해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거나 보상청구권을 부여한 결과이다. 누군가가 실연자의 허락을 받지 않거나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그러한 이용행위를 한다면 저작권 침해가 되고 그에 따라 법적 제재를 받는 것이다. 출연계약 이후 음반이나 영화가 ‘대박’이 나면 실연자의 몸값에 비례해 광고 수입도 늘어난다. 광고 수입이 출연 수입보다 큰 경우도 많다. 주객이 전도되었다고나 할까. 실연이 들어 있는 원작품을 2차적으로 상품화하면 또 다른 수입원이 창출된다. 관광과 같은 부가 상품까지 포함하면 원작품 가치의 수십 배가 되는 경제적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배용준의 경제적 효과란 바로 이런저런 수입을 모두 합산한 금액이다. 이런 잠재적 효과 때문에 연예인은 이런저런 송사에 당사자로 직접 참여한다. 김민기 ‘아침이슬’ 음반분쟁 승소…음반제작자는 한 명뿐 저작권법은 실연자뿐만 아니라 음반제작자에게도 독점·배타적인 권리와 보상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 2008년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971년 발매된 김민기 1집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사건 결정을 내렸다. 김민기 1집에는 ‘아침이슬’, ‘친구’와 같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노래들이 수록돼 있는데, 법원은 이 사건에서 누가 음반제작자인지 가려주는 의미 있는 판단을 하였다. 법원은 자신이 음반제작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이름이 일부 앨범에 제작사로 표시되기는 하였으나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면서 그가 직접 녹음일정을 상의했다거나 연주자에게 사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 김민기씨가 다른 음반사 발매 음반에 대해 합의금을 받은 적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김민기씨가 음반제작자라고 판정했다. 저작권법상 음반제작자란 단순히 음반을 만든 사람이 아니다. 음반제작자란 음반(음악 한 곡을 수록한 매체로서 음반) 제작을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책임을 지는 자”를 말한다. 음반을 기획하고 마스터링을 하면서 인적·물적 책임을 부담하는 사람을 음반제작자라고 하기 때문에 음원 하나에 대한 음반제작자는 한 명뿐이다. 이 법원 결정에 따라 김민기씨는 아침이슬이나 친구 등의 음반제작자로서 법적 지위를 확보했다. 김민기 1집은 1971년 이후 여러 차례 다른 음반사들이 제작한 적이 있는데, 이제 김민기씨의 허락이 없이는 이러한 복각 음반을 만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해당 음원을 방송하거나 인터넷으로 서비스할 때에도 그에게 보상금이나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서태지 ‘컴백홈’의 인기 이용한 짝퉁 ‘컴배콤’도 철퇴 2001년 11월 서태지씨는 ‘컴배콤’이라는 뮤직비디오 판매금지 가처분 사건을 통해 이 사건 음반 및 뮤직비디오의 제작, 판매 및 공연, 방송 등 이용을 금지시켰다. 1995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 음반과 비디오가 크게 성공하자 얼마 되지 않아 그와 비슷한 음반과 비디오가 ‘컴배콤’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다. 이에 서태지씨는 저작자로서 - 저작자는 실연자나 음반제작자에 비해 광범위한 권리를 가진다 - 그 제작과 판매 등을 금지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하였다. 서울지방법원은 원곡의 가사와 악곡을 임의로 변형한 노래를 음반이나 뮤직비디오로 제작하는 것은 저작물의 내용, 형식 및 제호에 대한 무단 변경, 삭제, 개변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곡의 동일성유지권 침해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피신청인의 패러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 음반 및 비디오가 원곡에 대한 비평적 내용을 부가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도 아니고 단지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을 뿐으로 패러디로서 의도한 바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1996년 11월부터 1997년 4월 사이 방영된 SBS 드라마 ‘임꺽정’이 인기리에 방영되자 드라마의 인기에 편승한 광고가 제작되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2007년 2월 드라마 주인공 초상을 이용한 광고가 2007년 2월 경 신문에 게재되었던 것이다. 이에 드라마 주인공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1998년 10월 서울고등법원은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도록 판결하였다. 