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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구는 어떻게 ‘구속(球速) 혁명’에 성공할 수 있었나?

2023.08.07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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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올해 일본프로야구(NPB: Nippon Professional Baseball)에 역대 최고 거물로 꼽히는 외국인 투수가 등장했다. 바로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 올해 계약한 32세 우완 투수 트레버 바우어(Trevor Bauer)다. 그는 201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여 2021년까지 통산 84승,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팀당 60경기 단축 시즌이던 2020년,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73으로 내셔널리그의 사이 영 상(Cy Young Award)을 수상했다. 사이 영 상은 미국의 양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투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과거에도 NPB에는 사이 영 상을 수상한 투수가 있었다. 1956년 초대 사이 영 상의 수상자였던 돈 뉴컴(Don Newcombe)이다. 하지만 돈 뉴컴은 1962년 주니치 드래건스에 입단했을 때 이미 전성기가 끝나 있었고, 전해에는 마이너리그에서만 뛰었다. 무엇보다 주니치 드래건스에서는 1루수와 외야수로 뛰었으며, 투수로는 딱 한 경기에 등판했을 뿐이었다. 이러한 돈 뉴컴과는 달리 트레버 바우어는 30대 야구선수도 전성기 기량을 유지하는 스포츠과학의 시대에 뛰고 있다. 올해 NPB에서 트레버 바우어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51.9km다. 2021년 메이저리그에서보다 더 빠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일본 무대를 택한 이유는 메이저리그에서 더 이상 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트레버 바우어는 2021년 LA 다저스와 계약했지만 여성폭행문제로 징계를 받아 같은 해 6월까지만 뛰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3년 1억 200만 달러(약 1,300억 원)를 투자한 LA 다저스는 올해 1월 미련 없이 방출을 택하며, 결국 트레버 바우어는 일본 땅을 밟게 되었다.



요코하마 구단은 왜 문제아 투수를 영입했나
요코하마 구단이 실력은 확실하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켰던 트레버 바우어를 영입하겠다는 결정을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 이는 최근 요코하마 구단과 접촉한 한 인사를 통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모기업인 DeNA에서 “트레버 바우어가 팀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고 구단 스태프들은 “그렇다.”라는 답을 했다고 한다. 성적에 대한 기대 이상의 것이 있었다.

트레버 바우어는 괴짜로 악명이 높았지만, 야구에 있어서는 진지했다. UCLA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였고, 아마추어 시절부터 당시 미국 야구에 보편화된 투구 데이터와 운동역학에 능통했다. 자기의 투구폼에서 타자를 상대하는 최적의 투구 조합을 찾고, 이를 잘 소화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 온 것이 그가 야구선수로 성공할 수 있었던 길이었다. 요코하마 구단 관계자들은 이 점을 높이 봤다.

2000년대 이후 메이저리그는 투구 및 타구 추적 데이터의 확산과 생체역학의 발달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투수 영역에선 구속의 향상과 효과적인 투구 레퍼토리를 찾는 피치 디자인의 발달, 스위퍼와 같은 신구종의 개발 등 진보가 이뤄졌다. NPB도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퍼시픽리그에서 상대적으로 현신에 대한 수용도가 높다. 그중 IT기업 ‘DeNA’가 모기업인 요코하마 구단은 센트럴리그에서 가장 혁신 친화적인 구단으로 꼽힌다. 요코하마 구단은 2021년 2군 캠프에 ‘옵티트랙(OptiTrack)’이라는 동작해석장치를 도입했다. 센서 39개가 달린 슈트를 입고 투수가 투구를 하면 모션캡처(Motion Capture)로 분석이 이뤄진다. 어떤 신체부위에 힘이 들어가 있는지 시각화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투수는 자기에게 맞는 투구폼을 찾을 수 있다. 2020년에는 공 회전수 등을 계측하는 트래킹 장비인 ‘랩소도(Rapsodo)’와 초당 700프레임을 촬영하는 슈퍼슬로모션 카메라인 ‘에저트로닉(Edgertronic)’을 도입했다. 이와 함께 2군 경기장과 훈련장에 카메라 41대를 설치하여 경기 영상을 촬영 및 분석한 뒤 선수에게 피드백하고 있다.

