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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멜로디에 영감받아 재해석된 팝송과 재즈

[클래식에 빠지다] 팝송 속 클래식

2023.06.14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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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작품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렇다면 고전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전은 창작된 순간에 고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지나고 세월이 흘러서 다시 재해석되고 보전되는 경우에만 고전이 될 수 있다. 

비단 문학의 경우뿐만 아니라 음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18세기 천재 모차르트를 경연에서 이기고 황제와 귀족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던 살리에리(Antonio Salieri)는 당대 최고의 궁정 음악가로 명성이 높았다. 

모차르트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들어 봤음직한 그의 이름이지만 살리에리의 음악을 들어본 이는 아마 드물 것이다.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가여도 작품이 고전으로 영원히 남을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곁에 익숙하며 고전으로 살아남은 클래식 작품들이 역사의 선택을 계속 받은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 중 분명한 한가지는 작품들이 계속 재해석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작품을 여러 연주자들이 각자의 개성 있는 연주로 재해석 하기도 하지만 클래식이 아닌 다른 장르의 음악으로 재해석될 때 우리는 그 신선함과 참신한 아이디어에 매료되고 만다. 

클래식 음악의 멜로디에 영감을 받아 재해석되어 새롭게 탄생한 팝송과 재즈 등 다른 장르의 곡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몇 곡 소개한다. 

◆ Eric Carmen - All by Myself / Rachmaninov - Piano Concerto No.2 

<All by Myself>는 최근 투병소식으로 안타까움을 전해주고 있는 디바 셀린 디온(Celine Dion)에게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를 안겨준 팝송으로, 영화 <브리짓 존슨일기> OST에 삽입되어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곡이다.

셀린 디온이 2011년 3월 라스베가스에서 공연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A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셀린 디온이 2011년 3월 라스베가스에서 공연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A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팝송 100위안에 포함되어있기도 한 이 노래는 원래 1975년도 미국의 싱어송 라이터인 에릭 카멘(Eric Carmen)에 의해 처음 발표 되었다. 

연배가 조금 있으신 분들은 한때 그의 목소리와 피아노 연주를 통해 아름다운 가사를 음미했을 듯한데, 이 곡은 탄생 150주년을 맞은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 2악장(Adagio sostenuto)의 멜로디에 영감을 받아 작곡되었다. 

멜로디의 끝없는 아름다움과 서정성은 <All by myself>의 가사처럼 인간의 숙명인 사랑과 외로움을 노래하고 있는듯하다. 

특히 잔잔하게 흐르는 피아노와 현 파트의 소리 위에서 노래하고 있는 클라리넷 등 관 파트의 아름다운 솔로는 작품의 서정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고 있다. 

작품의 후반부는 고뇌섞인 절정으로 치닫는 피아노 솔로의 마무리와 함께 다시 비단결 같은 현 파트와 피아노가 애수 어린 멜로디와 함께 등장하는데 마치 또 다른 시작과 희망을 노래하는 듯 하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그가 교향곡 1번의 실패로 우울증에 빠져있을 때 다시 재기를 도와준 작품으로 피아니스트뿐만 아니라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드높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라흐마니노프는 협주곡 2번을 우울증으로부터 치료해주고 극복하도록 도와준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달(Nicolai Dahl)에게 헌정했다. 

◆ Louise Tucker - Midnight Blue / Beethoven - Pathetique Sonata

베토벤의 <비창소나타(Pathetique Sonata)> 중 2악장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음악이다. 특히 2악장 Adagio cantabile는 ‘느리게 노래하듯이’라는 의미로, 이 곡의 아름다운 선율은 여러 대중음악에 차용되어 재탄생되었다. 

그리고 미국의 싱어송 라이터 빌리 조엘(Billy Joel)도 자신의 음반에 <This Night>이란 곡으로 베토벤 비창소나타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 루이스 터커(Louise Tucker)의 <미드나잇 블루(Midnight Blue)>는 대중적으로 비창 2악장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린 곡이다. 

비창을 깊고 푸르며 어두운 밤에 비유한 <Midnight Blue>는 영국 출신의 메조 소프라노 오페라가수이기도 한 루이스 터커의 1982년도 데뷔음반의 타이틀 곡이다. 

그녀는 이 한 장의 앨범으로 빌보드에 올랐으며 프랑스 앨범차트 1위를 기록했고, 700만장 이상의 판매를 올려 상업적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데뷔음반과 이후 2집의 엄청난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시 오페라 계로 돌아갔는데,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는 오페라 아리아보다 <Midnight Blue>로 더 많이 회자 되고 있다. 

사실 비창 소나타는 루이스 터커에게 뿐만 아니라 베토벤 자신에게도 성공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인쇄술이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던 18세기, 베토벤 <비창>의 엄청난 출판량과 판매량은 그의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비창을 작곡할 당시 30대를 바라보는 젊은 베토벤은 부모님의 죽음과 청력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하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베토벤의 비창소나타는 이전에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강렬함과 긴장감 그리고 슬픔이 깃든 서정적 멜로디가 작품 속에 녹아있다.

◆ Maroon 5 - Memories / Pachelbel - Canon in D

1999년 결성된 마룬 5(Maroon 5)는 전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미국의 밴드로 국내에도 수많은 팬 층을 거느리고 있다. 

그들의 여러 히트곡들 중 <Memories>는 리드 보컬 애덤 리바인의 어릴 적 친구이며 오랜 기간 마룬 5의 매니저였던 조던 필스테인을 기리는 곡으로 2019년 정규앨범 발매 전 싱글형식으로 발표되었다. 