법원은 주인공 초상과 유사한 인물화가 주인공의 실제 모습과 다르고 세부적인 묘사도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특징적인 부분들이 대부분 표현되어 드라마 주인공을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이 사건 인물화를 보면 드라마 주인공의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고 하면서, 그 인물을 광고에 삽입하는 것은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판단하였다. 문화계 종사자라면 자신의 권리 확실히 알아야 우리는 위 세가지 사건을 통해서 원작품이 어떻게 부가가치 사슬을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연예인은 각각의 이용에 대해 어떠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자신의 몫을 주장할 수 있는지, 그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이제 자신의 권리가 어떻게 보장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아는 만큼 자신의 가치가 커지고 그 가치는 곧 국부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직업에 대한 긍지가 더욱 커지지 않을까. 2008.12.03 저작권위원회 최경수 저작권연구원장
- 이것만은 꼭 알고 ‘펌’ 하자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작고 큰 저작권 논란이나 분쟁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저작권 이야기’가 매주 수요일 여러분을 찾아뵙니다. ☞ ‘저작권 이야기’ 시리즈 전체 보기 사람들의 성향은 매우 다양하다.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찾은 콘텐츠를 한 번 보거나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적극적으로 자신이 ‘물건’을 만들어 올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올린 것을 퍼나르기도 한다. 인터넷이 거대한 정보 창고로 거듭난 것은 수동적인 네티즌이 아니고 능동적인 네티즌의 역할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4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활동한다. 첫 번째 유형은 다른 사람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게시판이나 커뮤니티에 글이나 그림, 음악을 올려 자신의 주장을 알리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업이나 정부, 언론이나 포털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주로 이용한다. 두 번째 유형은 개인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만들어 글을 싣거나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방문자들은 이곳 게시판에도 글이나 사진을 올린다. 세 번째 유형은 정보공유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활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로 P2P 사이트나 웹하드 서비스에 가입해서 음악이나 동영상을 받고자 한다. 네 번째 유형은 UCC 사이트에 자신이 창작한(created) 또는 복제한(copied) 비디오 클립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펌·전송·편집 모두 저작자 허락없인 저작권 침해행위 이들의 활동 유형은 마치 각기 다른 것으로 보이지만, 저작권법에서 바라보면 크게 두, 세 가지 행위 유형으로 축소 정리할 수 있다. 저작권법은 인터넷상의 행위 유형을 복제와 공중송신(특히 전송), 그리고 이차적 저작물 작성이라는 행위로 파악한다. 복제 행위가 가장 빈번하고, 공중송신 행위와 이차적저작물 작성 행위는 상대적으로 적다. 저작권법은 디지털 파일을 만드는 것을 복제라고 한다. 인터넷 콘텐츠를 내 컴퓨터에 가져와 저장하는 것은 디지털 파일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복제에 해당한다. 인터넷에서 긁어온다는 뜻으로 쓰이는 ‘펌’이니 ‘퍼오기’니 하는 것은 모두 저작권법상 복제인 것이다. 다음으로, 전송이란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물 등을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앞에서 언급한 서버-클라이언트 구조하에서 주문형으로 제공하는 행위가 곧 업로드이고 전송인 것이다.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사진이나 이미지, UCC 사이트에 실린 비디오 클립, 게시판이나 커뮤니티에 실린 글이나 만화 이들 모두가 전송의 방법으로 올려진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이 필요한 때 언제, 어느 곳에서든 볼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이다. 