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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은
우리 해군 장병들이 제1연평해전에서 승리한 지 10주년을 맞는 뜻 깊은 날이다.
당시
편대장과 고속정 정장으로 현장을 지켰던 해군 장교 4명으로부터 북방한계선(NLL)을
무단침범해 기습공격을 감행한 북한 함정에 맞서 값진 승리를 일궈냈던 상황을 서면으로
들어 보고 제1연평해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살펴본다.
<참여자>
정순용
중령= 해군본부 전력평가단, 당시 편대장, 을지무공훈장, 해사 41기
연제영 소령=
해군2함대 편대장, 당시 고속정 정장, 화랑무공훈장, 학군 39기
지응도 소령=
해군교육사령부 신병교육대대, 당시 고속정 정장, 충무무공훈장, 해사 49기
성재영
소령= 해군교육사령부 전력발전부, 당시 고속정 정장, 충무무공훈장, 해사 49기
▶
우리 군에서 실전 경험을 가진 장병들은 많지 않다. 충돌이나 전투 순간에 대해 특별히
기억나는 점이 있다면 들려 달라.
지금도 신기한 것이 우리를 향해 쏟아지는 포탄과 내 몸을 감싸는 매캐한 화약연기 속에서 오히려 적은 더욱 또렷이 보였다는 점이다. 아니 적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나뿐만 아니라 모든 대원은 하나가 되어 놀라울 정도로 사격과 기동에만 집중했다.
적과 교전하던 14분 동안 내가 한 말이라고는 표적 지정과 그 표적에 포탄이 명중될 때마다 내지른 탄성뿐 다른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대원들은 한 치도 물러섬 없이 평소 했던 교육훈련대로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군에서는 철저한 훈련을 통해 조건반사적으로 행동하라는 이야기를 흔히 한다. 전투를 통해 그 말의 의미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 지응도 소령= 연평도 해상에 전개해 있던 우리 고속정 중 내가 지휘했던 고속정이 제일 먼저 ‘충돌식 밀어내기’ 전법으로 적 기함에 충돌했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적함에 충돌하려면 일단 가까이 접근해야 한다. 충돌을 위해 적함에 접근하는 순간 적은 미리 준비해 둔 돌멩이를 비롯해 유리병 등 함정에 있는 모든 물건을 우리 승조원들에게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적함에서 던진 돌멩이가 갑판 위로 떨어지자, 그것을 수류탄으로 생각한 한 승조원이 달려가 자신의 몸으로 덮쳤다. 오로지 같이 싸우고 있는 전우들을 구할 생각으로 스스로의 생명을 바칠 각오를 한 것이다. 그런 부하들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감동적이다.
잠시 후 나는 곧 큰 전투가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전포 격파사격을 준비했다. 얼마 후 북한 어뢰정으로부터 포성 소리가 들렸고 즉시 전포 격파사격을 실시했다. 이날 우리 해군은 교전 발발 14분 만에 10척의 북한 함정들 중 어뢰정 1척 침몰, 5척 대파, 4척이 중파라는 큰 전과를 기록했다.
나는 이날의 승전을 사관학교 시절 그토록 외웠던 ‘장차 포연탄우(砲煙彈雨) 생사 간에 부하를 지휘할 수 있는가’라는 옥포훈을 실천할 수 있었던 평생의 명예로 생각하고 있다. 또 무엇보다 현장 종결을 위한 과감한 대응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 제1연평해전에서 특별하게 느낀 점이 있다면?
- 지응도 소령=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전장에서의 제1표적은 지휘관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함정에 저격수를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특히 당시 우리 해군의 참수리급 고속정의 함교는 철갑으로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나와 있어, 근접전에서 지휘관이 적의 저격에 항상 노출돼 있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우리 승조원들은 적함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누가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데도 함교에 서 있는 정장을 보호하기 위해 내 주위를 둘러쌌다. 자신의 목숨을 버려서라도 지휘관을 보호하겠다는 굳은 결의였다. 이것은 결코 지휘관 개인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이 아니라 전투의 핵심인 지휘관을 보호함으로써 전투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군인정신의 표출이었다.
스스로 자신을 위험에 내던져 가면서까지 옆에 있는 전우를, 그리고 지휘관을 보호하려던 부하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당시 우리 해군 장병들이 상하가 하나로 단결해 똘똘 뭉쳐 있었다는 점이 지금도 자랑스럽다.
-
성재영 소령= 당시 충청도 어디선가 보내준 한 트럭의 수박과 각종 격려품, 위문편지
등 전국 각지의 국민들이 보내 준 응원은 나를 비롯한 승조원에게 큰 힘이 되었다.
국민들이 우리를 믿고 의지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였을 뿐만 아니라 군의
사명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
▶ 제1연평해전을 통해
신세대 장병들의 장점에 대해 새삼 재평가하게 됐다는 의견이 많다.
- 성재영
소령= 당시를 돌아보면 며칠 동안 계속된 긴급출항과 해상작전으로 승조원들 모두
피곤에 지쳐 있었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신세대라고 할 수 있는 막내 이병부터
최고령인 원사까지 모두가 평소 훈련했던 대로 현장지휘에 잘 따라 맡은 바 임무를
완벽히 수행할 수 있었다. 그처럼 계급·직책에 상관없이 모두가 제 몫을 다하고
한마음으로 단결할 수 있었던 것이 승리의 원동력인 것 같다.
