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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었다. 벽화나 조각의 내용들은 그들이 체험했던 과거의 경험을 표현한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농사짓고 고기를 잡으며 포도주를 만들고 빵을 굽는 것은 물론 머리를 깎고 면도하는 장면도 있었다. 무용은 물론 죽은 사람 앞에서 통곡하는 장면까지 실생활을 묘사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마디로 고분의 벽화만으로 이집트인들의 일상생활을 모두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등장인물 모두 매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느 누구 하나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축 사육 장면을 그린 이집트 벽화. 이집트인들은 현생의 시간은 짧은 것이며 죽어서야 비로소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살아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음식을 먹고 식량을 재배하고 물고기나 가축을 기르는 장면을 벽화로 그렸다. |
이집트인은 어느 민족보다 낙천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인생을 사랑하고 죽음 또한 행복한 인생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신이자 통치자인 파라오의 강력한 지배하에 살았지만 이집트인의 생활은 전체적으로 볼 때 결코 불행한 생활은 아니었다. 물론 3200년의 역사 동안 전쟁이나 정치적 혼란, 기근 등으로 불안한 기간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평온한 생활을 영위했다. 지리적 조건상 정치적으로 침입자에게 짓밟히고 약탈당하는 다른 민족에 비하면 이집트인의 생활은 훨씬 평안하고 근심도 별로 없었던 것이다.
또한 고대 이집트의 풍습에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그들의 계급이 세대를 내려가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라오의 가계에서 파라오가 나오고, 재상의 가문에서 재상이 나오며, 장군의 가문에서 장군이 배출되었다. 벽돌공이나 상형문자를 새기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직업이 세습되었다.
파라오의 세습은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파라오가 임명하는 재상이나 장군도 한 가문에서 계속 이어받는다는 것은 현대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파라오는 자신이 총애하는 사람을 언제든 재상이나 장군으로 임명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대 이집트에서 이러한 파격적인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 앞에 정해진 벽을 깨뜨리려 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에 스스로 순종하려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집트인들은 현생의 시간은 짧은 것이며 죽어서야 비로소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죽어서도 파라오는 파라오며, 재상은 재상이라고 믿었다. 더구나 살아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음식을 먹고 음악을 들으며 놀이도 할 것이므로 그들이 먹을 식량을 재배하고 물고기나 가축도 길러야 했다. 죽어서 신하나 하인들로부터 대접을 받으려면 살아 있을 때 잘해주어야 했다. 공연히 제도적인 틀을 바꿈으로써 잡음을 일으킴으로써 신하들을 화나게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충격을 받은 것은 이집트 벽화의 그림이 바로 우리나라 고분벽화의 그림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주로 고구려의 벽화이지만 베를 짜는 여인이나 부엌, 고깃간, 방앗간 등은 물론 사냥을 하는 장면, 무용하는 장면 등 무덤의 주인이 체험한 생활상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전통과 풍습은 물론 종교도 다르고 지역적으로도 멀지만 벽화만을 놓고 볼 때 이집트와 고구려의 차이점은 없었다. 아니, 죽은 후에도 내세에서 영원히 살 수 있다는 믿음은 오히려 두 사회의 공통점이었다. 고구려인들도 이집트인처럼 이승에서의 삶이 전부가 아니며 육체가 소멸해도 영혼의 삶이 천상에서 이어진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고인의 물건을 무덤에 옮겨놓고, 고분의 벽과 천장에 고인의 생전 생활을 그대로 그려놓은 것이다.
〈고구려인의 긍지 고분벽화〉
고구려는 기원전 37년, 중국 요령성 환인지방(桓因地方)에서 나라를 세우고(북한은 고구려가 기원전 37년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 기원전 277년에 건설되었다고 주장) 기원후 3년에는 압록강 중류지역인 만포진 건너 중국 길림성 집안 통구(通溝)평야의 국내성에 도읍했다. 그 후 주변국과의 수많은 전투를 통해 한민족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확보하였으며(남북국시대의 발해는 고구려보다 1.5∼2배 정도 넓었던 나라로 추정) 427년 장수왕 때는 수도를 평양으로 옮겼다.
따라서 고구려 무덤은 중국 요령성 환인지방에 750여 기가 남아 있고 통구 지방에 1만2358기가 있다. 그리고 현재 발견된 벽화 고분은 약 80여 기로 통구 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압록강 유역과 평양을 중심으로 하는 대동강 유역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안악(安岳)지방에서도 발굴된다.
고구려 벽화가 축조된 시기는 대부분 고구려가 절대 왕권을 중심으로 한 국가체제를 완비하고 한국사에서 가장 광대한 국토를 영위하며 맹위를 떨치던 시기였다. 그러므로 고구려는 비교적 대등한 입장에서 중국과 교류하면서 불교를 비롯한 종교와 문화를 수입한 후 자신의 문화로 흡수시켰다. 그러한 긍지가 곳곳에 나타나는 것이 바로 고구려 벽화이다.
