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청와대에서 진행된 가을음악회에 방문했을 때 골목에 걸려있던 홍보물 중 ‘청와이웃’이라는 이름에 흥미를 느꼈었다. 당시에는 다음 일정으로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채 가을 음악회만 즐겼는데, 며칠 전 인터넷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배너를 다시 보게 되었다. 잠시 잊고 있던 ‘청와이웃’이 뭔지 자세히 한번 알아봤다.
청와이웃은 청와대 권역 관광 활성화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관광 프로그램으로 오는 12월 30일까지 청와대 사랑채와 서촌 일대 광범위한 지역에서 운영된다. 프로그램은 크게 4개로 운영되는데 전시, 원데이클래스, 이벤트, 트래블마스터 프로그램으로 구분된다. 청와대 권역의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다는 부제에 이끌려 행사가 운영되는 청와대 사랑채를 직접 찾아봤다.
청와대 사랑채는 관광 안내소 겸 다목적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설로 청와대 정문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예약을 해야 하는 청와대와는 다르게 사전등록 없이 방문할 수 있는데, 평소에도 조용한 공간에서 여유를 느끼기 위해, 상시 진행되는 전시를 즐기기 위해 종종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처음 방문한 사랑채는 외관부터 청와이웃으로 매핑되어 있었다. 보랏빛의 청와이웃 프로그램 중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전시 ‘누군가의 캐리어’였다. 청와대 권역으로 여행을 온 6명의 캐리어에 어떤 물건이 담겨 있는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전시였는데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나도 타인의 캐리어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흥미롭게 느껴졌다.
전시는 안내 데스크에서 가까운 1층 로비공간에서 열렸는데, 소소한 이벤트와 연계해 방문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었다. 청와이웃에 포함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청와대 사랑채에 처음 방문한 만큼 잠시 동안 상설 전시 공간을 둘러보기로 했다.
청와대 사랑채에는 현재 네 곳의 전시 공간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그 중 2층에 마련된 ‘연화’라는 전시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용산 어린이 정원에서 마주했던 전시와 유사하면서도 한국 전통의 색채가 더욱 강렬했는데, 전시 공간 자체도 넓고 중간중간 포토샷도 꾸며져 있어 방문객은 카메라 버튼을 누르기 바빴다. 청와이웃 프로그램을 위해 사랑채에 방문한다면 상설 전시도 함께 관람하면 좋겠다.
가볍게 전시공간을 둘러본 후 청와이웃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청와이웃 스탬프 챌린지’에 도전해봤다. 스탬프 챌린지는 윗마을과 아랫마을 중 하나의 코스를 선택해 청와대 사랑채를 포함한 총 네 곳의 명소에서 스탬프를 찍어오면 선착순으로 기념품을 제공하는 이벤트였다. 참고로 일부 명소가 휴관인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스탬프 챌린지를 진행할 수 없고, 운영 시간은 09시부터 18시까지였다.
나는 윗마을을 선택해 스탬프 챌린지를 시작했다. 제일 처음 상촌재에 방문했다. 한옥 건물이 많은 경복궁 일대였지만, 상촌재처럼 적당한 규모에 관광객을 위한 알찬 설명이 제공되는 곳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이미 상촌재를 둘러보고 있던 한 외국인 관광객은 투명한 온돌 바닥을 보고 ‘이것이 온돌이냐, 얼만큼 따뜻하냐?’ 등을 물어보며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상촌재에서 스탬프를 찍고 종로구립 박노수 미술관과 류가헌 갤러리를 차례로 둘러봤다. 두 명소 모두 예술적으로 의미있는 장소라는 느낌을 받았다. 스탬프 챌린지를 시작하기 전 유의해야 할 점은 사전에 지도를 보고 경로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챌린지 종이에 나와있는 순서대로 투어를 할 경우 동선이 얽히게 되므로 사전에 경로를 고민하는 것이 좋겠다.
명소에서 청와이웃 스탬프 투어를 진행 중이던 대학생 김서인(충주거주)씨는 지방에서 청와대에 방문한 김에 시간이 조금 남아 청와이웃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빌딩 가득한 서울에도 이렇게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하면서 “몇몇 장소에서는 입장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내용 등의 정보는 미리 알려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도 함께 전했다.
윗동네 코스를 모두 둘러보자 스탬프 챌린지에서 이야기한 30분보다 훨씬 더 긴 약 1시간 가량이 소요됐다. 스탬프만 찍을 경우 30분만 소요될지 모르겠지만, 모든 명소를 둘러본다고 가정하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가량이 소요되니 만약 스탬프 챌린지에 도전할 계획이라면 소요 시간의 2~3배를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스탬프 챌린지를 마친 후 청와대 사랑채에 다시 방문해 간단한 수령 정보를 작성했고, 두 가지 에코백 중 하나를 선택해 받았다. 스탬프 챌린지 종이는 기념품으로 가져가도 된다는 이야기에 함께 챙겼다. 전시 관람과 스탬프 챌린지 참여만으로도 약 2~3시간이 소요되었다.
만약 금요일에 사랑채를 찾을 계획이라면 원데이 클래스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매주 금요일 오전(10:00~12:00)과 오후(14:00~16:00) 사랑채에서는 소소한 공예 클래스가 개최된다. 현재 13일 후후라운지 악세사리 만들기와 20일 쿠잉핸즈 비누공방 2개의 클래스가 예정되어 있으며, 이용요금은 정상 이용요금보다 훨씬 저렴한 만원이다. 원데이 클래스는 아래 링크를 통해 선착순으로 진행되니 만약 관심이 있다면 빠르게 신청하는 것이 좋겠다.
반나절을 함께한 청와이웃은 청와대 권역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평소 다양한 회의와 모임을 위해 경복궁 일대를 방문했지만, 청와이웃 프로그램에서 느꼈던 소소한 재미는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기 참여자들의 후기 역시 호평 가득이다.
청와이웃 프로그램은 오는 30일까지 진행된다. 내가 체험했던 전시와 스탬프 투어는 별도의 예약 없이 방문해도 이용할 수 있지만, 기념품 소진 여부와 상세한 이벤트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방문 전 사전에 정보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다. 올해가 가기 전, 청와대의 겨울을 만끽하며 청와이웃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경복궁을 함께 둘러보는 서울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소소한 재미가 가득한 청와이웃이 사랑채에서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