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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 시대, 골프 산업 호황과 그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2022.02.03 서희진 건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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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진 건국대학교 교수
서희진 건국대학교 교수

‘굿 샷 ~’, ‘나이스 샷 ~’ 골프를 해본 사람 아니, 아는 사람이라면 이 소리가 골프장에서 가장 자주 외치는 말이자 골퍼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임을 잘 알 것이다. 최근 TV와 온라인 동영상 채널 등에서 골프 관련 프로그램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일반 대중들의 골프에 대한 관심과 직·간접적 경험을 증대시키고 있다. 특히 골프 관련 각종 미디어 프로그램의 증가는 골프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파(par)’, ‘버디(birdie)’와 같은 골프용어와 골프규칙을 자연스럽게 알게 함으로써 골프에 관한 흥미를 높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골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촉발된 시점은 단연 1998년 LPGA US오픈에서 박세리 선수가 ‘맨발의 기적’으로 불리는 투혼을 보여주며 우승한 때다. 그 이유는 당시 박세리 선수의 우승이 상업적 가치를 넘어 IMF 외환위기로 암울한 국민에게 국난극복의 의지를 북돋운 희망의 샷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이후 ‘박세리 키즈’로 불리는 차세대 선수들의 등장으로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골프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이러한 프로골프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은 골프유행은 골프장 건설 증가로 이어지면서 골프 산업은 호황기를 맞이하였지만, 이후 골프장 회원권 가치 하락과 입회금 반환 소송 그리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다시 침체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중골프장의 확대와 스크린골프, 실내·외 골프연습장의 증가 등으로 골프 참여인구는 꾸준히 증가하였고, 골프장 간 고객 유치 경쟁은 골퍼들에게는 비교적 저렴한 라운딩 기회를 선사하였다.


최근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방역수칙이 강화되면서 골프 산업의 상황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소수의 인원이 넓은 야외에서 활동하는 골프 종목의 특성과 해외 골프 여행 단절의 장기화로 인한 국내 수요 증대 특히, 20·30대를 칭하는 MZ세대와 여성이 주축이 된 이른바 ‘골린이’(골프와 어린이를 조합한 용어로 골프 초보자 혹은 입문자를 일컫는 신조어) 증가 등에 힘입어 공급자인 골프업계는 유례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이러한 상황이 사그라질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시대의 골프 산업 변동 현황, 새로운 문화 코드로서 MZ세대의 골프 입문과 파급효과 그리고 코로나19 이후의 골프 대중화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불황 속 골프 산업의 호황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 상태에 놓이면서 지구촌 전 분야에 걸쳐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고, 비대면 수업과 회의가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비대면을 뜻하는 신조어 ‘언택트(untact, 비접촉)’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어느 시대든 위기와 기회는 함께 공존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듯이 코로나19 대유행은 스포츠경기를 중단시켰고, 지구촌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마저 순연시켜 버렸다. 게다가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면서 급기야 마네킹 응원 등 기발한 아이디어도 창안케 하였다. 이처럼 코로나19 대유행은 전문체육에서 생활체육에 이르기까지 늘 외치던 ‘화이팅’을 못하게 만든 것처럼 낯선 환경에 우리를 적응하도록 변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멈춤, 차단, 봉쇄를 통해 세계를 불황의 늪에 빠트리고 있는데, 피트니스 클럽을 대표로 하는 실내 스포츠시설업은 바이러스 확산 위험도가 높은 시설로 지정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호황을 맞는 분야가 있는데 방역, 안전, 백신, 비대면 등과 관련된 산업이 그 예이다. 이러한 산업은 특수를 누리고 있으며, 스포츠분야에서는 골프가 대표적인 호황기를 맞고 있는 종목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발표한 최근 3년간 골프장 이용객 증가율을 보면, 2018년 3793만에서 2019년 처음으로 4000만 명을 돌파했고, 2020년에는 4673만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의 상승세라면 올해는 5000만 명 시대에 이를 전망이다(매일경제, 2021.08.06.). 이러한 성장세는 골프용품 수입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관세청(2021.11.24.)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골프용품 수입액이 6억 1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수입액을 경신하였다고 한다. 수입액이 많은 품목은 골프채(3억 8900만 달러)로 전체 비중의 64.7%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골프채 부품(8700만 달러), 골프공(8400만 달러), 골프장갑(2300만 달러) 순이었다. 한편, 수입 대비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골프용품의 수출도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까지 골프용품 수출액은 9000만 달러로 2020년(6700만 달러) 대비 34.3% 증가하였는데, 특히 골프 시뮬레이터 등의 기타 용품 수출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수출액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골프용품은 수입액이 급격히 증가한 반면에 기타 구기용품은 활동 제약의 영향으로 인해 수입액이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골프용품 수입액 증가 추이는 국내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 골프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품목별 수입국을 보면, 골프채는 일본(64.0%), 골프채 부품은 중국(56.1%), 골프공은 태국(42.0%), 골프장갑은 인도네시아산(74.7%) 수입이 많았는데, 이를 통해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골프장업은 반짝 수요에 힘입어 호황이지만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골프용품은 취약한 산업구조임을 알 수 있다. 물론 골프공을 비롯한 국산 골프용품 브랜드가 활로를 개척하고는 있지만, 국내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토종브랜드 창출 및 점유율 증대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과 개발자를 발굴·육성·지원하는 시스템과 함께 골프 소비자의 관심과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골프업계의 다각적인 노력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골프용품 중 핵심이자 고가인 골프채 점유율에서 일본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점을 생각할 때, 소비재를 넘어 생산재로서 골프의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트렌드 대세, MZ세대와 골프 마케팅