전송이란 말이 매우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차적저작물 작성이란 기존 저작물을 바탕으로 새로운 저작물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번역이나 편곡이 전형적인 예이지만 디자인이나 사진을 변형하는 행위도 경우에 따라서는 이차적저작물 작성행위가 된다. 저작권법은 이들 3가지 행위에 대해 저작자에게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고 저작자의 허락없는 이러한 이용행위를 저작권 침해가 되도록 하였다. 자신의 주장 보충하는 목적의 ‘인용’은 문제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은 글이나 그림, 동영상을 직접 창작하지는 못한다. 자신의 블로그를 좀 더 재밌고 알차게 꾸미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것을 가져다 쓴다. 여기서 저작권 문제가 불거진다.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하는 것(이것은 사적 복제이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앞에서 지적한 바 있다)에 그치지 않고 이를 인터넷에 올리는 순간 저작권법상 금지된 전송행위를 하는 것이고 이것은 전송권 침해가 된다. 다른 사람 것을 변형하거나 왜곡해서 자기 것에 짜깁기하기도 한다. 풍자나 패러디 목적으로 ‘인용’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한 2차적저작물 작성권 침해가 된다. 인용의 범위 확정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가져다 쓰는 것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보충하는 정도라면 문제되지는 않는다. 여기서 네티즌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자신의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자신의 것으로 채워라. 남의 것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그러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라. 도토리로 미니홈피 배경음악을 구입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인터넷에 무료(free or copyright free)라고 광고하면서 ‘고객’을 유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는 낭패를 겪는 수도 있다. 이러한 수법을 좋게 해석하면 개인적인 용도(내 컴퓨터에 넣고 감상하는 용도)로 사용할 경우에 무료라는 뜻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정보공유 라이센스를 최대한 활용하라. 많은 웹사이트와 블로그에서는 정보공유라이센스니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이니 하여 자신의 콘텐츠를 일정한 조건하에 이용할 수 있도록 열어놓고 있다. 셋째 홈페이지 용도로나 개인적인 용도로 이용을 허락하는 경우에도 콘텐츠를 왜곡하거나 변형하는 방법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위키피디아는 정보공유라이선스의 하나인 GNU 라이선스를 채택하면서 위키피디아 자료의 복제와 배포(전송 포함)를 허용하지만 그 변경은 불허하고 있다. 불법 P2P 이용자도 저작권 침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어 P2P 사이트 이용은 좀 특수한 문제에 속한다. P2P 서비스는 여러 사람의 컴퓨터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데 목적을 두기도 하고(분산 컴퓨팅), 여러 사람이 컴퓨터에 가지고 있는 정보나 콘텐츠를 공유하는 데 목적을 두기도 한다(파일 공유). 우리는 주로 후자의 의미로 P2P 서비스를 이해하고 있는데, P2P 네트워크는 기존 서버-클라이언트 구조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컴퓨터가 서버도 되고 동시에 클라이언트도 되는 역할 공유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저작권법상의 개념을 P2P 네트워크에 대입하면 모든 컴퓨터가 복제도 하고 전송도 하는 것이다. 복제와 전송이 개념적으로는 분리되지만 실제로는 분리하기 곤란한 경우가 얼마든지 생긴다. P2P 서비스 이용자는 콘텐츠의 다운로드와 업로드가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자칫 저작권 침해(전송권 침해)의 올가미에 걸릴 수도 있다. 이용자는 그 서비스 자체가 불법일 경우 불법 복제물을 다운로드·업로드 한 것이므로 저작권 침해 책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서비스 가입비를 내고 정당하게 이용한다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그 가입비는 무권리자의 서비스 이용 대가일 뿐 저작권 사용료를 포함한 것은 아니다. 2008.11.26 저작권위원회 최경수 저작권연구원장
