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K-문화, 그리고 K-원전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장·중앙대 교수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의 자부심을 표징하는 접두어로 우리는 ‘K’를 붙입니다. 국민적 자부심은 외국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것이니 전세계인이 알아볼 수 있도록 Korea의 첫 글자인 ‘K’를 붙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K’를 다는 것은 긍지의 표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원자력이 탄소중립으로 조명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1973년 석유파동 이래 50년만에 에너지안보가 에너지정책의 최대 이슈가 됐습니다. 오죽하면 탈원전의 대표인 독일이 원전 운전연장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할까요? 사흘 굶으면 못할 노릇이 없다는 우리 속담처럼, 러시아 가스가 단절되니 원전의 필요성을 알게 된 것입니다. 탄소중립이 지향할 명분이라면 아침에 밥을 짓기 위해 전기밥솥을 켜는 것은 현실인 것입니다.  

지난 7월 7일 유럽연합에서는 그린에너지를 정의하는 택소노미에 원자력을 포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원자력이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위험하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이 깔려 있습니다. 또한 이는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유럽연합이 택소노미에 원자력을 반영하며 밝혔듯이 기후위기 시대에 원자력의 효용성은 온실가스가 석탄화력의 30분의 1, 가스발전의 18분의 1, 심지어 태양광의 3분의 1 정도만 낸다는데 있습니다. 

이번 정부에서 긴급히 건설을 재개하는 신한울 3,4호기는 우리의 최신 원전으로 1400 MW 용량입니다. 신한울 3,4호기로 절감할 수 있는 온실가스는 무려 1800만톤으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전력부문에서 감축해야할 1억 2000만톤의 15%나 됩니다. 

원전의 경제적인 효과 역시 주목해야 합니다.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한전의 적자는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비의 앙등이 주원인입니다. 전력거래소에 게시된 올해 상반기의 발전원별 판매단가를 보면 kWh당 원전 53원, 석탄 142원, 가스 205원, 신재생 169원입니다.

현재의 한전 전력구매 가격을 기준으로 신한울 3,4호기가 가동율 80% 정도로만 석탄발전을 대체해도 1년에 전력구매비용으로 1조7000억원을 절약하고 가스발전을 대체하면 무려 3조원을 절약합니다. 그러니 신한울 3,4호기 조기 건설 추진은 물론 원전의 계속운전 등 원전의 이용확대는 전력구매비 절감으로 한전의 효자 노릇을 할 것이고 이는 국민에게 전기요금 인상요인의 완화로 돌아올 것입니다. 

일례로 현재 100원 수준의 전기요금을 기준으로 할 때 한전의 전기판매액은 연간 60조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금년도 상반기의 kWh당 발전원가를 기준으로 하면 가스발전을 원전으로 대체해서 3조원을 전력구매비에서 절감할 수 있어 대략 5%의 비용인하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탄소중립을 위해 세계적으로 원전시장 확대는 분명합니다. 수출 상담이 진행되고 있는 체코, 폴란드는 물론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줄을 서고 있습니다, 원전 하나가 수조원에 이르는 것도 있지만 원전 수출은 발주부터 원전해체까지 100년의 관계를 만듭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6월 30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기후환경부에서 안나 모스크바 장관과 만나 원전 등 양국간 포괄적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사진=산업통상자원부)

또 원전 수출은 언제나 국제적 핫뉴스로서 경제적 효과를 넘어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과학기술과 국력의 위상을 표징하기도 합니다.

우리 국민의 저력은 놀랍습니다. K-팝도 우리 국민과 문화의 저력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원자력 또한 그렇습니다.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판다는 얘기를 들어보셨는지요. 우리 원자력이 바로 에스키모에 냉장고를 판 사례입니다. 우리는 에너지 부국인 석유의 나라에 원전을 팔았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사막에 원전을 지은 유일무이한 국가입니다. 1990~2000년대는 이른바 제3세대 원전을 경쟁적으로 개발하던 시기였습니다. 프랑스는 유럽형경수로, 미국은 AP1000, 우리는 APR1400이라는 고유 원전 개발을 추진했습니다. 프랑스, 미국은 우리보다 개발도 먼저 했고 첫 원전 건설도 먼저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첫 원전을 완성한 것은 우리였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씩씩하게 여러분들의 쾌적한 생활을 위해 에어컨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신고리3호기는 2016년 준공된 첫 번째 APR1400 원전입니다. 세계 최초로 운전에 들어간 제3세대 원전으로서 첫 운전주기를 무고장으로 완벽히 운전해 놀라운 기술력을 보여줬습니다.  

K-팝은 해외 음악을 우리 것으로 해서 다시 세계의 유행을 만들었습니다. 대단한 문화역량입니다. K-원전도 외국의 기술을 배워서 우리 것으로 만들고 세계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 바탕에 K-문화가 있는 것입니다.

세계로 가는 K-원전은 K-문화의 전파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원전은 100년의 관계를 맺는 사업입니다. 100년을 같이하며 기술과 인적 교류가 이어지는데 문화적 교류가 없을 수 없습니다. K-팝, K-푸드, K-컬쳐가  K-뉴클리어(nuclear)와 함께 어울려 나갈 것입니다. 우리의 청년들이 세계여행을 하면서 K-팝을 듣듯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K-원전을 마주칠 날을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