팝 밴드 마룬5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서 공연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팝 밴드 마룬5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서 공연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사는 술을 마시며 떠난 사람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에 대한 희망을 애덤 리바인의 목소리로 담담히 그리고 있는데, 전체적인 멜로디는 바로크 시대 초기 작곡가인 독일의 파헬벨의 <캐논>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캐논이란 한성부의 주제를 연이어서 똑 같은 주제로 다른 성부가 모방해 나아가며 화성진행을 맞추어나가는 음악적 형식이다.

캐논형식의 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이 바로 파헬벨의 캐논인데 후배 작곡가인 바흐도 캐논형식을 작품에 자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헬벨의 <캐논>은 오랜 시간 잊혀져 있다가 1919년 악보가 재 출판되었고 이후 미국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레코딩이 방송된 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영화 <보통 사람> 등에 삽입되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는 최근 사망한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George Winston)이 캐논 변주곡을 발표하면서부터라 볼 수 있다.

◆ Elvis Presley - It’s Now or Never / Eduardo di Capua - O Sole Mio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1950년대 후반 독일주둔 미군으로 복무할 무렵 당시 감명 깊게 들었던 노래가 있다. 

바로 토니 마틴(Tony Martin)의 <There's No Tomorrow>인데 이 곡은 이탈리아 칸초네 <O Sole Mio(오 나의 태양)>를 번안해 만든 곡으로 당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엘비스는 자신이 감명받았던 이 곡을 음악저작권 담당자인 프레디 바인스톡과 협의해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했고, 이후 두 명의 작사가에 의해 <It’s Now or Never>로 재탄생 되었다.

<It’s Now or Never>는 발표 이후 2500만장 이상이 팔려나가면서 엘비스의 싱글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음악으로 기록되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 유럽 등지에서도 팝 차트1위를 기록하는 등 대성공을 거두었다. 

<O Sole Mio>의 음악 진행코드를 그대로 이어 받은 이 곡은 누구나 아는 익숙한 멜로디에 원곡과 다른 노골적인 사랑의 구애를 표현하였는데 엘비스의 목소리와 스타일에 잘 어우러지며 토니 마틴의 번안 곡을 뛰어넘는 원곡만큼의 인기를 얻었다. 

원곡 <O Sole Mio>는 3대 미항 중 하나인 나폴리항구와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작곡가 에두아르도 디 카푸아(Eduardo di Capua)가 이 곡을 작곡한 장소는 우크라이나의 해변도시 오데사로 알려져 있다. 

디 카푸아는 여러 칸초네 히트곡을 작곡하였지만 아쉽게도 도박에 빠져 생을 쓸쓸하게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9세기 말 발표된 그의 대표작 <O Sole Mio>는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테너 카루소와 이후 토니 마틴과 엘비스, 그리고 파바로티를 통해 여전히 전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 Sarah Vaughan - A Lover’s concerto / Bach - Minuet in G Major

90년대 국내 영화 <접속>을 본 세대라면 이 곡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바로 사라 본(Sarah Vaughan) 의 <A Lover’s concerto>다. 

3대 여성 재즈보컬로 불리는 사라 본의 이 곡은 사실 미국에서 보다 한국에서 훨씬 더 많은 인기를 누리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팝송 순위에 들어있는 작품이다. 

영화 <접속>의 흥행에 따른 영향도 있었겠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멜로디 또한 <A Lover’s concerto>를 당시 최고 인기 팝송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 곡의 선율은 BWV Anh. 114 미뉴에트 사장조(Menuet G Major)에서 차용되었는데 흔히 바흐의 두 번째 아내이자 음악적 동반자였던 안나 막달레나를 위해 작곡한 소품으로 알려져 있다. 

바흐 작품번호를 뜻하는 ‘BWV’는 독일어로 ‘Bach Werke Verzeichnis’ 즉 ‘Bach Works Catalogue’를 풀어 쓴 것이고 뒤의 ‘Anh’는 부록을 뜻하는 독일어 ‘Anhang’을 의미하는데, 바흐의 작품인지 미심쩍거나 확실하지 않은 작품집이라 말할 수 있겠다. 

미뉴엣 사장조는 바흐의 작품이 아닌 독일 작곡가 크리스티안 펫졸들(Christian Petzold)의 작품으로 이후 밝혀졌는데, 3/4박자의 우아한 리듬을 가지며 순차적이고 자연스러운 선율의 진행은 미뉴에트의 대중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특징을 잘 나타낸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 음반추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은 많은 명반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리히터(Sviatoslav Richter)와 안드레이 가브릴로프(Andrei Gavrilov)의 음반이 박진감 넘친다.  

베토벤 비창 소나타는 리히터와 박하우스(Wilhelm Backhaus)의 명반이 유명하지만 균형 잡힌 해석을 보여주는 브렌델(Alfred Brendel)의 음반 역시 훌륭하다. 

파헬벨의 캐논은 영국의 고음악 단체인 고대음악원(The Academy of Ancient Music)의 음원을 추천한다. 

<O Sole Mio>는 두말할 나위 없이 파바로티의 금빛 목소리가 여전히 제일 대중적이면서도 좋다. 마지막으로 BWV Anh. 114 미뉴에트는 톤 쿠프만(Ton Koopman)의 합시코드(harpsichord)연주로 한번 들어보시길 권하겠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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