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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군인올림픽’ 개최와 군체육단 ‘상무’의 존재 이유

[김한석기자의 스포츠 공감]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 상무선수들 필승 ‘두드림’

2015.10.02 김한석 스포츠Q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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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의 황태자’ 이정협이 ‘마스크맨’으로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김태영이 마스크를 쓰고 불사른 4강 신화의 투혼을 떠오르게 하는, 짧지만 강렬한 임팩트다.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개막을 이틀 앞서 사전경기로 벌어진 남자축구 미국과 첫 결전에서 말년 병장 이정협은 교체 투입돼 부상 트라우마를 떨쳐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K리그 경기 도중 안면 이중골절상을 당해 국가대표팀에도 뽑히지 못했던 그다.

군복을 벗는 날은 12일. 세계군인체육대회 폐막 다음날이지만 그는 출격을 자원했다. 누구도 뛰라고 강권하지 않지만 자신이 상무에서 기량을 유지하는 동안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띄어 한국축구의 차세대 공격수 재목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얻은 만큼 사상 첫 우승으로 전역 선물을 선사해보겠노라는 강한 의지에서다.

그런 군인정신이 불꽃처럼 살아나는 지구촌 군인들의 스포츠축제가 문경을 비롯한 경북 일원 8개 시군에서 11일까지 뜨겁게 펼쳐진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사상 최초로 열리는 ‘솔저 올림픽’ 세계군인체육대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22개국 87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해 총과 계급장을 잠시 내려놓고 기량을 겨룬다.

‘우정의 어울림, 평화의 두드림’이란 슬로건 아래 국경을 초월한 화합의 스포츠제전으로 펼쳐지는 제6회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동시에 방산수출과 인적네트워크 구축,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개막을 이틀 앞둔 30일 오후 경상북도 문경 상공에 개막식 에어쇼 리허설이 한창이다. 군인올림픽으로 통하는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는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펼쳐진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9월 30일 오후 경상북도 문경 상공에 개막식 에어쇼 리허설이 한창이다. 군인올림픽으로 통하는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는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펼쳐진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 금지)

4년마다 열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는 규모 면에서 올림픽과 유니버시아드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인구 10만도 안 되는 지방도시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회라는 점에서 개최 성패에 관심이 높다.

그래서 대회조직위원회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의 실패와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의 성공 사례를 견줘 저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지향하는 운영전략을 짰다.

선수촌 마련을 위해 새 아파트나 콘도를 짓는 대신 기존 시설물을 이용해 원가 절감에 나섰다. 영천 3사관학교, 괴산 학생군사학교를 활용하는 한편 문경에 대형 캠프장처럼 카라반 350동을 가설해 선수촌으로 대체했다. 아파트 신축에 소요되는 예상비용 800억원에서 95%를 절약한 것이 개막 전부터 화제가 됐다.

이같은 노력 속에 3115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542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예상대로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48년 프랑스 니스에서 세계 군인들의 우정을 다지고, 인도적 지원과 범세계적인 평화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창설된 국제군인스포츠위원회(CSIM)가 주최하는 만큼 군인만의 특화된 이색 스포츠가 일반인들로부터 주목받는다.

1995년부터 종합대회로 격상한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는 19개 올림픽 종목과 군인들의 특성을 살린 5개의 군사종목이 치러진다. 전투에서 발생하는 각종 악조건을 극복하고 생존하는 방법과 유사시 대응력을 스포츠로 승화시킨 종목들이다.

각 군의 특성을 살린 육군 5종, 해군 5종, 공군 5종을 비롯해 적진 침투를 가상한 패러슈팅(고공강하)와 독도법을 겨루는 오리엔티어링 등이다.

육군 5종은 소총사격, 장애물 달리기, 장애물 수영, 투척, 크로스컨트리 등으로 구성된다. 수류탄 형태의 투사물을 던지는 투척은 육군만의 특색을 잘 보여준다. 근대 5종을 변형한 해군 5종의 경우 인명구조수영과 선박조종 등이 포함돼 있다. 공군 5종은 비행경기를 비롯해 사격, 수영, 펜싱, 장애물달리기, 오리엔티어링, 볼 다루기 등 사실상 7종 경기로 다채롭다.

고공강하는 한국의 특전사처럼 각국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정예 군인들이 출전한다. 동전 크기의 목표물과 낙하지점의 거리를 따지는 정밀강하, 회전기술을 겨루는 스타일, 팀별 퍼포먼스를 견주는 상호활동 등으로 나뉜다. 많게는 한 팀이 10번 이상 하늘로 올라가 하강을 시도하는 만큼 볼거리 면에서는 강렬한 인상을 준다.

