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나가는 아파트 상가 앞 거리가 꽤 달라졌다. 한 번 더 꼭대기까지 올려다보게 될 만큼 색색의 깔끔한 글씨와 디자인이 눈에 띈다. 해가 지면 간판에 LED 조명이 켜져 이전과 달리 반짝이는 야경 아래 상가를 드나들게 됐다. 그간 지역 안 곳곳에서 간판을 개선한다는 소식을 들어왔는데, 깔끔하게 개선된 간판은 단지 더 많은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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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여 전 간판개선사업을 마친 인천 남동구의 상가. |
지역 안에서만도 간판이 개선된 상가 이름을 몇 개는 댈 수 있을 만큼 쾌적한 상가 건물이 많아졌다. 작년 12월에 간판개선사업을 완료한 인천 남동구 뉴서울종합상가 앞을 가보니 현대적인 분위기가 눈에 들어온다. 이전에 지나갈 때는 20년 전 지어진 건물이라 간판이 무질서하게 배치되어 다소 복잡한 느낌을 받았는데, 업소 특성에 맞는 현대적 감각의 LED 간판들이 일관성 있게 디자인되면서 방문하는 기분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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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는 작년에 행정안전부 선정 옥외광고물 분야 최우수 자치구에 선정됐다. |
재작년에는 이 곳으로부터 지하철역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아파트 상가 간판들이 새로워졌다. 또 그 이전 해에도 근처의 지역 대표상가가 간판개선사업을 완료했다. 어떻게 한 지역이 매해 꾸준히 간판개선사업을 이어왔을까 궁금해 찾아보니, 행정안전부 주관 간판개선사업 공모에 4년 연속 선정이 된 덕분이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인천 남동구는 작년 말에는 행정안전부에서 선정하는 옥외광고물 분야 최우수 자치구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실 난 상가를 이용만 하던 입장이라, 간판을 개선하는 작업이 순전히 개별적인 영업을 위한 선택인 줄로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간판 하나에도 여러 기관의 지원과 시민의 참여가 더해지고 있었다. 행정안전부에서 2012년부터 간판개선사업을 공모를 통해 진행하고 있고, 각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하나둘 환경이 달라져 온 것이다. 올해도 아름다운 간판 개선으로 쾌적한 주민생활 공간을 조성하고,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간판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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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에서 올해도 침체된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간판개선사업을 추진한다. |
많은 지역에서 ‘소상공인 시설개선 지원사업’이나 ‘옥외광고 정책지원’으로 간판과 조명 등 영업에 필수적인 시설의 보수를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응원하기 위해 올해 지원 대상과 규모를 더욱 늘린 지역도 많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상가 간판개선사업은 지역 특성과 업소의 개성을 반영한 간판을 설치한다. 지역과 건물에 대한 종합적인 관점에서 간판개선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주변 지역과 조화롭게 보이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무질서한 간판의 높낮이를 맞추고, 시각적으로 돋보이는 아름다운 간판이 건물 전체의 미관을 살리고 쾌적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상점 하나하나가 개별적인 영업점이기 이전에, 많은 주민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안전하고 깔끔한 주민생활 공간으로서 기여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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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 의견을 적극 반영한 간판 디자인을 개발한다. |
근래에는 다양한 형태로 변화가 가능한 파노라마 조명을 이용해 지역 랜드마크로 조성하는 곳이 많다. 야간 경관을 밝히는 LED 조명은 소비전력이 낮아 전기료 절감 효과가 있어 에너지 문제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다행이다.
간판개선사업은 뚝딱 주문만 해서 교체하는 일방적인 작업이 아니다. 주민설명회를 거쳐 의견을 모으고, 지역 주민 의견을 적극 반영한 간판 디자인을 개발한다. ‘좋은 간판 나눔 프로젝트 사업’, ‘시민과 함께하는 간판개선사업’ 등의 이름처럼 그 지역만의 특색있는 거리를 조성해서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큰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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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공모를 통해 간판 개선 사업지를 선정한다.(출처=행정안전부) |
지역 청년 예술가에게 재능을 펼치는 기회를 열어주는 장이 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서울 광진구는 서울시 ‘2022년 우리동네가게 아트테리어’ 사업에 선정되어, 청년 예술가들이 지역 소상공인 가게와 제품 디자인을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한단다. 골목형 상점가 소상공인 가게 41곳과 청년 예술가가 힘을 합쳐 바꾸는 간판이다.
예쁜 간판이 이어지는 거리는 보행자에게는 즐기고 싶은 풍경 중 하나다. 노후하고 무질서한 간판을 아름답게 개선하는 목적이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자 중심의 환경을 위해서라는 점이 고맙다. 원도심 경관과 특색있는 거리를 만드는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지역 상권을 살리고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며, 방문객에게도 좋은 기분을 주는 일등공신이 되어주면 좋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최유정 likko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