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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속 기습 한파와 폭설

박정규 기상청 기후과학국장

2010.01.26 박정규 기상청 기후과학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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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규 기상청 기후과학국장
 금년 겨울철, 새해 벽두부터 내린 기록적인 폭설과 3주간이나 지속된 맹추위는 최근까지 보기 드문 사례로 많은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보통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겨울철이 따뜻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던 대부분의 국민들은 의아해 할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지구의 기후변화는 인위적인 요인과 자연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기 때문인데 지구온난화는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현상이지만, 이러한 현상이 진행되는 중에도 지구 대기는 자연적인 요인에 의해 짧은 시간에 급격한 기후변동을 일으키면서 이번 이상한파와 폭설처럼 극단적인 이상기후 현상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인간 활동에 의해 야기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현상은 기후의 자연 변동폭을 더욱 증폭시켜 앞으로 극단적인 이상기후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대형 자연재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지구온난화가 가속되고 있는 기운데 세계를 놀라게 한 아시아와 미국, 유럽 등지의 연이은 한파와 폭설 그리고 남태평양과 아프리카에서의 폭우 등 올 겨울 지구촌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후의 주된 원인은 일시적인 ‘북극의 이상 고온 현상’과 ‘엘니뇨’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극 한기가 동아시아, 유럽, 북미 지역으로 내려오면서 이상한파가 나타나고, 남하한 차가운 공기덩어리에 엘니뇨 모도키 현상에 의한 많은 수증기의 공급으로 폭설이 잦아지게 된 것이다.

북극의 한기 덩어리는 고위도 지역에 머무르는 것이 정상이지만 금년 겨울에는 극단적인 이상고온 현상을 보였다. 다시 말해 북극이 더 따뜻해지고 중위도 지역이 더 차가워지는 기온의 역전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 원인은 북극의 기온이 영하 20℃ 정도로 평년보다 10℃ 정도 높은 고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북극의 한기 덩어리를 감싸고 회전하는 제트 기류가 약화되면서 북극 한기를 가둬두는 힘이 약해져 동아시아와 중동부유럽, 그리고 북미 지역 등 세 방향으로 북극의 찬 공기가 동시에 쏟아져 내려왔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 AO)이라 하며, 지난 12월의 북극진동 지수는 과거 60년 기간 중 가장 낮았다. 북극진동은 북극의 찬 공기 소용돌이가 짧게는 수십 일에서 길게는 수십 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북극진동이 강한 겨울에는 북극의 한기가 남하하지 않아 북반구가 전반적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지만, 이번처럼 약한 겨울에는 북극 한기가 중위도 지역까지 남하하여 한파를 초래한다.

한편, 열대 태평양 엘니뇨 감시구역에서는 지난 해 6월부터 평년보다 높은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 12월에는 중태평양에서 최대 1.9℃까지 상승하는 이상 고수온 현상을 보였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에서 중태평양까지 넓은 범위에서 해수면온도가 지속적으로 높은 현상을 말한다. 최근에는 동태평양에서 최대 해수면온도를 보이는 전형적인 엘니뇨와 달리 중태평양에서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는 변형된 엘니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형된 엘니뇨는 1990년대 이후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상엘니뇨 현상은 엘니뇨 모도키, 유사 엘니뇨 등으로 불리우며 기상학계에 새로운 신종용어로 등장하였다. 이러한 열대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엘니뇨 형태의 변화 역시 지구온난화에 따른 증상 중 하나로 최근 연구결과는 밝히고 있다.

기상청은 1950년 이후 가장 낮은 북극진동 지수와 연관된 동아시아와 중동부유럽, 그리고 북미지역 등의 한파 원인을 1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에게 신속하게 전달한 바 있으며, 미국, 일본, 유럽의 기상청에서도 뒤이어 이번 한파의 원인을 북극진동으로 분석하여, 한파가 지속되던 지난주 내내 CNN 등 주요 방송을 통해 집중 보도하였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지구 평균 기온은 지난 100년간 약 0.7℃ 상승하였고, 한반도는 지난 97년간 약 1.7℃ 상승하였지만, 아직은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올 겨울철에 철원이 -26.8℃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적인 강추위로 인해 상수도 동파와 폭설 피해 등 생활에 큰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대기 중의 에너지 수준을 높여 해양과 대기 순환을 더 활발하게 만든다. 또한 대기 중의 수증기량이 증가하면서 여름철에는 집중호우 형태의 강수가 잦아지고 홍수나 가뭄으로 이어지는 등 날씨의 변화폭을 크게 하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극단적인 이상기후 발생의 위험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따라서 지구온난화에 따른 점진적인 전지구적 기온 상승 추세 가운데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이상기후에 대한 대비는 물론, 여전히 겨울에 나타나고 있는 기습적인 폭설과 한파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기후변화는 먼 훗날 나타날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현재 우리 눈앞에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다. 기후변화 대책은 막연히 100년 후를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후의 특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대처할 수 있는 능력 배양에 있다. 기후변화 과학은 미래에 대한 적응 능력뿐만 아니라 현재 자연재해 경감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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