벽화고분의 그림은 현세적인 풍속화와 내세적인 상상화로 구분된다. 풍속화는 죽은 사람의 초상화는 물론 살아 있을 때의 생활 모습을 비롯하여 그가 살던 집이나 성곽 등 되도록 고인과 직접적으로 관계 있는 것을 정성스럽게 그린 반면, 내세의 그림은 상상력의 산물로서 당시 믿음을 토대로 사신도, 신선도, 천상도 등 종교적인 내용으로 채워졌다.
안악3호분(고국원왕릉으로 추정)의 부엌에서 조리하는 장면. 여자들이 부뚜막 아궁이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불을 지피고 시루 앞에서 요리를 하며 탁상에 반상기를 두 줄로 쌓아 올리고 있다. 푸주간에는 개와 사슴이 준비되어 있다. |
풍속화는 대부분 4세기에서 6세기 초반으로 추정되는 고분에서 나타난다. 이후부터는 풍속화와 사신도가 공존하는 벽화고분들이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 사방을 지켜주는 수호신인 사신(四神)은 중국 고대 민간신앙에서 전승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개 5, 6세기로 추정되며 다실묘에서 단실묘로 변하는 과도기적 형식을 취하고 있다.
6세기 후반에서 7세기에 이르면 고구려 고분은 단실묘가 대종을 이루며 고분벽화도 많은 변화를 보인다. 입구에는 현세적 그림을 그리고 고인의 관이 안치된 현실에는 내세적인 사신도만 그렸다. 후기의 고분벽화는 사신도로 통일된다. 천장에는 대체로 선인상(仙人像), 산악도(山岳圖) 등을 그렸는데 이는 고구려 말기에 유행한 도교와도 관련이 있다고 추정된다.
〈내세에 대한 믿음을 고스란히〉
고구려 벽화에 나타난 공통적인 특징은 벽화들이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그려졌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냥꾼들이 활을 쏘는 기상이라든가 춤을 추며 돌아가는 남녀의 낙천적인 모습, 달리는 말과 도망치는 동물들, 씨름하는 남자의 표정과 옆에서 구경하는 노인의 얼굴, 동심이 어려 있는 듯한 산과 나무와 새들의 모양 등에서 그림을 그린 이의 의도가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즉 고구려 화가들은 고구려인들이 갖고 있는 전투적이며 씩씩한 모습과 낙천적인 삶으로 충만된 풍족한 감정을 나타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승에서 두려움과 공포에 떨게 했던 온갖 악과 질병으로부터 무덤의 주인을 지켜줄 수호신까지 만들었다.
또 자연 앞에서 결코 오만하지 않았던 고구려인들은 천재지변 앞에서는 자연을 두려워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자연에서 찾았다. 더구나 자연을 주관하는 주체를 하늘로 보고 이를 벽화로 그림으로써 천상의 세계를 무덤 주인이 영위할 수 있는 궁극의 세계로 보았다. 고구려인들의 이와 같은 영혼불멸사상은 삶을 훨씬 여유롭게 만들었으며 고구려가 최고의 강대국이 되는 데 일조하였다.
고구려인들이 언젠가 죽는다는 불멸의 진리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죽음은 이승에서의 삶이 끝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전투에서 강인함과 용기를 보일 수 있었던 것도 지상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사후 천상세계에서 보다 풍요로운 삶을 지속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벽화무덤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안악 3호분으로 영화(永和) 13년(357)에 사망한 중국의 망명객 동수(북한은 고국원왕으로 추정함)의 무덤으로 추정하며 방형의 봉토 안에 여러 개의 석실이 만들어져 있으며 벽화고분 중에서는 연대가 가장 이르다. 남쪽 입구로 들어가면 현관 같은 연실이 있고 그 안에 전실인 사랑채가 있으며 그 양옆에 안채와 측실이 있다. 안채인 서측 측실에 주인 부부의 초상화와 시종들이 그려져 있고 동쪽 측실에는 부엌과 마구간이, 그리고 전실 벽에는 노래하며 춤을 추는 의장도가 그려져 있다.
안악3호분 대행렬도. 관이 있는 현실의 회랑 벽에는 250명의 문무백관과 악대, 기마대들이 수레에 앉은 주인공을 수행하는 행렬도가 그려져 있으며 고구려 벽화고분 중 가장 규모가 크다. |
또 관이 있는 현실의 회랑 벽에는 250명의 문무백관과 악대, 기마대들이 수레에 앉은 주인공을 수행하는 행렬도가 그려져 있다. 고구려 벽화고분 중 가장 규모가 큰 대행렬도는 'ㄱ'자형으로 꺾인 두 벽면(2×10미터)을 가득 채운다.
이 벽화가 주목을 끄는 것은 당시의 생활상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엌은 지붕과 기둥만 있고 앞의 벽은 없애버렸는데 그 안에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여인, 부뚜막에 얹혀 있는 시루 안을 보는 여인, 그릇을 손질하는 여인들의 모습 등이 보인다. 지붕 오른쪽 끝에는 까치가 한 마리 있고 부엌과 도살실 사이에 개 두 마리가 어슬렁거린다. 많은 식솔을 거느리고 있던 주인공의 풍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건립 연대를 6세기 중반으로 추측하는 통구의 무용총은 현실이 8각 천장이고 전실은 장방형으로 된 2실묘로 현실 북벽의 장방 인물을 중심으로 벽화가 그려져 있다. 북벽의 우측에 새의 깃을 꽂은 관모를 쓰고 통 넓은 바지를 입고 의자에 걸터앉은 인물을 둘러싸고 승려로 보이는 삭발하고 수염이 난 두 사람이 중심 인물을 향해 앉고 변관을 쓴 8명의 인물이 서있다.