-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는 합법?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작고 큰 저작권 논란이나 분쟁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저작권 이야기’가 매주 수요일 여러분을 찾아뵙니다. [지난 글] ①매케인과 유튜브의 갈등 ②노래방은 음악산업의 희망이다 인터넷은 우리 일상생활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10년 전만 해도 가족에게 돈을 부쳐줄 때 이 은행 저 은행 다니며 반나절 발품을 팔아야 했고, 먼 곳에 있는 친구에게 소식을 전하려 해도 종이에 정성들여 편지를 쓴 다음 우체국에 가서 부쳐야 했다. 이제는 책상에 앉아서, 누워서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다. 인터넷이 정보의 곳간이라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 안에 없는 것이 없다. 공부를 한다, 논문을 쓴다고 도서관에 가면 필요한 책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논문은 시간과의 싸움이라 했다. 여러 도서관을 전전해 찾지 못하면 외국 도서관에 부탁도 한다. 이러면서 몇 개월 훌쩍 지나간다. 남들과 다툼이 생겨도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고 네티즌으로부터 조언도 받는다. 조금만 노력해도 법률적 판단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무장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인터넷에도 ‘질서’와 ‘규범’은 있다…지킬 건 지키야 세상에는 질서가 있다. 질서는 세상 사람들이 지켜야 할 약속이다. 질서는 헌법과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져 있다. 법률은 사람들이 지켜야 할 공통 분모를 모아놓은 것으로,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법률을 배웠다. 어려운 것도 아니다. 남의 물건을 탐해서는 안 된다거나 남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는 것들이다. 인터넷도 우리 생활 공간의 일부가 되었으니 그곳에도 규범이 있다. 일상 생활 공간에서 지켜져야 할 규범이 인터넷 공간에서도 지켜져야 하는 것도 있고, 인터넷 공간에서만 필요한 규범도 있다. 사람을 앞에 두고 그를 괴롭혀서는 안 되듯이 인터넷 공간에서도 이러한 질서는 지켜져야 한다. 인터넷에 특이한 규범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컴퓨터 네트워크를 훼손한다거나 인터넷 서버에 불법 침입하여 그곳 시스템을 훼손한다거나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통상의 법규범이 작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필요한 법률을 만들어 그러한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한다. 저작권법은 일상 생활 공간에도 적용되고 인터넷 공간에도 적용되는 몇 안 되는 법률 중 하나이다. 우리 생활이 인터넷에 점점 의존하면서 저작권법은 갈수록 중요한 규범이 되고 있다. 자칫 특정 행위가 저작권 침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행위를 하고 그 행위의 결과가 어떨 것인지 인식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고의나 과실은 존재한다)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인터넷 저작권은 모든 네티즌이 알아야 할 상식이 돼버렸다. 그럼 네티즌의 인터넷 활동을 따라가보면서 저작권 문제를 새겨보자. 검색에서 저작권 문제는 검색엔진의 저작권 침해 여부에 달려 제1단계 ‘검색’ 인터넷에 떠다니는 무수한 콘텐츠를 찾기 위해서는 좋은 검색엔진을 선택해야 한다. 검색엔진의 성능에 따라 검색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인터넷의 첫 관문이다 보니 이 분야를 장악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매우 치열하다. 네티즌이 하는 일은 키워드나 자연어를 입력하는 것이 전부이다. 나머지는 검색엔진이 ‘결정’하여 처리한다. 이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는 검색엔진의 저작권 침해 여부이다. 검색엔진의 로봇(크롤러)이 무수한 인터넷 사이트에 있는 콘텐츠에 접근해 정보나 콘텐츠를 긁은 다음 이를 자신의 서버에 일시적이든 영구적으로 저장하고 이를 색인화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인가, 색인화 이후 보기 좋게 정렬하고 발췌하거나 축약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인가, 네티즌에게 하이퍼링크의 방법으로 보여주는 것이 저작권 침해인가, 이미지를 축소하여 썸네일로 보여주는 것이 저작권 침해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제들이 발생한다. 네티즌이 고민할 문제는 아니므로 여기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보자. 제2단계 ‘접근’ 네티즌이 검색엔진이 가리키는 정보를 따라가면 필요한 콘텐츠에 접근한다. 접근하는 것은 하이퍼링크를 클릭하는 단순한 행위이다. 