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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성과에 집착하는 유소년 스포츠, 그 결과는?

2023.12.04 박광호 미국 The Citadel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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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호 미국 The Citadel 교수
박광호 미국 The Citadel 교수

2021년, 세계적인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NETFLIX)의 K-드라마 『오징어 게임(Squid game)』은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이 넘는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 드라마는 어린 시절 우리가 즐겼던 전래놀이를 주요 소재로 사용하여 딱지치기, 구슬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과 같은 놀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재 중년이 된 많은 분은 어릴 적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여러 가지 전래놀이를 즐겼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럼, 잠시 눈을 감고 그 시절 어떤 놀이를 했는지 그때의 즐거웠던 기억들을 떠올려 보자. 필자는 얼음 땡, 자치기, 와리가리, 모래 뺏기, 땅따먹기, 사방치기 등 수십 가지가 기억이 난다. 이 밖에도 친구들과 함께 나누었던 웃음소리, 놀이 규칙을 두고 벌이던 토론, 술래로부터 숨기 위해 생각지 못한 장소를 찾았던 순간들, 그리고 비가 오는 날 전봇대를 이용해 축구를 했던 추억 등 독자 여러분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로 인해 아동의 신체활동 및 체육과 관련된 문화, 사회, 환경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 고층 빌딩과 현대적 건축물이 일상이 되었고, 기술과 신체적 우수성을 중점으로 개발된 유소년(청소년) 스포츠프로그램들이 대중화되면서 어린 시절 자발적으로 즐겼던 놀이와 신체활동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시민 체육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다룬 여러 해외 연구가 있으며, 스포츠 강국인 미국에서도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미국의 유소년 스포츠프로그램의 문제점을 다룬 많은 사회학자의 연구를 통하여 함께 논의해 보고자 한다.

선수 및 청소년 주도 스포츠(Athlete/Youth-Organized Sports)의 중요성
최근 아동체육에 관한 해외 연구들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자유롭게 즐기는 놀이나 스포츠활동에서 중요한 공통 요소를 발견했다. 바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놀이를 주도하고 통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네 골목길에서 5명이 모여 두 팀으로 나누어 축구를 한다면 운동을 잘하는 친구가 있는 팀은 2명, 그 외의 팀은 3명으로 팀을 합리적으로 나누어 축구를 시작할 것이다. 이처럼 아이들이 각자 알고 있는 놀이 규칙의 차이를 극복하거나 형평성에 의문을 가지면서 갈등, 협상, 타협을 거쳐 합의된 규칙을 따르게 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창의성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배우고, 자발적인 즐거움과 만족감, 그리고 기타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며 스포츠 규칙의 존재 그리고 체육의 가치를 스스로 체험하며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평생 체육활동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동기를 제공한다.

성인 주도 스포츠(Adult-Organized Sports)의 성장과 문제점
19세기 후반 유럽과 북미에서는 신을 맹목적으로 믿는 청교도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학문적 방법론을 통한 실증주의적 지식 탐구가 정형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청소년의 신체와 정신 발달이 사회적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인식을 높였고, 이 시기에 여러 스포츠가 현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학교, 교회, 지역사회의 레크리에이션 센터를 통해 스포츠프로그램이 전문가 주도로 조직화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에는 주·정부가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을 강화하면서 공공기관 주도의 유소년 스포츠프로그램 수가 감소하고 반대로 개인 사업자가 주도하여 민영화되는 사례가 늘어났다. 또한 물질주의가 개인 및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 기준으로 자리 잡아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전환 속에서 부모는 맞벌이로 인한 자녀 양육 공백의 대안으로 성인에 의해 자녀가 통제되는 스포츠프로그램을 선호하게 되었다.

또한 자녀가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의 Division 1 그룹으로 소속되어 있는 학교에 선수로써 진학하면 장학금을 받거나, 프로스포츠 선수가 된다면 자녀의 성공적인 삶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부모들이 엘리트스포츠 경험을 가진 지도자가 운영하는 유소년 스포츠프로그램을 선호하게 됨에 따라 체육의 본질보다는 기술 개발 및 신체적 우수성 그리고 성과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유소년 스포츠 프로그램들은 주로 수준 높은 코치, 화려하고 쾌적한 시설, 그리고 성인 스포츠와 비슷한 연간 훈련 및 시합 계획을 갖춘 전문적인 프로그램으로 변화하였으며,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서 부모들이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연구결과들은 기술과 성과 중심의 유소년 스포츠프로그램이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연간 10만 달러(약 1억 3000만 원)의 소득을 가진 가정들이 대개 자녀를 재정적으로 문제없이 유소년 스포츠프로그램에 참여시킬 수 있다. 반대로 그보다 소득이 적은 가정의 자녀들은 스포츠 참여에 어려움을 겪어 소외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략 80%의 미국 가정에서 자녀들의 스포츠 참여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소득 기반의 불평등 구조가 형성되어 많은 유소년 스포츠프로그램에서 이러한 경제적 배제 패턴이 관찰되고 있다. 이 현상은 개발도상국에서도 널리 사랑받는 축구 같은 스포츠마저도 미국에서는 저소득층을 배제하는 부유한 가정의 스포츠로 변모하는 사례로 나타난다.