북벽을 중심으로 동벽에는 북벽을 향한 인물들과 주방, 무용하는 그림이 있고 서벽에는 주로 수렵 장면을 그려져 있다. 그 가운데 5인조가 춤을 추며 돌아가는 장면은 각자의 동작과 표정에서 낙천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다.
또 사신도로 유명한 강서대묘는 평남 강서군 삼표리에 위치한 세 기의 분묘 중 가장 크다. 현실 네 벽에는 각각의 방위에 해당하는 사신이 그려져 있고 천장 중앙에는 원을 그리며 구름 속에서 몸을 트는 황룡(黃龍)의 모습이 있다. 사신도가 현실 각 벽화의 주제로 등장한 분묘는 여러 기가 있으나 강서대묘의 사신들, 특히 북벽의 현무와 남벽의 주작들은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강서대묘의 사신도는 신비한 색감과 생동감으로 고구려 벽화를 세계적으로 알린 걸작품이다.
중국의 집안에는 20여 기의 벽화무덤이 있지만 일반에게 공개하는 것은 6세기 초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하는 다섯무덤(오회분) 중에서 다섯번째 묘인 5호분 뿐이다. 현실의 네 벽에는 거대한 사신도(四神圖)가 그려져 있다.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로 나뉘어져 있는데 사신도가 그려진 바탕에는 인동무늬, 연꽃무늬, 부채꼴로 된 불꽃무늬가 연속적으로 그려져 있다.
오회분 중 4호분의 용을 탄 신선도. 4호분과 5호분은 음양의 조화로 천지창조의 장면을 연출했는데 이 벽화는 천지창조 설화를 주제로 그린 세계 유일의 벽화이다. |
4호분과 5호분은 내용이 유사한데 네 면의 벽 위에 약간 밖으로 내어 쌓은 부분이 있는데 이를 들보라 하며 여기에 서로 얽힌 용의 그림이 이어져 있다. 이 용들은 천상세계를 받치고 있는 것으로 천상과 천하를 가르는 상징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한다. 들보의 각 귀퉁이에 고구려 고분의 특징인 삼각형 돌판을 올려 1, 2단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용, 해와 달의 신, 수레바퀴 제조신과 돌을 다루는 신, 소머리신과 불의 신, 하늘나라의 신선, 세 발 달린 까마귀를 들고 있는 남신과 두꺼비를 들고 있는 여신도 발견된다. 용을 타고 연주하는 천상의 사람, 해와 달, 북두칠성과 남두육성 별자리, 춤과 피리부는 신선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동양에서 까마귀와 두꺼비는 '해'와 '달'을 의미한다. 이는 곧 음양의 조화로 천지창조의 장면을 연출한다. 이 벽화는 천지창조 설화를 주제로 그린 세계 유일의 벽화이다.
이외에도 1988년에 발견된 평정리 고분에서는 묵화로 그린 산수화가 발견되었고, 동명왕릉으로 불리는 진파리 10호, 1976년에 발견된 덕흥리 벽화 등도 유명하며 2002년 황해북도 연탄군 송죽리에서 왕릉급으로 보이는 고분벽화가 발견되었다. 서기 4∼5세기에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 이 고분 벽화는 일부 훼손된 부분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전실과 현실로 이루어진 무덤은 전체 봉분의 직경이 30미터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다.
꼬리털까지 세세하게 묘사된 흰둥개, 부리부리한 눈의 고구려 호랑이 그림도 있고 고구려 여인의 얼굴은 초생달 같은 눈썹과 붉은 입술, 까만 눈동자가 지금도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있다. 말 탄 자세에서 상체를 돌려 활을 자유자재로 쏘며 호랑이를 �는 무사들도 보이며 고구려 초기의 무덤의 양식인 회를 바른 뒤 천연안료로 그렸다. 이 벽화는 고구려인들의 뛰어난 미의식을 보여주는 예로서 크게 평가받았다.
〈벽화가 1500년 이상 보존된 비밀〉
고구려의 고분벽화는 1500년이나 지난 것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그 섬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그 비밀을 찾기 위한 연구가 미진한 감은 있으나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안병찬 교수가 발표한 회벽의 제작 기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시료는 집안의 하해방지구 제31호분에서 출토된 벽화 파편이다.
현미경 조사에서 석회의 마감층은 밀도가 치밀하고 일정하며 균열이 거의 없는데 이것은 석회 건조시 수축이 매우 적었음을 말해준다. 석회는 입도가 미세하고 균일할 경우 수축율이 적어진다. 바탕층에는 짚으로 판단되는 식물종 여물이 포함되어 있지만 현대에 생산되는 볏짚과 비교해서 줄기의 조직과 모양이 흡사하지만 크기는 현저하게 현대종보다 가늘고 섬세했다.
