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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 개혁현장 (18) 우정사업]경영개념 도입 115년만에 첫 흑자

1999.03.22 국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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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이 완연한 지난 14일의 서울 동대문우체국 대회의실. 이곳에서는 200여명의 하객들의 축복 속에 서현식(徐鉉植)·김계미(金桂美)씨의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랜드피아노의 결혼행진곡에 맞춰 신랑 신부가 꽃길을 따라 예식장을 들어서면서 시작된 예식 내내 하객들은 우체국의 세심한 배려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동대문우체국은 주민 편의를 위해 지난해 8월부터 200석 규모의 대회의실을 예식장으로 개방했다. 우체국은 이를 위해 폐백실은 물론 각종 필요한 물품을 빈틈없이 갖춰놓고 ‘고객’을 모시고 있다.

우체국안에 인터넷 카페 운영

광주광역시 광주우체국은 오래전부터 ‘우다방’이란 애칭이 붙을 만큼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유명한 곳. 이에 착안한 우체국은 지난해 11월 1층 영업 매장에 20여 평의 휴게 공간을 마련하고, 전용회선과 컴퓨터 6대를 갖춘 ‘인터넷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하루 평균 100여명의 시민들이 찾는 이곳 인터넷 카페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PC통신과 인터넷·게임 등을 즐기고 있다. 우체국이 약속 장소의 기능을 넘어 ‘지역 정보화센터’로 바뀐 것이다.

우체국이 변하고 있다. 우표를 팔고 우편물을 부치던 우체국은 이제 정보화의 공간으로, 주민의 편의 공간으로, 그리고 빠르고 정확한 우편물 배달서비스로 거듭나고 있다 .

정보통신부는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우정사업의 경직된 경영과 낮은 생산성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에 돌입했다. 우체국은 편지를 배달해주는 정감어린 곳으로 기억될 뿐, 21세기 경쟁력이나 정보화시대를 주도하는 첨단 행정기관과는 거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이를 위해 정통부는 전직원의 참여를 통해 조직을 재창조하고 생산성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정사업에 경영개념을 도입하고, 앉아 기다리는 서비스가 아니라 찾아나서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정통부는 우선 우정개혁의 목표를 ‘서비스 품질향상과 생산성 제고’로 설정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우편물 배달의 정확성과 속도. 아무리 다른 서비스가 좋아도 우편물이 제때 정확하게 도착하지 못한다면 우정사업의 존립 근거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직원이 참여한 개혁의 성과는 바로 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국내 우편물 송달률은 보통우편 98.5%·빠른우편 96.7%(소요일수 보통우편 1.49일 빠른우편 1.05일)로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이는 우정사업 선진국인 영국의 보통우편 98.2%·빠른우편 91.2%를 추월한 수치이다.

그러나 정통부는 이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보완책을 마련 중이다. 송달률을 최대한 100% 가깝게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우편물의 행방을 추적할 수 있는 종적조회 서비스를 확대하고, 약속한 시일내 우편물이 들어가지 않고 지연되거나 파손됐을 경우 보상해주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이와 함께 정통부는 우편배달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될 우편집중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체국에서 모아온 우편을 자동으로 부산·광주 등 행선지별로 구분하는 우편집중국은 현재 서울의 2곳에서 1일 700만 통의 우편을 자동분류하고 있다. 나머지 지역은 아직도 각 우체국에서 수작업으로 구분하고 있는 수준. 그러나 2001년까지 부산·대구 광주 등 주요 도시에 22개 우편 집중국이 건설되면 전국적인 집중국망이 완성된다.

작업자동화 서둘러 예산절감

집중국 체계가 완성되면 우편물 처리속도가 빨라짐은 물론 연간 1,158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와 함께 연간 3.181명의 인력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박승관(朴昇官) 동서울우편집중국장은 “최근 들어 우편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자동화가 아니면 처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앞으로 전국의 집중국이 완성돼 네트워크화가 이뤄지면 최종적인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우정사업의 개혁은 만성적자를 털어내고 사업시작 115년만에 경영수지 흑자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처음으로 1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했고 동시에 72억원 흑자라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이런 성과를 얻기 위해 정통부가 기울인 노력은 실로 눈물겨운 것들이었다. 국제특급우편·우편주문판매·경조우편 카드 등 지속 유포로 신종 우편 서비스를 개발했고, 마케팅에 총력을 쏟아 부었다. 매출 증가의 효자는 1년간 무려 131억원의 수익을 올린 ‘국제특급 우편 서비스’. 국제특급 우편은 서류나 상품견본 등을 외국에 배달하는 서비스로 민간업체인 DHL 등이 석권하고 있는 분야였다. 그러나 정통부는 현재 126개국 우정청과 계약을 맺어 민간업체보다 비용이 40%나 싸고 정확하고 빠른 배달로 시장을 되찾아가고 있다.

수집 ·운송·집배업무 민간위탁

우정사업 흑자의 중요한 또 다른 요인은 과감한 구조조정이다. 지난해 전국서 83개 우체국을 통·폐합하면서 우정사업부문에서 무려 2,036명을 감원했고 수집·운송·집배업무 등 단순 반복적인 작업 분야는 과감하게 민간에 위탁했다. 앞으로도 2000년까지 4,048명을 줄여나가 작고 효율적인 조직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조직을 슬림화하는 작업과 함께 전직원에게 영업 마인드를 불어넣고 매출을 끌어올리는데도 힘을 기울였다. 다양한 상품을 이제는 고객에게 열심히 팔아서 서비스가 곳곳에 미치게 함은 물론 이를 통한 수익으로 서비스의 질을 계속 높여야 했기 때문이다.

‘우수 영업점’으로 꼽히는 서울 종로5가우체국의 경우 지난해 8월 경조카드 발행에 맞춰 직원들이 2인1조로 총력마케팅을 펼쳤다. 발로 뛴 영업 덕분에 이 우체국은 1년에 3만여통의 경조카드를 보내는 ‘담배인삼공사’를 고객으로 확보하기도 했다.

이러한 우정사업의 변화를 밑받침하기 위해 정통부는 개혁의 원동력이 될 우정종사원의 변화를 시도했다 정통부는 우정사업 종사원 모두가 봉사정신으로 무장하는 동시에 초일류가 되기 위한 의식개혁 작업을 추진했다. 철저히 변신해 민간기업과 경쟁하고 거기서 이겨낼 때 우정개혁이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던 것이다.

이제 우체국은 고루하고 권위적인 행정기관의 냄새를 깨끗이 씻어냈다. 이 대대적 개혁은 벌써 우체국의 전국 조직으로 구석구석 확산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우정 개혁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서비스의 ‘최대한’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개혁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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