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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로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청년이 말하는 청년이야기] ⑦청년 정책참여-청년정책 기획에 필요한 것은?

2022.12.22 정은우 대학내일 기획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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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통 청년들의 관점으로 청년들의 현실을 분석하고, 필요한 정책을 직접 생각하고 만들어가기 위한 토론의 장인 ‘청년정책 공작소’를 진행하고 있다. 공작소에서는 어떤 얘기들이 오고갈까? 참여한 청년 전문가들이 정책브리핑을 통해 청년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편집자 주)

정은우 대학내일 기획혁신센터장
정은우 대학내일 기획혁신센터장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은 자국 전투기 격추율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 중 하나가 생환한 전투기의 피탄부위 분석 즉, 어디에 총탄을 맞는지 들여다보고 그 부위를 집중보강하면 되지 않겠냐는 발상이었다.

분석 결과, 중앙몸통과 꼬리날개에 많은 총탄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고 미 해군은 그부분을 전면 보강하기로 결심했다. 헌데 헝가리 출신의 학자 아브라함 왈드(Abraham Wald)가 그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생환전투기가 총탄을 맞은 부위보다 맞지 않은 부위를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분석은 모두 생환한 비행기를 대상으로 실시되었기 때문에 추락한 비행기가 어디에 총탄을 맞은 것인지 분석할 수 없고, 살아 돌아오지 못 한 비행기들은 우리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위에 총탄을 맞았기에 살아돌아오지 못 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흔히 생존편향(survivor bias)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미 해군의 사례다.

전쟁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은 한국기업 임원들의 필독서였다.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책에 소개된 11개 기업 중 6개 기업이 도산하거나 사실상 국유화되었다. 그 중엔 세계경제를 파국으로 몰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주범 중 하나인 페니메이 은행도 있다. 살아남은 기업들에서만 성공사례를 분석하는 생존편향이 마케팅이나 기업경영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자료조사다. 헌데 이런 자료조사 대부분은 몇 가지 희귀한 성공사례만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둘러보면 같은 방식을 쓰고도 실패한 사례가 지천이지만 성공사례가 보여주는 그럴싸한 방식에 집중하여 진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문제 해결은 기획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다. 그럼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지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진짜 원인 즉, 제대로된 문제정의가 가장 중요하다.

헌데 정책이든 마케팅 아이디어든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문제정의가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이디어에만 천착하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를 나는 본 적이 없다. 특히 성공사례만 답습해서 생존편향에 빠진 방식으로 해결된 문제는 더더욱.

2019년 볼보 자동차는 교통사고 발생 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많이 다치고 사망률도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성이 체력적으로 약하고 운전에 미숙하다는 그럴거란 편견이 있었지만 볼보는 ‘과연 그럴까’라고 생각했고 진짜 원인은 충돌테스트에 사용되는 마네킹이 모두 성인남성 기준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라는 ‘진짜 문제원인’을 발견하게 된다. 유명한 볼보의 이바(EVA)캠페인이다.

볼보는 이후 수많은 여성들의 사고 사례와 충돌테스트 자료를 분석해 전 세계에 공유하겠다고 선언했고 볼보는 이 캠페인으로 깐 광고제에서 큰 상을 받았고 또 한번 안전에 있어서 경쟁사가 따라 올 수 없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생각해보면 여기에 대단한 아이디어랄게 없다. 그저 다양한 남성과 동등한 여성안전권을 위해 여성 마네킹을 제작하겠다는 게 전부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우리가 지금까지 보지 못 했던 새로운 문제정의 하나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물론 제대로 된 문제정의는 말처럼 쉽지 않다. 그게 쉬웠다면 세상에 문제랄 게 있을리도 없다. 그런 점에서 기획자는 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원인을 계속 의심하며 진짜 원인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문제의 원인이 너무 쉽게 정의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하고, 너무 쉽게 정의된 문제에서 좋은 기획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청년정책을 기획할 때라고 예외일 수 없다. 내 아이디어가 기존 세대론의 틀에 갇혀있는 건 아닌지 이 원인을 모두가 알고 있을텐데 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것인지 끝없이 의심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문제정의는 물론 아이디어 역시 나올 수 없다. 당연히 문제도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의 중요한 원칙 중 한가지는 ‘처음 떠오른 아이디어를 쓰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살아돌아 온 전투기를 분석해보자는 발상은 누구나 처음 떠올릴 수 있지만 그런 쉬운 문제정의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로는 추락한 전투기도, 추락할 전투기도 살릴 수 없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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