트레버 바우어는 이러한 장비 활용에 누구보다도 익숙하다. 변형 슬라이더인 ‘스위퍼’는 지금 메이저리그의 대세 구종이다. 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World Baseball Classic) 결승전에서 마지막 삼진 아웃을 잡아낸 공도 크게 휘어지는 스위퍼였다. 우리나라에서도 NC 다이노스의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 에릭 페디가 이 구종으로 한국프로야구(KBO: Korea Baseball Organization)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트레버 바우어는 2018년 이러한 스위퍼를 완성하며 사이 영 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이때 스위퍼 완성에 도움을 준 장비가 투구 그립과 회전과의 관계를 분석할 수 있는 에저트로닉이었다.

요코하마 구단 관계자는 “우리 선수들이 장비로 측정한 데이터를 실제로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트레버 바우어에게 배웠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젊은 투수들 가운데 장비와 데이터를 이용해 야구 실력을 끌어올리고 싶다는 분위기가 있었고, 트레버 바우어를 이들의 성장을 도와줄 적임자로 꼽았다. 타자에게 유리한 요코하마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쓰는 요코하마는 전통적으로 투수 성적이 타자보다 떨어지는 팀 컬러가 있었다. 올 시즌 7월 25일 현재, 요코하마는 평균자책점 3.17을 기록하고 있다. 1972년 이후 가장 좋은 기록이다.

일본 야구의 성취, “과학과 논리의 진화와 보급”
지난 3월, WBC에서 일본이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의 WBC 우승은 낯선 일이 아니다. 일본은 1, 2회 대회에서 이미 우승을 이뤄냈고, 현재 유일하게 두 번 이상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하지만 이번 우승이 주는 의미는 더 컸다. 1, 2회 대회 때는 메이저리그에 소속된 스타선수 다수가 불참했고, 몸 상태도 정규시즌과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과거보다 더 많은 스타선수가 대회 참가를 선언했으며, 최근 메이저리그의 추세대로 스타선수들이 정규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몸 상태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무엇보다 ‘힘’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겼던 미국 야구, 혹은 메이저리그를 눌렀다는 점에 고무된 일본인들이 많았다. 5회 WBC에서 일본 대표팀 투수들의 포심 평균 구속은 시속 153.7km로 전체 2위였다. 메이지유신 이후 야구를 받아들인 일본은 오랫동안 정신력과 기(技)를 강조해왔다. 여기에는 힘으로 서양인을 이길 수 없다는 열등감이 깔려 있었다. 희생번트가 일본 야구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WBC 이후 일본 야구계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일본 대표팀의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대회 뒤 교도통신과 인터뷰에서 “구위가 좋은 투수를 주로 선발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높은 레벨의 타자를 막으려면 강한 공을 던질 수 없으면 안 된다. 도망가는 야구로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일본 대표팀의 불펜 포수를 맡았던 스루오카 신야는 “미국의 파워 피처에게는 파워로 맞섰고, 미국 강타자에게는 파워 피칭으로 승부했다.”며 감격해했다. 이어 “이번 WBC가 일본 야구가 새롭게 진화하는 시작점일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장이 아닌 TV로 경기를 지켜봤던 이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 같다. U-12 일본 대표팀의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은 7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World Baseball Softball Confederation)이 주관하는 야구 월드컵을 앞두고 “지난 대회에서 희생번트를 단 한 번 시도했다. 올해는 번트를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이 홈런 타자나 강속구 투수를 목표로 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는 과거 전형적인 일본 야구관과는 사뭇 다르다.

