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버린을 흔들면 마음이 안정된다’는 소년이 있다. 영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속 주인공 얘기다. 누구나 그런 게 있다. 나는 안정이 필요하면 천천히 손을 씻거나 차를 마셨다. 조금 더 강도 높은 안정이 필요할 때면 도서관으로 향했다. 종로구 북촌로에 있는 정독도서관은 그래서 더 친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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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독도서관 입구. |
지난 2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전국의 공공도서관이 폐쇄됐다. 아쉬움이 사무쳤다. 바이러스는 모두의 일상과 더불어 나의 안정을 빼앗았다. 하지만 90여일의 치열한 시간은 결국 ‘생활 속 거리두기’를 선사했다. 지난 6일부터다.
도서관 역시 다시 문을 열었다. 6일부터 10일까지는 열람실과 식당을 개방하지 않았지만, 도서 대출은 할 수 있었다. 11일부터는 좌석 간 거리를 유지하며 자료실 열람과 자율학습실, 평생학습교실, 식당 등의 이용이 가능했다. 개방 첫날, 정독도서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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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와 출구의 동선을 따로 한 모습. |
안국역의 공기가 반가웠다. 돌담을 품은 그윽한 느낌의 감고당길을 걸으며 얼마만인가 싶었다. 눈에 띄게 화려하지 않아도 내적으로 들뜬 느낌이 가득했던 거리는 평소보다 한산했다. 문을 닫은 상점도 더러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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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쓰고 열을 재고 연락처와 이용 장소 등을 기록한 출입기록지를 작성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
도서관 내부의 드넓은 공원엔 봄이 한껏 차올라 있었다. 중앙 출입구로 향했다. 입구와 출구의 동선을 구분했고, 개인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는 출입할 수 없다고 했다. 입구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열화상카메라로 발열 여부를 체크했다.
또, 연락처와 이용 장소 등을 쓴 도서관 출입기록지를 필수적으로 작성해 도장을 받은 후 퇴실 시 반납하라 했다. 이미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은 규칙에 따라 이동했고 카드를 작성해 제출하고 있었다. 철저하고 세심한 예방은 번거롭기보다 ‘안심’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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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작성한 출입기록지에 도장을 찍어 주고 있다. |
자료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엇갈려 앉을 수 있도록 좌석을 배치했다. 자율학습실과 노트북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이용이 가능했다. 평생학습실, 서울교육박물관, 매점, 식단, 사물함 역시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세미나실은 당분간 운영이 중단된다. 평소 자주 이용하는 동선을 따라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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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를 위해 빨간색으로 표시된 자율학습실 좌석은 예약할 수 없다. |
세 곳의 열람실 중 하나만 폐쇄돼 있어 궁금했다. 담당직원은 칸막이가 없는 열람식이라고 했다. 휴게실은 폐쇄됐고, 정수기는 사용할 수 없었다. 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고 칸막이가 있는 3열람실의 좌석을 예약했다. 열람실 좌석은 거리를 두고 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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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폐쇄된 휴게실. |
열람실로 향했다. 입구엔 손 소독제가 비치됐고, 예약한 자리를 찾아 앉으니 옆자리와 앞자리의 의자가 아예 없었다. 자료실 역시 마찬가지다. 손 소독제 비치는 물론 종이로 된 손가락 골무와 책 소독기까지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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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학습실에 비치된 손 소독제. |
도서관 내 소담정이라는 구내식당을 찾았다. 수없이 이용해 봐서 안다. 밥이 맛있고 양도 많아 더 정이 간다. 그런데 평소에 가던 길이 막혀 있었다. 동선을 일원화했기에 폐문인 곳이 많았고, 식당으로 가는 통로가 달라져 있었다. 이동 동선 화살표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공간이 꽤 넓은 식당에 사람들은 거리를 두고 앉아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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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를 한 채 열람식 좌석에 앉은 사람들. |
도서관은 문을 닫는 시각이면 매일 방역을 실시한다고 했다. 예방은 꼼꼼했고, 준비는 철저했다. 일상을 되찾기 위한 방역과 노력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졌다. 도서관은 사람들을 맞을 준비가 된 듯했다. 학교에 가지 못해 답답한 학생들, 공시생과 재수생, 그냥 집을 벗어나 산책을 하고, 책을 읽거나 문화행사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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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에 비치된 손 소독제와 손가락 골무. |
도서관 내부의 세심한 변화는 바이러스로부터의 예방이라는 커다란 안전을 담보하고 있다. 또한, 꺼지지 않은 감염병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몸도 마음도 지친 사람들을 위해 더욱 전투적인 방역을 이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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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나갈 때는 출입기록지를 투입함에 넣어야 한다. |
모든 것이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 일상의 그 무엇도 이젠 코로나19 이전과 같을 수 없음을 우리는 안다. 한동안 갈 수 없었고, 이제 ‘생활 속 거리두기’라는 환경 속에서 새롭게 문을 연 도서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은 마음의 안정을 선사하는 안전한 공간으로 돌아왔다. 그 사실이 반가워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