고구려 벽화 그리는 장면. 고구려벽화는 대부분 회가 마르기 전에 그림을 그리는 프레스코 기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현재까지 원형이 보존될 수 있었다.(『한국생활사박물관(03)』) |
벽화를 그릴 때 석회는 동서양 고금을 통해 벽화의 바탕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석회는 다른 재료와는 달리 자연에서 손쉽게 얻어지는 1차 원료가 아니라 특별한 가공법을 이용해야 얻을 수 있는 재료이다.
석회는 원래 석회석(Limestone, calcite, CaCO3)을 900도 정도의 높은 온도로 가열하여 얻는데 이때 만들어지는 석회가 잘 알려진 생석회(강회(剛灰), quicklime, CaO)이다. 생석회는 반죽을 만들기 위해 물과 섞으면 급격하게 발열반응을 일으키면서 소석회(Ca(OH)2)가 되는데 이때 다량의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미장 작업에는 곧바로 사용하지 않고 하루 또는 일주일 정도 묵혀 소화(消和)시킨 상태에서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유럽에서는 석회석이 많이 생산되므로 많은 건물들을 석회석으로 건축한다. 그런데 건물을 건축할 때 생석회를 접착제 용도로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문화재 파괴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것은 석회석으로 생석회를 만드는 공정에서 광산에서 석회석을 채취하는 것보다는 인근에 있는 건축물들을 파괴하여 접착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편리했기 때문이다. 특히 십자군 전쟁 때 십자군은 전략지점에 많은 성들을 건설했는데 이때 필요한 생석회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역사적 유적들을 용광로 속에 집어넣었다. 유명한 세계 7대 불가사의 등이 파손된 이유이기도 하다.
여하튼 고구려 벽화에 사용된 회반죽은 소석회에 물과 함께 점토 및 여물 등 적절한 첨가제를 섞어 용도에 맞는 물성의 반죽으로 가공하여 벽에 바른 것이다. 소석회 반죽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여분의 물이 증발하고 딱딱한 물질로 응고된다. 소석회의 응고 과정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고착되면서 표면부터 원래의 물질인 방해석(석회석, calcite, CaCO3)으로 전환된다. 이것은 종유석과 같은 결정이므로 고구려벽화가 1500년을 넘기고도 오늘까지 변함 없는 상태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시료로 사용된 하해방지구 제31호분의 벽화에 사용된 회벽은 모두 세 개 층으로 구분되어 벽면 층으로부터 초벌, 바탕, 마감층으로 시공되었다. 초벌층은 깬돌 또는 막돌로 쌓아 만든 석실의 벽면에 최초로 석회를 바른 층을 말하는데 석재의 요철이 심하고 표면이 거칠므로 회반죽의 점성이 높아야 효과적이다. 따라서 초벌층 회반죽에는 점성이 높은 붉은 점토를 주로 섞고 가능하면 얇게 발랐다.
벽화 단면 상세도. |
마감층은 직접 그림을 그려 넣는 면이므로 면이 깨끗하고 요철 없이 매끈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층은 가장 순도가 높은 석회를 사용하여 적당히 묽은 반죽을 만들어 한차례 바른 후 곧 표면을 흙손 등을 사용해 강하게 눌러 문지르는 작업을 통해 반질반질하며 경도가 높은 치밀질 상태로 마감했다고 추정한다. 이 때문에 첨가제도 엄선된 작은 입자의 모래만 약간 포함되었다.
요약하면 초벌층은 회반죽에 점토를 섞고, 바탕층은 여물을, 마감층은 순수한 석회만 사용하여 표면을 치밀하고 매끈하게 만드는 등 석회를 용도에 따라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의 보존과학실에서 쌍영총의 벽화조각을 통해 본 채색 방법을 『역사 스페셜』에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쌍영총의 벽화조각에는 주로 붉은색과 검은색 안료가 나타나는데 적색인 경우에는 수은과 황의 농도가 높게 나왔다. 이는 황화수은을 안료로 한 것이고 흑색은 먹을 사용했다. 벽화의 주색인 적갈색은 황토같은 산화철 계통의 흙을 가열하여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그 외 산화납, 크롬 계통의 산화물 같은 천연재료를 주로 사용했다.
그러나 벽화에 쓰인 안료들의 대부분이 물에 녹지 않는 천연 광물성 재료들이므로 이들을 벽에 고착시키는 방법이 필요하다. 검은색 안료는 돌에 바른 석회에 잘 붙어 있는 반면에 붉은색 안료는 엉성하게 떠 있었다. 이것은 석회와 안료가 탄산칼슘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프레스코적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채색되었기 때문이다.
접착제 없이 천연안료로 벽화를 그리면 벽에 바른 석회가 마르면서 안료가 그 틈으로 스며드는데 이것이 프레스코 기법(중세시대의 미켈란젤로가 바티칸 교황청에 벽화를 그린 기법으로 중세 시대 중요 건물의 벽화나 천장화는 이 기법으로 그렸다)이다.