현재 많은 부모들은 스포츠프로그램에 과도한 재정지출을 함으로써 자녀들의 미래에 대한 큰 기대와 함께 성공을 열망하고 있다. 이러한 부모들의 기대는 자신의 여유시간을 자녀의 스포츠 일정 관리에 전적으로 투자하고, 자녀의 삶과 경기, 훈련 성과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경향이 많다. 즉 부모가 자녀의 스포츠 참여를 격려하기보다는 경기의 내용 및 결과에 대해 질책하거나 성과를 요구하는 주체로 변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녀들은 심리적 압박을 받거나 불쾌함을 느끼는 상황을 자주 경험하고, 많은 청소년들이 스포츠 참여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코치와 운영자들의 관점에서 개인 유소년 스포츠프로그램 회원 수의 유지를 통한 사업 성공을 위해 선수들의 운동능력과 대회 성과를 지속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코치 주도로 스포츠의 규칙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프로스포츠 수준의 훈련을 강요하거나, 충분한 휴식 없이 과도한 일정을 소화하게 만들어 선수들의 부상률을 증가시키고 있다. 통계적으로 미국 내 모든 두부외상의 약 25%가 유소년 스포츠와 관련되어 있으며, 연간 25~30만 명의 학생선수들이 전방십자인대 부상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청소년 나이에 감당하기 힘들고 부적절한 부상(뇌진탕, 열사병, 근육파열 등)의 빈도가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유소년 스포츠 참여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약 70%의 청소년들이 비교적 이른 나이에 스포츠를 중단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성인 주도의 성과 중심 스포츠 프로그램의 확산을 통해 스포츠가 특권층을 위한 혹은 기피 대상이 되는 활동으로 인식되면서, 다양한 계층과 인종에서 폭넓은 엘리트선수층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점이 발생한다. 더 나아가 앞서 말한 선수 및 청소년 주도의 스포츠 참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스포츠의 가치와 평생 체육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다. 

미국 유소년 스포츠의 구조적 문제와 정책적 해결 방안 필요성 

많은 사회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현재 미국 유소년 스포츠프로그램의 대중화는 관련 스포츠산업을 활성화시켰지만, 참여자들이 기대하는 성과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해외 스포츠사회학 연구에 따르면, 자녀를 스포츠프로그램에 보낸 약 50%의 부모들은 자녀가 스포츠를 통해 대학 진학, 올림픽 참가, 혹은 프로스포츠 선수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투자하지만, 이 중에서 약 20%의 부모의 자녀만이 스포츠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불과 2% 만이 스포츠분야에서 상위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자녀를 위한 투자와 국가 및 사회적 기회비용 측면에서 현재 미국의 유소년 스포츠프로그램 구조의 비효율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미국 유소년 스포츠프로그램의 비효율성은 주·정부의 체육 정책 및 규제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신자유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에서는 종종 가치와 복지보다는 산업의 성장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민간 유소년 스포츠프로그램 사업자들에게 청소년들의 스포츠 참여의 기회와 복지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과 규제가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많은 유소년 스포츠프로그램들은 특정 계층에게만 특권적이거나 배타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관성이 부족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조직화한 스포츠프로그램을 설립할 때, 주·정부에서 나이별로 청소년 시기에 적합한 스포츠 환경, 수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책을 통해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의 유소년 스포츠 관련 영역은 현재 민영화되어 성장하고 있으며, 국민의 소득 수준도 점차 높아짐에 따라 미국과 유사한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는 유소년 체육과 관련된 사업 및 프로그램이 엘리트선수 개발보다는 아동의 놀 권리를 강조한 복지와 평생 체육활동을 장려할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검토하고 준비해야 한다.

스포츠가 청소년들의 평생 동반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경쟁과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어 포기하게 될지는 대한민국 정부의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통한 정책적 지원에 달려 있다. 향후 관련된 정책 제안 및 아이디어를 위해서는 유소년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평생 교육을 고려한 다른 나라의 유소년 스포츠정책 사례 연구가 유익할 것이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151호에 게재된 기고문 입니다.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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