19개 올림픽 종목에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지구촌의 군 체육부대가 총출동했다. 종목별로 세계랭킹 30위 안에 포진한 군인선수 150여명이 참가를 신청했다.

전통의 강호 러시아와 중국이 종합 1,2위를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국방부 소속으로 총 40개팀을 운영하는 CSKA는 역대 통합 랭킹에서 금메달 183개로 당당히 1위를 지키고 있다. 군인뿐 아니라 일반인 선수들도 CSKA 소속으로 활동하는 게 이채롭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스타 빅토르 안(안현수)도 CSKA 소속이다.

지난 8월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서 여자 높이뛰기를 제패한 샛별 마리야 쿠치나가 눈여겨볼 간판 스타다.

중국의 81체육공작대는 역대 통합 순위에서 2위에 올라 있다. 1984년 중국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여자 사격 쉬하이펑을 배출한 이후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길라잡이가 되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 16개,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136개를 따냈고, 세계신기록을 158번이나 수립했다.

지난 7월 카잔 세계수영선수권 자유형 남자 100m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우승한 2014 인천아시안게임 수영 4관왕 닝저타오가 문경에서 금빛 물보라를 일으킬 월드스타다.

한국은 ‘불사조’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서 병역 의무를 다하고 있는 엘리트 스타들을 앞세워 역대 최고 성적을 조준했다.

육군체육지도대를 중심으로 1984년 육·해·공·해병대 스포츠단을 통합해 창설된 상무는 현재 종목별로 33개 팀을 운영하고 있다. 500여명의 군인선수 중 270명이 이번 제전에 참가한다.

상무는 5회 대회까지 금메달 25개, 은 23개, 동 31개를 수확, 통합 순위에서 10위에 올라 있다. 통합 12위 미국(금 19개)보다는 높고 이번에 불참한 북한(금 30개)보다는 1계단 낮다.

한국은 양궁, 태권도, 골프 등에서 25개 이상의 금메달을 획득해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종합 3위에 오른다는 목표다.

1999년 2회 자그레브대회에서 거둔 종합 5위(금 10개)가 최고성적이었다. 4년 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던 5회 대회에서는 종합 6위(금 8개)에 그쳤다.

국가대표 이정협이 이끄는 남자축구는 구기종목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남자배구 센터 신영석, 남자농구 빅맨 최진수, 포인트가드 김시래 등 프로 출신 스타들이 구기종목 도약에 앞장선다.

지난 4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사상 최초로 군인 신분으로 우승한 일병 허인회는 골프팀이 이번 대회를 위해 17년 만에 한시적으로 부활한 만큼 ‘우승 샷’집념이 남다르다. 각각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육상 장대높이뛰기 진민섭, 레슬링 김관욱 등이 정상에 도전한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사격 소총 금메달리스트인 중사 음빛나, 한국 여자축구 사상 첫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헌액된 중사 권하늘 등도 여군 파워로 기대를 모은다.

지구촌에서 개최할 수 있는 모든 종합스포츠대회를 모두 유치하거나 개최한 대한한국스포츠. 이번 대회 성적도 중요하고 성공적인 대회 개최도 의미가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상무의 경쟁력과 존재가치를 되새겨보는 일이 아닐까.

상무는 경쟁률 4~5대 1의 좁은문을 거친 선수라면 ‘병역 공백’ 없이 경기력을 유지해 월드스타로 도약하려는 꿈을 보듬어주는 소중한 ‘중간역’이다.

선수들도 분단국가의 특성상 국방의 의무만큼 신성한 도전으로 한국스포츠의 미래를 개척해왔다. 1984년 올림픽 레슬링에서 김원기가 상무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이후 16명의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중국의 81체육공작대가 거둔 결실과 같다.

‘죽을 수는 있어도 질 수는 없다’는 수사불패(雖死不敗)의 군인정신으로 정신력을 새롭게 새기고 전역한 예비역 선수들도 각종 국제무대에서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6년 전 국방개혁 기본계획이 검토되면서 상무의 팀 축소가 거론돼 국내 스포츠계의 우려와 반발을 부른 적이 있다.

엘리트 선수들이 젊은 나이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 ‘커리어 단절’없이 경기력을 끌어올려 한국스포츠의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해온 상무다. 군인올림픽의 웅혼한 두드림을 보면서 상무의 존재가치가 그 불사조 정신과 불굴의 투혼만큼이나 새삼 의미있게 다가온다.  

김한석

◆ 김한석 스포츠기자

스포츠서울에서 체육부 기자, 체육부장을 거쳐 편집국장을 지냈다. 스포츠Q 창간멤버로 스포츠저널 데스크를 맡고 있다. 전 대한체육회 홍보위원이었으며 FIFA-발롱도르 ‘올해의 선수’ 선정위원으로 활동했다. 제21회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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