채색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돌을 쌓고 그 위에 굵은 돌가루와 석회를 섞어 1차로 벽을 바른다. 그 다음 중간 굵기의 돌가루와 석회, 마지막에 고운 돌가루와 석회를 섞어 3번 가량 회벽을 입힌 후 석회가 마르기 전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러나 고분벽화의 넓은 표면을 모두 회벽이 마르기 전에 그린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화공들은 프레스코 기법을 주로 사용하면서 그림이 완성되기 전에 회벽이 다 마른 부분은 아교와 같은 것을 섞어 채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레스코 기법의 장점은 젖은 상태에서 안료와 석회가 함께 굳으므로 벽화 자체가 회벽의 구실을 한다. 또한 습기나 빗물이 무덤 안으로 스며들어도 석회수가 되어 일종의 코팅 현상이 일어나므로 그림에 훼손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교와 안료를 섞어 칠한 부분은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없으므로 안료가 떨어져 나가는 박락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1500년이 지나도 원형을 유지할 수 있는 비밀은 바로 프레스코 기법이었다.
이종호(과학저술가)
저서로는 <세계 최고의 우리 문화유산>, <신토불이 우리 문화유산>, <세계를 속인 거짓말>, <영화에서 만난 불가능의 과학>, <로마제국의 정복자 아틸라는 한민족>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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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뉴스 윤 대통령 “정부 간 협의체 모두 복원”…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 윤석열 대통령은 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경제와 안보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정부 간 협의체들이 모두 복원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방한한 기시다총리와 가진 확대 회담에서 “우리 두 사람의 견고한 신뢰를 기반으로 지난 한 해 반 동안 한일 관계는 크게 개선됐다”며 이 같이 평가했다. 이날 양국 정상회담은 소인수 회담 및 확대 회담을 포함 약 100분 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간 12번째 회담이자 긴밀한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의 일환으로 개최된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지난 2년 간의 한일관계 발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양국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양 정상은 양국이 중단된 정부 간 협의체를 재가동하고 신규 협의체를 출범하는 등 각계 각급에서 활발히 소통하면서, 경제안보, 첨단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넓혀나가고 있음을 평가했다. 아울러, 양 정상은 이날 양국 외교당국 간 ‘한일 제3국 내 재외국민보호 협력 각서’가 체결된 것을 환영하고, 이를 통해 제3국 내 위기 상황 시 양국 간 협력을 보다 강화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또한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양국 60주년 준비 TF를 중심으로 실질 협력 성과들을 발굴하는 작업을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양 정상은 올해 양국 간 인적교류가 과거 최고 수준인 연간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출입국 간소화 조치와 같이 양국 국민들의 편의를 증진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편, 양 정상은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 평화와 안정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한의 계속된 도발과 러북 밀착 상황 등에 대해 서로 긴밀히 소통하며 단호히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일측이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 지지를 표명해 준데 사의를 표명하고, 우리의 통일 노력에 대한 일측의 변함없는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했다. 양 정상은 유엔 안보리 등 국제무대에서 다양한 지역·글로벌 현안에 대해서도 양국 간 계속 긴밀히 소통하면서, 내년 우리나라가 의장국인 APEC 정상회의와 2025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도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양 정상은 한일 관계의 개선이 한미일 3국 협력 체계의 발전과 한일중 프로세스 재활성화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졌음을 재확인하고, 기시다 총리의 퇴임 후에도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후임 총리도 한일 관계 발전의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기시다 총리가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기시다 총리도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 카드뉴스 ‘행복 출산 원스톱 서비스’ ‘행복출산 원스톱 서비스’로 다양한 출산 지원 서비스를 한 번에 신청하세요! ■‘행복출산 원스톱 서비스’란? 온라인(정부24) 또는 방문 신청(주민 센터)을 통해 출생 신고 후 받을 수 있는 각종 출산 지원 서비스(첫만남이용권, 부모급여 등)를 한 번에 통합 신청하는 서비스입니다. *출생 아기의 주민등록주소지(예정)에서만 신청 가능 ■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나요? - 전국공통 서비스 : 첫만남이용권, 부모급여, 아동수당, 양육수당, 출산가구 전기료 경감, 다자녀 공공요금 할인, 다자녀 KTX·SRT(SRT-Yellow) 할인 등 - 지자체 서비스 : 출산지원금, 산후조리비, 출산용품 등 *지방자치단체마다 지원 서비스가 다를 수 있음 ■ 어떻게 신청할 수 있나요? △ 신청 자격 - 당사자 : 출산자 본인 또는 배우자 - 대리인 : 출산자의 친부모 또는 시부모*대리인은 온라인(정부24) 신청 불가 △ 신청하는 곳 - 온라인 : 정부24 - 방문 : 출생 아기의 주민등록(예정) 주소지 읍·면·동 주민센터 △ 구비서류 - 당사자 방문 : 신청인의 신분증 온라인 : 간편인증 또는 공동· 금융인증서 (본인인증 필요) - 대리인 : 대리인의 신분증, 출산자 신분증 사본, 배우자의 가족관계증명서(시부모 신청 시) * 특정 서비스 신청 시 구비 서류가 추가로 필요할 수 있음 ■ 임신부터 출산까지 여러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신청하세요! Ⅴ 임산부이시라면? 정부24에서 맘편한 임신 서비스를 신청해 각종 임신 지원 서비스를 한 번에 안내 받고 통합 신청할 수 있습니다. Ⅴ 출생 신고가 필요하다면?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에서 관공서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편리하게 온라인으로 출생 신고가 가능합니다. Ⅴ 출생 신고를 하셨다면?정부24에서 행복출산 원스톱 서비스를 신청하세요.
