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에서는 코로나 블루가 레드, 블랙으로 변한다고 했다. 누군들 안 그럴까. 한겨울 꽁꽁 언 소식들은 좀처럼 녹지 않았다. 나 역시 그랬다.
지난 크리스마스 무렵 정점을 찍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조금씩 내려갔다. 우려했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상황은 조금 나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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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입구에 붙여진 방역지침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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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는 1월 31일까지 연장됐으나, 1월 18일부터 다중이용시설 제한이 부분적으로 달라졌다. 19일부터는 수도권 국립문화예술시설이 재개관했다.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 조치 완화로 조금이나마 숨을 고를 수 있게 됐다. 물론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 등은 그대로다. 전국 식당과 카페에서도 밤 9시까지만 매장에서 먹고 마실 수 있다. 2인 이상일 경우 1시간이라는 제한 시간을 권고한다.
예배, 집회 등 종교 활동도 달라졌다. 수도권은 수용 인원의 10% 이내, 비수도권은 20% 이내로 허용되며 물론 예배 이외 각종 대면 활동은 금지다. 코인노래방도 룸 당 4명까지, 이용한 룸은 소독 30분 뒤 사용해야 한다.
◆ 수도권 국립문화예술시설 재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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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이후 버스 감축운행이라는 표시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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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재개관에 들어간 집 근처 박물관을 찾았다. 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전시였다. 가급적 안전한 방법을 찾았다. 야간 개장이 있는 수요일, 마지막 오후 8시로 예약했다. 버스 전광판 속 ‘21시 이후 버스감축운행’이라는 문구가 더욱 선명하게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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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절차를 걸쳐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
늦은 저녁 박물관은 텅 빈 들판 같았다. 그렇다 해도 코로나19 예방은 철저했다. 발열체크와 손 소독 등을 마친 후, 전시장에 들어섰는데 직접 전시를 보니 벅차다 못해 얼얼했다. 체험교구 옆에는 손 소독제와 비닐장갑이 충분히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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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교구 옆에는 비닐장갑과 손 소독제가 마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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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찬히 볼 순 없어도 흡족했다. 단지 30여분 관람으로 내 마음 속 코로나 원색이 파스텔 색으로 바뀔 줄이야. 생각지 못한 선물이었다.
◆ 실내 취식은 오전 5시부터~밤 9시까지
박물관을 나오자, 밤 9시가 넘어 이미 대부분 식당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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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마다 붙여진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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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허기졌는데 다행히 패스트푸드점을 발견했다. 물론 패스트푸드점 역시 밤 9시 이후는 포장만 가능하다. 테이블마다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재빨리 키오스크 주문을 통해 포장했다. 당연히 모든 테이블은 텅 비어 있었다.
◆ 카페 매장 내 취식은 밤 9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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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안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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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은 커피 쿠폰 기한이 다가와 집 앞 카페를 찾았다. 매장 내 취식이 가능해진 후 처음이라 달라진 상황이 궁금했다. 카페 입구와 계산대에는 방역지침을 당부하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내가 간 카페에서는 두 테이블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어 있었다. 대신 커피를 포장해가는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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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는 취식이 허용됐으나 대부분 줄을 서서 포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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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오랜만에 앉아 마셔보고 싶었으나, 가능한 조심하자는 생각에 포장을 했다. 직원에게 제한 조치를 못 하면 어떻게 하는지 묻자, 손님들이 방역지침을 잘 지키고 있다고 했다. 또 전날 4명이 넘는 손님들이 함께 들어오자, 다른 손님이 신고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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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카페도 다르지 않았다. 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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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카페도 살폈다. 예전에는 공부하는 사람들로 한 좌석씩 있는 테이블이 항상 만석이었는데, 군데군데 비어 있는 게 보였다. 일단 이만큼 만이라도 유지되길 속으로 바랐다. 앞으로 나아질 상황을 위해서도, 우리 마음의 색을 위해서도.
◆ 한 가족 당 한 명씩 검사를 권유
커피를 들고 오는 길에 문자를 받았다. 가족 간 감염이 가장 높다고 무증상이라도 한 가족 당 한 명은 검사를 받아보라는 내용이었다. 집안에서도 늘 조심하고 있지만, 다음 주에는 임시선별검사소에 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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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늦은 시간을 맞춰 찾은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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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이용시설이 부분 완화되고 문화시설 재개관이 시작된 지 며칠. 일단 코로나 색이 짙어진 마음에 숨 쉴 틈이 생긴 건 고맙다. 아울러 테이블 위에 의자를 올려두고 테이프로 막은 카페를 또다시 보고 싶진 않다. 그렇기에 현재가 더없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 누구도 감소세가 다시 뒤집히는 건 예측할 수 없다. 희망도 절망도 한순간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힘든 한 해를 겪은 우리는 그 답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