20·30대에 해당하는 MZ세대가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요즘 코로나19 대유행이 가져온 활동제약은 이들을 골프장으로 발길을 이끌게 하였다. MZ세대는 ‘신인류’로 표현될 정도로 기성세대와 다른 가치관과 소비성향을 보이는데 골프장에서도 그 특성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오로지 골프 실력을 키우기 위해 여러가지 금칙까지 만들어가면서 골프에 전념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골프를 그들 나름대로 소비하고 있다. 이들에게 골프는 ‘인싸’(‘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의 문화로 자리매김하였고, 이들은 입문자일지라도 고가의 골프장비 구매와 멋진 복장을 갖추는 데 주저함이 없다. 또한 SNS에 골프장, 라운딩 리뷰 및 인증 사진 등을 게시하여 타인과 상호소통하는 방식은 골프 문화를 누리는 MZ세대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헤럴드경제가 2022년 새해를 맞아 빅테크·핀테크 최고경영자(CEO)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MZ세대의 금융생활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MZ세대의 핵심 특징으로 다양성, 여가 중시, 가치기반 소비(환경 · 윤리가치 중시), 자기중심적 소비, 재미추구, 디지털 네이티브 등을 꼽았다. 자신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MZ세대의 특성과 최근의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 맞물리면서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골프장에 2030 젊은 세대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골프용품, 의류뿐만 아니라 호텔업 등 각종 유통업계에서도 MZ세대를 대상으로 골프와 연계한 상품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는 점은 MZ세대를 겨냥한 골프 마케팅 사례를 잘 보여준다.

사실 MZ세대에게 골프는 학창 시절 체육교과서에 소개된 종목이자 대학에서 교양체육으로 배울 수 있었던 종목이라는 전제가 있다. 즉 낯선 종목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크린골프장이 곳곳에 있고, 각종 미디어에서 연예인을 앞세운 오락적 골프 프로그램의 증가는 코로나19 대유행 시대의 반향적 대체 소비를 넘어 MZ세대의 특성과 어우러진 골프의 문화적 다양성과 산업적 확장성을 높여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골프의 지속가능성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국내 골프장의 각종 부대비용 증액은 비싼 이용료와 더불어 골퍼들의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수요가 많은 대신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당연지사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정부가 골프 대중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0년부터 대중골프장의 각종 세제 혜택 부여와 이용객의 개별소비세 감면 등의 정책에 반하는 일이다. 다행히 지난해 6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골프산업협의체를 발족하고, 골프장의 과도한 가격 인상 및 편법 운영 등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차후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골프장업계를 비롯한 골프 산업계는 코로나19 불황기에 맞이한 골프 호황기를 바람이 지나듯 쳐다만보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지속가능성을 높일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다. 지금의 골프 호황은 해외여행이 통제된 상황에서 코로나19 방역 체제의 영향을 받은 것이므로 이 호재가 없어지면 짧은 시간 안에 기존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따라서 골프장업계의 선제적 자정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 업계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골프비용을 합리적 수준으로 돌릴 수 있는 마케팅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새롭게 골프 산업에 유입된 MZ세대는 현재의 고객이자 미래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지속된다는 측면에서 골프를 매개로 한 다양한 고객 유치 정책과 더불어 기성 골퍼의 선택권을 높이는 전략이 요구된다.

골프가 대중화 즉 대중스포츠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골프장은 ‘대중골프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운영되어야 한다. 골프장업계와 골프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소비자다. 고객, 즉 사람이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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