검색엔진이 보여주는 결과는 하이퍼링크에 지나지 않는다. 하이퍼링크를 클릭하면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사이트에 접근한다. 이 사이트도 무수한 하이퍼링크를 홈페이지에 담고 있는데 특정 콘텐츠는 이 링크를 클릭해야 접근할 수 있다. 인터넷은 이른바 서버-클라이언트 구조로 이뤄졌다고 한다. 이 구조 속에서 거대한 컴퓨터 네트워크가 형성되는데 클라이언트가 네트워크에 신호를 보내면 서버가 그 요구에 응답하게 된다. 서버나 클라이언트나 모두 컴퓨터인데, 쉽게 말하면 데이터나 정보를 얻고자 하는 쪽은 클라이언트이고 정보를 제공하는 쪽은 서버가 된다. 서버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언제든지 응답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 상태를 유지해야만 한다. 웹브라우저에 표시되는 링크를 클릭하면 이러한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쌍방향 통신이 일어나는 것이다. 링크의 저작권 문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매우 어려운 숙제이다. 링크는 검색엔진이나 웹사이트 운영자가 고민할 문제이므로 네티즌이 관심을 둘 일은 아니다. 콘텐츠 보고 즐기는 데 저작권 침해 고민할 필요없어 제3단계 ‘열람 또는 감상’ 인터넷 검색을 하고 콘텐츠에 접근하면 비로소 이를 보거나 즐길 수 있다. 우리가 쓸 만하다고 생각하는 인터넷 콘텐츠는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로 보아 무방하다.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콘텐츠는 각양각색이다. 텍스트 자료가 있는가 하면, 이미지나 동영상 자료도 있고, 소리로 돼 있는 자료도 있다. 파일형식도 다양하고 이를 재생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어쨌든 모두 저작물을 담은 디지털 파일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네티즌이 콘텐츠를 감상하려면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재생하거나 서버가 스트리밍하는 파일을 조금씩 받아 재생해야 한다. 클라이언트 컴퓨터는 이 과정에서 영구적으로나 일시적으로 파일을 저장한다. 파일을 컴퓨터에 저장하는 것은 대체로 복제라는 행위를 하는 것인데, 저작권법은 허락을 받지 않은 복제 행위는 저작권 침해라고 단정한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저작권법은 이른바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라 하여 개인 네티즌이 하는 행위는 거의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일러준다. 콘텐츠를 보고 즐기는 데 저작권 침해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여기까지 읽다보면 네티즌은 허무해 할 것 같다. 대체 뭐가 문제인가. 내가 인터넷 하는 건 저작권법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과연 그럴까. 네티즌은 인터넷을 무한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계속> 2008.11.19 저작권위원회 최경수 저작권연구원장
- 노래방은 음악 산업의 희망이다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작고 큰 저작권 논란이나 분쟁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저작권 이야기’가 매주 수요일 여러분을 찾아뵙니다. [지난 글] ①매케인과 유튜브의 갈등 노래방은 우리의 친근한 이웃이다. 저녁 회식이 끝나고 아쉬운 마음에 들르는 곳이고, 가족이나 연인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는 곳이다. 노래방은 전국 어딜 가나 쉽게 찾을 수 있다. 한류의 영향으로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 어디를 가더라도 노래방을 찾아 우리 노래를 부를 수도 있을 정도이다. 노래방은 노래반주기와 소리를 증폭하는 앰프, 소리와 영상을 전달하는 스피커와 스크린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초기 반주기는 롬칩(Rom Chip)이라는 적은 용량의 저장매체에 음원을 담았다. 그 후 저장용량이 CD, 하드 드라이브로 커지면서 음질이며 음향효과가 뛰어난 반주기로 발전하였다. 최근에는 인터넷 반주기가 등장하여 저장용량의 한계를 극복하고 최신 음악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실제 연주 음악을 담은 원음 반주기도 선보이고 있다. 노래방 손님이 원음 반주기를 이용해 자신이 가수인양 뽐낼 수도 있는 것이다. 전체 음악 산업 중 노래방 50% 차지… 저작자 몫은 1% 노래방은 음악 시장에서 거의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문화체육관광부 발간 자료에 의하면 전체 음악 산업은 2006년 2조 4,000억원 가량으로, 그 중 노래방 매출액이 1조 2,320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50%를 상회하고 있다. 