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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담긴 제주의 모든 것과 사라진 것의 기록

[박인권의 전국사립미술관 기행] 제주 김영갑갤러리두모악미술관

2013.09.23 박인권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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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 성산읍 삼달리 중산간(제주 내륙의 해발 200~600m에 해당하는 곳으로 고산지대와 해안지대의 중간 산악지역)에 자리한 김영갑갤러리두모악미술관(이하 김영갑갤러리)은 지난 2002년 여름에 개관한 사진전문미술관이다.

미술관 전경.
미술관 자체가 예술작품인 김영갑갤러리두모악미술관 전경.

미술관 자체가 바로 예술작품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수려한 공간으로 유명하며 개관 4년째인 지난 2006년 한국관광공사 선정 ‘가볼만한 곳’으로 지정됐다.

미술관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사진작가 고 김영갑 선생(1957-2005)이 설립자로 20여 년 간 제주도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온 그의 예술혼을 기리는 제주 지역의 대표적인 사진전문미술관이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다.  

버려진 폐교, 미술관으로 탈바꿈

지금의 김영갑갤러리 자리에는 원래 폐교(삼달초등학교)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교실은 전시장으로, 학교 운동장은 정원으로 가꿔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김영갑 선생이 손수 제주의 상징인 야생초와 억새를 심고 돌담을 세웠다.

이런 김영갑 선생의 노력 덕분에 2006년 자연환경 및 문화유산 보존단체인 내셔널트러스트는 김영갑갤러리를 ‘잘 가꾸어진 자연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  

병마도 이기지 못한 김영갑 선생의 아주 특별한 제주 사랑

김영갑 선생의 원래 고향은 충남 부여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간 그는 사진작업을 위해 1982년부터 부지런히 제주와 서울을 오르내리던 중 보석보다 아름다운 제주의 사계에 흠뻑 빠져 1985년 아예 섬에 정착하기로 결심하고 섬사람이 됐다.

이때부터 제주 곳곳을 누비기 시작하며 한라산과 마라도, 중산간, 바다, 노인, 해녀, 구름, 들판, 억새 등 제주의 아름다움을 하나도 빠짐없이 카메라에 담아냈다.

유품 전시실.
김영갑 선생의 유품 전시실.

특히 박훈일 현 관장의 회고에 따르면 김영갑 선생은 당시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랠 정도로 제주의 비경을 포착하는 데에 모든 정열을 바쳤다.

그러나 폐교를 활용해 미술관으로 다듬는데 한창이던 1999년 어느 날, 사진을 찍을 때 손이 떨리고 허리에 까닭모를 통증이 찾아오는가 싶더니 급기야 거동조차 불편한 지경이 됐다. 루게릭병이었다.

병마와의 사투 끝에 2002년 마침내 미술관을 개관하는데 성공했으나 투병 6년만인 2005년 5월29일 자신이 직접 씨를 뿌리고 만든 미술관 마당에 영원히 잠들었다.  

고 김영갑 선생과 박훈일 관장과의 인연

박훈일 관장이 고등학생이던 지난 1987년 가을 김영갑 선생이 박 관장 집에 머물게 됐다. 그 때 김영갑 선생이 박 관장의 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었다.

제주 특유의 모습이 인상적인 야외정원.
제주 특유의 모습이 인상적인 야외정원.

김영갑 선생은 그 후 약 20년을 박 관장 집에서 살았다. 대학에서 관광을 전공했지만 늘 사진작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박 관장은 자연스럽게 김영갑 선생의 제자가 되어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박 관장은 김영갑 선생이 작고한 2005년부터 미술관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제주의 모습과 속살 풍성

김영갑 선생의 작품 위주로 제주의 사계, 제주의 풍경을 주제로 한 전시를 개최해 왔다. 특히 유품전시실에서는 김영갑 선생과 평생을 함께 했던 카메라와 책, 필름 등을 따로 전시하고 있다.

실내 전시장인 ‘두모악관’과 ‘하날오름관’에서는 제주의 다양한 오름과 중산간, 마라도, 해녀 등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제주의 모습과 제주의 속살을 감상할 수 있다.