- 건강 영양가 풍부한 9월 수산물 2가지 영양가 풍부한 9월 수산물을 소개한다. 1. 대하 가을철에 많이 잡히는 대하는 양식산 흰다리새우와 생김새가 비슷하여 혼동하기 쉽지만, 뿔이 코끝보다 길게 나오고 몸통보다 수염이 길며 꼬리가 초록빛을 띠는 특징이 있다. 제철을 맞은 대하는 소금구이, 튀김, 찜, 회 등으로 즐길 수 있으며, 요리 후 남은 머리는 버터구이로 해 먹으니 버릴 것이 없다. 대하는 고단백 저지방 수산물이며, 아르기닌이 풍부해 근육 형성과 면역력 향상에 좋고, 고혈압과 당뇨 예방에 도움이 된다. 2. 전어 전어는 제철을 맞아 듬뿍 오른 지방의 고소한 맛이 일품으로 구워 먹어도 맛있고, 회로 먹어도 맛있는 가을철 대표 별미다. 전어는 필수아미노산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데, 필수아미노산은 간 기능 개선과 기력 회복에 좋으며, 오메가-3 지방산(EPA, DHA)은 심혈관계 질환 예방과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 자료=해양수산부
- 사진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아시아 파빌리온 방문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한-아세안센터 특별전: 아세안 파빌리온’을 찾아 큐레이터의 전시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5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한-아세안센터 특별전: 아세안 파빌리온’을 찾아 큐레이터로부터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5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한-아세안센터 특별전: 아세안 파빌리온’을 찾아 아세안 헤리티지 파크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5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한-아세안센터 특별전: 아세안 파빌리온’을 찾아 필리핀 전시관에서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5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한-아세안센터 특별전: 아세안 파빌리온’을 찾아 필리핀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 국민이 말하는 정책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 미술여행주간 기획전에서 우수 전속작가를 만났어요! 9월 1일부터 한 달간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2024 Korea Art Festival)가 열리고 있다. 가을은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올여름 장마와 폭염으로 유난히 힘든 나날을 지내야 했다. 그래서일까? 가을과 함께 찾아온 미술축제가 마냥 설렌다. 그동안 미술여행주간, 서울아트위크, 광주비엔날레 등 미술 관련 행사를 단편적으로 접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엔 이런 행사를 엮어미술축제로 확장했다. 대한민국 미술축제는 아시아프, 부산비엔날레, 미술여행주간, 서울아트위크, 프리즈 서울, 한국국제아트페어, 광주비엔날레 등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미술 행사를 통합·연계 홍보하는 대표 축제 브랜드다. 9월 한 달간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가 열리고 있다. 아시아프, 부산비엔날레, 미술여행주간, 서울아트위크, 프리즈 서울, 한국국제아트페어, 광주비엔날레 등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미술 행사를 통합·연계 홍보하는 대표 축제 브랜드다.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 누리집에서 세부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유독 휘겸재에서 열리는 2024 우수 전속작가 기획전시 다이얼로그: 경계인간에 관심이 생겼다. 무엇보다 우수 전속작가 기획전시라는 키워드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수 전속작가 기획전시를 검색하다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을 인지하게 되었다. 해당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이 중소 갤러리의 전속작가 발굴과 육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미술시장에서 젊은 작가들이 갤러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3년 동안 지원하고 있다. 올해 시행 6주년을 맞이했다. 예경이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 시행 6주년을 맞아 '2019-2024 전속작가제 지원사업 성과사례집'을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총 343개 갤러리에서 645명 작가를 지원했다. 젊고 유망한 작가들의 미술시장 진입을 돕는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을 통해 5년간 2,876점, 82억여 원 규모의 작품이 판매되었다. 서울 북촌한옥마을에 있는 휘겸재에서 2024 우수 전속작가 기획전시 다이얼로그: 경계인간이 열리고 있다. 2024 우수 전속작가 기획전시 다이얼로그: 경계인간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 북촌한옥마을에 자리한 휘겸재를 방문했다. 휘겸재는 여느 갤러리완 달랐다. 한옥 갤러리였다. 대문 앞에 다이얼로그: 경계인간을 알리는 세움간판이 있다. 녹색 바탕에 빨간 사과의 한쪽을 베어 문 포스터가 행인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휘겸재는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 사이에 지어진 개량한옥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옥엔 고유의 이름이 있다. 휘겸재(揮謙齋)의 한자 풀이는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굽히는 겸손한 생활 태도를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갤러리 휘겸재의 방, 복도, 대청마루, 정원 등 실내·외 전 공간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갤러리로 진입하는 3개의 문이 있다. 그중 정문과 오른쪽 문이 열려 있었다. 