이 시장의 대부분은 노래방 영업으로 인한 매출이고 저작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130억원을 밑돌고 있다. 전체 시장의 약 1%를 조금 넘는 정도이다. 출판 시장을 보면 대체로 매출액의 10% 가량을 통상 사용료로 지급한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출판이 콘텐츠 산업이라면 노래방은 장치 산업에 가깝다. 임대료와 시설비가 적지 않은 비용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권리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너무 적은 것은 아닐까. 저작권법을 해부해보면 고개를 끄덕거릴 만하다. 음악은 여러 사람이 참여하여 제작한다. 악곡과 가사를 만드는 사람이 있고 자신의 색깔과 감성을 더해 이를 장식하는 사람이 있다. 작곡자와 작사자, 가수와 연주자가 함께 작업한 결과 노래가 탄생한다. 이들의 노력은 창작적이고 예술적인 작업이다. 노래는 이들만의 작품은 아니다. 누군가 어떤 음악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기획하고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 과정 등을 거쳐 마스터테이프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투자를 한다. 기획자는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을 CD에 담아 유통하기도 하고 이를 인터넷에 보급하기도 한다. 시장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마케팅과 홍보에도 비용을 들인다. 저작권법 상 음악 저작자는 작사·작곡자 저작권법은 이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저작물(음악 내지 노래)을 창작하는 사람, 즉 작사자와 작곡자를 저작자라 한다. 가창·연주의 방법으로 저작물을 예능적으로 표현하는 사람, 즉 가수와 연주자를 실연자라 한다. 음악을 마스터링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책임지는 사람을 음반제작자라 한다. 저작권법은 이렇게 개념을 정의한 다음, 이들에게 인격적·재산적 권리를 부여한다. 이들이 가지는 재산적 권리는 이용형태에 대한 권리이다. 이들은 저작물이나 실연 또는 음반이 복제, 배포, 공연, 방송, 전송 등의 방법으로 이용되는 경우 이들 각각에 대해 원칙적으로 허락하고 금지할 수 있는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가진다. 실연자와 음반제작자는 방송 등 일부 이용에 대해서는 독점·배타적인 권리가 아닌 보상청구권에 만족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아무런 권리 주장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음악 하나에 이렇게 다수의 권리자가 존재하는 만큼 소비자는 제작과 유통 채널을 ‘간신히’ 통과한 음악만을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어느 곳에서나 쉽게 찾을 수 없는 이유를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와 저작권 법제도가 별반 다르지 않은 미국 i-Tunes의 성공 사례는 귀감이 될 만하다. 노래방 요금에 저작권료 포함…연 130억원 이제 노래방으로 돌아가 저작권법상의 권리를 대입해보자. 노래방 업주는 손님(불특정 다수)의 공연을 책임진다. 저작자는 이 공연이라는 이용형태에 대한 권리(공연권)을 가지므로 노래방 업주는 공연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 공연 사용료는 저작자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음악저작권협회가 정한 사용료 규정에 따라, 노래방 3평 내외의 방 하나에 월 5,500원이 부과된다. 이 방이 한 달에 55번 이용되면 고객당 100원을 저작자에게 지급하는 셈이다. 이 금액을 전국적으로 거두면 130억원 가량 되는 것이다. 노래방 업주가 지급하는 공연 사용료는 노래방 입장료로 고객에게 전가된다. 우리가 노래방에 내는 입장료 중 일부는 노래방 시설 사용료이고 다른 일부는 노래방 공연 사용료인 것이다. 앞에서 저작권법상 권리자는 공연이라는 이용형태에 대해 독점·배타적인 권리 또는 보상청구권을 가진다고 했는데, 왜 저작자만 공연 사용료를 요구할 수 있는가. 그것은 두 가지 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반주기가 안고 있는 한계 때문이다. 노래방 반주기에 담긴 연주곡은 반주기 업체마다 독자적으로 제작한 것으로, 우리가 판매용 음반에서 들을 수 있는 그런 연주곡이 아니다. 따라서 연주자와 음반제작자는 자신의 연주와 음반을 이용하지 않는 노래방 공연에 대해 아무런 주장을 할 수가 없다. 노래반주기에 가창 부분 없어 가수는 권리 주장 못해 반주기는 아예 가창 부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수도 권리 주장을 할 수가 없다. 다른 하나는 저작권법에서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 독점·배타적인 권리든 보상청구권이든 아무런 권리를 부여하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다. 권리 주장의 여지도 없는 것이다. 