두모악관.
두모악관.

또한 김영갑 선생이 투병 중에 손수 가꾼 야외정원은 관람객들을 위한 휴식과 명상의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김영갑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중 대표적인 것은 <숲 속의 사랑>과 <최남단 마라도> 전으로 두 전시 모두 2010년에 개최됐다.

<숲 속의 사랑> 전은 김영갑 선생의 중반기 작품 중 풍경 시리즈만 따로 모아 선보인 전시다. <최남단 마라도> 전은 김영갑 선생의 초창기 작품으로 꾸며졌는데, 1980년대 마라도의 풍경과 모습, 그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의 생활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주요 전시로는 ▲<용눈이 오름, 바람에 실려 보낸 이야기들> 전(2011년 6월20일~2012년 1월31일), ▲<구름이 내게 가져다 준 행복>, <제주의 사계> 전(이상 2012년 2월13일~8월6일), ▲개관 10주년 기획 <바람> 전(2012년 8월13일~2013년 1월6일) 등이 있다.

무인찻집과 오름답사 프로그램 

작은 제주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야외정원과 야외정원 한 켠에 자리 잡은 무인찻집, 아트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아트 숍 등이 있다.

무인찻집은 관람객들이 음료와 스낵류를 즐긴 뒤 양심껏 비용을 지불하는 자율운영 찻집이다. 

미술관의 명물 무인찻집.
미술관의 명물 무인찻집.

오름 답사 프로그램도 있다. ‘내가 본 이어도’라는 답사 프로그램으로 김영갑 선생의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는 촬영지를 찾아간다.

올해는 5월 9일 시작돼 연말까지 계속된다. 행사는 용눈이 오름, 따라비 오름, 다랑쉬 오름 등 오름 트레킹과 촬영으로 꾸며진다.  

대표소장품, 김영갑의 ‘용눈이 오름’

미술관 설립자인 김영갑 선생이 작고한 해인 2005년에 제작한 작품이다. 단순하게 오름의 형태를 촬영한 것이 아니라 오름을 통해 제주 사람들의 삶을 보고자 했던 것이다. 제주 사람들의 삶을 통해 제주인의 정체성을 찾으려한 작품이다.

김영갑. 용눈이 오름. 시바크롬. 41 × 125cm. 2005년.
김영갑. 용눈이 오름. 시바크롬. 41 × 125cm. 2005년.

“오름의 풍경을 완성하는 이들은 농부들이다. 어떤 곡식을 재배하느냐에 따라 그곳의 풍경이 달라진다.”고 생전에 김영갑 선생이 말한 참뜻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풍경 속에 제주 사람들의 삶을 녹여낸 김영갑 선생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사진 및 자료 제공=김영갑갤러리두모악미술관> 

▶관람안내 

관람시간은 봄(3~6월), 가을(9~10월)은 오전 9시30분~오후 6시, 여름(7~8월)은 오전 9시30분~오후 7시, 겨울(11~2월)은 오전 9시30분~오후5시(매주 수요일과 설, 추석 당일은 휴관).

관람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과 제주도민, 군인, 국가유공자는 2,000원. 20인 이상 단체는 1,000원 할인. 어린이와 65세 이상 노인은 1,000원, 7세미만 및 장애우는 무료. 

주소 :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로 137. 전화 (064)784=-9907. 홈페이지 www.dumoak.com

▶ 찾아가는 길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번영로 노선버스 승차~표선에서 하차~성산방면 동일주도로버스 승차~삼달2리에서 하차~미술관 이정표 따라 도보로 1.4km 이동

-(서귀포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성산방면 동일주도로버스 승차~삼달2리에서 하차~미술관 이정표 따라 도보로 1.4km 이동.

◆ 박인권(문화칼럼니스트)

박인권(문화칼럼니스트)
스포츠서울 미술담당 기자, 문화부장 등을 거쳐 P.I.K. 문화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사립미술관협회에서 발행하는 온라인 미술 매거진 ‘아트 뮤지엄’ 편집주간도 맡고 있다. 저서로는‘시와 사랑에 빠진 그림’, ‘미술 전시홍보, 이렇게 한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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