일본의 WBC 우승은 우연이 아니다. NPB는 2010년대 중반부터 투수 투구가 급격하게 빨라지는 ‘구속 혁명’을 겪고 있다. 2014년 NPB의 포심 평균 구속은 시속 141.5km였다. 이후 매년 최고치를 경신해 지난해엔 시속 146.2km까지 올라갔다. 올해는 더 빨라져서 시속 146.6km다. 지바 롯데 마린스의 사사키 로키는 2023시즌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선발투수다.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이유를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지식과 정보의 확산’, 또는 ‘스포츠과학의 수용’이다. 야구 저널리스트 신구 아키라에 따르면 과학과 논리의 진화 및 보급이다. 큰 흐름에서 볼 때 ‘구속 혁명’은 메이저리그에서 2000년대 시작되어 2010년대 일본에 수용됐다. 신구 아키라는 “과거 일본 스포츠는 경험칙과 정신론이 지배했다. 이전에도 야구를 현대적으로 바꾸자는 시도가 있었지만, 진화보다는 전통과 보수성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보수적인 일본야구계가 스포츠과학의 성과를 받아들인 결과가 2023년 WBC 우승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요코하마 구단의 사례는 그 한 부분이다. 오히려 일본 내에서는 늦은 감이 있다. 퍼시픽리그의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가 랩소도와 비슷한 트래킹시스템인 트랙맨을 설치한 해가 2015년이다.

일본 야구는 어떻게 스포츠과학을 받아들일 수 있었나
계측 장비와 그로부터 생성되는 데이터는 혁신에 중요한 토대가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KBO리그의 삼성 라이온즈는 2018년에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3년밖에 뒤지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는 2019년 R&D센터를 만들어 요코하마의 옵티트랙과 비슷한 장비를 설치했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도 지난해 각 구단이 개별 계약하는 트래킹시스템을 통합하려는 시도를 했다. 고교야구 전국대회가 열리는 목동구장에도 트랙맨 장비가 깔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KBO리그에서는 NPB와 같은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 비싼 돈을 들인 장비가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트랙맨 관계자는 “고교야구를 관장하는 협회가 학교팀으로부터 데이터 제공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프로 레벨에서도 장비 활용도는 그렇게 높지 않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Korea Baseball Softball Association)의 차명주 이사는 “결국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이 점에서 일본 야구의 ‘구속 혁명’의 성공은 한국 야구와 스포츠과학의 접목에 시사점을 준다. 일본은 스포츠 참여 인구규모와 스포츠과학 수준에서 한국을 크게 앞서 있다. 하지만 보수성이 특징이기도 하다. 최대 인기 스포츠인 야구는 다른 종목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어떤 시점부터 프로 구단, 나아가 리그 차원의 혁신이 시작되었다. 

일본 야구는 2000년대 위기를 맞았고, 여러 구단이 경영난에 빠졌다. 2004년에는 12개 구단 양대리그 체제 대신 8~10개 구단이 참가하는 단일리그 구상이 나오기도 했다. 센트럴리그에 비해 인기와 흥행에서 크게 열세였던 퍼시픽리그에서 위기가 심화됐다. 센트럴리그에서는 세 구단이 모기업 지원 없이 흑자였지만, 퍼시픽리그에서는 전 구단이 적자였다. 이 위기는 2005년 오릭스 브레이브스와 오사카 긴테쓰 버팔로스가 합병하고 IT기업 라쿠텐이 새 구단을 창단하는 것으로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야구계 밖으로 눈을 돌리면 1993년 출범한 프로축구 J리그에 인기와 유망주를 빼앗긴다는 위기감도 있었다. 위기는 혁신의 조건이기도 하다. 퍼시픽리그는 2007년 6개 구단이 출자한 마케팅회사를 설립한 데 이어 2010년에는 인터넷 경기중계 서비스를 론칭했다. 여러 구단이 마케팅뿐만 아니라 구단 운영에서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선진적인 방법을 시도했다. 그 결과 센트럴리그 대비 평균 관중은 1985년 41.3%에서 2011년에는 82.9%까지 상승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혁신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졌다. 마케팅 차원을 넘어 선수 육성과 기량 향상 등 선수 출신 전문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도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0년대에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스 등 일부 구단 코치들은 “팀 타격 성적의 인플레이타구타율(BABIP: 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지금 성적에는 운이 따르고 있다.”는 세이버메트릭스(야구를 통계적으로 해석하는 방법론)에 기반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2010년대 중반에는 투수들 사이에서 과거 금기시되었던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변화를 선도한 선구자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은 WBC 일본 대표팀에서 맏형 역할을 했던 투수 다르빗슈 유다. 그는 2012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일본 야구의 낡은 사고방식과 훈련 스타일을 비판해왔다. 특히 일본 야구의 전설인 스즈키 이치로와의 논쟁은 일본 야구선수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보는 이가 많다. 일본 최고투수상인 사와무라상을 지난해까지 2연패 한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최근 흐름과는 달리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WBC 일본 대표팀에서 누구보다도 다르빗슈 유에게 많은 질문을 했던 선수가 야마모토 요시노부였다. 다르빗슈 유와 같은 큰 영향력은 없지만 선진 스포츠과학을 체득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한 이도 많았다.

