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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게 도전하는 당찬 여성…스포츠 ‘성 대결’의 역사

[김동훈기자의 스포츠는 살아있다] 스포츠 성대결

2013.05.30 김동훈 스포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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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3월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조선의 손기정(1912~2002년)이 2시간 26분 14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마라톤 역사상 처음으로 2시간 30분 벽을 허문 것이다.

1980년 10월 26일 노르웨이의 그레테 바이츠(1953~2011년)는 뉴욕마라톤대회에서 여성 최초로 2시간 30분 벽을 허물고 2시간 25분 41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마라톤에서 여성이 남성의 기록에 도달하기까지 45년이 걸린 것이다.

여자 육상 100m 세계기록은 그리피스 조이너가 88서울올림픽을 두 달 앞두고 열린 미국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세운 10초 49에 25년째 머물러 있다.

반면 남자는 수동계시 시절인 1920년대에 이미 10초4를 찍었다. 100m만 놓고 보면, 남성과 여성의 간격은 70년 가까이 벌어진다.

여자 창던지기 세계신기록은 2008년 9월13일 체코의 바르보라 슈포타코바가 세운 72.28m다. 남자 세계기록은 체코의 ‘전설’ 얀 젤레즈니가 1996년 5월25일 기록한 98.48m다. 남녀의 세계기록이 26m 이상 차이가 난다.

장대높이뛰기는 어떤가. 러시아의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가 세계기록을 26번이나 갈아치우며 5m6의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남자는 ‘인간새’ 세르히 부브카가 1994년 세운 6m14가 최고 기록이다. 남녀 차이가 1m 이상 벌어진다.

스포츠에서 경쟁자를 이기려면 ‘보다 빨리, 보다 멀리, 보다 높이’ 뛰어야 한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은 선천적인 근력 차이 때문에 공정한 경쟁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덩크하는 여자 농구선수 미국의 브리트니 그리너가 NBA ‘전설의 센터’ 카림 압둘 자바 앞에서 훅슛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AP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덩크하는 여자 농구선수 미국의 브리트니 그리너가 NBA ‘전설의 센터’ 카림 압둘 자바 앞에서 훅슛 시범을 보이고 있다.(사진=저작권자(c)AP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하지만 스포츠 세계에서는 남성에게 도전하는 여성이 종종 있다. 이른바 ‘성 대결’이다.

최근 미국 여자대학농구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브리트니 그리너(23)는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설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키 203㎝의 그리너는 대학 4학년 때만 덩크슛 11개를 꽂는 등 대학 4년 동안 덩크슛 18개를 성공시켰다.

댈러스 매버릭스의 마크 큐반 구단주는 “신인 드래프트에 그리너가 나오면 그를 뽑을 수도 있다”고 말해 과연 여자 선수가 남자 농구, 그 중에서도 최고의 무대인 NBA에서 통할 수 있느냐를 놓고 미국 스포츠계가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다.

재미동포 여성 골퍼 미셸 위(23·한국명 위성미)는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앞세워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9번이나 남성에게 골프 도전장을 내고 ‘성 대결’을 벌였다.

미셸 위가 지난 2005년 일본 고치구로시오골프장에서 열린 일본프로골프투어 카시오오픈에서 성대결을 펼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미셸 위가 지난 2005년 일본 고치구로시오골프장에서 열린 일본프로골프투어 카시오오픈에서 성대결을 펼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상대는 스페인의 세르히오 가르시아, 잉글랜드의 루크 도널드, 그리고 남아공의 어니 엘스 등 당대 최고의 골퍼들이었다.

그러나 현격한 실력 차이를 넘어서지 못한 채 ‘도전’ 그 자체에 그치고 말았고, 거듭되는 성 대결이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난도 샀다. 실제로 미셸 위는 2005년 10월 나이키, 소니 등과 스폰서 대박을 터뜨렸다.

최초의 남녀 성 대결은 지금으로부터 꼭 40년 전에 이뤄졌다. 1973년 5월14일 보비 리그스라는 남자 테니스선수가 그랜드슬램 대회 여자 단식에서 24차례나 우승한 마거릿 코트를 2-0(6-2/6-1)으로 물리쳤다.

리그스는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에서 6차례나 우승한 선수였다. 하지만 성 대결이 이뤄질 당시 나이는 55살이었고, 코트는 31살이었다.

같은 해 9월에는 역시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을 12차례나 제패한 빌리 진 킹이 리그스를 3-0(6-4/6-3/6-3)으로 제압해 성 대결에서 최초로 여성이 승리하는 기록을 남겼다. 당시 킹은 30살로 코트보다 한 살 어렸다.

이후 ‘성 대결’은 다양한 종목으로 확대됐다. 1977년 재닛 거스리라는 여자 선수가 미국 자동차 경주대회인 인디500에 출전해 남자 선수들과 경쟁했다.

1979년에는 앤 미어스라는 여자 선수가 NBA 인디애나페이서스와 1년 계약을 맺기도 했다. 실제 경기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NBA에 진출한 첫 여성이었다.

1984년 빅토리아 로시라는 벨기에 출신 소녀가 유소년 야구 경기인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출전했다.

우리나라의 안향미(32)가 1997년 고교야구 선수(덕수정보고)로 이름을 올렸던 것에 견주면 로시는 15년 정도 빠른 것이다. 마이너리그 세인트 폴 세인츠에서는 1997년 일라 보더스라는 선수가 뛴 적이 있다.

1993년에는 마농 레이움이라는 캐나다 여자 선수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시범경기에 두 차례 출전해 화제를 모았고, 2001년 미국프로풋볼(NFL) 잭슨빌에서는 애슐리 마틴이라는 여성이 뛴 기록이 있다.

올해는 대니카 패트릭이라는 여성 드라이버가 미국 대회인 나스카에서 남자 선수들과 스피드 경쟁을 벌인다.

스포츠 세계에선 이제 남녀의 장벽을 찾아볼 수 없다. 올림픽에서는 20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여자 축구, 여자 역도, 여자 레슬링이 생겼고, 급기야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여자 복싱 세 체급이 추가됐다.

야구는 여자 야구가 없다는 이유로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된 뒤 소프트볼과 손을 잡고 올림픽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

그러고보니, 내가 즐겨하는 사회인야구에서 여자야구팀과 성 대결을 자주 펼친다. 이제 스포츠 세계의 ‘성 대결’은 일상이 된 듯하다.

◆김동훈(스포츠기자) 

김동훈(스포츠기자)
한겨레신문 기자. 사회부 정치부 등을 거쳤으며,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등 역임한 뒤 현재 스포츠부 차장을 맡고 있다.  전 TBS 해설위원이었으며 현재 WKBL-TV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천하무적 어린이야구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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