- 연제영 소령=
신세대 장병들도 전투의 일선에서 제 몫을 할 수 있는 전투원이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신세대 장병들은 물론이고 적을 향해 사격하는 모든 승조원들의
눈빛에서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일전이 끝나고 갑판 위에 수북이
쌓인 탄피를 보며 적과 우군이 혼재된 가운데 한 명의 인원도 다치지 않은 것에 감사했고,
해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찬 대원들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지금 전입되는 신병들도
처음에는 멀미에 괴로워하고 NLL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해도 한 출동을 마칠 때쯤
되면 구릿빛 얼굴을 하고 짐짓 여유 있는 미소까지 띠게 된다. 요즈음 20대 청년들을
누가 나약하다고 했는가. 나는 그런 말을 믿지 않는다.
- 지응도 소령= 지금도
일부 국민들 사이에 신세대 장병들의 전투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
10년 전 지휘관으로서 직접 전장에 섰던 나 역시 한때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제1연평해전을 겪어 본 후 그런 생각이 잘못된 것이란 점을 실감했다. 우리 승조원을
비롯한 해군 장병들은 적과 마주한 실전에서 뜨거운 군인정신과 전우애, 그리고 눈물겨운
투혼을 보여 줬다.
▶ 제1연평해전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
정순용 중령= 현장 종결의 중요성에 대해선 이미 이야기를 했다. 15일 전투 당일뿐만
아니라 당시 대치 기간까지 포함해서 전반적인 상황을 보자면 두 가지 교훈을 더
이야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승전에 대한 자신감과 불굴의 감투정신이 승리의 필수
요소라는 점이다. 북한 경비정 수척의 NLL 침범을 저지하기 위해 우리 고속정들이
학익진을 형성한 적이 있었다.
우리 편대 소속 고속정 2척이 그 학익진의
중앙에 위치했었다. 이때 북한 소형 경비정 2척이 우리의 학익진을 와해하기 위해
남하했고, 중앙에 위치한 우리 편대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북상했다. 결국 북한 함정과
상호 현측이 완전히 맞닿은 상태에서 밀어내기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바로 눈앞에서
상호 소화기를 겨누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됐다.
비록 총격전은 없었지만
우리 편대는 북한 경비정을 밀어 내어 북상토록 함으로써 이후의 대응과정에서 우리
고속정의 우수한 성능을 자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다른 편대에도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전투 이전에 자신감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이 15일날
승리할 수 있는 요인이 됐다.
둘째는 불굴의 감투정신이다. 그 해 6월 11일
새벽부터 북한 경비정 4척이 NLL을 지속적으로 침범하면서 우리 고속정에 충돌공격을
시도하자 우리 고속정들은 이전의 회피 저지 대응과는 달리 맞대응 충돌공격을 감행했다.
모든 대원이 목숨을 걸어야 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장병들도 이 상황을
피하려 하거나 두려워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러한 정신전력으로
무장한 우리 편대는 최초로 북한 경비정에 대한 충돌공격을 했다. 이후 우리 고속정들의
과감한 충돌공격으로 북한 중형 경비정 2척이 대파됐고, 2척이 손상을 입었다. 이날은
연평해전의 승전을 예고하는 역사적인 날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치기간부터 발휘됐던
그런 자신감, 불굴의 감투정신이 바탕이 되어 15일 당일에도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지응도 소령= 북한의 위협이 극에 달한 지금 이 시간에도 언제
전투가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 하루하루를 긴장감 속에서 지내고 있을 해군 장병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특히 최전방 일선에서 우리 영해를 지키기 위해 고속정
지휘관으로서 전투에 대비하며 고심하고 있을 젊은 후배 장교들에게 부하들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싶다.
우리 해군은 생사고락을 함께 해 전투 속에서 누구하나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맞설 것이다. 사실 물러설 곳도 없는 전투함 안에서 부하들은
지휘관만을 바라보고 따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상하 간의 믿음들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 제1연평해전 승리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제1연평해전의 의미와 함께 정리한다면?
- 성재영 소령= 평소
지휘관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 언제, 어디서, 어떠한 상황에서 적이 도발해 오더라도
반드시 승리하고야 말겠다는 해군의 필승 신념으로 무장했던 것이 승리의 요인이었다.
북한과의 해전을 통해 NLL을 지켜낸 것도 의미가 크지만 기동력과 화력, 작전능력은
물론 장병 정신전력도 우리가 월등히 앞선다는 것을 실감하고 싸우면 이긴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 가장 값진 성과이자 의미일 것이다.
- 정순용 중령=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제1연평해전의 교훈으로 정보, 작전, 무기체계 등 여러 분야에서의 평가가
있지만 나는 그 당시 지휘관부터 수병에 이르기까지 NLL 사수의 임무완수와 필승의
한마음으로 뭉쳐 싸웠던 것과 감투정신이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에게는 적과 싸우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필승의 신념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전투였을 뿐만 아니라 적에게는 ‘도발하는 곳이 곧 침몰되는 곳’이라는 두려움을
준 것이 제1연평해전의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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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신뢰받는 국군 [’24.9.30.~10.4. 국민 곁으로] ☞ 대통령실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