결국 여러 음악 관련 권리자 중 작사자와 작곡자만이 노래방 공연권을 가지다 보니 사용료 시장이 출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아닐까. 기술이 발전하고 소비자의 기호가 바뀌면 실제 연주를 담은 반주기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할 날이 멀지 않다고 본다. 이러한 노래방 공연이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 권리를 부여할 만큼 전형적인 이용형태로 자리잡았다는 법정책적 판단이 내려지면 이들에게는 큰 시장이 열릴 것이다. 노래방이 아시아 지역에서 널리 퍼진다고 가정할 때 무궁무진한 시장의 과실을 따먹을 수 있게 된다. 우리 음악 시장이 어렵다고 아우성이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동트기 전의 암흑 속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 동해의 밝은 해를 보기 위해선 새벽부터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2008.11.12 저작권위원회 최경수 저작권연구원장
- 매케인과 유튜브의 갈등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작고 큰 저작권 논란이나 분쟁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저작권 이야기’가 매주 수요일 여러분을 찾아뵙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2008년 11월 4일 막을 내렸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미국 선거에 큰 관심을 보였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에 따라 세계 정치와 경제의 판도가 변하고 그에 따라 외교정책도 바뀌기 때문이다. 그만큼 미국이 세계 정치·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반증이다. 사람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에만 관심을 쏟았던 것은 아니다. 전국 규모의 선거는 그 사회의 역량과 문제점을 동시에 입체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사 중에 저작권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눈에 들어온 기사가 한 가지 있었다. 공화당 매케인 후보 진영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YouTube)에서 자신들의 선거 홍보 비디오를 무조건 내린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막아보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현행 저작권 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고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당사자들은 인터넷을 둘러싼 논란을 정치적인 공방으로 확산시키지 않고 있다. 법제도 안에서 차분하게 정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 성숙도를 반영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는 저작권법이 있었다. 공정사용 제도로 아무 문제 없는 매케인 홍보영상 문제의 비디오들은 CBS나 Fox 텔레비전에서 보도된 뉴스들을 10초 내외로 끊어서 수록하고 있는데, 이러한 행위는 미국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공정사용(fair use)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사용은 저작권 침해 면책 사유로 이에 해당할 경우 저작권 침해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미국 법상 공정사용은 저작물의 성격, 사용 목적, 사용되는 양과 사용의 상당성, 그리고 저작물 사용으로 인한 시장의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법원이 판단하게 된다. 홍보 비디오는 후보의 인격과 정책의 장점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고 그렇다면 동영상 뉴스를 무작정 베낄 이유도 그럴 필요성도 없는 것이다. 기존 저작물(동영상 뉴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도 있다. 홍보 비디오 제작이 공정사용에 해당하면 비디오를 제작한 공화당 관계자는 저작권 침해 책임을 지지 않으며 해당 비디오가 올라가 있는 유튜브는 2차적인 법적 책임(secondary liability)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는 매케인의 호소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유력 대선 후보를 홀대하는 유튜브의 태도는 오만한 듯 보인다. 