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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상징물은 과연 뭘까?

윤태건의 ‘공공예술 즐기기’ ②

2010.04.23 윤태건 The Ton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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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1월 11일 한국에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한국이 G20 정상회의의 주최국이자 의장국이 된 것이다. 창피한 얘기지만 개인적으로 G20에 대해 잘 모른다. 어떤 나라들이 회원국인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의장국이 된 것이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는지 속속히 알기도 어렵다. 나 뿐만 아니라 대다수 평범한 국민들의 공통된 처지일 터이니 그리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그래도 경제적 효과 외에 파급효과도 제법 있지 않겠나 싶다. G20 같은 국제적인 행사를 통해 한국의 브랜드를 높이는 데 일조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G20 정상회의를 통해 코리아 프리미엄이 1% 올라가면 자동차를 25만대 수출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고 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자그마치 4조 8천억원이라고 하니 기업의 브랜드 뿐만 아니라 국가의 브랜드도 점차 중요시 되고 있다. 사실 한국의 이미지는 잘 알려지지 않거나, 때론 부정적인 이미지도 많았다. 그동안 88올림픽, 2002월드컵 개최 등을 통해서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가 상당히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김연아의 올림픽 금메달도, 추신수의 만루홈런도, 이영애의 대장금도 한국의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의 색깔이 잘 와 닿지 않는다는 외국인이 더 많다.

그나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제적인 기업 덕택을 보고 있다. 그런데 삼성이나 현대를 한국 기업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간혹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는 외국인도 허다하고, 기업으로서는 일본 기업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있다고 하니 황당한 일이다. 외국의 예술가들을 만나면 특히 더 하다. 한국의 경제 성장과 IT 발전에 대해 놀라워하면서도 문화예술에 있어서는 한 수 아래로 보고 있어 속상할 때가 많다. 경제와 스포츠 분야에서는 그럭저럭 코리아 프리미엄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문화적 브랜드는 갈 길이 멀다. 기업의 아트마케팅만 필요할 게 아니라 국가의 아트마케팅도 절실하다. 한국을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문화적 상징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음식일 수도, 전통일 수도, 건축물일 수도, 예술적 상징물일 수도 있다.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한국의 풍경은 국적이 모호하다. 한국 배우 김윤진이 출연해 화제가 되었던 미국 드라마 ‘로스트’ 보면서 실감했던 일이다. 드라마 속에서 배경으로 한국이 나올 때마다 일본 전통 가옥과 중국 풍경이 뒤범벅이 돼서 나온다. 분명 한국이 배경인데 한국은 없고 일본과 중국만 보인다. 분통 터질 노릇이지만 현실이다. 외국인들의 눈에는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영화, 특히 재난 영화를 보면 그 도시, 그 국가의 상징물이 자주 등장한다. 에펠탑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파리와 프랑스를, 자유의 여신상을 보면서 뉴욕과 미국을 떠올린다. 한 국가의 브랜드를 알리는 것은 G-20 같은 대형 이벤트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예술적 조형물, 독특한 건축물이 그 이상이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많다.

국가와 도시는 저마다 고유한 상징물을 갖고 있다. 상징물은 그 국가, 도시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 신화와 전설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도시의 상징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계획되고, 의도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파리의 에펠탑은 1889년 구스타프 에펠(Gustave Eiffel)에 의해 만들어졌다. 에펠탑은 1789년 프랑스대혁명 100주년과 이듬해의 파리 세계박람회 개최를 기념하기 위한 상징물이다. 당시만 해도 파리의 도시미관을 심각하게 해치는 ‘고철덩어리 흉물탑’이라는 비난에 몸살을 앓았다. 에펠탑이 너무나 보기 싫어서 유일하게 보이지 않는 에펠탑 안에서 식사를 했다는 모파상의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지금에서야 에펠탑이 없는 파리는 상상이 되지 않지만 역시 에펠탑의 건립 배경의 ‘속살’은 다분히 국가주의적 발상이다.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도 마찬가지. 프랑스 조각가 프레드릭 바르톨디가 제작하다 에펠에 의해 완성된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서 프랑스가 미국에 기증한 것이다. 알다시피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했다.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는 수세기를 싸워온 앙숙이다.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전쟁을 군수물자와 자금 등 후방에서 지원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미국의 독립 100주년 기념을 기념한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아마 영국은 속이 쓰렸겠지만 말이다.

미국 뉴욕의 상징 ‘자유의 여신상’,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브라질의 상징 ‘예수상’
미국 뉴욕의 상징 ‘자유의 여신상’,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브라질의 상징 ‘예수상’
 
그러나 배경이야 어떻던 이미 에펠탑이나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 파리와 미국의 뉴욕과 동격이 되었다. 광화문 사거리를 이순신동상이 상징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기념비나 상징조형물 또는 강한 조형성을 갖춘 건축물들은 그 국가와 도시의 대표 아이콘이자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에펠탑, 자유의 여신상 이외에도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는 시드니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중 하나가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싱가폴의 머라이언(머리는 사자, 몸통은 물고기인 싱가폴의 전설속의 동물), 코펜하겐의 인어동상, 베를린의 곰,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로의 거대한 예수상, 런던의 빅벤, 인도의 타지마할, 이집트의 피라밋과 스핑크스, 중국의 만리장성 등이 대표적이다.

싱가폴의 상징 머라이언(좌). 한국의 상징물은 뭘까.
싱가폴의 상징 머라이언(좌). 한국의 상징물은 뭘까.
 
최근에는 이같은 상징조형물을 통한 브랜드 마케팅에 너나없이 달려들고 있다. 공공예술의 이같은 기념비적 속성과 강한 상징성은 종종 숭고화되고 미화된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 데 이용된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감춰진 통제’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콘’이자 ‘브랜드’이다. 공공미술이나 공공디자인, 건축물 등 호칭은 다를 수 있지만 한결같이 강한 상징성을 갖춘 조형물을 통해 국가와 도시의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이미 상징체계를 구축한 곳에서는 수월한 반면, 특별한 상징물을 갖고 있지 못한 도시에서는 새로운 상징물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다면 한국의 아이콘, 상징물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해치? 서울시에서 서울의 상징물로 해치를 선정하고 홍보하고 있지만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를 압축해서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상징물을 갖고 싶다.


※ 윤태건은?

윤태건(42)은 공공미술 분야에서 대표적인 젊은 기획자다. 신문로의 ‘망치질 하는 사람’ 등 많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삼성문화재단 환경미술팀 연구원과 카이스갤러리 디렉터를 거쳐 지금은 공공미술 컨설팅회사인 ‘THE TON’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미술이 필요 없는 도시, 삶 자체가 예술인 도시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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