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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의 마음읽기] 마음건강 돌보기는 더 이상 개인 문제 아냐…국가가 적극 투자해야

2024.09.10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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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 모두가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다. 스스로의 마음을 돌 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정신건강정책 혁신위는 모든 단계에서 한계에 봉착한 국민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전 주기를 총체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고자 한다.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스마트폰, 자동차.

이 물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1970년도에 우리 집에 없던 것들’이다. 젊은 세대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웃음을 지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우리가 빠른 시간 내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이루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엄청난 경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행복지수는 낮고 자살율은 OECD 국가 중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오랜 시간 정신과의사로 일해 왔지만 높은 자살률을 설명할 길이 없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위기라는 이야기다.

우리가 노력한다고 모든 자살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은 이제 시작해야만 한다. 정신적 질병으로 인한 자살은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걸로 자살을 다 줄일 수는 없다. 우리 사회는 질병으로 인한 자살 외에 사회적 자살의 비중이 너무나 크다. 상대적, 절대적 빈곤,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만성 스트레스, 가정과 직장에서의 갈등상황, 과도한 경쟁과 성과위주의 문화, 이런 상황에서 좌절하면 돌파구가 없다. 그래서 우리 사회 전반의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올해부터 통합 변경된 ‘자살예방 상담번호 109’ 안내물.(ⓒ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올해부터 통합 변경된 ‘자살예방 상담번호 109’ 안내물.(ⓒ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실 정신건강 분야는 그 중요성을 누구나 인식하고 있지만 늘 투자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의 효과가 당장 나타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 개인의 정신건강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문제, 예방과 치료, 재활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투자를 해야 할 시기임에 분명하다.

정신건강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인데 왜 국가가, 사회가 나서서 도와야 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가 득이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직원들의 마음건강에 대해 투자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1970년대 서구 선진국의 기업에서는 근로자심리지원프로그램 도입하기 시작했다. 미국 기업 존슨앤존슨의 사례를 보자. 장거리 물류 배송을 하는 트럭 기사들의 사고율이 너무 높아 배상금만 해도 엄청난 돈이 나간다. 회사에서 원인을 분석해 보니 운전자들의 수면문제, 음주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교육과 치료를 실시했는데 놀랍게도 다음해 사고율이 40%로 떨어진 것이다. 투자가 득이라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정산건강문제도 마찬가지다.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하고, 그들이 회복해서 사회 일원으로 복귀하는데 투자하는 것이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더 이득이 되는 것이다.

지난 6월 26일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대한민국 정신건강정책을 혁신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서, 작년 12월 5일 정신건강정책 비전선포대회에서 정신건강정책을 총괄하는 거버넌스를 확립하는 위원회를 만들라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배경으로 위원회가 탄생한 것이다.

위원회는 4대 중점과제를 선정했는데 일상적 마음 돌봄 체계 구축, 정신응급대응 및 치료 체계 재정비, 온전한 회복을 위한 복지 서비스 혁신, 그리고 인식 개선 및 정신건강 정책 추진 체계 정비다. 그라고 지난 7월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필요한 분들이 쉽게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시작했다.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치료에 대한 거부감, 정신질환에 대한 무지로 인한 오해와 편견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중증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내 회복과 자립을 위한 지원은 걸음마 단계 수준이다. 그들을 사회의 동등한 일원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보고 꺼려하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가벼운 불안, 우울, 불면과 같은 정신증상은 물론이고 중증 정신질환도 조기에 발견되어 꾸준히 치료받으면 일상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중증 정신질환의 경우 입원 후에 사회에 다시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꼭 필요하지만 현실은 아직 지원이 미미한 상태다. 재활시설이 없는 지자체가 대다수이고 지역사회 내에서 정신질환자들을 지원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인력과 재정이 열악한 상황이다. 

6월 26일 열린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브리핑 현장에서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 사업에 대해 발표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6월 26일 열린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브리핑 현장에서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 사업에 대해 발표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명감으로 버티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최근에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마약, 도박을 비롯한 각종 중독성 질환의 증가는 큰 사회적인 문제가 될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 또한 클 수밖에 없다. 단순히 사법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할 일이 아니다. 각종 중독 질환은 뇌와 신체의 변화가 일어나는 질병이며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하기에 이를 위한 인프라가 절실한 실정이다. 

그동안 우리 모두가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다. 스스로의 마음을 돌 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이제 국민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정부가 투자를 해야 할 시점이다. 정신건강정책 혁신위는 모든 단계에서 한계에 봉착한 국민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정책 체계를 정비하고 인식-조기 발견-치료-회복이라는 전 주기를 총체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고자 한다. 단기간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둘러서는 안될 것 같다. 5년, 10년 후를 내다보며 정책을 수립하고 서서히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지금의 출발이 국민 정신건강의 위한 큰 걸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신영철

◆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경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10여 년간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직장인들의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진료, 방송,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24년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민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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