미국 저작권법은 한편으로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온라인사업자의 영업 안정을 위해 독특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1998년 거창한 이름의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 DMCA)이 제정되면서 당시 저작권법을 큰 틀에서 개정한 바 있는데, 주요 개정 사항 중 하나로 이른바 통지와 삭제(notice and takedown) 절차가 있다. ‘통지와 삭제’ 규정을 선택한 유튜브 이에 의하면, 먼저 저작물에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온라인사업자에게 자신의 저작물이 어느 사이트 주소에 허락 없이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소명하면 온라인사업자는 그 소명을 진정한 것으로 생각하고 즉각 해당 저작물을 삭제한다. 미국 법상 온라인사업자는 자신의 사이트에 해당 저작물이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더라도 침해 복제물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침해의 책임을 질 수가 있는데, DMCA에서 정한 절차를 성실하게 따르기만 하면 저작권 침해에서 벗어나게 된다. 물론 적법하게 올린 저작물이 삭제되는 경우에도 일정한 소명 절차에 따라 복구될 수 있다. 유튜브는 해당 홍보 비디오가 공정사용의 방법으로 동영상 뉴스를 수록하였으므로 유튜브는 굳이 해당 비디오를 삭제하지 않았어도 될 텐데 왜 그런 삭제 결정을 했을까. 아마도 다음과 같은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권리자가 우리에게 저작권 침해를 들어 소송을 제기하면 그에 응해야 하고 해당 홍보 비디오가 공정사용이라고 주장하여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그 때 법적 책임을 벗어나게 된다. 우리는 그간 소송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상당히 부담하게 된다. 나중에 적법하다는 판단을 확실히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반면, 통지와 삭제 절차와 같은 기계적인 절차는 간명하고 그에 따르기만 하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다.” 유튜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권리보호와 이용 활성화 두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저작권법에도 공정사용 대신 인용에 관한 규정이 있고, 통지와 삭제 절차도 존재한다. 미국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다면 거의 같은 결론이 나올 듯하다. 혹자는 우리 저작권법이 선진 각국의 그것에 비해 뒤떨어진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저작권 보호에 관한 한 선진적인 법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우리 저작권법이 저작권 보호에 관한 국제적인 흐름에 충분히 따라가고 있기도 하거니와 권리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로서 충분히 기능을 다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작권법을 둘러싼 환경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현실에서 얼마든지 벌어진다. 10년 전만 해도 저작권 뉴스는 헤드라인에 등장한 적이 없다. 사회적으로도 일부 작가나 출판사, 음반사들의 문제로 알았을 뿐이다. 미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대통령 후보도 법 앞에서는 무기력하다는 점을 확인해준 것이다. 무기력하다기 보다 법의 지배가 뿌리내린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또한 강력한 법제도와 효과적인 법집행이 인터넷 이용을 제약하는 상황을 가져왔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1980년대 이후 높은 수준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국내법을 빈번히 개정했고 새로운 국제 규범 제정에도 앞장섰다. 어떤 제도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드러나게 마련이라고나 할까. 저작권 제도는 아직도 변화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있다. 저작권법이 표방하는 목적, 즉 권리 보호와 이용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이다. 유튜브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직접 제작한 동영상 콘텐트를 모은 사이트이다. 이른바 UCC 또는 UGC 모델을 전세계에 보급한 장본인이다. 2006년 10월 구글은 16억 5000만 달러에 유튜브를 인수했다. 회사 가치가 1조 6000억원 이상이라는 얘기인데, “당신 스스로를 방송하라”는 기치를 걸고 탄생한 유튜브는 몇몇 개인의 아이디어가 엄청난 자산 가치를 가진 영업모델로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UCC는 두 마리 토끼 잡는 방법을 희미하게 제시하고 있다. 아직 인간이 인식하기에는 희미한 채로. 2008.11.05 저작권위원회 최경수 저작권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