정문은 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방이 있다. 오른쪽 문은 정원으로 연결된다. 방, 복도,대청마루, 정원 등 실내·외 전 공간에 7명의 작가가 제작한 작품 총 48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입구에 다이얼로그: 경계인간에 관한 소개가 나와 있다. 세상은 단절과 고립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 다이얼로그: 경계인간은 인간, 동물, 식물 그리고 비물질적 존재를 포용하며 관습적인 경계를 초월하는 세상을 향한 일종의 나침반이다. 2024년 올해 전속작가제 지원사업에 참여한 작가 169명 중 7명,이병호, 윤향로, 기슬기, 람한, 신교명, 오제성, 한석현 작가다.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외 미술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기획한 전시다. 휘겸재 대청마루에 설치된 이병호 작가의 작품 인체측정은 천장에 매달려 생동감이 느껴진다. 휘겸재의 중앙, 대청마루에 설치된 작품이 가장 눈에 띈다. 이병호 작가의 인체측정이다. 이병호 작가는 완결된 인체 조각을 기본 단위로 설정하고, 이를 복제한 뒤 분절, 해체, 재연결하여 새로운 동세와 형태의 조각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대청마루에 대롱대롱 매달린 작품을 대하니 마치 인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정원에 기슬기 작가의 작품 primal selfie 시리즈가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대청마루에서 정원으로 나갈 수 있다. 정원에 기슬기 작가의 primal selfie 시리즈가 원형으로 배치되어있다. 기슬기 작가는 사진을 주된 매체로 사용하면서 물 표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과 배경의 하늘을 1인칭 시점으로 촬영했다.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내 모습이 겹치는 것 같았다. 휘겸재 복도 끝에 내걸린 윤향로 작가의 작품 꼬마 칠리가마1는 인테리어의 일부처럼 보인다. 휘겸재를 방문한 최지원 씨는 복도의 끝에 걸린 작품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다. 윤향로 작가의 꼬마칠리가마1이다. 최지원 씨는 미술작가이지만 관객으로 이곳을 방문했단다. 그는 작품 중 회화가 드문데요. 갤러리 공간으로 쓰이는 한옥과 잘 어울려 마치 인테리어의 일부 같아요. 저는 갤러리를 방문하면 제일 먼저 전시 소개를 읽어봅니다. 기획의도를 알면 작품이 왜 여기에 있는지 살짝 감을 잡을 수 있거든요라고 말한다.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를 즐기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휘겸재에서도 전시해설을 하고 있다. 전시를 관람하고 있을 때 내·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전시 작품의 해설이 있었다. 이어서 정원에서 한국메세나협회의 1기업 1미술작가 지원 사업 선정자에게 시상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번 기획전시에 참여한 작가를 대상으로 기업 후원자를 선정하는 행사다. 오제성 작가, 윤향로 작가, 이병호 작가가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오제성 작가를 만나서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에 대해서 들어봤다. 오제성 작가의 작품 INDEX #30_다보각경도 앞에 거석신화갓트론이 있다. 오제성 작가는 전국 각지를 돌며 비지정문화재를 조사하고 이를 3D 스캔과 프린트를 활용하여 현대적인 기법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시에서도 4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작품으로 INDEX #30_다보각경도가 있다. 비지정문화재 답사 초기에 진행했던 것으로, 오 작가가 지역에서 만난 조각을 스케치하듯 빠르게 흙으로 빚어 모아둔 것이다. 작품명의 다보각경도는 동서양을 아우르고 있다. 서구 박물관의 원형이자 호기심의 캐비넷으로 불리는 초장기 개인 수장고의 형태가 중국으로 가서 보물을 모아둔다는 의미의 다보각이 되었다. 학문을 중시했던 조선으로 넘어와 책가도가 된 것에 주목했다. 오 작가는 국립중앙박물관 중국관에서 다보각을 실제로 보고 이를 모델로 작가만의 다보각을 제작했다. 현대 산업재료인 알루미늄으로 틀을 만들었고, 여기에 그가 답사한 비지정문화재를 한곳에 모아두었다. 오 작가는 작품을 소개하면서 문화는 교류를 통해 발전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신교명 작가의 작품 Traces of Machina Sapiens (Year Unknown) 13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자연스럽다. Q)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가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작가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요? 오제성 작가) 대한민국은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를 기점으로 글로벌 미술 무대에 합류하였습니다. 현재까지 국제 감각에 걸맞은 많은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통합한 행사는 올해가 처음입니다. 민관이 함께행사를 개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나아가 미술이 전국 각지에 흔하게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이 문화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Q) 작가님은 전속작가제 지원사업으로 지원받고 있는데, 지원 계기가 있을까요? 오제성 작가) 과거와 다르게 지금의 예술가들은 사회와 함께 호흡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전속작가제 지원 사업은 그 초석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갤러리와 예술가 사이에서 중재하여 상호 간의 건전한 관계 확립에 주력하고 있어요. 예술가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관과 관계 맺고 협동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원에 설치된 람한의 작품 Pie Dough Unborn(Praying Hand)는 뒤편의 백일홍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Q) 전속작가제 지원사업에 선정되기까지의 과정과, 선정된 후 작품 활동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었을까요? 