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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도 좋고 ‘짜장면’도 좋다!

정재환 방송사회자·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

2011.09.26 정재환 방송사회자·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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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한 잡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어느 분의 블로그에 인터뷰 기사가 오른 것을 발견했다(8월 27일). 그런데 얘기가 좀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었다.

“저는 자장면이라고 방송에서 발음하고, 글을 씁니다. 그게 맞으니까요. 그렇지만 일상적으로 말할 땐 ‘짜장면 먹자’고 말해요. 어쩔 수 없는 거거든요. 말은 규범을 정할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어요.”

어, 이게 아닌데, 방송할 때나 글을 쓸 때는 ‘자장면’이라고 하고 중국음식점에 가서는 ‘짜장면’을 시켜 먹는다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인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사실과 다른 것이 난 분명히 아래와 같이 말했다.

“저는 일상적으로도 자장면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짜장면이라고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곧 기자에게 기사를 수정해 달라는 문자를 보냈더니 주말이라 당장 수정이 어려워 월요일에 고치겠다는 답장이 왔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고쳐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소동을 겪으면서 자장면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했고 그 단상을 재잘터에 올렸다.

“자장면은 내 아킬레스건이다. 사람들이 자장면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장면과 짜장면을 복수표준어로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재잘터 8월 27일 11시 13분.)

화요일 오후까지도 기사가 고쳐지지 않아 담당 기자에게 다시 부탁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31일 수요일에 뜻밖의 뉴스가 나왔다. 짜장면을 복수표준어로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재잘터에 글을 올렸다.

“국립국어원에서 짜장면을 복수표준어로 인정했다. 이제 자장면도 좋고 짜장면도 좋다. 뭐든 좋다.” (재잘터 8월 31일 15시 8분.)

그러고는 기자에게 다시 문자를 보내, 짜장면을 복수표준어로 인정한다는 발표가 났지만 그래도 기사는 꼭 고쳐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문제의 기사는 그 후에야 “저는 일상적으로 자장면이라고 말하고 씁니다. 다른 사람들이 짜장면이라고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라고 수정되었다.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자장면과 짜장면의 갈등은 이렇게 해소되었다. 자장면과 짜장면뿐만 아니라 먹거리, 맨날, 내음, 나래, 복숭아뼈 등 39개 낱말이 복수표준어가 되었다. 앞으로는 교육용어, 행정용어, 방송과 언론 등에서도 마음껏 쓸 수 있게 되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자장면, 먹을거리, 만날, 냄새, 날개, 복사뼈 등도 전과 변함없이 마음껏 쓸 수 있다.

이번 복수표준어 사정의 의미는 언어 현실을 적극 반영한다는 것이지만, 규범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의 손을 들어준 결정이기도 하다. 먹을거리와 복사뼈를 열심히 지켜온 이들은 좀 허탈하지 않을까? ‘규범’이란 게 그렇지만 특히 강제할 수 없는 언어규범이란 언중이 스스로 지킬 때만이 그 가치를 잃지 않는다.

또 하나는 여전히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한 말들과의 형평의 문제인데, 이것은 이번 조치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쭈꾸미, 아구찜, 한켠, 방구, 애기, 바램, 챙피, 곰팽이 같은 말들도 언중이 선호하기는 39개 못지않지만 왜 빠졌는지 아리까리(아리까리도 표준어가 아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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