그리고 일단 혁신이 화두가 된 뒤 이를 수용할 토대가 있었다. 일본 아마추어 야구는 과도한 훈련과 낡은 지도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많은 훈련량보다는 과학적인 훈련을 추구한다. 세계 최고 야구선수인 오타니 쇼헤이의 고교 시절 감독인 사사키 히로시가 대표적이다. 그는 오타니 쇼헤이와 기쿠치 유세이라는 현역 메이저리거 두 명을 키워낸 사람이다. 그럼에도 “야구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근육의 힘은 나이가 들면 떨어지지만, 지식과 지혜는 평생 쓸 수 있다. 야구부원들에게 학업을 충실히 했는지 엄격하게 묻는다.”고 말했다. 일본 학생야구는 이른바 ‘엘리트스포츠’와 ‘생활체육’이 섞여 있는 시스템으로 대다수 일본 학생선수들은 학업을 병행해야 한다. 일본에서 프로선수로 성공할 확률은 한국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지금 일본 야구, 그리고 세계 야구 발전의 키워드는 ‘과학’이다. 스포츠과학을 이해하고 실제에 접목할 수 있는 인재풀과 역량은 한국보다 훨씬 크다.

한국의 ‘엘리트스포츠’, 스포츠과학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제언
우리나라는 지난 3월, 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고배를 들었다. 이 결과에 대해 “한국 야구가 퇴보했다.”는 식의 진단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한국 야구는 1982년 프로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1990~2000년대에는 과거 넘을 수 없는 벽이었던 일본 야구와 대등한 승부를 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그래서 스포츠과학의 성과에 기반한 세계 야구의 혁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여기에는 학업과 운동을 분리해왔던 이른바 ‘엘리트스포츠 정책’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수적인 일본 야구계가 결국 혁신을 받아들인 배경에는 ‘공부하는 운동선수’라는 오랜 역사와 문화가 있다. 지금의 한국 야구, 나아가 한국 스포츠에 필요한 건 지성이다. 운동선수 학습권은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렇다면 ‘엘리트스포츠’의 외부 역량을 스포츠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정책적인 노력을 구상해 볼 수 있다. 미국 야구에서 실제 벌어졌던 일이다. 지금 대다수 메이저리그 구단은 세이버메트릭스를 구단 운영 방침으로 삼고 있다. 경기 기록뿐만 아니라 트래킹시스템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공개하는 등 메이저리그 외부에서 활발한 연구가 일어나는 토대를 제공한다. 여기에서 만들어진 성과와 인적 자원을 다시 메이저리그 안으로 합류한다. 우리나라도 야구, 축구 등 여러 종목의 데이터시스템 구축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 사업을 통해 전문 연구자 및 일반팬들에게 데이터를 공개한다면, 한국 스포츠에 취약한 연구 역량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135호에 게재된 기고문 입니다.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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