오제성 작가) 국가지원사업이다 보니 행정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편입니다. 갤러리와 함께 서류를 준비하면서 기존 활동 내역부터 향후 활동 계획까지 꼼꼼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예술가 개인의 활동뿐만 아니라 갤러리의 활동 이력과 향후 비전도 포함됩니다. 선정되고 나면 작품활동비와 홍보비 등을 받고, 사업에 관련된 각종 행사에 참여할 기회를 얻습니다. 자연스레 작가는 작품 제작, 전시 개최를 활발히 할 수 있고, 갤러리는 홍보에 보탬이 많이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예술가와 민간 기관을 함께 묶어 지원하는 정책은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합니다. 한석현 작가의 작품 FRESH Plant는 나무인지 작품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Q) 전속작가제 지원사업에 지원하려는 작가들을 위해서 팁이 될 만한 조언을 한다면요? 오제성 작가) 경쟁률이 높은 만큼 기존의 작품 활동이 잘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지원 사업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활동이 명확해야 하고요. 그리고 지원 사업이 끝났을 때 어떤 성취를 이루고 싶은지 꼭 숙고해보기를 권유합니다. 이러한 사항을 서류에 서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덧붙여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을 비롯한 정부의 모든 지원 사업은 일종의 보행기입니다. 아이가 걸음마를 배울 때 보행기가 필요하죠. 그런데 나중엔 보행기 없이 걸을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미술 관련 지원 사업은 미술계, 더 나아가 사회에 예술가들이 더 안정적으로 진입하고 활동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예술가는 작업에 대한 꿈과 열정을 펼치는 것을 목표로 지원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제성 작가가 자신의 작품 순천선암사신산을 제작한 연유를 설명하고 있다. 오제성 작가는 미술관에서 사진도 많이 찍고, SNS 계정이 있다면 전시 관람을 자랑도 하고, 관람한 것에 대해 지인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한다. 대다수 미술관은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비전문가가 미술관에서 작품을 이해하면서 관람하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전시 관람이 익숙하지 않다면 당장 작품의 의미를 찾기보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작품을 느껴보고, 미술관이 어떤 구조로 생겼는지 관찰하며, 근처에는 어떤 맛집이 있는지 방문해보면서 미술관 가는 길을즐기길 바란단다. 그렇게 미술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조금씩 조금씩 전문적인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덧붙이며. 예술인을 위한 여러 지원 사업이 많다. 지원 사업 정보는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과 같은 각종 지역 문화재단 및 기초 문화재단 누리집 공지 사항에 있다. 각 기관의 SNS 팔로우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휘겸재 뒷마당에 놓인 석상도 하나의 전시 작품인 양 관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휘겸재는 작품을 감상하는 것 외에도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갤러리인 휘겸재 자체가 하나의 미술 작품인 것 같다. 개량한옥이어서 실내와 실외를 구분하는 경계가 투명한 통유리로 되어 있다. 정원과 뒷마당에서도 통유리를 통해 실내의 작품을 투영할 수 있다. 정원과 뒷마당에 놓인 석상도 하나의 전시 작품인 양 관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9월 1일부터 11일까지 미술여행주간으로 전국 7개 권역에서 전문 해설사와 함께 지역의 미술관과 화랑을 여행하는 16개 코스를 운영한다.(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9월 1일부터 11일까지 미술여행주간이다. 작년까지 개최했던 미술주간에서 매년 관람객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프로그램 미술여행을 올해는 미술여행주간으로 정했다. 서울,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제주 등 전국 7개 권역에서 전문 해설사와 함께 지역의 미술관과 화랑을 여행하는 16개 코스를 운영한다. 북촌 한옥마을에서 만나는 한국의 신진작가 투어,한국의 대표 갤러리가 주목하는 신예 작가 그룹전 투어 등 참가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이색 코스뿐만 아니라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외국인 특화코스도 준비했다. 휘겸재도 미술여행 주간 코스 북촌 한옥마을에서 만나는 한국의 신진작가 투어에 포함되어 있다. 과거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가 생각났다. 골목길 곳곳에 아기자기한 갤러리가 많았다. 가게에 들르듯 갤러리에 들어가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전국 곳곳에 크고 작은 갤러리가 많이 생겨났다. 미술에 문외한이면 어떠랴. 그저 작품을 보고 느끼면 된다. 더위도한결 가신 9월이다. 주변에 있는 미술관을 찾아서 나들이하는 건 어떨까? 다양하고 풍성한 미술축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가 궁금하다면? ▶https://k-artfestival.com/ ▶https://www.instagram.com/koreaartfestival/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윤혜숙 geowins1@naver.com
- 숏폼 한푼도 헛되이 쓰지 않겠습니다! 2025년 방위사업 예산안 공개 2025년 방위사업의 예산은 얼마인지,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