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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팝(J-POP)’의 귀환…왜?

2023.11.24 김봉현 음악저널리스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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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다. 2023년도 거의 다 갔다. 한 해를 돌아보며 올해 음악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떠올려본다. 

몇 가지 키워드가 머리를 스친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일이 있다. 바로 ‘제이팝의 귀환’이다. 한국에서 일본음악이 다시 인기를 끌었다는 뜻이다.

방금 나는 ‘귀환’이라고 했다. 다시 돌아왔다는 의미다. 맞다. 일본음악은 한국에서 한 때 각광받았던 적이 있다.

일본문화가 공식적으로 개방되기 전부터 이미 일본음악은 한국음악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적지 않은 제이팝 마니아가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시간 동안 제이팝은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달랐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제이팝은 한국에서 존재감이 점점 약해졌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역시 케이팝의 약진이 크다. 

케이팝과 한국힙합의 성장 및 발전으로 인해 일본음악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시야에서 멀어졌던 것이다. 돌아보니 그게 벌써 10년 더 된 것 같다. 세월 참 빠르다.

한국에서도 크게 인기를 모은 밴드 엑스 재팬(X JAPAN)의 리더 요시키가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걸스 익스플로션 패션 행사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AP Photo/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국에서도 크게 인기를 모은 밴드 엑스 재팬(X JAPAN)의 리더 요시키가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걸스 익스플로션 패션 행사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AP Photo/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런데 올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올해에는 ‘제이팝이 한국에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확언해도 될 만큼 가시적인 흐름이 잡혔다. 

일본아티스트 이마세의 노래가 멜론 톱100 챠트에 진입했고, 일본밴드 요아소비의 내한 콘서트가 전석 매진되어 공연회차를 한 번 더 늘려야 했다. 

일본 싱어송라이터 토미오카아이가 한국팬들의 요청에 힘입어 한국에 다녀가기도 했다. 2023년은 제이팝이 한국에서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스포티파이가 ‘가챠팝’이란 플레이리스트를 신설한 것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가챠는 일본의 캡슐 뽑기 자판기에서 나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일컫는 말이다. 

스포티파이는 이 플레이리스트의 설명란에 “어떤 노래가 나올지 레버를 돌려보세요. 당신의 네오-제이팝을 찾아보세요”라고 써놨다. 네오-제이팝이라. 제이팝의 새로운 흐름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스포티파이도 인정한 셈이다.

실제로 최근 각광받는 제이팝은 예전의 제이팝과 사뭇 다르다. 정확히 말하면 예전과 여전히 비슷한 점도 있지만 동시에 다른 점도 있다. 

요즘의 제이팝은 일본의 전통적인 록음악과도 다르고 일본만의 색이 강한 아이돌음악과도 다르다. 예를 들어 최근 제이팝 열풍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이마세의 ‘NIGHT DANCER’는 얼핏 들으면 그냥 세련된 팝이다. 

전통의 일본풍이나 짙은 일본색은 찾아볼 수 없다. 보다 많은 한국인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악이다.

그렇다면 이런 스타일의 음악이 틱톡과 유튜브쇼츠 같은 플랫폼과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그런데 이게 실제로 올해에 일어났습니다” 

네오-제이팝 곱하기 틱톡 곱하기 쇼츠라. 인기를 얻지 못했다면 더 이상했을지도. 일본음악이 내수에만 매몰돼 있다는 말은 이제 사실이 아니다. 아직도 일본음악을 ‘고인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게으른 사람이다. 

일본음악은 이미 해외로 눈을 돌렸고 다양한 디지털 프로모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게다가 여기에 재패니메이션의 도움도 얻고 있다. 

텐피트의 인기는 ‘슬램덩크 극장판’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빼놓고 말할 수 없고 요아소비의 인기는 TV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가 불을 지폈으니까.

J팝 듀오 ‘요아소비(YOASOBI)’가 지난 22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서 열린 MTV VMAJ(비디오 뮤직 어워드 재팬)에서 팬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Keizo Mori/UPI/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J팝 듀오 ‘요아소비(YOASOBI)’가 지난 22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서 열린 MTV VMAJ(비디오 뮤직 어워드 재팬)에서 팬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Keizo Mori/UPI/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케이팝의 반작용이라는 관점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케이팝이 화려하고 복잡하고 타이트한 느낌이라면 제이팝은 여러 모로 상반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케이팝은 맥시멀리즘이고 제이팝은 미니멀리즘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단순화한 비교가 맞다. 

하지만 케이팝에 물리거나 피로를 느낀 이들이 제이팝에서 결핍을 채우거나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았다고 말한다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제이팝에서 엿보이는 태도와 가사 스타일을 통해서도 최근의 제이팝 열풍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일본에서 현재 거의 국민가수이자 한국에도 많은 팬이 있는 ‘Aimyon’의 노래들이 좋은 예다. 

개인의 내밀한 마음을 담백하게 드러내고 일상의 작은 단위들을 섬세하게 적은 그의 노랫말은 제이팝의 전통적인 가사 경향과 이어져 있는 동시에 일본인의 경향성과도 연결돼 있다. 복잡미묘한 마음상태를 은은하게 돌려 말하는, 하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화법 말이다.

나는 제이팝의 이러한 ‘무드’가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가닿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세대보다 개인적이고, 기꺼이 혼자를 즐기고, 때때로 전화통화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분위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약간은 의기소침해져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말이다. 

아, 국적과 언어에 그다지 구애받지 않고 그 음악이 ‘힙’하고 ‘취향’에 맞으면 바로 좋아할 수 있는 그들의 특성 역시 빠뜨려서는 안 된다. 나라가 다른 게 중요한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는 세대이기도 하니까.

이번 글에서는 제이팝의 귀환에 대해 큰 맥락으로 몇 가지를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한국에서 실제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아티스트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한다.

김봉현

◆ 김봉현 음악저널리스트/작가

힙합에 관해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케이팝 아이돌 연습생들에게 음악과 예술에 대해 가르치고 있고, 최근에는 제이팝 아티스트들과 교류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의 시학> 등이 있다. murdamuz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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